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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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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최근연재일 :
2022.12.28 22: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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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9,180

작성
22.11.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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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글자
5쪽

프롤로그 - 두 번 다시 없을 기회

DUMMY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rthur C. Clarke's "Profiles of the Future"-



* * *



“자네가 가게나. ”

“네? ”


연구실에 앉아있던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딜 말입니까? ”

“이번 학회 말일세. 자네가 가서 발표하게나. 난 쉬겠네. ”


뜬금없는 교수님의 말씀에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왜 저러시지? 뭘 잘못 드셨나?


“무슨 말씀을... ”

“원, 귀가 먹었나? 이번 ICCC에 자네가 가라고 말했네. ”


휙, 교수님이 서류뭉치를 내밀었다.

모레 있을 국제학술대회의 초대장, 발표 자료와 비행기표.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공항에 도착하면 그쪽에서 마중을 나올 걸세. ”

“아니, 이렇게 갑자기... ”

“잔말 말고 가게. 선약이 있다면 미루거나 취소하고. 장담컨대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니까. ”


그야 알고 있다.


ICCC.

역사는 짧지만, 미국을 비롯한 G12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을 긁어모은 국제학술대회.


무명의 연구원인 내가, 뉴스나 레퍼런스로나 보던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 면식을 익힐 둘도 없는 기회다.


더군다나 단순 참가가 아닌 논문 발표까지 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로 급부상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발표하는 논문은 그러고도 남을 파장을 몰고 오기에 충분하다고.


그렇기에 나는 다시 한 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제가 알기로 이번에 발표하는 논문은... ”

“자네가 익히 알고 있는 ‘그것’이 맞네. ”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겁니까? 왜 직접 안 가시고... ”

“말했지 않나? 쉴 거라고.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서 요양이나 취할 생각이네. ”

“하지만 그건 교수님께서 평생을 바쳐 이뤄내신 업적 아닙니까? 어떻게 제가... ”

“자네가 제1저자 아닌가? ”

“그거야 교신저자인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와야 하니 제가 자연스럽게 앞자리로 빠진 거고요. ”

“이미 마음을 정했네. 좌장한테도 벌써 다 얘기해 놨으니 그런 줄 알고 토 달지 말게. ”


일흔에 가까운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형형한 눈빛.

저분이 저렇게 나온 이상 물릴 방법은 없었다.

성품은 온후하시지만, 연구욕심과 고집만큼은 쇠뿔보다 단단하기로 유명하신 교수님이니까.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생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불과 모레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될 터. 그 중요하고 중요한 자리에 본인이 가지 않겠다니?


“의중을 모르겠습니다. 왜 거기 저를... ”

“미르 군. ”


주름진 손이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미르 군. 내 인생은 이만하면 되었네. ”

“네? ”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평생 연구만 하고 살았지. 말도 안 되는 망상이란 소릴 참아가며 말일세. 돌이켜보면 참 외골수인 인생이었어. ”


쭈글쭈글한 노인의 입에 씁쓸한 웃음이 어렸다.

그것이 이윽고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답을 찾아냈네. 자네와 내가 함께 찾아냈지. 정확히는 아직 그 편린이지만. ”

“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

“하나 내게 허락된 영광은 거기까지였던 모양이네. ”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시한부 선고라도 받으셨습니까? ”

“하하, 아닐세. ”

“내년 은퇴 때문에 그러십니까? ”

“꼭 그래서는 아니야. 그저... 갈 때가 다가오니 나보다는 자네에게 이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


뒷짐을 진 교수님이 창밖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늙었어. ”

“... ”

“삐걱대는 몸으로 누리는 잠깐의 호사보다는 후세의 일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지. 하지만 말했듯이 내겐 남은 가족이 없다네. 하나뿐인 제자인 자네가 유일한 아들이나 마찬가지지. 그런 자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

“미르 군. ”


대답할 말을 찾기 전에 교수님이 쐐기를 박았다.


“내가 이 결정을 쉽게 했다고 생각하진 말게나. ”

“...! ”


침묵이 이어졌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며 대답했다.


“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

“그래, 잘 부탁함세. 이만 가 보게나. 채비를 해야지? ”

“넵. ”


그렇게 혼자서 연구실을 나섰다.

교수님이 남긴 마지막 말씀은 미처 듣지 못한 채로.


“...미르 군. ”


부디, 무사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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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나침반이 향하는 곳(1) +3 22.12.21 418 18 19쪽
62 정산의 날(4) +2 22.12.20 444 20 12쪽
61 정산의 날(3) +3 22.12.19 432 21 13쪽
60 정산의 날(2) +6 22.12.17 496 22 16쪽
59 정산의 날(1) +3 22.12.16 495 22 13쪽
58 새로운 불꽃(7) +1 22.12.15 526 21 16쪽
57 새로운 불꽃(6) +1 22.12.14 498 22 14쪽
56 새로운 불꽃(5) +1 22.12.13 514 19 13쪽
55 새로운 불꽃(4) +2 22.12.12 540 22 19쪽
54 새로운 불꽃(3) +3 22.12.11 581 25 14쪽
53 새로운 불꽃(2) +2 22.12.10 583 24 14쪽
52 새로운 불꽃(1) +3 22.12.09 617 26 13쪽
51 승리의 함수(7) +2 22.12.08 618 27 20쪽
50 승리의 함수(6) +7 22.12.07 632 25 15쪽
49 승리의 함수(5) +5 22.12.06 642 28 15쪽
48 승리의 함수(4) +1 22.12.05 665 25 18쪽
47 승리의 함수(3) +4 22.12.04 685 24 17쪽
46 승리의 함수(2) +4 22.12.03 699 21 12쪽
45 승리의 함수(1) +1 22.12.02 736 20 15쪽
44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6) +2 22.12.01 739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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