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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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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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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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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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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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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피에르의 온도(5)

DUMMY

“...그렇군. ”


프란츠 자작은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런 시녀장의 말에 이유도 근거도 묻지 않은 채.

그녀의 말과 표정이 그 자체로 증거라도 되는 것처럼.


“하나 달라질 건 없겠지. ”

“프, 프란츠 님! ”

“혹시 그의 말에 ‘거짓’이 보였느냐? ”

“거짓말은 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불길해서... ”

“그럼 되었다. 놈이 겉으로 나를 각하라고 부르며 속으로 얼마나 깔보고 있었건, 도시의 권리로 얻을 이득에 취해 속으로 나를 얼마나 능멸했건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


그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들 나지. 나는... 아무래도 좀 쉬어야겠어. ”


프란츠 자작이 터벅터벅 만찬장을 나섰다.

시녀장이 얼른 달려가서 부축하려 했지만, 소년 영주는 손을 내저어 사양했다.


“참, 그리고... 휴브리스 공과 릴리 양은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가도 좋네. ”


성 복도로 나가는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나는 망연한 눈빛으로 굳게 닫힌 두꺼운 나무문을 보고 있는 엠마를 유심히 살폈다.

특히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을.


시녀장인 엠마는, 성의 시종과 시녀들을 관리 감독하는 권위를 상징하는 하얀 실크 장갑을 언제나 끼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벗고 있는 모습을 나는 딱 세 번 보았었다.


처음, 가짜 진실의 손을 나와 릴리 앞에서 시연했을 때.


두 번째, 몇 시간 전에 성으로 온 손님들을 맞이하며 그들로부터 손등 키스를 받았을 때.


세 번째, 동시에 마지막으로, 지금.


확신이 들었다.


“진실의 손은 ‘맨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었던가요? ”


내 물음 아닌 물음에 엠마가 고개를 돌렸다.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마법사’는 당신이었군요, 엠마. ”


시녀장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대답했다.


“‘마법’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재주는 아닙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감각이 민감할 뿐이지요. ”

“무슨 뜻입니까? ”

“휴브리스 님께서도 한 번쯤 느끼신 적이 있을 겁니다. 말도 나누지 않았고 심지어 얼굴조차 보지 않았는데 어쩐지 타인의 감정이 전해져 오는 경우를요. 말하자면...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


그 말에 나는 내 세상에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1지망 대학교에 불과 몇 점 차이로 낙방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도 내 뒷모습을 본 여동생이 대번에 ‘괜찮아?’라며 물어왔던 일.


녀석이 맡고 있던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을 때, 울다 지쳐 잠든 그녀의 방문을 살짝 연 것만으로도 심상찮은 조짐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일.


“그 느낌을 저는 이 손으로 남들보다 또렷이 읽을 수가 있습니다. 참과 거짓은 그것을 통해서 추측하는 것이지요. ”


듣고 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론이 있었다.


인간이 희노애락 같은 감정을 품을 때 특정한 공기펄스를 대기 중에 방출한다는 영국 서식스 대학교의 연구결과.


경기를 관람할 때 옆 사람이 흥분하면 순식간에 감정이 전파되는 것이나, 말 못하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역시 그런 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당 연구는 설명하고 있었다.


그게 맞는다면 엠마는 마법사라기보다는, 공기펄스의 흐름을 맨손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고도의 감각능력보유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휴브리스 님. ”


생각에 빠져있던 나를 엠마의 목소리가 깨웠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뭔가요. ”

“부디 저와 함께 프란츠 님을 설득해주십시오. 그 로버트 앤더슨이라는 자의 말을 결코 믿어서는 안 됩니다! ”

“시녀장께서도 거짓말을 찾아내진 못하셨다면서요? ”


고개를 흔든 그녀가 거듭 심호흡을 하더니 내뱉었다.


“네, 하지만 분명히 느꼈습니다. 느꼈다고요! 그 자의 뱃속에는 뱀이 있습니다. 먹잇감을 서서히 휘감으며 똬리를 틀다가, 때가 오면 순식간에 조여 질식시켜버리는 소름끼치는 뱀이요! 그가 방금 떠나면서 제게 했던 손등 키스의 감각을 떠올리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역질이 나 바닥에 주저앉을 것 같습니다. 제발, 자작님께서 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도록... ”

“최측근인 시녀장 겸 궁정마법사도 하지 못하는 설득을 외지인인 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씀이십니까? ”

“그래도 휴브리스 님이시라면 뭔가 방법이... ”

“제 능력을 과신하지 마십시오. 게다가 제 귀로 들어도 그의 말은 교묘했을지언정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


나는 엠마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방금 한 말대일뿐더러, 로버트 앤더슨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 해도 다른 세상 사람인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사실 그건 엠마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호손의 주인이 현 자작이 되건 누가 되건 시녀장님과는 상관없는 일 아닙니까? ”

“예? ”

“설령 프란츠 자작이 실각해도 당신은... ”

“싫습니다! ”


갑자기 엠마가 어린애처럼 소리를 질렀다.


“프란츠 님이 아니시라면 싫단 말입니다! ”


항상 차분하고 우아해보였던 시녀장의 흐트러진 모습에 나는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아...! ”


그녀 스스로도 그랬으리라.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언을... ”

“궁금하네요. 그 충성심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


내가 봐온 엠마는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시녀장이라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상, 모시는 영주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방금 그녀가 보여준 날것 그대로의 반응은 프란츠 영주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단순한 시녀로서의 그것을 진작 넘어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작님께 연정이라도 품고 계십니까? ”

“그, 그럴 리가요! 그런 불경한... 저 따위가 무슨... ”


황급히 손사래를 친 그녀가 덧붙였다.


“은혜를 입었습니다. 평생 그분 밑에서 일해도 다 갚지 못할 은혜를요. ”

“은혜라고요? ”

“일전 처음 뵈었을 때 그러셨지요? 시녀장쯤 되면 귀한 집안의 여식일 거라고. 휴브리스 님께서는 참 현명하신 분이지만, 그때 그 말씀만큼은 틀리셨습니다. 저와 제 오라비 잭슨은 원래 린우드에 살던 무두장이의 자식들이거든요. ”

“린우드라면 동쪽의? ”

“예. 8년 전쯤이었죠. 사방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장사가 잘 돼 돈은 꽤 벌었지만, 짐승냄새가 나는 무두장이 딸이라는 오명은 여전히 벗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렸던 저는 그 꼬리표가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린우드를 정벌하신 선대 토런스 백작께서 승전을 기념하고 성민들을 달래고자 전승기념 파티를 여셨지요. 그날은 저 같은 평민들도 성에 들어가서 춤과 음식을 즐길 수 있었고요. ”


그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과거의 일을 이야기했다.


“저는 그 날 저를 업신여기던 마을 사내들에게 제 진가를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옛날이야기 같은 귀족님과의 로맨스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요. 그동안 모은 은화를 전부 털어 예쁜 드레스와 구두, 장갑을 장만하고 얼굴에는 밀가루까지 발랐습니다. 걱정하는 오라비의 만류도 뿌리치고 성채에서 열린 무도회에 겁도 없이 참석했지요. 꾸민 보람이 있었는지 깊이 들어가도 막는 사람이 없더군요. 심지어 평소 제게 손가락질 하던 사내가 제가 귀부인인 줄 알고 허리를 굽히기도 했고요. 좋은 날이었습니다. 토런스 백작 각하의 아드님께서 저한테 춤을 청하기 전까지는요. ”


엠마가 명치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진정이 되지 않는 듯했다.


“처음에는 꿈만 같았습니다. 상상으로나 그리던 귀족님의 손등 키스라니?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키스를 받은 순간, 생애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지요. 비단옷의 껍질을 쓴 한 마리의 굶주린 늑대를, 그가 제게 품고 있는 추잡하고 난폭한 정욕을. ”

“... ”

“그는 제가 평민 출신인 것을 진작에 알아보고 하룻밤의 놀이 상대로 삼으려 접근한 것이었어요. 충격을 견디지 못한 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부끄럽게도 바닥에 실례까지 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혼자 간 여동생이 걱정되어 몰래 뒤를 밟던 제 오라비께서는, 그걸 보고 눈이 뒤집혀선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달려들어 뺨을 때려버리셨지요. ”

“허. ”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귀족들이 즐비한 성의 파티에서 평민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작님의 아들을 때렸으니, 그대로 지하 감옥에 끌려가 갖은 문초를 당하고 땅에 묻힌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죠. 십중팔구 그리 되었을 겁니다. 때마침 옆에 계시던 어린 귀족께서 상황을 눈치 채고 자기 사람인양 변호해주시지 않았다면요. ”

“그 사람이 바로 프란츠 자작님이셨군요. 그때 뺨을 맞은 백작의 아들은 지금 백작이 되었을 것이고. ”

“그렇습니다. 현 토런스 백작께서 자작님을 유독시리 미워하는 것도 그때 일과 무관하지 않을 거예요. ”

“그렇게 된 거였군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대도 상황도 전부 다르지만, 그럼에도 엠마와 잭슨의 이야기는 내게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빠! 그만 해, 오빠! 난 괜찮으니까! ]

[네가 뭔데 내 동생한데 그딴 소릴 해! 네가, 네가 뭔데! ]


조금은 ‘다르게’ 태어났던 내 동생과, 그런 녀석을 상처 입힌 사람들과, 그걸 참지 못했던 나.


[죄송합니다. ]

[나한테 죄송할 게 뭐 있나. 김 교수야 자기 아들이 맞았으니 화가 많이 난 모양이지만. 사과를 하려면 그쪽에 해야지. ]

[... ]

[할 생각이 없나 보군. ]

[죄송합니다. ]

[나 참. 이래서야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 ]

[... ]

[지도교수를 바꾸는 수밖에. ]

[예? ]


가슴 한쪽에 박혀 있던 옛날 일이 떠올랐다.


“...휴브리스 님. ”


상념에 빠져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이번에도 엠마의 목소리였다.


“부디 프란츠 님을 구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테니... ”

“... ”


마음이 동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유감이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방법을 모릅니다. 지금은 제가 봐도 그 장사꾼의 말이 최선이에요. ”

“그, 그럴 리 없습니다! 그런 섬뜩한 악의를 뱃속에 품고 있는 자가 진정 프란츠 님을 위한 선택을 했을 리가... ”

“자신을 위한 선택이 어쩌다 보니 남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거든요. 제 나라에서는 그걸 ‘외부효과’라고 부르고요. 그렇게 된 것이길 바라봅시다. ”


나는 나가는 문을 열었다.

등 뒤에서 엠마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안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 *



방으로 가니 릴리가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놀래라. 독심술도 할 줄 아셨습니까? ”

“네에?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본 릴리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작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짐을 챙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

“아... 맞아요. 내일 해가 뜨는 대로 자작님께 말씀 드리려고요. 역시 저는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


아무래도 내막을 알고 챙긴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대우가 마음에 차지 않으셨나요? ”

“그럴 리가요. 제 평생 이만한 호사를 누려본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걸요. ”


그녀가 침대와 천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어요. 널따란 욕조에서 뜨거운 물로 하는 목욕도, 햇볕을 머금은 새하얀 천이 덮인 침대도... ”


나는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의 진수성찬도. ”


아니, 그건 좀 아닌데.

나는 방 한쪽에 놓여있는 주석 트레이를 보고는 말했다.


“드시지도 않았구먼? ”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이상 차마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


‘그래도 음식을 남기는 건 아니죠.’라고 말하려다 삼켰다.

내가 할 수 없는 짓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서로 이유는 다르겠지만.


“좋았다면 계속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닙니까? 말씀드렸다시피 당장 전쟁이 터지지도 않을 텐데요. ”

“좋지만 좋은 만큼 괴로우니까요. 지금도 마을 분들은 물이 부족해서 힘들어하고 계실 텐데. ”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더 기가 찼다.


“착한 것도 그 정도면 병입니다, 병. ”

“솔직한 마음으로는 미르 씨도 같이 가주셨으면 하지만... 역시 그건 안 되겠죠? ”

“마을 사람들 불편한 건 신경 쓰이고 제 생활 고달파지는 건 괜찮습니까? ”

“...아? ”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드, 듣고 보니 그러네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

“사과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어차피 저도 가니까요. ”

“저, 정말로요? ”

“정확히는 쫓겨났습니다. 이용가치가 없어졌거든요. ”


나는 릴리에게 만찬장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랬군요. ”

“이미 외통수인 이상 프란츠 자작도 마음이 추슬러지는 대로 로버트의 제안을 받아들일 겁니다. 그러니 저나 릴리 씨나 프란츠나 이제 서로 볼일이 없어요. 내일 오두막에 돌아가 나침반과 은화를 챙기는 대로 고향으로 떠나시면 될 겁니다. ”

“아, 저는... ”

“설마 내년 여름까지 마을에 있겠다고요? 그 사람들이 그 때는 금화라도 쥐어주며 쿨하게 보내줄 것 같습니까? 분명 다시 발목을 잡을 겁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높은 확률로 전쟁까지 나요. 피가 흐르진 않을지 몰라도 성 밖 밀밭은 십중팔구 약탈당할 거고요. 릴리 씨는 그 때문에 일 년은 더 붙잡혀 있을 겁니다. 아니, 일 년으로 끝나면 다행이죠. ”

“그렇다고 해도... ”

“대체 릴리 씨는 왜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세요? 제가 릴리 씨의 신이라면 자신의 신도가 호구 잡히고 개고생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싶어 하진 않을 겁니다. ”

“그분께서는 제게 기적을 일으키는 힘을 내려주셨어요. 그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는 뜻이 분명하고요. 제가 이 힘을 자신의 사욕을 위해 사용하거나 감춘다면, 언젠가 그분 앞에 섰을 때 어떻게 당당할 수 있겠어요? ”

“쯧, 하여간... ”


나는 혀를 차고는 대답했다.


“그럼 조만간 이별이겠네요. ”

“그렇겠네요. ”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인연치고는 가슴이 찡했다.


나는 침대 옆의 협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까만 가죽뭉치 두 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거 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

“어? 장갑인가요? ”

“제 옷 사는 김에 릴리 씨 것도 하나 샀습니다. ”

“괜찮은데... ”

“사이즈가 작아서 어차피 전 못 씁니다. 받으세요. ”

“아... 감사합니다. ”


얼떨떨한 얼굴로 받아든 그녀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저, 저기! ”

“네? ”

“제 고향에서 장갑을 선물하는 것의 의미를 아시나요? ”

“뭔데요? ”

“...아니, 아니에요. 당연히 모르시겠죠. 아무튼 감사해요. 소중하게 쓸게요. 정말로... ”


그녀가 바로 껴보더니 활짝 웃었다.


“딱 맞네요. 엄청 따뜻하고요. ”

“그거는 남 주거나 하지 마십시오. ”

“하하... 아무리 저라도 안 그래요. 선물로 받은 것을 함부로 남한테 줘버리는 건 주신 분에 대한 모독인걸요? 도로 빼앗아 가버리셔도 할 말이 없죠. ”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


머릿속에 섬광이 내달린 것은 그때였다.


‘도로 빼앗아 가버려도 할 말이 없다? ’


뇌리 속에 벼락이 내려쳤다.


“아앗! 설마? ”

“왜, 왜 그러세요, 갑자기? ”

“덕분에 알 것 같습니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


나는 곧바로 만찬장으로 달려갔다.

침울한 얼굴로 식기를 정리하고 있던 엠마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휴브리스 님? 뭔가 두고 가신 거라도... ”

“지금 당장 프란츠 자작님을 불러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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