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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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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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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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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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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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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억(1)

DUMMY

1.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자 풀벌레 우는 소리가 어지러이 들려왔다. 어둠은 부드럽게 그들을 감쌌다. 일행은 멀리서 보일 것이 염려되어 모닥불을 피우지 않았다. 춥지 않아 꼭 그럴 필요도 없었다.

댄은 밤이 좋았다. 낮은 항상 문제가 있었다. 너무 밝았다.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세상은 더러웠고 낮은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모든 것을 분명히 구분 짓고 그게 자랑인양 떵떵거렸다. 하지만 밤은 그러지 않았다. 밤은 더러움을 품었다. 자신의 속에 담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속삭였다. 섞일 수 있다고 속삭였다. 심지어 그에게까지 손을 내밀었다.

지금 밤은 그의 편이었다. 앨런은 자고 있었고 데릭은 경계를 서면서 졸고 있었다. 나무에 묶어놓은 말들도 축 늘어져 졸았다. 댄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뒤축이 먼저 땅에 닿고 이어서 순서대로 닿도록 했다. 신발에 흙이 부드럽게 밟혔다.

“어디 가냐?”

데릭이 조는 듯한, 웅크려 앉은 자세를 한 채 말했다. 댄은 대답하지 않고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데 집중했다.

“도망가는 거냐?”

데릭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는 기지개를 펴며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고는 일어섰다.

“왜? 무서워졌냐? 같이 다니다보니 이 모든 게 만만치 않은 거 같더냐?”

데릭은 그를 도발하려는 듯 떠들어댔다. 댄은 대꾸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앨런이 깨어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미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노인네가 한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너는 겁쟁이가 맞아. 전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도망쳤겠지. 안 그래?”

댄은 화를 참고 계속 걸었다.

“아니면 저 녀석이 무서운 거냐? 하긴 마을 하나를 불태워버리는 건 대단했지. 안 그러냐?”

“그런 거 아니야.”

댄이 참지 못하고 멈춰 서서 말했다. 그는 데릭을 노려봤다.

“그럼 왜 도망치지?”

“도망치는 거 아니다.”

“네 행색을 보고 말해라.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걸어가는 게 도망치는 거 아니면 뭐냐.”

“이게 서로에게 최선이라 생각해서 선택한 거다.”

둘은 서로 마주 노려봤다. 얼마지 않아 댄이 시선을 돌려 다시 자신이 걷는 방향을 보았다.

“핑계는 좋군. 저 녀석을 팽개치고 버리는 주제에.”

데릭이 말했다.

“버리는 게 아니야.”

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고 흔들렸다. 그는 다시 떠나야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그의 손에 묻은 피와 그게 증명한 것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괴로웠지만 의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윽고 그는 확신에 차서 발을 내뻗었다. 데릭이 댄에게 다가갔다. 그는 댄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 떠나려는 거냐.”

“알 바 아니잖아. 내쫓으려 할 때는 언제고.”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

데릭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는 머리를 긁은 손을 목 뒤에 얹고는 목을 주물렀다.

“앨런은 너에게 의존하고 있어.”

데릭이 말했다.

“잠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내가 떠나면 너에게 의존하겠지.”

“그렇게 되지 않을 걸.” 데릭은 이마를 주름을 잡은 채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은 나를 완전히 믿지는 않을 거야.”

댄도 앨런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데릭의 손을 어깨에서 걷어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댄이 말했다.

“내 말 안들은 거야? 네가 저 녀석한테 필요한 걸 줄 수 있다고.”

“난 아무것도 줄 수 없어.”

“그래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데, 뜻밖에도 네가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댄은 대꾸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데릭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손아귀에 있는 대로 힘을 줬다.

“네가 정 그렇게 떠나겠다면, 억지로 붙들어 둘 수밖에 없다.”

데릭이 말했다. 그는 분노를 담아 댄의 팔을 쥐어짰다. 댄은 어깨너머로 그를 바라봤다. 데릭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애한테 줄 수 있는 게 없어.”

댄이 힘없이 말했다. 데릭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데릭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댄은 데릭의 눈빛, 분노로 사나워진 그것을 보면서 그가 정말로 앨런을 아낀다고 생각했다. 데릭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에게 그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죄에 대해서. 그가 얼마나 추악한지 알려서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앨런이 이걸 알 필요는 없다. 댄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지막 남은 추한 자존심이 그녀의 기억 속에 그를 좋은 사람으로 남기고 싶어 했다.

“할 말이 있어.”

댄이 말했다.

“뭔데.”

데릭이 사납게 말했다.

“장소를 옮겨서 이야기하지.”

댄이 자고 있는 앨런을 보면서 말했다.

데릭은 무슨 뜻인지 금방 눈치 챘다. 둘은 야영지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야영지가 눈에 들어오지만, 말소리가 거기까지 펴져가지는 않을 만한 거리로.

“그래 뭔데.”

데릭이 말했다.

댄은 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지. 이 이야기를 함으로서 그가 위로받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이것이 다짐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속죄에 어떤 방향으로든 방해가 되지 않을지. 그러나 결국 그는 나아가야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이야기야. 이걸 듣고 나면 나와 같이 가는 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거야.”

댄은 어디부터 시작할지 생각했다. 어디를 시작으로 봐야할까. 가세가 기울어 가던 때? 부모가 싸우던 모습? 그가 선택을 했던 다른 많은 이유들? 아니다 이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일 뿐이다. 시작은 거기가 맞는 것 같았다. 그는 머릿속에 그때, 그날을 떠올리면서 무거운 입을 뗐다.


2.

나는 그때의 결정을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날의 결정. 모병관이 나에게 환한 웃음을 짓는 것과, 나를 배웅하는 부모의 모습. 아버지는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너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다.”

그의 말에서는 술 냄새가 풍겨왔고, 그래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서부 왕국의 영광을 위해 가고, 또 이겨서, 살아서, 돈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나 어렸었다. 얼마나 오만했던지, 또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우리는 후방에서 얼마간의 훈련기간을 거친 후에 전장에 투입되기로 되어있었다. 훈련은 힘들었다. 간단한 응급처치 요령과 각종 병기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배웠다. 대부분은 창과 검을 쓰는 법을, 몇몇은 활을 다루는 법을 단련했다.

또한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방진을 구성했다가 빠르게 산개하는 것을 수없이 연습하였다. 깃발이 한 번 펄럭이고, 북치는 소리가 들려오면 우리는 정해진 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펼쳐 진 채 방패를 비스듬히 들며 충격에 대비했다. 교관들은 이 훈련이 우리가 한 번에 몰살당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북소리가 긴박하게 연달아 나면 우리는 다시 모여서 서로 달라붙은 채 방패를 들고 진영을 갖추었다.

진영이 뭉개진 후에 전투에 대해서도 훈련이 이루어졌다. 검과 방패를 들고 혼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상대 기병에게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지만,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실전에서 별 도움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나는 훈련을 잘 따라가는 편이었고 교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 훈련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마지막 훈련에서 교관들은 우리 중에 성적이 좋은 몇몇을 뽑았는데 나도 거기 포함되었다. 뽑힌 사람들은 전선에서 끌려온 포로들과 대치했다. 포로들은 뒤쪽은 흙 언덕으로 막히고 위와 옆, 앞은 나무 창살로 막힌 감옥에 갇혀있었다. 우리와 포로들은 뽑히지 못한 다른 훈련병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조교들은 감옥 안에 나무로 된, 뭉툭한 무기들을 쏟아 넣었다. 반면에 우리는 날이 선 진짜 무기를 들고 있었다.

교관들은 우리를 모아두고 설명했다. 이것은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한 것이고, 실수하면 죽을 수 있으니 긴장하고 훈련에 임하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가 위협을 느껴봐야 한다면서 방패를 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날카로운 눈매의 뾰족코 교관은 나를 뚫어져라보고 있었다. 그는 훈련 과정에서의 내 성적을 보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른 동기들과 함께 포로들 앞에 진형을 갖추고 무기를 들었다. 우리는 토끼몰이를 하듯이 가로로 길게 죽 늘어선 채 창을 앞으로 세워들고 천천히, 열을 맞추어 전진했다. 그리고 빠져나가는 놈들이 없도록 2열에 검을 든 훈련병들이 뒤따랐다. 준비가 끝나자 조교들은 감옥의 문을 열고 흙 언덕 위로 올라갔다.

포로들은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아직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그들은 느리게 상황을 파악했다. 마침내 몇몇이 상황을 이해했는지 나무 무기를 집어 들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우리는 훈련을 받으며 동부 국가에는 호전적이고 야만적인 인간들이 산다고 들었다. 그들은 사람의 피를 짜 마시며, 눈앞에 있는 사람을 찢어죽일 생각만 하는 인간들이라고, 그렇게 들었다.

그러나 포로들은 덤벼들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움에 차서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뒤는 흙으로 쌓아올린 가파른 언덕과 위를 막고 있는 나무 창살로 인해 완전히 막혀있었다. 조교들은 흙 언덕 위에 서서 포로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동부 말로 뭐라 소리쳤다. 아마 포로들이 덤벼들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포로들은 덤벼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살기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그들의 표정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절망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남겨진 길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이 먼저 용기를 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이들도 뒤따랐다. 그러나 그 눈, 눈에는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들의 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떤 이는 두려움, 어떤 이는 절망, 어떤 이는 분노를 담고 덤벼들었다. 심지어 울면서 달려드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사람도 그걸 본 건지 옆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웃기지 않았다.

포로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세나 무기나 수나 어느 하나 앞서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창을 되는 대로 마구 찔러 넣었다. 몇몇 포로들은 창 사이로 용케 통과했지만, 곧 칼에 베여 죽었다.

포로들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하나씩 쓰러져 갔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 훈련병들은 큰 소리로 환호했다. 남은 포로들은 겁에 질려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다시 깃발이 올라갔다. 훈련병들은 자신이 죽인 포로들의 시체를 넘어갔다. 나 또한 시체를 넘어 가야 했다. 아래에 놓인 시체는 배가 찢어져 선홍빛의 내장을 쏟아낸 채 굳어가고 있었다. 그다지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았고,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다지 악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그는 여기서 내장을 쏟으며 죽었다.

옆에서는 누군가 시체를 넘어가다 밟았는지 욕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로들을 몇 죽이자 여유가 생겼는지 농담하고 낄낄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 상황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몇 번 더 전진하고 나자 포로들과 맞닿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살육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때 포로 중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떨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눈 속에 두려움을 가득 채운 채.

도저히 그를 찌를 수 없었다. 나는 뒤로 슬슬 물러섰다. 포로는 잔뜩 숙인 채 내가 낸 구멍으로 빠져 나왔다. 그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뾰족코를 한 교관이 그를 붙잡았다. 교관은 그를 붙잡고 거칠게 내 눈앞으로 끌고 왔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처리해!”

교관은 포로를 바닥에 집어 던진 후에 내 어깨를 잡아 흔들며 말했다. 그는 내 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교관의 눈은 새까매 보였다.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한 까만 눈이었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게 들어있을 것 같았다. 저 까만 장막을 헤치면 내가 겪을 모든 일들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포로의 죽음을 삼키고 전장에서 적의 죽음과 동료의 죽음도 삼키고 다른 죽음들도 삼키고 나면 저런 까만 눈이 되는 걸까?

그는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명심해. 저 바깥에서는 마주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는 거야.”

나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 손은 여전히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교관은 나에게 검을 들이 댔다.

“적을 죽이지 못하는 병사는 쓸모없다. 빨리 결정해라.”

나는 그를 죽일 수 없었다. 이건....... 이건 아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내가 포로를 보고만 있자 뾰족코는 내 어깨를 붙잡고 자신을 보게 몸을 돌렸다. 그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며 뭐라 뭐라 소리쳤다. 뭐라 그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생각에 압도되어 있었다. 이건 아니다.

그때 내 동기인 레너드가 다가왔다. 그는 나와 교관과 포로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상황을 알아채고는 망설임 없이 손에든 검으로 포로의 목을 찌르고 배를 난도질 했다. 포로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다가 배가 찢어질 때쯤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가 내 일을 대신 처리했으니 교관이 나를 쫓아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에서 도망갈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이런 것을 안 볼 수만 있다면.

교관은 나를 내쫓지 않았다. 그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뒤로 물러서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레너드는 나에게 자리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나는 그를 따라 자리로 돌아 왔다. 그 앞에는 어딘가 찢어지고 잘린 시체들이 수북했다. 피가 흘러나와 발을 적시고 배설물의 악취도 풍겨왔다.

우리는 시체들을 대충 그러모아 장작과 함께 불태워버렸다. 역겨운 냄새가 한참동안 풍겨왔다. 그러나 가장 끔찍했던 것은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도 역겨운 냄새도 아니었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전우들이었다. 환호하는 전우들. 서로 얼싸안는 전우들. 기쁨에 차서 웃고 있는, 혹은 시답잖은 농담을 지껄이는 전우들. 나와 다르지 않은, 전우들.


데릭은 댄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댄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흠. 후방 이야기는 처음 듣네.”

데릭이 말했다. 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말을 멈추고 쉬고 싶었다. 오랜만에 떠올리는 기억은 그가 덮어둔 것들, 혹은 시간이 쌓아둔 것들을 찢으며 고통스럽게 올라오고 있었다. 데릭도 그걸 아는지 혼자서 떠들어댔다.

“나는 용병으로 거기 참전했었지. 아마 너보다 먼저였을 거다. 용병이랑 기사들이 먼저 싸우다가 밀려서 모병을 시작한 거였으니까. 생각보다 훈련은 열심히 시켰나 보네. 내가 본 놈들은 죄다 형편없었는데.”

데릭도 그때 생각을 하는지 자기 신발코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별로 좋은 시절은 아니었지. 그래도 뭐 싸워야 했으니까.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었겠어.”

“그래 그랬지.”

댄이 텅 빈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 모든 광기와 악의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이 어쩔 수 있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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