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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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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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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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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175,388

작성
19.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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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성(4)

DUMMY

“빨리 열어 아드리언!”

칼슨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뒤쪽에서 8군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밀려들어오는 경비병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드리언이 마침내 아치문을 완성하고 먼저 넘어가자 칼슨과 병사들이 차례로 뒤따랐다.

“닫아.”

칼슨이 말하기도 전에 아드리언은 문에 다시 벽돌을 채워 넣고 있었다. 곧 문이 있던 자리는 단단한 벽이 되었다.

그들은 바로 달렸다. 응접실 주변에는 방이 없어 복도를 통해 진입해야 했다. 복도를 따라 달리자 뒤에서 경비병들이 쫓았다.

긴 복도 한 가운데에 방이 있었고, 그곳이 응접실이었다. 아드리언이 먼저 들어가 바닥에서 벽돌을 몇 개 뜯어냈다. 그걸로 벽을 만들어 병사들이 모두 들어오자 문을 막았다. 병사들은 벽이 뚫릴 것을 대비해 입구에서 방진을 짜고 대기했다.

아드리언은 바닥을 뚫기 시작했다. 바닥은 벽보다 두꺼워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양파를 벗겨내듯 바닥의 돌을 한층, 한층 씩 걷어내고 있었다. 구멍은 원 모양으로 팠고 무너지지 않도록 벽돌을 구부려 원 모양으로 맞물리게 해 구멍의 테두리에 놓아 압력을 견디게 했다. 언뜻 보면 우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는 사이 경비대는 입구의 돌 벽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벽의 가운데가 점점 튀어나왔다. 한 번 더 쿵 소리가 나자 벽돌들이 한 움큼 빠져나갔고 그 균열로부터 벽이 허물어졌다.

벽 뒤에서 나타난 경비대는 어디서 구해 왔는지 잘린 통나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그대로 통나무를 밀어붙여 8군 병사들의 방패를 밀어냈다. 가운데를 막던 병사들이 뒤로 자빠지며 일시적으로 구멍이 생겼다. 곧장 다른 병사들이 달려들어 구멍을 메웠다.

“됐다. 뚫렸어 빠져나와.”

칼슨이 지시했다. 이번에는 칼슨이 먼저 내려가고 그 다음에 댄이 던져졌다. 나머지 병사들도 한명씩 빠져나왔다. 방 입구가 좁아 3명이면 막을 수 있는 수준이어서 병사들이 빠져나가도 방진이 뚫리지 않았다. 경비대는 침입자들의 방패를 툭툭 치면서 틈을 노리고 있었다.

아드리언은 벽돌들을 모아 다시 벽을 만들었다. 병사들에게 신호하자 그들이 뒤돌아 달림과 동시에 벽이 움직여 입구를 막았다. 병사들이 내려가고 난 뒤 아드리언도 내려갔다.

“놈들이 없어. 이것 봐.”

내려가자마자 칼슨이 바닥에 놓인 머리가 탄 시체를 가리켰다.

“탈출했군.”

아드리언은 간결하게 반응하고 위에 난 구멍을 메우는데 집중했다. 기다리는 동안 칼슨은 시체들을 구석으로 끌고 갔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댄은 안심했다. 앨런은 일단 무사한 모양이었다.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이들은 불탄 시체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앨런의 능력을 아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이 그걸 아는 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아드리언 이것 좀.”

아드리언이 일을 끝마치자 칼슨이 시체를 가리켰다. 아드리언은 시체를 벽돌로 덮었다.

“이 아래쪽은 길이 단순하네요. 찾기 어렵진 않겠어요.”

밖을 둘러보고 온 크리스가 말했다. 칼슨을 선두로 복도로 나갔다.

응접실에서 지하로 통하는 계단까지는 거리가 있으니 경비대가 오기까지 여유가 좀 있었다. 그 안에 마녀를 찾아내고 탈출한다면 일이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며 그들은 복도를 달렸다.


앨런은 귀를 쫑긋 세운 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어딘가 위쪽에서 시끄러운 쿵쿵 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오던 데릭은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길은 복잡하지 않았다. 가끔씩 옆으로 통하는 길이 나오는 정도였는데, 그렇게 나눠지는 길도 조금 걷다보면 다시 합쳐져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간간히 놓인 횃불이 어두운 복도를 비추고 있어 길 찾기는 더욱 수월했다.

앨런은 큰 소리가 들려올 때면 잠시 멈춰서 귀를 기울이다가, 소리가 멈추면 다시 움직이곤 했다. 그래서 그리 빨리 걷지 못했고 데릭은 간간히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앨런에게 그걸 말하지는 못했다. 데릭은 자신이 당분간은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앨런을 자극해서는 안 됐다. 앨런에게 계속 붙어있어야만 했다. 이건 그에게 부여된 의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그러고 싶기도 했다. 앨런 곁에서 그녀를 돌봐주고 싶었다. 앨런이 지금은 조금 제멋대로 굴고 있긴 하지만, 뭐 젊은이들은 그러기 마련 아닌가? 데릭은 짜증이 나긴 해도 참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앨런에게 신경을 쓰는 걸까? 그는 자신에게 종종 물어보았다. 그에게 임무를 준 사람은 건조함을 요구했었다. 마녀와 감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고, 짐승에게 먹이를 주듯이 대하라고 말했었다.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데릭 자신의 마음도 많이 변했다.

다시금 현재로 돌아와 앨런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탑에 남아있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마을에서, 좀 더 신경 써서 경계했으면, 그래서 아무도 탑에 다가가지 못하게 했으면, 꼬맹이도 탑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해도 늦었다. 일은 벌어졌고, 중요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앞을 생각하자. 곧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아저씨, 들려?”

앨런은 귀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땅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그들이 떠나온 방향에서 들려왔다.

“뛰자.”

달리며 뒤를 보니 이제는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이에 한 무리의 병사들이 있었다. 저들도 그들을 발견했는지 뭐라고 떠들었다.

“멈춰라.”

칼슨이 소리침과 동시에 익숙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댄?”

앨런이 멈추자 데릭도 따라서 멈췄다.

“그래. 이 놈의 목숨이 아깝거든 거기 가만히 있어.

“댄, 왜 거기에.......? 원하는 게 뭐야.”

앨런이 추적자들과 마주 섰다.

“우리랑 같이 가주면 된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지.”

칼슨이 말했다.

“하하. 저 놈한테 뭔 짓을 하건 우리가 신경 쓸 거 같으냐?”

데릭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는 몰라도 저 녀석은 신경 쓰겠지.”

칼슨이 앨런을 보며 말했다. 앨런이 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표정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때, 앨런을 바라보며, 댄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국 앨런에게 폐밖에 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그녀는 여길 무사히 빠져나갔을 것이다. 더는 자존심이고 옳은 일이고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옳은 일이 뭔가? 그녀를 위험에서 구하는 거야말로 옳은 일 아닌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의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너드.”

댄은 뒤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 바로 뒤에 있는 그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레너드가 바짝 다가왔다.

“네 제안을 받아들일게. 날 구해주면 널 용서하지.”

댄이 말했다.

“음 그건 진정한 용서가 아니야. 그래도 부탁은 들어주지.”

“그럼 당장.......”

“당장은 안 돼.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 뭘 하겠어. 기다려. 곧 혼란이 있을 거야. 그때를 노리자고.”

앞쪽에서는 여전히 데릭과 칼슨이 대치하여 떠들고 있었다.

“인질을 데리고 있긴 한가? 보이질 않는데?”

데릭이 묻자 칼슨이 뒤쪽에 손짓을 했다. 병사가 댄을 끌고 앞으로 나왔다. 얻어맞아 한쪽 눈이 충혈 되고 눈두덩이가 부어올라 보고 있기가 힘든 몰골이었다. 팔과 손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놔줘.”

앨런이 다급하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저 놈들 말대로 하지 마.”

댄이 말하자 칼슨이 바로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조용히 해.” 칼슨이 말했다.

“찾았다 이 새끼들.”

앨런과 데릭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찰스가 이끄는 경비대가 늘어서 있었다. 앨런은 찰스와 칼슨 사이에 낀 모양새가 되었다.

“뭐야 이 놈들은 왜 나와 있냐? 네놈들이 꺼냈나?”

찰스가 앨런을 보고 칼슨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칼슨은 대답 없이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곧 댄이 뒤쪽으로 빼내지고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선두에 늘어섰다.

“그래, 말보단 주먹이지. 경비대! 전투 준비!” 찰스가 외쳤다.

댄은 데릭이 앨런을 끌고 옆길로 빠지는 걸 보았다. 앨런이 좀 버티는가 싶더니 데릭이 힘으로 끌자 딸려갔다. 칼슨과 아드리언도 그걸 보았으나 경비대 때문에 나설 수가 없었다.

댄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레너드가 그의 신호를 알아보았다.

“그래. 이정도면 가능하겠어.”

레너드가 속삭였다. 댄 가까이에는 레너드와 병사 한명밖에 없었고 다른 이들은 앞에서 경비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를 담당하는 병사도 경비대를 보고 있었다.

“잠시, 잠시 기다려. 놈들이 싸울 때까지.”

레너드가 말했다.

“떨어져. 뭐라고 속닥거리는 거냐.”

병사가 레너드에게 말했다. 레너드는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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