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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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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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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175,388

작성
19.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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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5

DUMMY

왕성 접견실에 회색머리가 성성한 남자가 들어왔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과 세어가는 머리카락이 나이를 알려주었으나 몸은 건장하여 힘없어 보이지 않았다.

“마법협회장이 도착했습니다.” 집사가 말했다.

“불렀나?”

남자가 의자를 끌어다 아무데나 놓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래, 케이론. 문제가 생겼네.” 왕이 말했다.

“자네가 와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면 보통 문제가 아니겠구먼.”

“심각한 문제입니다. 몇 년 전에 일을 결정하면서 염려했던 그 문제가 터졌습니다.”

집사가 설명하자 케이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거짓으로 쌓아올린 게 얼마나 갈 거라고 생각했나. 그나저나 뻔뻔하기 이를 데가 없군. 내 충고는 무시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도움을 바라다니.”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지.”

왕이 말했다.

“그럼 네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게.”

케이론이 매몰차게 말했다.

“케이론, 제발 도와주게. 자네도 이 일에 관여하고 있을 것 아닌가. 자네와 마법협회가 돕는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 있어. 이대로 가다간 전쟁이 있을 걸세.”

왕이 간절하게 빌었다.

“전쟁의 불씨를 남겨둔 건 자네일세. 그런데 나에게 그 처리를 바라는가?”

“부탁이네.”

“자네는 위선자야. 자기가 한 일이 뭔지 뻔히 알면서도 성인군자인척 했지. 자네의 행동이 선한 의도에서 나왔다고 믿는가? 인정하게. 자네는 그저 한센에게 더 이상의 봉토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야.”

“그게 아니라는 거 알잖나.”

“그렇게 믿고 싶은 거 아닌가.” 말을 마치고 케이론은 가만히 왕을 보았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조언정도밖에 없네.”

“어떤 조언인가?” 왕이 다급하게 물었다.

“궁에 광대를 들이게. 사후에 우울왕 같은 별명으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

케이론은 왕의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접견실에서 나가버렸다.



아리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센의 발을 보았다. 질 좋은 가죽의 광택이 눈을 찔러 들어왔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앉아있었고, 아리사는 그 앞에 꽤나 떨어져 서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병사들이 서서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다.

“화재를 조사하려다가 왕궁 소속의 병사들과 마주쳤다고.” 한센이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여 말했다. 아리사가 고개를 더 숙였다.

“그렇습니다.”

“보고서에 적힌 대로군. 자네를 부른 것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네.” 한센이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더 말씀드릴 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흠 그러면 놈들의 정체는 아직 모르는 건가?”

“죄수들 말입니까?”

“그래.” 한센의 말에 아리사는 슬쩍 눈을 들어 그의 표정을 살폈다.

“왕실 근위대의 말로는 왕의 죄수들이라고 하더군요.”

“놈들과 조우했었나? 보고서에 그런 언급은 없던데?”

“그 이후로 바로 성으로 달려오느라 보고서를 새로 작성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친위대가 여긴 왜 왔지?” 한센은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중얼거렸다. “그 죄수라는 놈이 그렇게 중요했나? 죄목은 뭐던가?”

“수배서에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정말인가?” 한센이 흥미를 드러냈다. 죄목이 적히지 않은 죄수는 보통 알릴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자들이었다. “보통 죄수들이 아니었나보군. 놓친 게 아쉬워. 추적은 진행되고 있나?”

“제 담당이 아니어서......”

“왜 자네 담당이 아니지? 오늘부터 추적대는 자네가 지휘하게. 이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네 아닌가.”

“추적은 이미 카리스님이......”

“카리스는 내 호위를 맡을 거네. 추적대는 자네가 맡게.”

“호위는 켈리 경이 맡고 있지 않습니까?”

“켈리 경은 귀족회의가 열리는 동안 한센성의 경비를 맡을 걸세. 올해 귀족회의는 한달 일찍 열리게 되었지 뭔가. 그래서 나도 바로 출발하게 되었지. 이제 질문은 더 없는가?” 한센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없습니다.”

“좋아.” 한센이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봉랍을 녹여 떨어뜨리고 반지로 눌러 문양을 새겼다. “자네를 추적대의 임시 대장으로 임명하네.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병사에게 손짓해 종이를 전달하게 했다. 병사는 아리사에게 종이를 건넸다.

아리사는 고개를 숙여서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 접견실 바로 밖에서 쿼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추적대에 합류하기로 되어있는 탓이었다.

“좋지 않아.” 아리사는 종이를 거칠게 말아서 품 안에 넣으며 말했다.

“추적대를 지휘하게 되었나 보군요. 골치 아프시겠습니다.” 쿼지가 말했다.

아리사는 그를 힐끔 보아 표정을 살폈다. 쿼지가 한센에 대한 충성심을 떠본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는 야심가였고, 감시대 내에서도 정치적인 연줄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인물이었다.

“기회지. 동부를 위한 공을 세울만한.” 아리사는 짧게 대답했다. “게이트는 이쪽으로 배정되지 않았나봐? 새 임무를 맡았나?”

“게이트는 왕궁 병사들을 쫓아 숲으로 들어간 이후로 행방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흠.” 아리사가 유감이라는 듯이 소리를 내었다. 어떤 일이 있었을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추적대에 합류하실 겁니까?”

“그래야지.” 아리사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아리사는 머릿속으로는 앞으로의 일을 가늠해보았다. 놈들은 말을 훔쳐 타고 달아났다. 추적대는 성에서 피해를 파악하고 시신을 수습하고 하는 일들 때문에 추적을 바로 진행하지 못했다. 흔적들은 희미해지고, 놈들은 멀어졌을 것이다. 아마도, 추적은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할 거고, 한센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겠지.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정보를 줘도 한센은 더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쥐어짜겠지.

결국 이번 일을 마치기 전까지 상황을 뒤집을 만한 정보를 얻어야한다.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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