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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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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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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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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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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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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4.도시(3)

DUMMY

3.

다음날 아침, 데릭은 눈을 뜨자마자 앨런에게 나간다고 말하고 방을 나섰다. 앨런이 그를 따라 나왔다.

“너도 가려고? 그냥 있어. 이런 건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

데릭이 말했다. 앨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물어볼게 있어서. 어제 그거 내 얘기야?”

“뭐? 뭐가?”

“그......, 약재상에서 했던 얘기. 소름끼치게 하얗다는 거.”

“아.”

데릭이 태연한척 웃었다. 그리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신경 쓰지 마. 이상한 미신 같은 걸 믿나본데 너랑 상관없는 이야기야.”

“여관 주인도 내 얼굴을 보고 놀라던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그 사람들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봤어.”

“착각이겠지. 여기서 저놈이나 잘 돌봐줘. 시간 좀 걸릴 테니까.”

데릭이 말했다. 그리고 대답을 듣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는 앨런에게 쓸데없는 것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나, 그걸 직접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였다.

데릭은 여관 1층으로 내려갔다. 카운터에서 여관 주인이 졸음에 겨운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여기 사람이 모일만한 곳이 어디냐?”

다가가서 묻자 주인은 몽롱한 얼굴로 그를 보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눈빛이 또렷해졌다.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마법 협회 앞이지요.”

“그런 사람들 말고 여기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일을 하지요.”

“그럼 약을 구할 만한 데를 아나?”

“약재상.......”

“거기 말고.”

여관 주인은 그가 뭘 말하는 지 깨닫고 기분이 상했다.

“모릅니다. 여기는 정직한 상인 분들이 이용하는 여관이에요. 제 고객 분들은 그런 걸 묻지 않으시고 저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딱딱하게 말했다. 데릭은 기분을 풀어주고자 실실 웃었다.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니까 진정하라고. 혹시 주변에 할일 없는 놈들이 모이는 곳은 있나?”

여관 주인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를 보다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런 사람들은 골목에나 있을 겁니다. 거기서 찾아보세요.”

데릭은 여관에서 나와 동쪽으로 뻗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은 대로와 퍽 다른 세계였다. 건물들에 가려 하루 종일 어두웠고 그에 맞게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각종 도둑들과 수배중인 죄인들과 같은 거친 뱀 같은 사람들, 빚에 떠밀려 온 사람들 땅을 잃은 사람들과 같은 작고 약한 벌레 같은 사람들. 약하던 아니던 간에 그들에게는 독이 있고, 그러니 골목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다.

데릭도 메이헴에 있으면서 도시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았다. 서쪽에서 온 행상들이 말하기로는 상인들이 모여 만들었거나 마법협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많은 상인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들르고, 농부들이 새 삶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찾아간다고. 행상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농부들이 찾던 새 삶은 이곳에도 없었다. 도시는 이미 약삭빠른 이들의 것이었고, 농부들은 새 주인을 모시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잡일을 했고, 터무니없는 품삯을 받았다. 때로는 그런 품삯조차 없을 때도 있었다. 생활을 유지하는 건 힘들었고 그들은 더 나은 제안을 찾아 골목으로 모여들었다.

도시는 그 모습을 아름답게 치장했으나, 속은 썩어가고 있었다. 썩은 상처에서 나온 구정물들은 골목에 고였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실상 골목을 포기했다. 쓰레기와 범죄자들은 치우고 또 치워도 생기기 마련이었고, 도시들은 그것들을 골목에 가둬둔 채 외면하는 것을 택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불쾌한 냄새가 맞이해주었다. 포장되지 않은 길에서는 오물과 뒤섞인 진흙이 찐득하게 들러붙는 것과 거기서 나오는 악취가 바로 느껴졌고, 더 들어가자 물속에 들어간 듯 먹먹하게 들리는 대로의 소리, 후드를 눌러 쓴 수상한 사람들 같은 것들이 묘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데릭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소리로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귀를 기울이며 골목을 걸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소곤거리는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는 집을 찾아냈다. 문 위에 조잡하게 돼지를 그려 넣은 나무판이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순간 소리가 뚝 끊기더니 그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길 잠시, 데릭이 빈 테이블을 찾아 앉자 한둘씩 시선을 떼더니 다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광대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마른 여자가 다가오더니 주문을 묻기에 가장 싼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주위를 신중하게 둘러보았다.

작은 창으로 햇빛이 한 가닥 들어와 어두컴컴한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돌로 대충 쌓은 듯한 벽, 바닥 중간중간 돌이 빈 곳에 드러난 흙이 인상적이었다. 돼지기름에 볶은 콩과 묽은 스프가 나오자 그걸 먹으며 계속 주변을 관찰했다.

입구 가까이에 앉은 세 명은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옆 테이블에 앉은 무리는 두 명이었는데, 음식을 입에 떠 넣느라 바빠 보였다. 가장 안쪽에 있는 이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뭐라 속삭이고 있었다.

데릭은 일어나 식사에 열중하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불안해 보이는 이들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되어 쓸모없어 보였고, 구석에 있는 이들은 너무 오래되어 이방인들을 믿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데릭을 흘낏 보았다.

“뭐요.”

지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물을 게 있다.”

“왜 우리가 대답할 거라 생각하시오?”

좀 더 젊고, 마찬가지로 지친 목소리의 남자가 물었다. 데릭은 품 안에서 끈으로 윗부분을 묶어놓은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끈을 풀고 주위에 보이지 않게 슬쩍 은화를 들어보였다.

“어때 대답 할 수 있겠냐?”

둘이 은화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데릭은 은화를 집어넣고 대신 구리로 된 주화를 몇 개 꺼냈다.

“은화는 너희들이 똑바로 대답 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주도록 하지. 이 근처에 물건 구할 만한 데가 있나?”

“훔친 물건과 밀수된 물건을 파는 시장이 있소.”

“약재도 취급하나?”

“그렇소.”

“어디에 있지?”

“여기서 멀지 않소. 바로 앞으로 가 갈림길에서 오른 쪽으로 걷다보면 문이 나 있는 건물이 보일 거요. 문 가장 아래쪽에 작은 x 표시가 있다면 잘 찾아 간 거요.”

데릭은 주화를 그들에게 주고 거리로 나왔다.



댄은 어제보다는 상태가 좋아 보였다. 깨어있었고 열도 조금 내렸다. 그러나 나으려는 건지 아니면 심해지기 전에 잠시 호전된 건지 구분할 수가 없어 불안했다. 앨런은 옆에서 물수건을 건네주거나 물을 가져다주었다.

누워있는 동안 댄은 멍하니 천장을 보는 일이 많았다. 전에처럼 생각에 빠져있는 듯 했는데 앨런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댄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한동안 같이 여행했고 많은 일을 함께 겪었음에도. 앨런은 댄이 자신을 도왔듯이 그를 돕고 싶었다.

“무슨 생각해?”

앨런이 물었다.

“아무 생각 안 해.”

“거짓말 말고.”

“거짓말 아니야.”

“그럼 그때는 무슨 생각했어?”

“언제?”

“성길에서.”

“그때는.......”

댄은 말을 흐렸다. 앨런에게 말하는 게 꺼려지기도 했고,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도 했다. 보통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두서없이 짤막한 파편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댄이 대답하지 못하자 앨런은 질문을 바꿨다.

“날 만나기 전에는 뭘 했어?”

“별로 알고 싶지 않을걸.”

“말해줘. 너는 나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봐놓고.”

앨런이 웃으면서 말했다. 댄도 희미하게 웃었다.

“정말 별 거 없었어.”

“군인이었다면서.”

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랬지.”

“나쁜 놈들을 상대로 싸운 거야?”

“아니.”

“그러면?”

“프리키온 사람들과 싸웠어.”

“이겼어?”

“아니.”

“졌어?”

“아니.”

“멍하니 있을 때면 그때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이야기하면 안 될까?”

자꾸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튀어나와서 댄은 주제를 바꾸고 싶었다.

“아, 불편해?”

“조금.”

“그래도 즐거운 일도 있었겠지.”

“있긴 있었지. 좋은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 이야기는 괜찮지 않아?”

댄은 앨런이 이런 식으로 계속 묻는 것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적당한 이야기를 골라서 해주자고 생각했다.

“조지는 술을 자주 마시면서도 언제나 친절했어. 레너드는 같이 훈련받던 친구인데 운 좋게 같은 부대에 배정받아서 친하게 지냈지. 찰리는 호탕한 사람이었는데 틈만 나면 고향이야기를 지겹게 해댔었고.”

댄은 태연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자신에게 꽤 놀랐다. 편안한 기분으로 누워서 그때 이야기를 한다는 게 사뭇 뻔뻔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댄이 눈을 질끈 감고 있자 앨런이 물었다.

“아니.”

“사람들 이야기를 더 해줘.”

조지는 머리가 박살나 죽었고, 찰리는 민가에서 목을 맸다. 그리고 레너드는 칼에 찔려 죽었다. 댄은 이걸 앨런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가 슬픈 표정으로 침묵하자 앨런도 더 캐묻지는 않았다.

침묵을 틈타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래층이었다. 누군가 여관에 들어와서 주인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앨런은 방문 앞에 쪼그려 앉아 귀를 문에 가져다 댔다.

“말했잖아요. 방은 꽉 찼어요.”

여관 주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이오? 손님을 받기 싫어 그러는 거 아니오?”

남자의 화난 듯한 목소리도 들렸다. 신경질적인 발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다시 여관 주인의 목소리가 났다.

“아니라니까요. 됐고 나가세요.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요.”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계단에서 조심스럽게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발을 올려놓으며 2층에 올라섰다.

이윽고 2층의 방들이 하나씩 열렸다가 닫혔다. 여관 주인은 아직도 남자와 싸우고 있어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 누군가가 마침내 앨런의 방 문 앞에 서자 그녀는 문에서 물러났다. 문이 열리고 망토를 뒤집어 쓴 남자가 튀어나왔다.

“아, 미안합니다. 이 시간에 여관에 손님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남자는 말하면서 시선을 방 안 곳곳으로 옮겼다. 눈이 잠시 누워 있는 댄에게 머물렀다.

“뭡니까!”

댄이 상체를 일으켜 앉은 채로 말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 인사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남은 방들을 모두 열어보고는 달려 내려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여관 주인과 싸우던 남자도 화를 내면서 나가버렸다.

“뭐야 저거.”

댄이 투덜거리며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느낌이 안 좋아.”

앨런이 말했다.

앨런은 그의 시선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앨런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고, 또 놀람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도 같았다. 탑에서 자주 봤었던 표정. 찾던 것을 발견했을 때 짓는 번뜩이는 표정.

“댄.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일어나.”

“아까 그 사람들 때문에?”

댄도 꺼림칙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였다. 앨런이 고개를 끄덕이자 댄은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 걸터앉았다. 그는 앉은 채로 장비를 점검하듯이 팔 다리를 움직여보았다. 잠시 지나자 어느 정도 힘이나 일어섰다. 약간 휘청거렸지만 그럭저럭 걸을 만 했다.

“부축은 됐어.”

앨런이 팔을 붙잡으려고 하자 댄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검을 찾아 허리에 차고는 방을 나섰다. 앨런이 먼저 살금살금 내려가 슬쩍 보니 여관 주인은 골이 난 얼굴로 거칠게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앨런이 손짓하자 댄은 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내려왔다. 둘은 여관 주인의 눈을 피해 느릿하게 여관에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해는 높이 떠 있었고,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로를 걷는 동안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어디가 안전할지 생각해 봤지만, 어디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도시는 완전히 낯선 곳이었다.

“골목으로 가자.”

문득 인파 속에서 느리게 걷는 게 눈에 띌 거라는 생각이 들어 댄이 말했다. 그들은 바로 앞에 갈림길에서, 큰 건물 사이에 난 조그마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의 초입. 깊어질수록 어두워지는 풍경.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악취. 이런 곳에 앨런을 데리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너는 데릭에게 가 있어.” 댄이 말했다.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데?”

댄이 목을 문질렀다. 아마도 저들은 그를 쫓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앨런과 억지로라도 떨어져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미 늦어버려 저들이 앨런도 붙잡으려 할까? 상황이 너무나 불확실했다.

“또 무슨 생각해? 그 사람들 알아?”

앨런이 물었다.

“알지도 몰라.”

댄이 말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해 보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릴래?”

“왜?”

앨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보았다.

“상황을 살피고 올게.”

“그냥 도망치면 되잖아.”

“위험해.”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

앨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되묻자 할 말이 없었다.

“앨런. 저 사람들은 아마 나를 쫓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나와 떨어져 있으면 너를 쫓지는 않을 거야.”

“이럴 시간에 움직이자. 따돌릴 수 있을 거야.”

“앨런.”

“만약에 따라잡히면 내가 해결해 줄게.”

댄은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았다.

“앨런. 너를 위험하게 만들기 싫어.”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 그냥 네가 한 일들에 보답을 받는다고 생각해.”

“네가 사람들을 불태우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걸 부탁한다면 탑에 널 가둔 사람들과 내가 뭐가 다르겠어?”

“달라.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야.”

댄은 그게 다를까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앨런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댄은 한숨을 내쉬고는 앞서 걸었다. 앨런이 주위를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



동이 트자마자 병사로부터 보고가 왔다. 감시하던 여관 중에 한곳에서 목표물 일행 중 한명이 나서는 것을 목격한 것이었다. 윌렛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여관에 한명씩을 남겨두고 나머지를 끌고 송아지 여관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감시하던 병사가 상황을 설명했다.

“목표물 중에 덩치 큰 남자가 이 여관에서 나서는 것을 봤습니다.”

병사의 말에 윌렛은 약간 실망했다. 나간 게 마녀이길 바랐던 것이다. 마녀만 없으면 나머지 둘을 사로잡아 인질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머지는.”

“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안에 있는 지 확인부터 하지. 확인되면 겁을 줘서 놈들이 나오도록 만들어라. 너는 다른 여관들을 돌면서 대기 중인 놈들을 불러와.”

윌렛이 병사들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곧장 병사 둘이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나왔다.

“목표물은 안에 있었습니다. 남자 놈의 간호를 하고 있더군요.”

안에 들어갔던 병사가 말했다.

“나올 거 같더냐?”

윌렛이 물었다.

“불안해보였습니다. 아마 튀어나올 겁니다.”

병사가 대답했다.

목표물들은 조심스럽게 여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한동안 헤매더니 골목을 향해 걸었다. 윌렛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는 목표물들이 다시 돌아갈 것에 대비해 송아지 여관에 한명을 남겨두고 나머지 병력들과 목표물들을 따라갔다.

그때 꺼림칙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저 놈들은 또 뭐지?”

윌렛이 목표물들의 뒤에 따라붙은 남자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8군 병사들이 아니었다.

“움직임이 보통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병사가 말했다. 윌렛도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들은 부드럽게 거리를 조절하면서 목표물들과 발을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다 꼬리가 밟힌 거지?”

윌렛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흠칫 놀랐다. 저들이 우리도 감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당장 움직여 네 명을 데리고 좁은 골목으로 갔다. 사방이 막혀 감시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너희 둘은 이 주위를 돌면서 우리를 지켜보는 놈들이 있는지 살펴봐라.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두 명이 떠났다.

“너희 둘은 내 신호에 맞춰 목표물에 들러붙은 놈들을 치워.”

병사들은 먼저 자리를 잡으러 떠나고 윌렛은 잠시 기다렸다가 목표물을 감시하는 위치로 돌아왔다. 목표물은 골목으로 들어가다 말고 멈춰 있었다. 뭔가 이야기하는 듯 싶더니 골목으로 들어가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남자들도 뒤따라 들어갔다.

병사들이 윌렛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윌렛은 안전한 위치에서 미행을 계속하며 정찰 보낸 병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곧 그들이 뒤에서 나타났다.

“감시하는 놈들이 더 있었습니다.”

병사가 말했다.

“몇이나?”

“두 명입니다.”

윌렛은 신중히 생각했다. 그들을 감시하는데 고작 4명만 배치되어 있는 건 이상했다. 좀 더 많은 인원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렇다 해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깊은 골목으로 들어와서 꺼려질 것도 없었다. 약간의 소란이 있더라도 일상적인 일이니 눈길을 끌지 않을 것이다.

“앞에 있는 팀이 목표물에 들러붙은 놈들을 제압하는 사이에 우리는 목표물을 쫓는다.”

윌렛이 병사들을 둘러보고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놈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입하기 전에 일을 마치면 알 필요도 없겠지.”

말을 마친 윌렛은 앞에서 기다리던 병사들에게 신호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다른 병사들과 함께 움직였다.



날이 밝았다. 결국 밤 동안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왕실 병사들은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뿌리박고 서서 여관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리사는 하품을 하고 굳은 몸을 움직여주었다.

“움직이는 군요.”

게이트가 말했다. 아리사는 동작을 멈추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확실히 왕실 병사들은 임시초소를 버리고 어디론가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왕실 병사들은 대로를 통해 움직였다. 멀찍이 떨어진 채 따라 걸으면서 아리사는 주변을 파악했다. 낯익은 얼굴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여관에서 왕실 놈들을 감시하던 팀들이었다. 왕실 병사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찾던 것을 찾은 모양이었다.

놈들은 꽤나 걷다가 송아지 여관 앞에서 멈췄다. 그들은 한 번 흩어졌다가 다른 곳에서 모였다. 그곳에는 원래 그 여관을 감시하던 2명의 왕실 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계획을 상의중인가 보군.” 아리사가 말했다.

“목표물은 저 여관에 있겠네요.” 게이트가 말했다.

왕실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아리사는 다른 팀들과 접촉해 아는 정보를 물었다. 그들 또한 별달리 아는 게 없었다. 아리사는 다시 위치로 복귀했다.

왕실 병사들 중 2명이 빠져나와 여관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들어갔던 병사들이 다시 나오고 나머지 병사들이 분주하게 퍼져 서로 떨어진 채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모두 여관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람이 나왔다. 한명은 키가 크고 한명은 작았다. 둘 다 후드를 눌러 써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저놈들이 목표물인가 보군.”

왕실 병사들이 그 두 사람을 천천히 따라가는 걸 보고 아리사가 말했다.

목표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복장과 키밖에 없었다. 좀 더 정보를 얻고 싶었다.

“놈들 얼굴을 확인해야겠다. 거기, 이쪽으로.”

아리사가 멀리서 감시중인 병사 셋에게 손짓했다.

“저쪽으로 돌아들어오면서 저 둘의 얼굴을 확인하고, 따라붙어서 어디로 향하는지 봐라.”

병사들은 망토를 갈아입고 빙 돌아서 대로를 걸어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명은 정보를 아리사에게 전달했고, 다른 두 명은 목표물을 계속 따라갔다.

“키 크고 마른 남자랑, 얼굴이 하얗고 키 작은 여자입니다.” 병사가 아리사에게 말했다.

“아리사님, 왕실 놈들 쪽에서 움직임이 있습니다.”

다른 병사가 달려와 말했다.

“자세히 설명해봐.”

“골목 안에서 흩어지고 있습니다.”

“몰아넣어 붙잡으려고 하는군. 골목 안이면 소란이 일어나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흠, 그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야.” 아리사가 말했다.

그때 아리사는 목표물에 붙어있던 자신의 부하들에게 다가가는 왕실 병사 2명을 보았다.

“자, 저 놈들부터 붙잡고, 나머지를 처리하자고.” 아리사가 말했다. 그녀의 지휘 하에 감시자들은 왕실 병사 2명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움직여.”

아리사가 손바닥끼리 부딪혀 소리를 내자 감시자들이 왕실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왕실 병사들은 놀란 얼굴로 그들을 보더니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감시자 두 명이 검을 뽑아들고 막아섰다. 왕실 병사들도 검을 뽑아들어 그대로 달려가면서 휘둘렀다. 감시자들은 각자 한명씩 맡아서 검을 맞대면서 몸을 맞부딪혔다. 감시자들과 왕실 병사들은 그대로 겹쳐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사이 작은 골목에서 숨어있던 왕실 병사 2명이 튀어나와 감시자들의 다리를 찌르고 동료를 일으켜 세워 함께 도주하기 시작했다.

“한명이 남아서 부상자를 옮기고 나머지는 따라가.”

아리사가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음에 놀란 목표물들도 도망쳤는지 보이질 않았다. 아리사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왕실 병사들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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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도시(2) 19.08.14 15 0 17쪽
17 4.도시(1) 19.08.13 20 0 16쪽
16 막간 3 19.08.13 18 0 4쪽
15 3.성길(3) 19.08.12 21 0 15쪽
14 3.성길(2) 19.08.11 17 0 12쪽
13 3.성길(1) 19.08.10 15 0 13쪽
12 막간 2 19.08.10 28 0 8쪽
11 2.마을(5) 19.08.09 19 0 13쪽
10 2.마을(4) 19.08.08 16 0 14쪽
9 2.마을(3) 19.08.07 22 0 11쪽
8 2.마을(2) 19.08.06 28 1 13쪽
7 2.마을(1) 19.08.05 34 2 15쪽
6 막간 1 19.08.05 42 1 9쪽
5 1.탑(5) +2 19.08.04 59 2 11쪽
4 1.탑(4) 19.08.03 54 2 12쪽
3 1.탑(3) +2 19.08.02 75 2 17쪽
2 1.탑(2) 19.08.01 7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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