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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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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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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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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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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시(4)

DUMMY

4.

데릭은 x자가 그려진 나무문을 발견했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 사람이 있을까 의심하며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살짝 열렸다.

“뭐야, 누구야?”

나온 것은 뺨에 긴 흉터가 있는 남자였다.

“물건을 사러 왔다.”

남자는 데릭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찾는 게 뭔데.”

“토끼다리 풀을 찾는다.”

“없어.”

데릭은 그를 노려보았다.

“약재상에는 물건이 있던데. 당연히 뒷구멍으로 팔아먹는 놈도 있겠지. 돈이라면 있으니 물건을 내놔.”

데릭은 그렇게 말하며 은화를 꺼내 보여주었다. 남자는 은화를 보고 데릭의 얼굴을 보았다.

“잠시 기다려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한동안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풀과 함께 남자가 다시 나왔다.

“이거 맞나?”

“그래.”

데릭은 풀을 낚아채서 한번 돌려보고 품 안에 넣고는 은화를 튕겨 던졌다.

그는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갔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렸다. 이렇게 빨리 암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게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여관 방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문에 귀를 대니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데릭은 단검을 꺼내 오른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문손잡이를 잡고 벌컥 열었다. 안에는 갈색 망토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가벼운 한손검을 들고 있었다. 갈색 망토는 바로 덤벼들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데릭은 문을 닫고는 나무에 칼이 박히는 소리가 나자 다시 열었다. 검을 잡고 있던 갈색 망토는 당겨지며 끌려나왔고 단검에 배를 찔려 쓰러졌다.

“여기 있던 놈들 어디 갔냐?”

데릭이 쓰러진 남자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단검에 묻은 피를 갈색 망토에 문질러 닦는 동안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묵하군.”

대답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침대를 만져보니 따뜻하면서도 땀으로 축축했다. 멀리가지는 못했으리라. 시체가 발견되지 않도록 망토 입은 사내를 끌고 들어와 구석에 놓인 궤짝에 대충 쑤셔 박고 목을 그었다. 망토는 몇 차례 윽윽거리는 소리를 내고 죽었다. 데릭은 피가 흘러 시체가 발견되는 일이 없도록 시체의 망토를 끌어다 벌어진 상처에 감고 궤짝을 닫았다.

“어디로 갔을까.”

데릭은 중얼거리고 바로 여관을 나섰다. 대답이라도 하듯이 바로 골목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데릭은 지체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달렸다.


댄과 앨런은 갈림길이 나올 때면 가급적 대로와 먼 쪽을 선택하려 애썼다. 주변 건물들이 촘촘히 지어져 있어 시야를 막았기에 의도대로 선택하고 있는 지 알 수는 없었다. 도시의 서쪽, 마법협회 근방은 빠르게 발전하여 체계적이지 못했다. 때문에 골목길도 굽이치며 예상치 못하게 이어지거나 끊겼다. 그들은 몇 번이나 건물로 길이 막혀 되돌아가야 했고, 그럴 때마다 추적자들이 더 가까워진 것 같아 두려움을 느꼈다.

앨런은 언제든 불을 쓸 수 있도록 긴장한 채 끊임없이 주위를 살폈다. 뒤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따라오는 것인지 확신은 들지 않았다. 돌아보아도 그들 쪽으로 걷는 사람의 모습은 안보였다.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그러더니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댄, 뛸 수 있겠어?”

앨런이 말했다. 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앨런은 그와 보조를 맞추어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추적자들이 내는 소리가 꾸준히 가까워졌다.

따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앨런은 뒤를 보면서 불의 벽을 만들어 세웠다.

“무리하지 마.”

댄이 말했다.

“잠깐 시간만 벌려는 거야.”

앨런은 그 말대로 거리가 벌어지자 불을 껐다. 추적자들은 다른 길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걷자. 계속 뛰어다니면 오히려 눈에 띌 거야. 너무 멀리가면 아저씨도 우릴 찾지 못할 거고.”

앨런이 말했다.

"데릭이 우리를 찾다니?"

"아저씨도 불길을 봤을 거야."

그들은 길을 잃은 채 발 가는 데로 걸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댄은 조용히 숨을 골랐다. 앨런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땀이 흘러 옷소매로 얼굴을 훔쳤다. 앨런이 그를 흘끗 보았다.

“그렇게 보지 마. 괜찮으니까.”

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앨런이 말했다.

“데릭은 필요할 때는 없네.”

댄이 말을 돌렸다.

“아저씨는 약을 구하러 갔어. 간지 꽤 됐으니.......”

앨런이 말하다 말고 몸을 움츠렸다. 앞에 좁은 길의 건물 뒤에서 갈색 망토를 입은 남자 셋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다. 댄과 앨런이 주춤주춤 물러서자 뒤에서도 두 명이 나타났다.

“우리와 같이 가줘야겠다.”

세 명이 있는 쪽에서 가운데에 선 남자가 말했다. 그가 검을 뽑자 다른 4명의 남자들도 검을 뽑았다. 댄도 검을 들어올렸다.

싸울 준비를 한 것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앨런은 사나운 눈으로 세 명의 적을 노려보았다.

“싫어.”

앨런이 대답했다.

그 대답이 주문이라도 되는 양 불길이 치솟아 그 세 명과 앨런을 갈라놓았다. 세 명의 남자는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앨런이 불의 벽을 세우자마자 뒤쪽의 두 명이 달려들었다. 앨런은 뒤로 돌아 허공에 불덩어리를 띄워 날렸다. 불덩이는 앞서 달려오는 병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병사는 얼굴을 팔로 감쌌고 불덩이는 놈의 팔에 들러붙었다. 불덩이에 맞은 병사는 잠시 괜찮은 듯 뛰어오다가 곧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뒤에서 달리던 병사는 그걸 보고는 더 광분하여 달려왔다. 병사는 앨런 앞에서 검을 쳐들었다. 댄이 막아서려고 하자 앨런이 그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앨런은 그러면서 불덩어리를 만들어 병사의 얼굴에 쏘았다. 동시에 병사의 칼날이 앨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댄은 그녀의 팔을 잡아 당겨 뒤로 보냈다. 이제 칼날은 댄의 어깨를 향했다.

병사의 검은 댄에게 닿지 않았다. 병사는 검을 떨어뜨렸다. 갑자기 병사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무릎이 푹 꺾이고 뒤에서 다른 남자가 튀어나왔다. 그 남자는 고개를 숙여 날아오는 불덩이를 피하고는 앨런을 보았다. 튀어나온 남자는 데릭이었다.

“위험하잖냐.”

데릭이 말했다.

“아저씨 뭐하다가 이제와. 신호를 보낸 지가 언젠데.”

앨런이 말했다.

“나름 빨리 온 거야.”

데릭은 앨런 앞을 막아서고 있는 댄을 보았다.

“잘했다.”

데릭은 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댄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어깨를 빼내자 씩 웃었다.

“꼬맹아 이제 불은 꺼라. 날파리들이 꼬여들기 전에.”

데릭이 말했다. 앨런은 병사의 팔에 붙어있는 불만 껐다.

“뭐해 저것도 꺼.”

데릭이 옆에 놓인 불의 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데릭은 누워있는 병사 앞까지 걸어갔다. 그는 단검을 고쳐 잡았다.

“죽일 것 까지 있냐.”

댄이 말했다.

“넌 그게 문제야.”

데릭이 말했다.

병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데릭에게 검을 휘둘렀다. 데릭은 검이 닿기 전에 병사의 손목을 붙잡고 반대 손으로 병사의 목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단검을 옆으로 쭉 밀자 목이 크게 벌어지며 피가 쏟아졌다.

“봐. 일은 깔끔히 처리해야지.”

데릭은 그렇게 말하고 앨런에게 다가갔다.

“저것도 끄라고 했잖아.”

그는 불의 벽을 다시 가리켰다.

“저 뒤에 아직 놈들이 있어.”

앨런이 말했다.

“상관없어. 당장 꺼.”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지.”

댄이 말했다.

“불부터 꺼.”

데릭이 말했다.

“내가 하는 말도 좀 들어.”

앨런이 데릭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너야말로 내 말 좀 들어. 도시에 있는 경비병들을 죄다 불러 모을 생각이냐?”

“좀 멀어진 다음에 끄면 되잖아.”

“당장 꺼. 당장.”

데릭이 앨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싫어.”

“앨런! 말 들어.”

데릭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난 아저씨 말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야.”

앨런이 데릭과 반대로 조용히 싸늘하게 말했다. 데릭이 짜증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럼 빨리 움직이던가.”

데릭이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앨런은 그의 뒷모습을 잠시 노려보다가 댄과 함께 뒤를 따랐다.

“자 이제 꺼라. 충분히 왔잖아.”

데릭이 얼마정도 걸은 후에 말했다.

“안 그래도 끌려고 했어.”

앨런이 툴툴대었다.

뒤쪽에서 피어오르던 연기가 뚝 끊겼다.

“약은? 구한거야?”

앨런이 물었다.

데릭이 품 안에서 풀을 꺼내 댄에게 던졌다. 앨런이 데릭을 노려보았다.

“빨리 먹고 나가자고. 더 있는 건 위험하겠어.”

데릭이 말했다. 댄이 엉겁결에 받은 약초를 입으로 가져갔다. 앨런이 그를 막았다.

“즙을 내서 먹어야해. 줘 봐. 해줄게.”

앨런이 약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인상을 쓰더니 풀뿌리를 돌려가며 꼼꼼하게 살폈다.

“아저씨, 이거 가짜잖아.”

“무슨 소리야. 약재상에서 봤던 거랑 똑같은데.”

“봐봐. 잎 끝이 둥그스름하잖아. 잔뿌리도 별로 없고. 이건 토끼다리풀이 아니야. 말똥풀이지.”

데릭이 풀을 빼앗아 살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아저씨 암시장으로 안내해줘.”

“그냥 다른 도시를 찾자. 아까 그놈들이 또 따라 붙을 거야.”

댄이 말했다.

“아냐. 더 늦으면 위험할 지도 몰라. 얼마 걸리지도 않잖아. 들렀다가 가자.”

앨런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난 괜찮아. 많이 나아졌어. 좀만 더 움직이면 금방 나을 거 같아.”

“네 모습을 못 봐서 그래. 지금 얼굴도 새빨갛고 땀도 엄청 나고 있어.”

“난 저 녀석 말에 찬성이다. 당장 나가는 게 좋아.”

데릭이 댄에게 고갯짓하며 말했다.

“그럼 둘이서 먼저 나가. 나 혼자 약 챙겨서 따라갈 테니까.”

앨런이 고집스럽게 말했다.

“꼬맹아, 진짜 왜 그러냐. 늦은 반항기냐?”

앨런은 입을 꾹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결국 데릭이 한숨을 내쉬며 항복했다.

“알았어, 안내해줄게.”

그는 댄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너도 따라와라. 여기 혼자 있다가 죽고 싶지 않으면.”


윌렛은 앨런이 불의 벽을 세우자마자 다른 통로를 찾아 뛰어다녔다. 골목이 복잡해 쉽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통로를 찾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정리된 후였다. 병사 둘은 죽어있었고, 마녀는 그곳에 없었다. 전투 현장에는 관료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시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윌렛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있을 때 교란조를 맡았던 병사들이 돌아왔다.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교란조 병사가 말했다.

“보다시피.”

윌렛이 부하의 시체들을 가리켰다.

관료들은 시체를 주위에서 흔적들을 살펴나갔다. 이들을 지휘하는 남자는 관료들의 말을 듣고 뭔가를 종이에 끼적였다.

“마법협회 놈들이군.”

윌렛이 남자의 망토를 여미는 부분에 달린 협회 문장을 보고 말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병사가 말했다. 윌렛은 경계하며 병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곧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칼슨이었다. 크리스와 다른 병사들 3명도 같이 있었다.

“여기서 뭐하냐. 내가 밖에서 감시하라고 하지 않았나?”

칼슨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윌렛을 보며 말했다. 칼슨은 윌렛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허, 겁쟁이께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나?”

윌렛이 빈정거렸다.

“겁이 나도 할 건 해야지. 네가 일처리를 망쳤다는 게 저 밖에서도 뻔히 보이더라고. 여기를 다 태워먹을 생각이었냐?”

칼슨이 말했다.

“네가 지원만 제대로 해줬어도.......”

“일을 이따위로 망쳐놓고도 잘도 말하는군. 봐라. 협회 놈들이 끼어들었잖냐.” 칼슨이 모여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게다가....... 저 놈들은 또 뭐냐.”

조사 중인 협회 사람들에게 4명의 후드 쓴 사람들이 다가갔다. 칼슨은 윌렛을 질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대신 협회와 신원불명의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저쪽이 진짜다. 추적중지.”

아리사가 이를 갈며 말했다.

한동안 왕실 병사들을 쫓아 달리던 중에 뒤를 보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리사는 급히 부하들을 멈춰 세우고 연기가 올라가는 곳으로 이동했다. 연기는 잠시 올라가다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이번엔 좀 더 멀리에서 연기가 나타났다가 또 사라졌다.

아리사는 병사들을 골목길에 넓게 퍼뜨리고 샅샅이 수색하면서 움직였다. 그 자신도 병사 둘과 게이트를 대동하고 골목길을 조용히 달렸다. 그녀는 목표물의 동선과 연기가 이어지는 길로 걸었다. 복잡한 길에서는 걸었던 길을 선호하기 마련이었다. 그녀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조금 걷다보니 기다렸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 명의 후드 쓴 사람들이 아리사의 맞은 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 수는 보고받은 것과 달랐으나 모습은 비슷했다.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여자였다. 슬쩍 보니 여자의 손이 하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왕실 병사들의 목표물이 분명했다.

아리사는 헛기침을 했다. 곧장 옆 골목에서 수색 중이던 쿼지가 그녀를 보았다. 쿼지와 눈이 마주치자 아리사는 눈을 돌려 후드 쓴 사람들을 보았다. 쿼지가 신호를 이해하고 두 명을 데리고 후드 쓴 사람들 뒤로 따라붙었다.

“저놈들은 무슨 짓을 했기에 왕실 병사들에게 쫓기고 있는 거지.”

아리사가 말했다.

“근위대에서 쫓을 정도면 보통 놈들이 아닌가 보군요.”

게이트가 대답했다.

계속 걸어 연기가 나오던 곳에 다다르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뭉쳐 있는 게 보였다. 그 사람들 아래에 시체 두 구가 놓여 있었다. 인상착의로 볼 때 왕실 병사들 중 2명이었다.

“아, 왔습니까? 역시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는군요.”

사람들 무리에서 협회 지부장이 그녀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저희가 했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섭섭하게.”

“아닌가요?”

지부장이 농담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니죠.”

마찬가지로 아리사도 가볍게 대꾸하고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 계시죠?”

“그야 이것도 제 일이니까요. 치안 판사가 무릎이 안 좋아서, 현장조사를 저에게 위임했답니다. 저는 불이 난 줄 알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네요.”

지부장은 쉬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있는 도시에서 살인이라니요. 안될 일이죠.”

지부장은 그렇게 말하고 아리사에게 몸을 기울이더니

“당신 짓이 아니면 숨어들어왔다는 놈들 짓일까요?”

하고 물었다.

“모르겠네요. 목격자는 있던가요?”

아리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워낙 후미진 골목이라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어요. 그나마 가까이 있던 사람의 증언을 확보하긴 했죠.”

“뭐라던가요?”

“남자의 비명이 들린 직후에 뭔가 다투는 소리가 나더니 망토를 뒤집어 쓴 사람 세 명이 빠져 나오는 걸 봤다더군요.”

아리사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망토를 뒤집어 쓴 세 명, 놈들은 왕실 상비군의 목표물이겠지. 그리고 그 셋은 상비군과 대립하는 관계. 추적 중에 마주쳐 다툼이 일어났고, 상비군에서 두 명이 죽었다.

그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왕실 놈들을 붙잡는 게 아닌, 놈들의 목표물을 붙잡아 선수를 치는 건 어떨까? 그들에게 정보도 캐낼 수 있을 거고, 그들의 가치에 따라 협상도 가능하리라. 그녀는 지부장이 곁에서 뭐라 떠드는 동안 그 생각을 두세 번 검토해 보았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아니, 더 생각할수록 그럴듯해 보였다.

“아. 지부장님.”

판사 대행으로서의 어려움과 도시를 정비하는 일의 대단함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끊으며 아리사가 말했다.

“이곳에서 붙잡힌 범죄자들은 어떻게 되나요?”

“일의 경중에 따라 약식 심판을 하거나 동부법정으로 보냅니다. 이번 일 같은 경우는 꽤 큰 일이니 동부법정으로 보내야죠. 왜 물으시는 거죠?”

“그 용의자 말이죠. 제가 본 것 같아서요.”

“어디서요?”

지부장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제가 직접 안내 할게요.”

아리사는 병사를 보내 쿼지가 어디까지 갔는지 알아 오도록 했다. 그리하여 도시 경비대와 지부장, 그리고 감시자들은 동쪽 골목의 암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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