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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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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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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88

작성
19.08.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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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성길(2)

DUMMY

2.

여전히 안개가 심하게 끼어 있었다. 그래도 남자는 길을 잘 아는지 그들을 능숙하게 안내했다. 주위에서 여전히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처럼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이곳에 대해 잘 아는 남자가 함께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가질 수 있었다.

큰 길의 좌우로 ㅅ자 지붕을 올린 개성 없는 오두막집들이 비슷한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고, 그 너머로는 흐릿하게 숲과 산의 윤곽이 보였다. 동일한 간격을 두고 양 옆에 산이 놓여있어 길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이 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남자는 집들 사이로 일행을 안내했다. 숲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었기에 댄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숲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들은 건물들 사이에 있는 널찍한 공터에서 멈췄다.

“여기가 마지막으로 동생을 본 곳이오.” 남자가 말했다.

공터는 피로 덮여 있었다. 풀 한포기 없는 회색 흙바닥 이곳저곳에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어떤 피는 굳어 검어지고 단단해져 있었고, 어떤 피는 아직 붉은 빛을 띤 채 고여 있었다. 댄은 피를 보자 머리가 아파왔다.

“저기서 내가 다리를 잃었소.” 남자가 붉은 피가 고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대뜸 작은 소리로 힘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라일리!”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데릭이 남자에게 물었다.

“나와 동생은 여기서 괴물들과 마주했소. 그들은 내 다리를 끊어갔고, 나는 간신히 도망쳤소. 불행히도 동생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 다음에 알게 되었지.”

“그래서 길에서 멍청하게 서 있었던 건가?” 데릭이 말했다.

“그렇소. 나는 다리가 한쪽밖에 안 남았고, 동생은 사라졌으니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생각 했었소.”

“그 괴물이라는 건 뭐냐?”

“보면 알 것이오.” 남자가 간단히 대답했다.

“보면 알거라니 너무 무성의한데?”

데릭의 불평에 대답하지 않고 남자는 다시 동생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라일리! 있으면 나와라. 이제 괜찮아!”

남자는 댄의 부축을 받아 공터를 한 바퀴 돌면서 동생을 불러댔다.

“괴물이면 책에 나왔던 그런 것들?” 앨런이 데릭에게 속삭였다.

“잘 모르겠다. 뭔가를 잘못 봤겠지. 그런 건 책에서나 있는 거야.” 데릭이 말했다.

“아저씨도 본 적 없어?”

“본 적 없어. 헛소문은 들은 적 있지.”

“마녀처럼?”

“그래 마녀이야기처럼.”

남자는 계속 공터를 돌았다. 그러나 동생은 나오지 않았다.

“지쳐서 잠들었나 보오. 곧 나올 것이오.”

남자는 애써 그렇게 말하고 몇 바퀴 더 돌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한 바퀴를 더 돌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표정은 일그러져 갔다. 마지막으로 돌고 난 후에는 흐느끼느라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른 곳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더 가볼 만한 곳 있습니까?”

댄이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없소.”

남자의 목소리는 깊은 동굴에서 나오는 것 같이 흐렸다.

“여기 없다고 해서 죽었다는 뜻은 아니잖습니까.”

“당신들은 이해 못하오. 여기 없으면 없는 거요.”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더 찾아봅시다.”

“아니오. 포기하기에 너무 늦었소. 나는 한참 전에 절망했어야 하오. 그랬다면 이렇게 많은 죄를 짓지 않았을 거요.”

남자가 말했다. 그의 눈물은 점점 거세져 그는 딸꾹질 하듯 간헐적으로 숨을 들이키느라 말을 잇기 힘들어 했다. 댄은 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유감이군.”

데릭이 말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남자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심호흡을 했다. 여전히 숨은 정돈되지 않았다.

“고맙소. 당신들은 나에게 충분히 많은 것을 해주었소. 이제 가도 좋소.”

“하지만.......” 앨런이 말을 꺼냈다. 덧붙일 말은 아직 찾지 못했다.

“당신은 우리를 만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잖습니까. 당신이 생각지 못한 일이 또 일어날 수도 있는 겁니다.” 댄이 말했다. 옆에서 앨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자주 일어난다면 기적이 기적이겠소?” 남자가 우울하게 말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면 기적이 기적이겠습니까?” 댄은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동생이 살아있다면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야죠.”

남자는 멍하니 댄을 보다가 바닥에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그는 켁켁 거리면서 한차례 묽은 액체를 토해냈다. 그는 자기 토사물을 앞에 두고 앉아 댄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소. 그래....... 살아있다면 나를 얼마나 찾고 있을지....... 조금 더 도와주겠소?” 남자가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말했다.

“그러죠.” 댄이 말했다. 앨런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댄은 다가가서 다시 남자를 부축했다. 남자는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일행은 다시 남자의 지시 하에 움직였다. 일행은 우선 큰 길로 나갔다. 남자는 큰 길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데릭이 무엇에 대해 안전하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동생은 똑똑하니까 빈 집을 골라서 그 안에 숨어 있을 거요. 집집마다 문을 열어봐야 하오.”

남자가 말했다. 그의 말에 따라 일행은 큰 길을 따라 움직이며 보이는 집들을 순서대로 열어 봤다. 동생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주위의 소곤거리는 소음도 심해졌다. 그것들은 어둠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회색 뭔가가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찾아야하오.”

남자가 말했다. 일행은 걸음을 빨리 했다. 쫓기는 듯이 두려웠다. 무엇에 쫓기는 지도 모르고, 심지어 쫓기고 있다는 것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두려움은 만져질 것 같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닿는 것으로도 놀라서 몸을 움츠리고 무기에 손을 올렸다. 그들 모두 남자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 보이는 집을 열고 남자가 ‘라일리’ 하고 불렀다. 그 집에는 다른 곳들과 달리 무언가 있었다. 흐릿한 눈동자가 보였다. 댄과 남자가 그 눈동자에 서서히 다가갔다. 가까이 가자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구부정한 사람 같아 보였다.

“라일리?”

남자가 말했다. 흐릿한 눈동자는 그들이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났다.

“저리가.”

흐릿한 눈동자가 말했다. 쇳소리 같은 거친 목소리였다.

“동생입니까?”

댄이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흔들었다. 댄은 나가기 위해 뒤로 돌았다. 갑자기 남자가 댄을 끌어당겼다.

“뒤 돌지 마시오.”

남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흐릿한 눈동자가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눈을 댄에게 고정한 채 구부정하게 서서 조용히 달음박질 쳤다. 댄은 검을 뽑았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흐릿한 눈동자는 댄을 향해 몸을 날려 뛰어들었다. 댄은 그것의 어깨를 잡아 제지시키고 검을 목에 쑤셔 넣었다. 붉은 피가 터져 나와 댄을 흠뻑 적셨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도 되는 양 밖에서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생겼다. “잡아라!”하는 소리가 서로 다른 목소리로 울려왔다. 다급한 발소리가 어둠속에서 전해져 왔다. 데릭은 앨런을 집 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들어온 뒤에 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 잠갔다. 빗장은 이 마을에 다른 것들처럼 낡고 약해보였다.

“탁자!” 데릭이 댄을 돌아보며 외쳤다. 댄은 검과 시체를 옆으로 떨어뜨리고 멍하니 서있었다. 데릭은 몸으로 문을 막았다.

“야! 탁자!”

데릭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쿵쿵 소리와 함께 문이 흔들렸다. 그 소리에 댄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는 남자와 떨어져 혼자 움직이며 탁자를 문 앞으로 끌고 갔다. 데릭이 잠깐 비킴과 동시에 댄이 탁자를 밀어 문과 밀착 시켰다. 댄이 탁자와 함께 문을 막는 사이에 데릭이 의자 두 개를 들고 왔다. 데릭은 의자를 탁자 위에 대충 쌓았다. 그는 주위에 잡히는 것들은 뭐든지 그 위와 아래에 쌓아 올렸다.

문은 꽤나 단단히 고정되었으나 이제 문 맞은편에 창문이 문제였다. 이 집에는 창문이 두 개나 달려 있었고 크기도 커서 밖에 있는 것들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집 안에 둘이 들어와 있었다.

“내놔!”

그것들은 쉰 목소리로 내지르며 달려왔다. 댄과 데릭이 문을 놔두고 각각 한 명씩 맡아 달려갔다. 데릭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그대로 가슴을 찔러 버렸다. 칼끝은 비쩍 마른 가슴의 살갗을 뚫고 등까지 뚫고는 밖으로 다시 나왔다.

댄은 시체에서 검을 뽑은 뒤에 달려갔다. 다가오는 그것의 배에 검을 휘두르자 얇은 가죽이 쉽게 찢어졌다. 그것은 안에 든 것들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것들은 빠르지 않았고, 영리하지도 않았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계속되었다. 창문에서 4개의 그것들이 더 들어왔다. 댄은 그들에게 검을 들이밀며 찌르는 시늉을 했다. 그것들은 쉽게 겁먹지 않았다. 눈을 번뜩이며 댄을 보고 있었다. 그 눈 안에서 보이는 간절함이 그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반면에 데릭은 닥치는 대로 찔러대고 있었다. 바닥은 피로 흥건해졌다.

데릭은 댄이 어느 순간부터 가만히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는 오른손으로 검을 잡고 휘두르며 다른 손으로 댄의 어깨를 툭 쳤다.

“집중해. 뭐하는 거야.”

데릭이 퉁명스레 말했다. 댄은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움직였다. 앞에 있는 것들의 눈을 피해 자기가 찌르고 베어야 할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검을 휘둘렀다.

큰소리와 함께 빗장이 부러졌다. 문이 열리고 사람 형태의 그것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앨런과 남자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사방이 그것들로 가득했다. 일행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갔다. 그것들은 꾸준히 밀고 들어왔다.

그것들 중에 하나가 앨런에게 손을 뻗었다. 앨런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 불의 공을 만들어 띄웠다. 그들의 머리위에 만들어진 불은 그들에게 빛을 비추고 열기를 전해 주었다.

밝은 빛 아래 괴물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주위에 있는 괴물들은 사람과 닮은 외모에 거의 다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 회색에 가까운 하얀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아주 말라 있었고 등이 굽어 있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어 반쯤 대머리거나 아주 대머리인 놈들도 있었고, 몇몇 놈들은 다리도 팔자로 또는 한쪽으로 휘어있었다. 그들은 일행을 경계하는 것만큼 서로서로를 경계하여 붙어있지 않으려고 했다.

“불은 만들지 마.”

데릭이 말했다. 앨런은 듣지 않고 불을 점점 키워 나갔다. 괴물들은 빛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했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 일단 살고 봐야지.” 앨런이 말했다.

댄은 다시 남자를 부축한 채 한손에는 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앨런이 띄워둔 불덩이 덕에 덤벼오는 놈은 없었다. 앨런은 불이 충분히 커지자 그것을 몇 개로 덩어리로 나누어 사방으로 퍼트렸다. 목조 건물에 불이 붙지 않게 각별히 주의했다. 괴물들은 빛에 쫓겨서 꾸준히 물러나다가 결국은 시야에서 벗어나 멀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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