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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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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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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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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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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2)

DUMMY

2.

“꼬맹아 일어났냐?”

데릭이 작게 말했다. 눈이 가려져 있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청각을 곤두 세워도 별 다른 것이 들리지 않았다. 미약하게 들리는 숨소리만이 옆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여긴 어디야. 앞이 안 보여.”

다행히 앨런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데릭은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제대로 묶여있는 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글쎄다. 어딘가에 붙잡혀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나도 알겠거든. 아니, 그 보다.......”

앨런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말끝을 흐렸다.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 왜?”

앨런이 화가 난 투로 쏘아 붙이자 데릭이 급히 말을 끊었다.

“너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야. 진정해. 그게 최선이었어.”

“다음부터는 그 최선인지 뭔지를 하기 전에 말 좀 해주겠어? 까딱하면 아저씨 손에 죽겠거든? 댄, 댄은 어디 있어? 괜찮은 거야?”

“말을 줄여. 이건 고전적인 심문 기술이야. 눈을 가려두고 우리가 떠드는 걸 지켜보는 거지. 놈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은 하지 마.”

“어차피 아저씨한테는 하고 싶은 말도 없어. 아저씨는 이제 못 믿겠어.”

“뭐 그렇다는 군. 아주 실망스럽겠어.”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남자의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누구지?”

“그건 알 거 없어.”

“왜 우리를 붙잡아 둔 거냐?”

“질문이 너무 많군. 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나 본데.”

데릭은 뺨에서 통증을 느꼈다.

“아프지도 않군.”

데릭이 말했다.

“고통은 익숙하겠지. 데이드릭.”

남자가 여유 있게 말했다.

“허 내 이름도 아는군.”

“이름뿐일까? 네가 들새용병단의 단장이라는 것도 알지.”

“은퇴한 지 꽤 되었는데도 기억해주니 영광이군.”

“그런데 네 친구는 누군지 모르겠어. 하얀 거 보니 귀족인가? 아니면 마녀인가? 용병단장의 호위를 받을 정도면 꽤나 거물인가본데.” 남자가 말하면서 앨런에게 다가갔다. 앨런의 두려움에 찬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왜 동부에 온 거지?”

남자가 물었다.

“내 친구의 딸이.......”

“조용히 해! 아가씨가 대답해봐.”

데릭이 설명하려고 하자 남자가 소리치며 말을 끊었다.

“저는....... 이쪽에서 계속 살고 있었어요.”

앨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부에 살았다고. 좋아. 정확히 어디에 살았지?”

“메이헴이요.”

“그 시골에서 멜튼까지 어쩐 일로 갔지?”

“꼬맹아 무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돼.”

데릭이 다급하게 말했다. 앨런이 말을 하다가 실수 할까봐 걱정되었다.

“입 다물어.” 남자가 데릭을 한 대 더 후려치고 다시 앨런에게 집중했다. “자 대답해봐. 왜 멜튼에 갔지?”

“제 오빠가 몸이 아파서요. 메르헨에서는 약을 구할 수가 없어서 거기까지 올라간 거예요.”

“그런데 왜 왕실 놈들에게 쫓기고 있던 거지?”

남자가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짓말이군.”

남자가 말했다.

“아니에요, 진짜에요.”

앨런의 목소리에는 당황이 묻어나왔다.

데릭이 보기에 남자는 그냥 떠봤던 것 같았다. 거기에 앨런이 반응한 것이다.

“아가씨는 이게 장난인 것 같나?”

남자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옆에서 앨런이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 소리를 무서워했다. 남자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앨런이 숨 참는 소리가 들렸다.

“뭔 짓을 한 거냐!”

데릭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직 아무것도. 이렇게 대답하면 곧 뭔가를 하게 되겠지.” 남자가 대답했다. “자 다시 말해봐. 왜 멜튼에 갔지?”

“약 때문에.......”

“그만!”

남자가 말했다. 뭔가가 베이는 소리와 앨런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애를 건드리지 마.”

데릭이 말했다. 데릭은 버둥대다가 의자 채로 넘어졌다.

“조심해야지.”

남자가 데릭의 의자를 세웠다.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걸 물었나보군. 다른 걸 묻지. 왜 왕실 놈들에게 쫓기고 있었지?”

“진짜 몰라요. 왕실 사람들은 본적도 없어요.”

앨런의 목소리는 이제 가늘었다.

“흠 그럼 네가 대답해봐라.” 남자가 데릭을 툭툭 치며 말했다. “신중히 생각해서 말해. 네 말의 대가는 아가씨가 치르게 될 테니.”

“놈들은 나를 쫓고 있던 거다. 용병일을 할 때 놈들과 문제가 좀 있었거든.”

“문제?”

“왕실 놈 중에 하나를 패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쫓아온 모양이야.”

“누구를 팼지?”

“몰라. 그냥 병사 중 한 놈이었어.”

“그냥 근위병을 때렸다고 왕실 근위대가 여기까지 쫓아왔다고? 게다가 몇 년 전에 일로? 내가 한 말을 제대로 안들은 건가? 아니면 이 애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건가?”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앨런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큰 비명소리였다. 발버둥치는 소리, 의자가 덜컹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거짓말이 아니야. 사실대로 말했다고.”

데릭이 빠르게 외쳤다.

비명소리는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을 때 끝이 났다. 앨런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고통을 견디는 앓는 소리도 작게 들려왔다.

“말은 신중히 해야지.”

남자가 말했다. 남자의 발소리가 들린 뒤 데릭의 손에 뭔가가 쥐여졌다. 작고 길쭉한 물건이었다. 끝부분에 단단한 껍질 같은 게 있었고, 나머지는 보드라웠다. 힘을 주면 조금 구부러졌다. 데릭은 그게 뭔지 깨닫고 바로 떨어뜨렸다. 그건 손가락이었다.

“미친 새끼!”

데릭이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남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손을 닦는지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앨런의 기운 없는 숨소리에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센성의 외곽 성벽에 아드리언과 병사들, 댄이 기대 서 있었다. 댄의 허벅지와 발목에 묶여있던 줄은 풀려져 있었고, 대신에 그의 팔을 묶은 밧줄에 다른 밧줄을 연결해 병사가 붙들고 있었다.

댄을 담당하는 병사를 뺀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기다란 방패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단단한 나무를 겹겹이 덧대 만들어진 방패는 몸을 웅크린 채 세워 들어 자세를 잡으면 몸 전체를 가릴 만큼 컸다.

성벽 그림자에 숨은 채 아드리언은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크리스가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

“한센성 내부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알려진 것은 일부 방들뿐이죠.”

크리스는 품 안에서 접힌 종이를 꺼내들었다. 한센성의 약도였다. 대부분 빈 종이였고 몇 개 방들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려져 있는 방들은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나는 안의 구조를 알아야지만 통로를 뚫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알려진 방들로만 통해서 이동하기로 하지.”

아드리언이 종이를 크리스에게 건네받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는 눈을 약도에 고정한 채로 말을 이었다.

“안에서는 모두 모여서 움직인다. 칼슨이 후미를 맡고 전투를 지휘한다. 이해했나?”

아무도 질문하지 않자 아드리언은 성벽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먼저 벽을 아치모양으로 잘라내어 빼내었다. 벽이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쑥 빠져나왔다. 빠진 벽 조각은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동시에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가해 버티면서 빠져나온 벽 조각을 벽돌단위로 분해했다. 그리고 벽돌들을 구부린 뒤에 뻥 뚫린 아치모양의 구멍의 가장자리에 붙여 아치문이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벽돌들이 꼭 맞물리자 아드리언이 힘을 가하지 않아도 벽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남는 벽돌들은 한쪽에 눈에 안 띄게 뿌려 두었다.

병사들은 몇은 놀라워하고 몇은 불안해하며 아치문을 통과했다. 그들은 물이 차있지 않은 해자를 건넌 후에 한센성 뒤쪽에 붙어 마찬가지로 아치 통로를 만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도구 창고인지 잡다한 물건들이 - 주걱, 먼지떨이, 여분의 탁자, 의자 - 가득했다. 그들은 옆으로 방향을 잡았다. 복도에는 경비가 있을 테니 방을 통해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귀가 좋은 크리스가 먼저 벽에 귀를 대보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언이 통로를 만들었다. 그들은 식료품 창고, 병기고를 지나쳤다.

그들을 따라서 질질 끌려가면서 댄은 계속 레너드를 노려보았다. 레너드는 그를 가끔씩 돌아보며 실실 웃었다.

다음 방으로 넘어가기 전에 크리스가 벽에 귀를 대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드리언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누가 있어요.”

“흠 돌아가는 게 어떠냐?”

칼슨이 제안했다.

“그럴 시간 없다. 그대로 돌파하지.”

아드리언이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댄을 붙잡던 병사도 댄을 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그를 묶은 줄의 끝을 들고서 아드리언에게로 갔다. 병사들이 댄에게서 멀어진 틈을 타서 레너드가 다가왔다. 그는 댄의 표정을 보고 장난스럽게 인상을 찡그렸다.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댄이 화난 투로 물었다.

“하하. 그러게 확실히 묻었어야지. 설마 내 무덤도 안 만들어 줄줄은 몰랐다. 같이 지낸 세월이 얼만데 매정하게시리.”

레너드가 웃으며 말했다. 옛 추억을 꺼내는 듯한 가벼운 말투에 댄은 얼굴을 찌푸렸다. 레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신경 끄고 꺼져.”

댄이 사납게 말했다.

“너무 화내지 마라. 사실 난 너를 도와줄 생각이거든.”

“돕는다고? 왜지?”

댄이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난 여전히 너를 친구로 여기거든. 널 도울 테니 나를 용서해라. 애초에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니었지만.”

변함없이 뻔뻔한 태도를 보자 댄은 더 화가 났다.

“뭔 짓을 하던 너를 용서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럼 고생하면서 좀 더 생각해 보라고.”

“뭐냐? 뭐 볼 일 있냐?”

회의가 끝났는지 병사가 돌아오며 레너드를 보고 말했다. 레너드는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아드리언은 칼슨과 몸이 재빠른 병사들에게 통로가 열리자마자 들어가 방에 있는 경비들을 제압하라고 지시했다.

아드리언이 벽에 손을 뻗어 통로를 만들자 칼슨을 선두로 병사들이 튀어나갔다. 경비 3명이 테이블에 걸터앉아 비무장 상태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동부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며 칼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 한명이 칼슨에게 베여 쓰러졌다. 나머지 둘은 벽에 기대어 놓은 칼을 찾아들었다. 오른쪽에 있던 경비가 입을 열어 소리를 지르려 하는 순간 8군 병사의 칼이 그의 목을 찢어놓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명도 칼슨에게 팔을 베여 검을 떨어뜨렸다.

“심문해.”

아치문을 고정시키고 건너온 아드리언이 크리스에게 말했다. 크리스가 품 안에서 송곳을 꺼냈다.

“얼마 전에 들어온 포로. 남자 하나랑 여자 하나. 어디 있냐?”

칼슨이 물었다. 경비는 팔에 난 상처를 쥐고 있었다. 대답은 없었다. 칼슨은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크리스가 다가와서 경비의 손을 펴고 송곳으로 손가락 끝을 천천히 찔러 들어갔다. 칼슨이 비명이 새나가지 않도록 경비의 입을 막았다.

“대답할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여라.”

경비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송곳이 반대편으로 나와 손톱을 들어내자 울부짖으며 고개를 미친 듯이 움직였다.

“어디 있냐.”

칼슨이 경비의 입을 열어주고 물었다.

“그 사람들은 몰라요. 정말이에요. 대신 감옥과 심문실로 쓰이는 방이 지하에 있어요.”

경비가 덜덜 떨며 말했다.

“그 방은 1층의 어느 방에 아래에 있지?”

아드리언이 물었다.

“네?”

“심문실 바로 위에 있는 방이 어디냐고.”

경비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

“응접실이에요. 모퉁이에서 꺾으면 나오는 큰 방이요.”

경비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설명했다. 말을 마치자 칼슨은 묻는 듯한 표정으로 아드리언을 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의 목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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