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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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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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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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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88

작성
19.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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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마을(3)

DUMMY

4.

댄은 우물가를 지나지 않고 돌아서 집들 사이에 있는 골목길로 통과했다. 우물가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가까이가고 싶지 않았다. 걷는 동안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눈을 피했다. 그들은 외지인의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익숙하게 봐온 풍경이었다. 작은 마을일수록, 국경에 가까울수록 외지인을 싫어했다. 유감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거리를 두고 물러나는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편했다.

해가 기울어갈 무렵에 데릭의 집 앞에 도달했다. 데릭의 집은 다른 집들과 떨어져 있어 찾기 쉬웠다. 집 뒤로 황무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댄은 허리띠에서 검을 빼내어 오른손으로 단단히 쥐었다. 싸움을 원하지는 않았다. 말로 끝낼 수 있기를 바랐다.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망설임을 뒤로하고 문을 두드렸다. 움직여야 했다. 반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뭐든지 감수해야 했다. 댄은 문에서 누가 나오기 전에 문 옆, 건물 벽에 등을 대고 붙었다. 문이 열렸다. 가볍게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모르는 얼굴이 튀어나왔다.

댄은 그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잡고 끄집어 당겼다. 중심을 잡지 못한 남자가 딸려 나왔다. 그는 버둥거렸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 아무 힘이 없었다. 목에 칼을 들이 대자 남자는 고분고분해졌다. 댄은 머리를 놓고 어깨를 잡고 돌려 자신을 보지 못하게 반대편을 보게 세웠다. 그리고 검을 다시 목 앞에 들이 댔다.

“뭐하는 짓이야.”

남자가 떠들었다. 댄은 그를 앞으로 밀었다. 둘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이 미친놈은.”

문에 가장 가까이 앉아있는 남자가 말했다.

방 안에는 4명이 있었다. 가장 안쪽의 침대에는 데릭이 누워있었고, 그 앞에 탁자에 2명이 앉아서 카드를 쳤다. 탁자에 의자가 하나 더 놓인 것을 보니 지금 잡혀있는 남자도 같이 하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문 바로 앞에 의자를 두고 앉은 남자도 있었는데 어제 봤던 긴 머리 남자였다.

“뒤로 물러나.”

댄이 가이스에게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어제 그 놈이네. 잘 지냈냐? 이 새끼야.”

가이스가 말했다.

“여러 번 말하게 하지 마. 뒤로 물러나.”

댄은 남자에게 검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하하. 저 놈을 건드리면 살아서 못 나갈 텐데. 그럴 깡이 있으신가?”

댄은 말없이 검으로 목을 눌렀다.

“미친 새끼야. 내 목숨으로 장난치냐?”

잡혀있는 남자가 가이스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이봐. 진정하ㅏㅏㅏ고.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침대에 누워있던 데릭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말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은 채로 고개만 돌려 댄을 바라봤다. “그래. 원하는 게 뭐냐?”

“네가 가져간 반지를 찾으러 왔다. 그리고 왜 우릴 귀찮게 하는 지도 알고 싶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반지라니?”

데릭이 다리를 침대 밖으로 빼서 다리를 벌린 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고 한 쪽 팔꿈치를 허벅지에 대고 턱을 괴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댄을 보고 있었다.

“일단 네 부하들부터 물려라.”

댄이 가이스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데릭이 손짓 하자 가이스는 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댄은 검을 붙잡힌 남자의 목에서 좀 떼어 놓았다.

“좋아 이제 대화를 시작하자고.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네 반지가 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똑바로 대답해야 할 거야. 저번처럼 의미 없는 위협은 아니니까.”

댄이 검을 흔들면서 말했다.

“끝까지 들어. 하지만 누가 가져갔는지는 알 것 같다고.”

“허튼수작 부리지 마. 네가 가져갔잖아.”

“그래. 내가 의심하기 좋기는 하지.”

데릭이 자조적으로 말하고는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건 어떠냐? 네가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 나도 너한테 모든 걸 털어놓겠어.”

“모든 걸?”

“그래. 누가 네 반지를 가져갔는지, 우리가 너네한테 바라는 게 뭔지 전부다 말해주지.”

“우리가 영 손해 보는 거래인 거 같은데?”

가이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뭐 어때. 저 놈이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데릭이 말했다.

“뭐 이 새끼들아? 손해가 뭐 어째?”

붙잡힌 남자가 소리쳤다. 데릭은 남자를 무시하고 댄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왜 이 마을에 온 거냐?”

댄은 데릭의 뜻대로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달리 할 게 없었다.

“이 마을에 오려고 한 게 아니야. 쫓기다가 오게 된 거지.”

데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쫓기는 건지는 묻지 않았다.

“그 여자애랑은 어떻게 만났지?”

“여자애?”

“멍청한 짓 하지 마. 네가 여자애랑 같이 다닌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아는 사람이 그 친구를 도시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댄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이전에 한 번 했던 말이라 어렵지 않았다.

“흠. 그러다가 쫓겨서 여기로 오게 된 거라고.”

“그래.”

“혹시 마녀의 탑에 가본 적 있나?”

댄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표정을 관리했다. 저들이 뭔가를 알고 질문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떠보는 건지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사실 대로 말할까?

“아니.”

데릭은 댄의 얼굴을 찬찬이 뜯어보았다. 댄은 숨 쉬는 것조차 조심했다. 호흡이 빠르면 혹은 느리면 거짓이 들통 날 것 같아 두려웠다. 표정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굳은 것 같지 않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데릭이 침묵하는 동안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지 손이 떨리지 않는지 눈을 돌리지 않는지, 그렇다고 똑바로 경직되어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나하나 신경 쓰였다.

“흠 좋아. 자 이제 뭐가 궁금한지 말해보라고.”

데릭이 말했다. 댄은 안도하되 티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질문을 생각했다.

“반지는 누가 가지고 있지?”

“너 군인이었지?”

데릭이 되물었다.

“네 질문은 끝났을 텐데?”

댄이 인질의 어깨를 더 세게 붙잡았다. 인질이 투덜거렸다.

“됐어. 네가 칼을 잡은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데릭이 말했다.

“그래서 반지는 누가 가지고 있지?”

“지금은 말해주기 곤란하고.......”

“그러면 안 될 텐데?”

댄이 데릭의 말을 끊었다.

“이따가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같이 가지. 나도 거기 볼일이 있거든.”

“됐고. 이름을 말해!”

댄이 인질을 흔들면서 윽박질렀다.

데릭은 양 손을 두 다리 사이에 모으고 한 손의 손가락으로 다른 손의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래 뭐 알려주지. 네 반지는 노인이 가지고 있을 거다.”

“개소리 마.”

“봐. 이래서 내가 안 알려주려 했다니까. 안 믿을 게 뻔하니까.”

데릭은 실실 웃었다.

“노인이 왜 그런 짓을 하겠어.”

“사람들은 다 자기 사정이라는 게 있어. 뭐 그건 가서 이야기 하자고.”

데릭이 몸을 일으켰다.

“잠깐. 내 질문은 아직 안 끝났어.”

댄은 얼굴을 찌푸리며 데릭을 쏘아보았으나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나와 내 친구에게 뭘 원하는 거지? 왜 우리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야.”

댄이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외지인에게 관심이 많아. 전쟁 후에는 별에 별 이상한 놈들이 다 돌아다니니까. 특히 이곳에는 마녀의 탑 때문에 진짜 위험한 놈들이 온단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그놈들을 막아 주고 여기 사람들에게 보상을 받는 거야.”

데릭이 기계적으로 빠르게 말했다.

“아까 그것들은 왜 물어본 거지?”

“네가 위험한 놈인지 알아야 하니까.”

데릭이 대답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어서 말했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

“그럴 듯한 대답이긴 하네. 근데 결국 말 뿐이야. 내가 왜 널 믿어야 하지?”

“당연히 믿어야지. 너는 선택할 게 없어.”

데릭이 한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내가 선택할 게 없다고?”

댄이 인질을 세게 붙잡았다.

“그래. 너도 알 텐데.”

데릭이 한걸음 더 다가왔다. 그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가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친구를 넘겨주는 거야. 너는 네 목숨을 걸고 있고, 나는 남의 목숨을 걸고 있지. 누가 이길지 뻔하지 않나?”

“대장!”

인질이 애처롭게 소리치며 버둥거렸다.

“헛소리 마라. 너는 나와 같이 노인의 집으로 간다.”

댄이 데릭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이제야 이야기가 되는구만.”

“이 친구도 같이 간다. 만약 허튼 짓 하거나 거짓말 한 게 밝혀지면 이 놈의 목숨은 없는 거야.”

댄이 인질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이어서 말했다.

“움직여. 나머지는 가만히 있고.”

데릭은 생각하는 듯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래. 뭐 그러지. 다들 이 친구 말대로 하자고.”

데릭은 벽에 걸려있던 모래색 망토를 몸에 두르고 망토 양 끝을 목 앞에 매듭 지어 묶었다. 망토의 안주머니에는 단검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먼저 문 밖에 나섰다. 댄은 나머지 남자들이 움직이지 않는지 흘끔거리면서 문 밖으로 나갔다.

“문 닫아.”

댄이 데릭에게 말했다. 데릭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의 말을 따랐다.

“이봐. 명령은 하지 말라고. 내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댄은 그의 투덜거림을 무시했다.

어느 새 해는 지평선 근처에서 주황빛을 뿜으며 저물어가고 있었다. 빛이 정면에서 비춰와 눈이 아팠다. 캄캄해진 머리 위의 하늘에는 가느다란 달이 흐릿하게 떠있었다.

댄은 데릭을 앞세워서 길을 걸어갔다. 인질이 걸리적거려서 천천히 전진했다.

“그 녀석을 계속 끌고 가야겠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쩔 거냐?”

앞서가던 데릭이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사람 없는 길로 잘 안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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