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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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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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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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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시(5)

DUMMY

5.

밤의 암시장은 낮에 보았던 것과 꽤 달랐다. 사람 하나 없이 깨끗했던 거리가 망토를 뒤집어쓰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사람들로 차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붙어 거래를 하는 지 속삭이고 있었다.

데릭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낮에 그랬던 것처럼 문을 두드렸다. 곧 낮에 봤던 흉터 있는 남자가 문을 열었다. 데릭이 그의 멱살을 잡고 끌어 당겼다.

“낮에는 신세졌다.”

남자는 눈이 동그래져서 데릭을 보았다.

“무슨 짓이냐. 거래는 잘 마무리 됐을 텐데.”

데릭은 품 안에서 풀을 꺼내 흔들었다.

“이건 말똥풀이야.”

“이봐. 이건 토끼다리풀이 맞다고. 나한테 그걸 판 놈이 그랬어.”

“헛소리 말고 당장 토끼다리풀을 내놔.

어느새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다툼을 보고 있었다.

“여기가 동네 시장인줄 아나? 물건을 잘못 샀으면 자기 탓이지.”

뒤에서 구경하던 여자가 말했다. 옆 사람들도 맞다는 듯이 웅성거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데릭은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아 좀 오해가 있었나본데. 싸우자는 뜻이 아니었다고. 자 보이냐?”

데릭은 은화를 꺼내 보여줬다. 그는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토끼다리풀을 다시 사고 싶다는 거지. 이번에는 제대로 된 걸로.”

남자는 그 말을 듣고 혹했는지 주위를 한번 슥 둘러보더니 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데릭이 앞서서 들어가고 뒤를 따라 앨런과 댄이 들어갔다.

벽에 걸린 횃불들이 집의 내부를 은은히 밝혔다. 생각보다 넓은 안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란 테이블에 놓인 물건들을 보고 있었다. 테이블은 3줄로 놓여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갔다.

“약재는 저쪽이다.”

남자의 안내를 따라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쌉쌀한 냄새를 풍기는 뿌리며, 잎, 열매들이 가장 안쪽에 쌓여 있었다.

지나가면서 본 몇몇은 여기서 일하는 이들인지 허리춤에 칼을 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그런 이들이 셋에, 입구를 지키는 이가 둘이었다.

약재 테이블 앞에서 앨런은 이것저것 들어 올리며 신중히 살폈다. 그 사이 흉터 남자는 뭘 살피는 건지 이곳저곳을 보며 손가락질을 해대었다.

“사실 당신에게 물건을 팔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흉터 남자가 데릭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은화를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지.”

칼을 차고 있는 이들이 그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데릭이 눈치 채고서 댄을 툭 쳤다. 둘 다 망토 안에서 슬며시 팔을 움직여 칼 손잡이를 붙잡았다.

“욕심이 나더군. 토끼다리풀이 없는데, 이걸 어쩔까 생각하다가 비슷한 풀을 찾았지.”

어느새 손님들은 다 빠져나가고 그들과 칼을 찬 암시장 경비들만 남아있었다.

“풀이 없다고?”

아직까지 약초를 뒤적거리던 앨런이 되물었다.

“그래. 그거 여기서 안 자라거든. 북쪽으로 한참 가야 나와서, 북쪽 상인들이 내려오는 초겨울은 되어야 들어오지.”

“그럼 왜 거짓말을?”

“말했잖아. 은화가 탐이 나더라고. 자 돈 주머니를 이쪽으로 넘겨. 말을 잘 들으면.......”

흉터 남자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허리춤에 불이 붙어 새된 비명을 지르느라 바빠졌던 것이다.

“멈춰 멍청아.”

“놔.”

앨런은 데릭이 팔을 붙잡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덩이를 또 만들어 냈다. 그녀는 데릭을 뿌리치고 그와 자신사이에 불을 지펴 넘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그만하라고.”

순식간에 가까이 있던 두 명이 불덩이를 맞아 땅을 뒹굴며 불을 끄려고 했다. 나머지 경비들을 상황을 파악하고 앨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닿지 못했다. 그 세 명의 경비는 불의 벽으로 둘러싸였다.

“미친 괴물 년이!”

경비 중에 한 명이 애처롭게 소리쳤다.

“악마의 하수인이야! 저 얼굴 보라고.”

다른 경비가 소리쳤다.

“아픈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해?”

앨런이 화가 나 말하며 불로 된 원을 조금씩 좁혀나갔다. 암시장 경비들은 원의 중심을 향해 뒷걸음질하다가 부딪혀 서로 등을 맞대었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데릭은 조급하게 문을 곁눈질 했다. 누군가 들어와 이걸 봤다간 앞으로의 일이 몇 배는 힘들어질 것이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앨런, 불을 꺼. 앨런! 불을 끄라고!”

앨런은 불을 여전히 피워 놓은 채 데릭을 흘낏 보았다.

“아저씨 미쳤어? 대체 왜.......”

데릭은 칼을 뽑아들어 불 위로 뻗어 칼끝을 그녀의 목에 겨눴다. 불에 달궈진 날카로운 무기는 금방이라도 그녀의 피부를 뚫고 들어갈 것 같이 가까웠다.

“당장 불을 꺼!”

“미쳤냐? 완전히 돌았군.”

댄이 검을 꺼내며 말했다.

앨런이 당황해서 그녀가 만들어낸 불길이 약해졌다. 그 틈을 타, 불의 고리에 갇혀있던 셋이 튀어나왔고, 그 중 하나가 검을 들고 곧장 달음박질했다.

“앨런 앞에 봐!”

데릭이 급히 말하자, 앨런은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서 시퍼런 칼날이 날아왔다. 앨런이 마지막에 몸을 틀어서 그나마 칼날이 목이 아닌 팔을 긁고 지나갔다. 데릭이 바로 달려와 경비의 목을 베었다.

다른 경비가 다가와 팔을 부여잡고 있는 앨런의 배를 걷어찼다. 그녀는 뒤로 쓰러져서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쳤다.

“이 새끼가.”

댄이 달려들어 놈의 다리를 베고, 놈이 쓰러지자 데릭이 가슴을 내려찔러 마무리했다.

“데릭, 이 미친놈아. 정신 나갔냐?”

댄이 뒤쪽으로 가 앨런을 살피며 말했다. 의식은 없었지만,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데릭은 대꾸 없이 도망치는 경비를 쫓아가 등에 칼날을 박아 넣었다.

“애는 무사하냐?”

“어.”

댄이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보며 대답했다.

“후. 다행이군.”

데릭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네가 헛짓거리만 안 했어도 훨씬 무사했겠지 미친 새끼야.”

댄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진짜로 찌르려던 건 아니야. 불을 들켜서는 안 되니까, 막으려던 거지. 앨런이 누군지 저 밖에 놈들이 알게 되면 다 끝장이라고, 알겠냐?”

데릭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횡설수설 했다.

“한순간 녀석이 죽은 줄 알고, 녀석이 죽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댄은 오늘 동행자들의 새로운 면들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앨런이 저렇게 화내는 것도, 데릭이 불안해하는 것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의 불안과 앨런에 대한 걱정이 화를 누그러뜨렸다.

“아, 정리, 정리를 해야지.”

데릭은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주위를 살폈다. 셋은 칼에 찔려죽었고, 하나 배에 둘은 가슴팍에 화상을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신음 중이었다. 앨런이 불러냈던 불들은 다 꺼진 상태였다.

데릭은 벽에 붙어있던 횃불을 뽑아들었다. 이어서 아직 살아있는 놈들의 목을 깊게 베어 죽이고 횃불을 시체 주변 적당한 곳에 던져두었다. 혹시 몰라 횃불 2개를 더 뽑아 바닥에 놓았다.

“이정도면 정리 됐군. 꼬맹이 좀 챙겨줘. 나가자.”

“명령하지 마. 지금은 믿어주겠지만,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다.”

댄이 노려보며 말했다.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데릭이 문을 열었다. 밖에는 사람들이 여전히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할 일들도 없나봐?”

데릭이 비아냥대며 밖으로 나가자, 댄이 앨런을 업고 뒤따라 나왔다. 그 순간 그들의 목에 검이 닿았다. 문 바로 옆에, 벽에 붙어서 도시 경비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무릎 꿇려요.”

아리사가 말했다.

“무릎 꿇려.”

지부장이 거들었다. 바로 누가 무릎 뒤를 밟아 댄과 데릭은 흙바닥에 무릎 꿇게 되었다. 댄이 앨런을 놓치는 바람에 앨런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네놈들은 두건의 살인, 어 그리고.......”

“6구입니다.”

안을 살피고 나온 병사가 말했다.

“추가로 6건의 살인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의 무게를 생각할 때 본 치안 판사 대행은 동부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음이 합당할 걸로 판단하여, 죄수들은 한센성으로 호송될 것이다.”

지부장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칼슨은 멀찍이 떨어져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동부 놈들이 눈앞에서 먹이를 채가는 모습을. 윌렛에 대한 분노로 머리가 끓었지만 지금 탓해 봐야 소용은 없었다. 그보다 해결책을 생각해야 했다.

“이대로는 저들이 가져가겠군요.”

크리스가 말했다.

“니들이 멍청한 짓을 한 덕분에 말이지.”

칼슨이 참지 못하고 쏘아 붙였다.

“후, 그래도, 아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어때 좀 있어 보이냐?”

칼슨이 옷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는 크리스에게 물었다.

“아니요.”

크리스의 말에 그는 픽 웃더니 망토 안 주머니에 손을 넣고 소동의 한복판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폐하의 죄수들로부터 손 떼시오!”

칼슨이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크게 외쳤다.

“뭐야, 누구요?”

지부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추레한 행색의 사내에게 말했다.

“폐하의 근위대원인 칼슨 하멜드요. 폐하의 명을 받아 죄수를 쫓아 여기까지 왔소.”

아리사는 예상 밖의 전개에 당황하며 그를 보았다.

“폐하의 죄수라니 증명할 수 있나요?”

“물론이오.”

칼슨은 품에서 돌돌 말린 종이를 꺼내 펼쳤다. 분명히 죄수에 대한 수배 명령서였고, 왕가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아무리 동부라지만 왕이 직접 수배명령을 내린 죄수를 빼 갈 수는 없었다. 이는 반역으로 몰릴만한 행위였다.

아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코앞에서 놓치게 된 것이다. 지부장은 그녀의 얼굴을 흘낏 보았다.

“잠깐, 그 서류 좀 봐도 되겠소?”

지부장이 물었다.

“그러시오.”

지부장은 문서를 꼼꼼히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는 진짜 왕명이오. 죄수가 왕실에 중대한 위협을 끼쳤다고 나와 있군요. 허나, 이 문서에는 다니엘이라는 남자의 수배 명령만 있소만, 다니엘이 어느 쪽이지?”

“저놈이오.”

칼슨이 댄을 가리켰다.

“흠. 저 놈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우리 지방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거요.”

지부장이 말했다.

“무슨! 이들이 폐하의 죄수와 함께 다녔다는 것은 공범이라는 명백한 증거 아니오? 두 말 할 것 없이 국왕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오.”

칼슨이 발끈하여 말했다.

“그건 모르는 거요. 치안 판사로서 말하건대, 이들은 동부에서 일으킨 범죄로 우선 기소되었소. 따라서 지방 법원에서 잘잘못을 가린 뒤에 이들이 국왕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에렌페트 성으로 가야 할지를 정해야 하는 거요. 국왕 법은 에렌페트에 송치된 사건들과 폐하께서 직접 수배하신 이들에게 적용되는 거요.”

칼슨은 인상을 구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 폐하의 죄수를 호송하실 수 있게 포박해드려라.”

지부장이 말하자 경비대에서 한 명이 나와 댄의 두 팔을 뒤로 묶고 줄의 끝을 칼슨에게 인도했다. 칼슨은 더러운 것이라도 되는 양 질색을 하며 받았다.

“지방 재판이 빨리 판결나길 빌겠소.” 칼슨은 이 말만 간신히 한마디 하고는 댄을 끌고 가버렸다.

“이 쪽도 포박해라.”

지부장이 말하자 병사들이 나와서 앨런과 데릭의 팔 다리를 묶고 눈을 가렸다.

“수고했어요. 호송은 우리가 맡을 게요. 도와주신 거 감사해요.”

아리사가 말했다. 그녀의 부하들이 죄수들의 신변을 인도받았다.

“감사하면 한센 공작님께 잘 좀 말해주세요. 협회는 언제나 지원을 필요로 하니까요.”

“알았어요.”

병사가 다가와 아리사에게 마차가 준비되었다고 알렸다.

“아, 그리고 현장은 그대로 놔둬주실 수 있나요?”

아리사가 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왜죠?”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요. 호송하고 와서 조사해보고 싶네요.”

현장에서 불에 그슬린 듯한 냄새가 났다. 아리사는 그게 신경 쓰였다.

“그러죠.”

아리사와 병사들, 그리고 앨런과 데릭은 대로에 준비되어 있는 마차에 올랐다. 죄수들은 사지가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양 옆에 병사들을 두고 앉아있었다. 앨런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데릭이 쉴 새 없이 탈출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호위병들이 말을 타고 주위를 둘러싼 가운데 마차는 한센성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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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마을(1) 19.08.05 34 2 15쪽
6 막간 1 19.08.05 4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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