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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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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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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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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시(2)

DUMMY

2.

바야흐로 개방과 방랑의 시대였다. 새로운 힘이 새로운 시대를 부른다. 날로 강대해지는 마법 협회는 영주들의 낡은 벽을 깨부수고 바람을 한껏 불어넣어 어디든 통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길이 그걸 증명했다. 저 앞에 수많은 상인의 행렬을 보라. 그들은 협회를 순례하는 수도자들 같다. 돈을 숭배하는 그들에게 협회가 취급하는 화려한 색의 염료는 부에 바치는 공물이요 다양한 향의 향료는 성물이었다. 오는 마차는 마법사를 위한 물건들로 가득했고, 가는 마차는 남부의 부유한 귀족들이 혹할만한 상품으로 꽉 차있었다.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갔다. 기울어진 햇빛은 도시 외곽에 둘러쳐진 벽에 부딪혀 도시 안으로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둠속에서 뾰족한 삼각의 지붕을 가진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줄을 이뤘다. 아직은 빛이 머무는 안쪽에는 돔형 지붕을 가진 널따란 건물이 있었다. 그 큰 건물이 바로 마법협회 동남부 지부의 것이었다.

도시의 대문 앞, 줄은 여전히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댄 일행도 저물어 가는 해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줄에 끼어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이 하필이면 이런 대도시였다.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앨런은 인파에 한껏 위축되어 있었고, 댄은 주위를 불안하게 두리번거렸다. 데릭만이 태연하게 서서 하품을 해대었다.

마침내 그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통행료는 마차 크기에 따라 매겼고, 몸만 들어오는 경우에는 밀수품 검사를 위한 간단한 몸수색 후에 들여보내주었다. 활짝 열린 짝문이 매달린 아치형의 입구로 들어서자 쭉 뻗은 대로가 바로 앞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마치 잎맥처럼 대로에서 뻗어 나온 작은 길들이 집들 사이사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듣던 대로 큰 도시군.”

데릭이 덤덤하게 말했다. 앨런과 댄은 그다지 덤덤하지 못했다. 앨런은 감탄했고 댄은 위협을 느꼈다.

“이런 건....... 처음 봐.”

앨런이 자기키의 세 배 보다도 큰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선 것을 보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협회 건물을 보고 신기해했다.

댄은 끊임없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길거리는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눈이 닿는 곳에는 어디나 얼굴이 있었고, 눈이 있었다. 그 눈이 자신을 마주 볼 때마다 댄은 깜짝 놀라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마주 본 사람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하거나 금방 눈을 돌릴 뿐이었다.

“그만 좀 두리번거려라. 정신 사납게 시리.” 데릭이 말했다. 부축을 하는데 자꾸 꼼지락거리니 영 거슬렸다.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

댄이 중얼거렸다.

“빨리 볼일 보고 나가자고.”

데릭이 태연하게 말했다.

약재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는 마차들을 따라가니 상인 거리가 나왔고 그 구석에 약재상이 있었다. 약재상은 유난히 칙칙한 회색 돌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생긴 것도 투박하고 크기도 작아 옆에 있는 마차 헛간까지 갖춘 모직공조합의 건물에 비해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데릭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큰 몸집의 여주인이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환자인가요?”

주인이 자세 그대로 고개만 슬쩍 돌리며 물었다.

“이 놈 좀 봐줘. 약이 좀 필요한 거 같아서.”

데릭이 말하고 나서야 주인은 슬슬 몸을 움직여 다가왔다.

“이쪽 상처가 곪았어. 보여?”

데릭이 댄의 셔츠를 올렸다.

“흠. 그렇군요. 상처를 잡아 뜯은 건가요? 후벼 판 건가요? 증상은요?”

“열이 나고 힘을 못 내요.”

앨런이 대답하자 주인은 그녀를 보았다.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일행인가요?”

주인이 물었다.

“그래.”

“적당한 약이 있긴 있죠.......”

“그런데?”

주인이 앨런을 보며 말을 흐리자 데릭이 다그쳐 물었다.

“인장은 가지고 계시나요?”

“뭔데 그게.”

“없으신가요? 도시에서 물건을 사려면, 특히 약재 같은 민감한 품목을 사려면 인장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니까 뭔데 인장이라는 게.”

“마법협회에서 발급하는 증표에요. 협회가 보증한 사람이라는 증거죠. 없으시면 그에 준하는 신원증명서라도 있으신가요?”

“약 좀 사는데 그런 게 필요하냐?”

“그럼요. 우물에 독을 푼 마녀이야기 못 들어보셨나요?”

“들어봤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하지 않겠어요? 토끼다리풀은 약한 독성이 있어서 마음대로 팔수가 없어요.”

주인이 잔뿌리가 많이 달리고 위쪽으로 잎이 듬성듬성 붙어있는 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소린지는 알겠는데, 우리가 그리 못 미더워 보이냐? 적당히 좀 넘어가지 그래?”

“솔직히 많이 수상하네요. 악은 황혼에 찾아온다고 하죠? 여자애가 여행하는 일은 또 흔하던가요? 이 주변에서 협회의 인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악은 황혼에 찾아온다니, 그런 쓸데없는 미신을 믿나?”

“쓸데없는 미신은 믿겠지만 그쪽은 못 믿겠네요. 저렇게 소름끼치게 하얀 사람은 둘 중 하나죠. 귀족이거나.......”

“알았다고 인장인지 뭔지 받아오면 될 거 아냐.”

데릭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돌아보니 앨런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문을 열고 먼저 나가라고 손짓했다. 앨런은 잠시 그를 그대로 보다가 나갔다. 데릭은 댄을 부축해 따라 나갔다.

약재상에서 나오니 길에는 사람들이 줄어있었고, 햇빛도 줄어, 지나는 이들의 어두워진 얼굴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숙소를 잡자.”

데릭이 제안했다.

“그러다가 댄이 더 아프게 되면 어쩌게. 바로 협회로 가자. 가서 인장을 받고 오면 되잖아.”

한동안 약재상 문을 보고 있던 앨런이 데릭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위험해. 놈들이 신원 보증을 해줄 것 같아? 우린 이방인인데다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데? 수상하다면서 이런 저런 조사를 하느라 시간만 잡아먹을 거다.”

“그래도 해봐야지. 이대로 댄이 죽는 걸 보고 있을 거야?”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잖아. 좀 여유를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아저씨는 댄이 마음에 안 드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니야. 진정하고 좀 침착하게 생각해 봐. 방법이 그것 밖에 없겠어?”

그들은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기에 가만히 선 채 대화하고 있었다.

“데릭 말이 맞아. 협회로 가는 건 위험해. 일단 숙소로 가자.”

댄이 입이 마르는지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까지 그렇게 말하자 앨런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무리하지 마.”

앨런이 댄을 걱정스레 보면서 말했다.

곧바로 데릭이 사람들에게 물어 가까운 여관 위치를 알아냈다. 언쟁 중에 해가 떨어져, 희미한 달빛에 의존해 길을 찾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송아지 여관은 2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식당 겸 주점으로 쓰고 2층은 침실로 쓰고 있었다. 여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홱 하고 열렸다.

여관 주인은 밤손님들을 한동안 뜯어보았다. 그녀의 눈이 앨런에게 머물렀다.

“밤중에 찾아와서 미안하군. 환자를 돌보느라 일정이 늦어져서.”

데릭이 말했다.

“그래요?”

여관 주인이 앨런에게서 간신히 눈을 떼며 말했다.

“방 있나?”

“있기야 있죠.......”

“뭐 마음에 안 드는 거라도 있습니까?”

댄이 물었다.

“늦게 와서 불편하신 모양인데 이거면 될까?”

여관 주인이 대답하기 전에 데릭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는 품 안에서 은화를 꺼내들었다. 여관 주인은 망설이다가 은화를 받았다.

“원래는 수상한 손님은 안 받는데 환자가 있으니 받아주는 거예요. 시트에 피 묻히지 마세요. 밤중에 시끄럽게 떠들지도 말고요. 이곳은 점잖은 상인 분들이 머무는 곳이니 주의해 주세요.”

여관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2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저기요. 깨끗한 천이랑 물도 좀 가져다주세요.”

여관 주인이 문을 닫고 나가려고 하자 앨런이 급히 말했다. 여관 주인은 불만스러운 투로 알았다고 말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문이 닫히자 데릭은 바로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댄을 내던졌다.

“아저씨! 살살 좀 해. 환자잖아.”

“나한테는 짐짝이야.”

데릭은 가쁜 숨을 쉬며 댄을 침대 구석으로 치우고 누웠다. 앨런은 옆에 놓인 다른 침대에 걸터앉았다. 주인이 천과 물을 가져다주자 바로 천을 적셔 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땀이 가득했다. 식수로 준비된 물도 조금씩 먹여주었다.

“아저씨. 그래서 약을 어떻게 구할 건데.”

앨런이 댄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그런 식으로 적당히 대답하지 마.”

앨런이 데릭을 쏘아보았다.

“괜히 약을 구하겠다고 힘들일 필요 없어. 어차피 금방 괜찮아질 거야.”

대화가 다시 격해지려 하자 댄이 끼어들었다.

“물건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거다. 여긴 상인들이 모이는 곳이고, 그 사람들은 돈 되는 건 다 파니까. 분명 암시장 같은 것도 있을 거야.”

데릭이 말했다. 앨런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

“잘 됐네. 지금 가자. 돈이라면 있잖아.”

“어딘 지를 모르잖아. 일단 내일 아침에 내가 소문을 캐 볼게. 조금만 여유를 가지자고. 이놈도 당장은 괜찮다고 하잖아.”

“그래. 점점 나아지고 있어.”

댄이 힘을 짜내서 말했다.

“봐, 멀쩡하잖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 알았지.”

댄과 데릭이 앨런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알았어....... 대신 내일 저녁까지 못 구하면 협회로 갈 거야.”

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윌렛의 예상대로 목표물은 a로 향했다. 목표물은 해가 저물어갈 때 도착하여 입구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칼슨과 8군 병사들은 여전히 마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도시 외벽에서 한참 떨어져서 무성히 자란 잡초들 속에 숨어서 감시를 이어갔다.

윌렛은 칼슨에게 다가갔다. 하던 말을 마치고 싶었던 것이다.

“칼슨. 아까는 미안했다. 내가 좀....... 주제넘었어.”

윌렛이 말했다. 칼슨은 도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됐다. 네 할 일이나 해.”

“그래도 내 생각을 한 번 고려는 해봤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아니,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아직도 그 소리냐.”

칼슨이 눈을 돌려 윌렛을 보았다.

“여기 위로는 한센이 지배하는 지역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윌렛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처리하는 건 위험하다. 몇 번 말해야겠냐. 놈들이 한센성을 통과해서 북부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덮치면 될 일이야.”

“그때까지 동부 놈들은 가만히 있고? 우리가 저놈들 따라다니는 동안 못 본 척 해 준다고?”

“잘 숨어 다녀 봐야지.”

“말은 잘 하는군. 이쪽 일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윌렛이 말했다. 격양된 목소리였다.

“그래 난 쥐새끼마냥 숨어 다니는 일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일쯤은 연습 없이도 잘할 수 있지.”

칼슨도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이 일을 망치고 있는 거야.”

“한번 찔러 보고 아니면 말지 하는 네 생각이야말로 안일한 거지. 네가 뭐라고 말해도 이게 최선이란 사실은 바뀌지 않아.”

“최선이라고 믿는 거겠지.”

“징징대는 건 그만두고 일이나 해. 슬슬 짜증나니까.”

칼슨이 시선을 돌려 c의 성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윌렛은 인상을 쓰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칼슨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 알았다.”

“그럼 네 위치로 돌아가서 감시나 계속해.”

칼슨이 말했다. 윌렛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물러났다.

윌렛은 도시의 벽을 따라 걸었다. 칼슨에게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없음을 확실히 해두고 싶었을 뿐이었다. 칼슨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길었던 전쟁에서의 경험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이쪽 일은 위험하기 마련이다. 칼슨이 군인으로서, 지휘관으로서 긴 시간을 보냈다면, 윌렛은 첩자로서 긴 시간을 보내왔다. 뭔가를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윌렛은 칼슨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그는 성벽을 빙 돌아가 반대편에서 감시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접촉했다.

“윌렛님 무슨 일입니까?”

병사가 물었다.

윌렛은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고, 과단성과 행동력은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바로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칼슨에게서 허가가 떨어졌다. 이쪽 7명은 나와함께 외벽을 넘어가 놈들을 붙잡는다.”

윌렛은 병사들을 이끌고 성문 반대편으로 갔다. 그는 병사들과 함께 도시 외벽을 넘어 a로 숨어들어갔다.

그들은 밤거리를 돌며 여관들을 살펴보았다. 도시에는 추천인이 필요한 고급 여관을 제외하면 4개의 여관이 있었다. 윌렛은 그것들의 위치를 잘 파악해두었다.

“어쩔까요.”

병사가 물었다.

“동 틀 때까지 교대하면서 여관들을 감시해. 누군가 나오거나 들어가면 기록해두고. 위치가 파악되면 움직인다. 이해했나?”

병사들이 대답하자 윌렛은 그들을 여관들에 나눠 보냈다.



그날 오후에 방화 용의자들은 멜튼에 도착했다. 놈들 중 반은 도시 주변을 지켰고, 반은 성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이들은 흩어져서 여관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아리사의 부하들은 대부분 그들을 감시하는데 투입되었다. 쿼지가 현장 병력들을 지휘하는 동안, 아리사는 게이트와 근처 술집에 자리 잡고 앉아 얻어낸 정보들을 정리했다.

“누군가를 찾는 건가?”

아리사가 말했다.

“그렇겠죠.”

“그런 낌새가 있긴 했지. 성길에서도 주춤거리면서 가는 게 누굴 미행하는 모양새였어.”

“그럼 이제 누굴 찾는 지가 중요하겠네요.”

“뭐 알아낸 거 있어?”

아리사가 물었다.

“아뇨. 워낙 움직임이 없어서요. 감시만하고 있더라고요.”

“일단 지켜봐야겠군.”

아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이곳 협회에 말해둬야지.”

“도우려고 할까요? 협회는 항상 중립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그래도 한번 찔러는 봐야지.”

아리사는 마법 협회 동남부 지부 건물로 향했다. 지부 건물은 협회의 급격한 성장을 자랑하듯이 크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마법으로 가공했을 것으로 보이는 맨들맨들한 흰 벽돌들로 쌓았고 입구에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석상이 있었다. 아리사는 들어가기 전에 복장을 점검했다. 체형이 드러나지 않게 넉넉한 망토를 둘렀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후드를 눌러썼다.

협회 3층에 지부장의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지부장은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문을 등지고 그녀를 맞이했다. 멀끔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자였다.

“직원에게 한센공의 인장을 제시하셨다고요. 누구시죠?”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정보를 드리고자 왔습니다.” 아리사는 상대가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도록 원래의 자신의 것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보요?”

지부장이 말했다.

“이 도시에 위험한 이방인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검문을 피해 북쪽 담을 넘어 들어왔죠.”

“위험한 이방인은 당신을 말하는 거 아닙니까?”

“저는 이방인이 아닙니다. 동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죠.”

“어디사람이건 저희에게는 이방인입니다. 협회는 정치적으로 중립이니까요.”

지부장이 매끄럽게 설명했다.

“이 건물과 영지는 한센공으로부터 받은 것 아닌가요?”

“기증받은 거죠. 연구기관으로서.”

“그래요, 그건 그렇다 칩시다.” 아리사는 한발 물러났다. “어쨌건 이 지역의 치안은 협회가 담당하고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이대로 돌아다니게 두실 겁니까?”

“저희 쪽에서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죠. 정말로 침입자가 있는지, 그리고 위험한 이들인지.”

“그거면 충분해요.”

아리사가 말했다.

“그쪽도 마찬가지에요. 도시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른다면 당신이 어디 소속이든지간에 처벌을 받을 겁니다.”

아리사는 지부장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게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협상은 잘 됐나요?”

“중립이라는 게 말뿐은 아니었나보군. 지부장이 행동에 나설지 잘 모르겠다. 순찰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텐데. 특이사항은?”

“없어요. 놈들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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