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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님의 서재입니다.

죄악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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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마바
작품등록일 :
2018.11.09 16:08
최근연재일 :
2019.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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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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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5,388

작성
19.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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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5)

DUMMY

“경비대, 돌격!”

찰스가 소리치자마자 경비들이 창을 앞세우고 달려갔다. 어떻게든 방패 틈 사이에 창을 꽂아 넣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에 칼슨의 병사들은 방어에 집중했다.

두 무리가 격렬히 부딪혀 모두 그쪽에 신경 쓸 때, 레너드가 행동에 나섰다. 그는 댄을 지키는 병사의 뒤로 슬그머니 다가가 입을 막고 끌어당기며 목을 그었다. 병사의 힘이 빠지자 조용히 바닥에 눕히고 댄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그 순간 둘은 눈을 마주쳤다. 먼저 눈을 돌린 것은 댄이었다.

“역시 또 피하는군.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러겠지.”

레너드가 비웃었다. 댄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건....... 고맙다.”

“됐다. 언젠간 나를 용서해야 할 거다. 그때 가서 말하지.”

레너드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댄은 그대로 뒤로 달려가 옆으로 난 통로로 들어갔다.

계속 달리자 길은 옆으로 한 번 더 꺾였고, 그곳에 데릭과 앨런이 있었다.

“댄!”

앨런이 먼저 그를 보고 소리쳤다. 가까이서 보니 댄의 몰골은 더 처참했다. 손과 팔에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얼굴은 퍼렇게 멍들고 부어있었다.

“앨런, 손가락이.......”

댄이 말했다.

갈림길에서는 8군이 경비대를 몰아내고 있었다. 방패 사이로 검을 찔러대며 밀고 들어오는 탓에 경비대는 방패만 툭툭 치면서 밀려났다. 이윽고 갈림길은 완전히 8군이 차지하게 되었다.

8군 병사 중 일부가 경비대를 막는 사이 칼슨, 아드리언과 병사 몇은 앨런을 잡으려고 다가왔다.

“또 도망쳤군. 쥐새끼 같은 놈.”

칼슨이 댄을 보며 말했다.

앨런은 그들을 보고 바로 불덩이를 피워냈다. 슬픔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분노가 그 자리를 채웠다.

“앨런, 그냥 도망치자.”

“진정해라 꼬맹아.”

댄과 데릭이 말리려고 했지만 앨런은 그저

“그냥 도망치면 따라잡힐 거야.”

하고 대꾸할 뿐이었다. 칼슨이 손을 들자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앨런은 바로 불덩이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것은 통로 바닥에 깔리더니 앞으로 쭈욱 밀고나가 통로를 빈틈없이 불태웠다. 가장 앞서 있던 병사 셋이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아드리언은 곧장 바닥 벽돌을 뜯어내 통로를 막는 벽을 세웠다. 그리고 가운데 벽돌을 하나 빼내어 벽 밖을 엿보면서 그것을 쏘아 보냈다. 벽돌은 앨런의 발목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데릭이 반응하여 앨런의 앞을 몸으로 막았다. 그의 발목에서 육중한 소리가 나며 돌이 부딪혔다.

“아저씨!”

앨런이 외침과 동시에 다른 벽돌이 쏘아져 날아왔다. 데릭은 절뚝이며 앨런을 끌고 길이 꺾이는 모퉁이로 달렸다. 댄도 그를 엄호하며 따라 달려 아드리언의 시야를 벗어났다.

“아저씨,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냥 삔 거야.”

데릭이 발목을 붙잡고 말했다.

옆 복도에서는 드르륵하며 돌이 끌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고 있었다. 댄이 고개를 내밀어보니 벽이 통째로 밀려오고 있었다.

“놈들이 오고 있어 빨리 가야 해.”

“저쪽을 막는 게 먼저야.”

앨런이 그렇게 말하고 다시 불을 손 위에 모았다. 그녀는 댄이 말릴 새도 없이 모퉁이에서 튀어나가 아드리언의 벽 앞에 섰다. 그리고 벽에 난 틈새로 불길을 쏘아내었다. 아드리언은 옆으로 피했고 벽에 막혀 불이 날아오는 걸 못 봤던 애꿎은 병사가 대신 맞아 불타죽었다.

앨런이 계속해서 구멍을 통해 불을 쏘아 넣자 아드리언은 벽돌로 구멍을 다시 메웠다. 그는 벽을 앞세우며 다시 전진했다.

앨런은 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전과는 느낌이 다른 맹렬히 일렁이는 불이었다. 불은 바닥을 기어가다가 벽과 닿자 높이 타오르며 벽돌 사이사이로 붉은 손길을 내뻗었다. 불꽃이 벽 사이로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아드리언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이쪽으로는 안 되겠다.” 아드리언이 말했다.

칼슨이 재빨리 병사들에게 뒤쪽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반대편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경비대가 8군 병사들을 밀어내며 갈림길을 장악했다. 그들은 경비대와 마녀 사이에 갇혀버렸다.

게다가 찰스가 병사들 너머로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었다.

“이건? 다른 마법사인가? 이봐, 빨리 카일에게 보고를.......”

찰스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땅이 흔들리면서 나는 큰 소리가 그의 말을 묻어버렸다. 경비대의 뒤쪽으로 두터운 돌벽이 세워졌다.

“일이 틀어지기만 하는군.” 아드리언이 말했다.

아드리언은 바닥에서 벽돌을 뜯어내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벽돌들은 경비대의 머리 위에서 멈춰있었다. 찰스가 당황하며 경비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비대는 돌벽을 뚫으며 동시에 8군 병사들의 방진을 뚫으려했다. 어느 쪽도 수월하지 않았다.

아드리언은 높이 들어 올린 벽돌들을 마구 아래로 내리쳤다. 경비들이 한명씩 머리가 으깨져 죽었다.

“멈춰!”

칼슨이 다급히 소리 질렀다. 아드리언의 돌이 그가 아는 얼굴의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칼슨의 외침에도 돌은 움직이던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찰스 한센의 머리통을 으스러뜨렸다.

“아드리언! 네가 방금 누굴 죽인건지 알긴 하냐?” 칼슨이 잔뜩 성내며 말했다.

“찰스 한센. 동부공의 형이지. 어쩔 수 없었다.” 아드리언이 침착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긴! 포로로 잡았어야지!”

“놈을 붙잡는 건 죽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아드리언은 그렇게 말하고 칼슨의 날선 대꾸를 무시했다. 대신 해야 할 일에 집중하여, 마녀 쪽에 만들어둔 벽에서 벽돌을 하나 빼고 그 너머를 엿보았다. 벽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망쳤군.”

아드리언이 말했다.

“일단 성에서 나가지. 북부로 가서 놈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나을 거다.”

칼슨이 포기한 듯이 말했다.


앨런은 불꽃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뒤쪽으로 달렸다. 데릭을 부축하여 댄이 뒤따랐고, 그리하여 그들은 아드리언이 경비대를 가두어 죽이는 동안 통로를 돌아나가 지상으로 먼저 올라갈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댄의 기억에 의존하여 아드리언이 벽에 뚫어놓은 통로를 찾았고, 그리로 나가 마침내 한센성에서 벗어났다.

“잠깐. 혹시 말 탈줄 아냐?”

데릭이 성벽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마구간을 가리키며 물었다.

“한 번 타본 적은 있다.”

댄이 대답했다.

“어떻게 타는 지 책에서 읽은 적은 있어.”

앨런이 말했다

“완벽하군. 이론만 아는 애랑 경험만 있는 놈이라. 둘이 하나를 잡고 타라.”

데릭은 그렇게 말하고 마구간에 들어가 말 두필을 끌고 나왔다. 그들은 말을 끌고 아드리언이 성벽에 뚫어놓은 아치문으로 나가 말을 타고 공작의 땅을 벗어났다.



아리사는 병사 몇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지하로 내려갔다. 생각과 달리 불길한 침묵이 감돌았다. 무장한 채로 경계하며 나아가니 피비린내가 확 끼쳐왔다. 냄새를 따라 피가 흘러나오는 벽에 다다랐다. 그녀는 우회로를 통해 걸어가 벽의 다른 면을 보았다. 벽의 다른 쪽에는 피가 사방에 발라져있는 가운데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시체들이 널려있었다.

“공작님을 모셔와.”

아리사가 병사에게 말했다.

한참 후 도착한 카일은 병사들의 망가진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카일이 허탈한 듯이 시체더미 앞에서 말했다.

“침입자들의 마법사가 한 짓인 것 같습니다.”

아리사가 말하자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 무슨.......”

회의실에서 불려 내려온 귀족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한센에게 부른 이유를 물으려다가 핏빛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찰스!”

카일이 찰스의 갑옷을 알아보고 그의 시체를 끌어당겼다. 병사들 몇이 그를 도와 시체더미에서 동부공의 혈육을 끄집어냈다. 귀족 중 몇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카일의 비통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찰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명령을 그가 내렸다는 것은 희미한 과거의 일이 되었다. 몇몇은 여전히 그걸 기억했으나 한센의 행동에 압도되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카일이 외쳤다.

아리사는 그의 의중을 읽고, 역겨움과 섬뜩함을 느끼면서 나서서 설명했다.

“왕궁에서 온 침입자들이 이런 살육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카일은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렸다. 울어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슬픈 표정을 거두고 분노를 드러냈다. 여기에 한 마디를 더할 차례다. 이것은 그야말로 예술의 영역이었다. 그 똑똑한 왕에게 부족한 것. 감정을 뒤흔드는, 바로 이런 아름다움.

“나는 오늘 일을 잊지 않을 것이오. 저 오만방자한 왕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깔보며 자신의 병사들로 동부의 심장을 유린하려한 것을. 나의 형제와 동부의 전사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해, 저들의 야욕을 막기 위해 희생된 것을.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카일은 찰스의 조언에 감사했다. 그가 옳았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었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병사들, 귀족들의 분노한 얼굴 하나하나를 뜯어보았다. 이제 되었다. 불씨가 당겨졌다. 굳이 부풀리지 않아도 알아서 자랄 것이다. 그는 이번 거래에서 이득만을 볼 것이다. 얼마의 이득일 것이냐, 그게 유일한 문제였다.

“왕은 반드시 이 일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카일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는 핏물을 보면서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 어떤 포도주가 적당할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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