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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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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23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24 16:30
조회
515
추천
9
글자
10쪽

스타의 일상

DUMMY

UFL 대표 레이나 왓슨은 듣던 대로 호탕한 인물이었다.


첫 경기부터 모두 빼놓지 않았다고 말하며 사진부터 찍었다. 칠수와 둘이 한 장, 그리고 체육관 사람들과도 함께 찍었다.


“라스베이거스 하면 도박이 최곤데, 다녀오셨나요?”


왓슨이 물음에 뒤에서 제프가 양손 엄지를 내밀었다.


“조칠수 선수는 도박도 잘합니다”


그러자 왓슨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와우, 못하는 게 뭐예요, 대체?”


이날 만남의 목적은 왓슨과의 대면이 아니었다. DJ켄 측과 경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DJ켄도 오나요?”


칠수가 물었다.


“아뇨, DJ켄은 지금 고향인 하와이에 있어요. 오늘은 그의 매니저이자 서브 코치인 치프 보라스가 함께할 거예요”


“보라스요?”


“네, 거래하기 좋은 이름이죠”


그러자 칠수와 심동연이 웃었다. 메이저리그를 모르는 나머지 사람들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치프 보라스는 성격 좋은 전형적 미국 남자였다. 키는 칠수보다 작았지만, 선수 출신인지 몸이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하고 늘씬했다.


“칠수 선수, 저도 좋아해요. 카운터 앞차기, 크~”


보라스가 앞발을 내밀며 파이트 포즈를 취했다.


인계석 등 다른 선수들은 제프와 함께 UFL 투어를 떠났다. 면담은 정 관장과 연 실장, 보라스와 칠수, 레이나 왓슨이 함께했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건 날짜예요. 제가 생각하는 건 두 가지 일정과 장소예요”


첫 번째 제안은 UFL의 뜻깊은 대회인 ‘UFL 100’이었다. 백 번째로 열리는 의미 있는 대회였다.


“대신 이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해요. 6월이니까 꽤 긴 6개월이죠”


두 번째 제안은 UFL 하와이 대회였다. DJ켄을 메인 이벤터로 노리고 기획하는 대회다.


“하긴 이건 더 길겠네. 이건 7월이에요. 경기장은 구두로 잡아 놓은 상태고, 아직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고 있죠. DJ켄이 들어간다면 바로 홍보에 들어갑니다”


보라스가 원하는 건 하와이 대회였다.


“하와이에 열리는 UFL 대회라면 당연히 DJ켄이 들어가야죠. 거기서 DJ켄이 동양에서 온 자객을 KO로 꺾는다면 그보다 좋은 그림이 없을 거예요”


칠수들은 ‘UFL 100’을 원했다.


“이건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대회잖아요. 사실 저에게 하와이 대회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올스타전과도 같은 이 대회에 이름을 올리고 싶습니다”


양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사실 레이나 왓슨도 원하는 대회는 하나였다.


“보라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와이 대회는 다른 때에 열 수도 있어요. 우리는 2차 일정으로 11월을 보고 있죠”


“11월이라···.”


“네, 그러니까 6월 경기를 라스베이거스에서 멋있게 하고, 5개월 후 고향에서 싸우면 되는 거라고요”


“이렇게 되면 DJ켄은 UFL 100과 하와이 대회를 모두 뛸 수 있는 거예요”


연 실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올스타전과 고향 경기를 모두 뛰다니. 너무 부럽네요”


칠수도 질 수 없었다.


“음,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일단 DJ켄과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미국 사람들은 회의하다가 끊는 걸 좋아하나 봐?”


정 관장이 투덜거렸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빠르고 쉽게 결정하는 것도 있죠”


연 실장의 말이었다.


짬을 내 칠수들은 사장실 아래층의 UFL 공식 체육관을 들렀다.


“와우, 크라이드 전 챔피언님이 여긴 웬일이신가?”


심동연과 이언규들이 마치 자기 체육관인 양 인사를 받았다.


그때 저쪽에서 엄청난 덩치 하나가 다가왔다. 온몸이 털로 잔뜩 덮여 있었다.


“Hey, you are 조칠수. right?”


UFL 인기스타 중 하나인 그리핀 포레스트였다. 동료인 스테판 코너와의 대결은 2019년까지도 회자하는 명승부다.


“이게 누구야, 그리핀이잖아!”


칠수가 달려가 그리핀에게 안겼다. 마치 어제 본 친구인 마냥 금세 친해진 둘이었다.


“포레스트랑 스테판 코너가 여기서 훈련도 하고 코치 일도 하고 있죠”


레이나 왓슨이 말했다.


“양아들 같은 관계라더니 그게 사실이었네”


정 관장이 그리핀과 인사하며 등을 두드렸다.


그때 위에서 제프가 내려왔다.


“치프가 통화를 마친 모양이에요”


하지만 보라스는 역시 보라스였다. 거래가 쉽게 끝나진 않았다.


“그러니까, 10만 불을 올려달라는 거야?”


레이나가 물었다.


“그렇죠. 개런티 50만 불, 승리수당 50만 불”


“와우, 그럼 얼마야···.”


“100만 불이죠”


놀라는 정 관장에게 연 실장이 말했다.


“그건 안 돼, 치프. 요즘 우리가 해외 프로모션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하는 잘 알잖아”


레이나 왓슨이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잠시 고민하던 레이나가 치프에게 말했다.


“5만 불은 올려줄 수 있어. 더는 안 돼. 45만 불에 45만 불을 더하는 거야”


이번엔 레이나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거 봐. 이렇다니까”


정 관장이 양손을 옆으로 펼쳤다.


다시 치프가 DJ켄과 통화를 하고 나서야 거래가 성사됐다.


“좋아요, 총 90만 불로 하는 거로 하죠”


치프가 칠수, 레이나 왓슨 등과 악수를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원래부터 45만 불을 노린 거지?”


레이나가 다 안다는 듯 농을 던졌다.


“장사 한 두 번 하시나요?”


치프의 대답이었다.


칠수가 다가가 인사했다.


“축하합니다. 45만 불을 챙기게 되셨네요”


“아유, 무슨요. 정확히는 90만 불이죠”


“DJ켄이 패배할 거니까요”


“무슨 말씀. 비디오나 더 챙겨보고 오셔야겠네”


경기는 그렇게 UFL 100에서 펼쳐지게 됐다.


2010년 6월. 라스베이거스 UFL 돔에서 열린다.


DJ켄이 출전하는 큰 대회임에도 불구, 칠수의 경기는 첫 번째가 아니었다.


“둘의 경기는 아마 세 번째가 될 거야”


레이나가 설명했다.


“아니, 앞 두 경기는 대체 뭐길래요?”


칠수가 물었다.


하지만 모니터를 본 칠수는 할 말을 잃었다.


워락 레스너와 알리스 오페럼의 헤비급 타이틀 전이 1경기였다.


두 번째 경기는 캐나다의 영웅 피에르 생 자베르의 방어전이었다.


“인정하나?”


레이나가 물었다.


“레스너와 오페럼, 생 자베르···. 인정합니다. 세 번째 경기 당연하네요”


계약서 서명은 일정의 시작이었다. 담당자들과의 인사가 이어졌고, 회의에 서명, 서명에 회의의 연속이었다. 칠수들이 일에 치여가는 사이 이언규와 심동연들은 UFL 체육관에서 굴러다니며 친분을 쌓았다.


다음 날은 프로필 촬영이 있었다. 크라이드 쪽 촬영이 두세 시간 만에 끝났지만, UFL의 촬영은 10시간을 넘었다.


“왜 이리 시간이 차이가 날까요···?”


체력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칠수가 여섯 시간 만에 잠시 휴식을 요구하며 소파에 누웠다.


“야쿠자가 운영하는 양아치 단체랑 건실한 UFL을 비교하면 안 되죠”


연 실장의 우문현답이었다.


다음 날엔 게임에 쓰기 위한 모션 캡처 작업을 했다. 모션 캡처는 사진 촬영보다 훨씬 긴, 20시간이었다.


자신의 게임 캐릭터를 본 칠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능력치가 ‘75’로 책정됐기 때문.


“아니, 전승 파이터가 ‘75’라 니···. 너무 한 거 아냐?”


옥신각신하던 칠수와 기획자는 UFL 게임 단 판으로 승부를 내기로 했다. 칠수가 이기면 모든 능력치를 ‘5’ 올려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좋아, 해보자고”


칠수가 고른 건 본인인 조칠수, 기획자의 캐릭터는 곧 싸우게 될 DJ켄이었다.


하지만 능력치 자체가 차이가 나 너무 힘든 게임이었다. DJ켄의 타격 능력은 ‘90’이나 됐다. 아무리 칠수가 때리고 걷어차도 DJ켄의 에너지는 금세 회복됐다.


“너무 불리한 거 아냐?!”


그러나 칠수는 2019년까지 거의 10년 넘게 UFL 게임을 했던 ‘게임 베테랑(?)’ 출신. 금세 운영에서 압도하기 시작한 칠수는 경기 종료 직전 강력한 일격을 명중시키며 결국 판정으로 이겼다.


“자기 캐릭터에 스포츠 스타들이 목메는 이유, 이제 잘 알 거 같네요”


하지만 연 실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남자들은 그렇게 파워나 스피드, 이런 게 좋아요?”


그러자 정 관장이 머리를 넘겼다.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겸비한 관장, 멋있지 않아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안내를 맡은 직원 제프가 USB 하나를 쥐여줬다.


“이건 뭐죠?”


“DJ켄 전 경기를 모았어요. 전 칠수 선수 팬이니까요”


“으아, 정말 고맙습니다”


칠수가 받아든 선물보다 오히려 이언규와 심동연, 인계석의 선물이 많았다. 일주일간 선수들과 뒹굴며 친해졌기 때문이다.


“그건 다 뭐야?”


심동연은 온몸 가득 신상 의류들로 도배한 채 나타났다.


“제 옷과 바꾸고, 선물 받고 뭐 이런 것들?”


이언규는 못 보던 배낭에 무언가 하나 가득 넣어왔다.


“전 이거 하나 가득”


칠수의 자리는 1등급 중에서도 아주 밖이 잘 보이는 창가석. 공항에서 이륙하자 UFL 돔의 전경이 보였다.


“야, 뭔 생각 하냐?”


옆에 앉은 정 관장이 물었다.


“UFL 돔 경기에 주인공으로 나서서, 만원 관중 앞에서 포효하는 거?”


10전 10승 젊은 피의 꿈. 세계 정복보다는 훨씬 소박하고 가능성 있는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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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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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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