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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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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30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24 18:25
조회
310
추천
9
글자
8쪽

폭풍전야

DUMMY

UFL 타이틀전을 하기까지는 총 3~4개의 사전 절차가 있다.


하나는 경기 전 기자회견이다. ‘Post Fight Conference’라고 불린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치르는 게 보통이지만, 해외 기자들을 위해 원격 회견도 동시에 치러진다.


두 번째가 공개 훈련이다. 경기장 인근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 그곳에서 각 선수가 훈련을 가진다.


세 번째는 계체량이다. 다른 경기에선 조용히 치르지만, UFL은 이 계체량을 또 하나의 볼거리로 만들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영상 촬영’ 정도다. 각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경기 전 분위기를 띄운다.


회견장에 들어서자 생자베르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You look so good. Maybe nice condition”


역시 ‘링 위의 무도가’라는 별명답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인사였다.


“Yeah, I’m best condition. Are you?”


“Not bad, maybe”


미국에서 몇 차례 경기를 갖자 아는 기자들도 생겼다. 그중 역시 가장 앞선에 서 있는 건 스포츠 인터내셔널의 데이빗 콘 기자다. 데이빗 콘은 UFL과의 계약을 위해 조 마지오와 함께 일본으로 날아온 적이 있다.


“오랜만이에요, 콘 기자님. 잘 지내셨죠?”


물론 칠수의 옆엔 통역관이자 매니저인 연 실장이 함께 따라 다닌다.


“오랜만이에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


“날아갈 듯 좋은데요. 기사엔 나쁘다고 써주세요”


기자회견 진행자는 역시 UFL 장내 아나운서 빌 로건이었다. 빌 로건의 라디오 방송에 DJ켄과 출연한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빌. 운동 너무 열심히 하는 거 같네요?”


“스테로이드를 너무 빨았나 봐. 자네도 한잔 할래?”


“오, 이미 너무 많이 마셔서. 사양할게요”


첫 질문은 경기에 대한 소감이었다.


“생자베르와 조칠수 선수, 각각 경기에 임하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네, 일단 이런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돼 너무 영광입니다. 경기에 응해준 칠수 선수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요.


조칠수 선수는 무패에 젊기까지 합니다. 레슬링, 타격, 그래플링 등 모든 기술을 갖고 있죠. 강한 상대이고 이기기 힘듭니다.


그러나 여긴 웰터급입니다. 제가 평생 싸워온 곳이죠. 반면 칠수 선수는 아무 경험도 없습니다. 결국, 경기는 제 승리로 끝나고 말 겁니다.


이 경기를 승낙한 가장 큰 이유는 저도 도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서 이기면 미들급 챔피언인 마우리시오 실바와 싸우게 됩니다.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꼭 놓치지 않겠습니다.“


“칠수 선수도 부탁하겠습니다”


“생자베르 선수가 과도기라 하셨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레이나 왓슨 대표에게 부탁하겠습니다. 제가 생자베르를 이기면 마우리시오 실바와 싸우게 해주십시오”


칠수가 레이나 왓슨을 지목하자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알겠다는 제스추어는 없었다.


“생자베르는 일단 제가 싸워온 모든 선수 중 가장 힘든 강자입니다. ‘무결점 파이터’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하지만 저 역시 ‘무결점 파이터’라고 불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패배가 없습니다. 반면 생자베르는 2패가 있죠. 2패가 있는 선수를 ‘무결점’이라고 부르나요? 생자베르의 별명은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에 져서 3패가 될 거니까요.“


칠수의 화끈한 도발에 장내가 뜨거워졌다. 생자베르는 손수건까지 꺼냈다.


“좋아요, 칠수 선수.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예요. 이번엔 경기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생자베르 선수?”


“저기요, 빌 로건? 상대 선수가 있는데 전략을 이야기하라니 제정신인 건가요?”


생자베르의 말에 좌중이 ‘빵’ 하고 터졌다.


“아주 조금만 부탁할게요”


“일단 칠수 선수는 너무 상대하기 힘든 파이터입니다. 완성도 높은 선수고, 또 경기마다 다른 전략을 들고나오는 파이터죠.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던데 딱 맞는 이름 같습니다.


사실 저희의 전략은 이 자리에서 공개해도 됩니다. ‘자연체’ 전략이니까요. 변화무쌍한 칠수 선수에게 대응하기 위해 흐름에 따라 바뀌는 ‘자연체’ 전략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간 보아오던 제 기본적 스타일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상대 칠수 선수는요?”


“저도 생자베르처럼 자연체 전략을 하고 싶네요. 하지만 전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선수고, 도전자 입장입니다. 생자베르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여러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공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모든 공격을 피하고 때리는 전략입니다.”


“와우, 완벽한 전략입니다. 생자베르 선수 못 이기겠는데요?”


“그러게요. 실천할 수만 있다면 절대 이기지 못하겠네요”


“생자베르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칠수 선수는 이번 경기를 최고의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자베르 선수도 그런가요?”


“글쎄요. 물론 저에게도 중요한 경기이지만 칠수 선수가 다른 타이틀 도전자들보다 강하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대답할 수 없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칠수 선수보다 8kg 이상 무겁고, 펀치 파워도 더 셉니다. 칠수 선수가 과연 그런 선수를 상대로 저처럼 방어전을 연속으로 치를 수 있을까요?


또 전 이번 경기에서 이겨 마우리시오 실바와 싸울 계획입니다. 제게 큰 도전이 있다면 그 경기를 말해야겠죠“


“말주변이 많이 늘었어요, 생자베르? 내가 키운 보람이 있어.”


“로건 당신 덕이에요”


“이번엔 칠수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생자베르 선수의 장점 중 하나만 복사한다면 어떤 걸 꼽겠나요?”


“음···. 워낙 장점이 많은 선수라. 제가 가져가고 싶은 건 무도가로서의 정신입니다. 오랫동안 가라데 파이터로 살아왔고, 그러면서 무도인으로서의 혼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약자에게 친절하고 불의에 고개 돌리지 않고. 경기 중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항상 냉정할 수 있다면 승률은 더욱 올라가겠죠”


공개 훈련은 기자회견 다음 날 치러졌다. 이번 훈련은 특이하게 코치를 바꿔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먼저 무대에 오르는 칠수의 앞에 생자베르의 코치인 피레스 자코비가 올랐다.


“간단하게 콤비네이션부터 시작하죠. 원투”


약하게 펀치를 뻗다 5분이 지난 후부턴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전략을 파악하려는 듯 자코비 쪽에서도 압박이 들어왔으나 들어오는 공격은 그냥 가드로만 막고 좌우로 피했다.


“많이 감추고 있네요, 칠수 선수”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하며 자코비가 말했다.


“감춰야 이길 수 있으니까요”


생자베르는 평소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다. 특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태클이 명불허전이었다.


“야, 나 이따 호텔 가서 파스 붙여야 할 거 같아. 힘이 장난 아니야.”


계체량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조칠수가 77.1kg, 생자베르가 77kg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너무 순조롭기만 한 건 재미가 없는 법. 칠수가 재미를 돋우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다.


“생자베르. 77kg!”


계체를 마치고 두 선수가 무대 중앙에 모였다. 계체량에서는 계체 끝난 선수들이 가운데 모여 파이트 포즈를 취한다.


그런데 그때 일이 터졌다.


칠수가 주먹을 생자베르의 턱에 갖다 댄 것이다.


뜻밖의 접촉엔 코치진들이 더욱 놀랐다. 특히 자코비 코치는 칠수에게 큰소리까지 질러가며 항의했다.


“아니, 뭔 접촉 정도 갖고 그래?”


정 관장은 어깨만 올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생자베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칠수가 주먹을 턱에서 때지 않자 그 역시도 손을 칠수의 턱 쪽에 갖다 댔다.


“내일 경기 내내 느낄 감촉이야, 기대하라고”


생자베르가 말했다.


“그쪽도 마찬가지야”


무패 도전자도 질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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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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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에필로그 +2 20.03.02 427 8 8쪽
77 부적을 찢다 20.02.28 329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3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 폭풍전야 20.02.24 311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4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5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30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1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5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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