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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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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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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3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3.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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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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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에필로그

DUMMY

2012년 2월 4일 UFL에서는 깜짝 놀랄 발표가 있었다.


웰터급과 라이트급, 페더급 챔프인 조칠수가 벨트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이제 더 큰 꿈도 생각나지 않고 잠시 쉴 시간도 필요합니다. 1~2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미래를 구상하고 싶습니다. 가족과 시간을 더 갖고 싶고, 외롭기도 하고요. 언젠가 어떤 형태로건 돌아올 거로 생각합니다. 기다려주세요”


14전 14승. 무패가도를 달리던 27세 챔프의 은퇴 선언은 종합격투기를 넘어 스포츠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앞으로 1억 달러는 더 벌어들일 선수였어요. 그런데 그걸 차버린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1억 달러. 1억 달러라고요!”


UFL 해설자 스테판 골드버그의 이야기다.


“전 그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그렇게 앞만 보며 전진한 파이터들에겐 뭔지 모를 허전함이 있어요. 젊은 파이터지만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UFL 연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미들급 챔프 마우리시오 실바는 이렇게 얘기했다. 칠수가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붙을 수도 있었던 UFL의 거목이다.


칠수는 은퇴 선언을 하고 국내 기자회견을 한 후 저 멀리 남아메리카로 혈혈단신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심동연은 코리아FC 5차 방어에 성공했고 인계석과 이언규 또한 연승 가도를 달렸다. 정복남 관장은 연상연 실장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칠수 형 아직 안 왔어?”


“뭐야, 이 새끼 오늘 온다더니 식 시작 10분 전인데. 연락도 안 돼”


이언규와 심동연들은 일찌감치 식장에 나타나겠다던 칠수를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관장님, 칠수가 연락이 안 되네요. 어쩌죠?”


“하, 이 새끼. 오길 올 거야. 오긴 오겠지”


정 관장과 연 실장이 대기실로 들어간 후 식장 입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올라! 꾼따낀떼! 까마초! 안녕들 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이 기자님! 안녕하세요, 최 대표님 반갑습니다. 제가 왔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 오면 어떡해! 꼴은 그게 또 뭐야?!”


심동연들은 칠수의 차림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멕시코 인디오도 아니고 아마존 원주민도 아닌 것이 마치 마약을 먹고 옷걸이에서 아무거나 꺼내 입은 쁘레따 뽀르떼 패션모델 같았다.


“미안미안, 공항에서 방금 도착했다니깐? 식 시작했어?”


“그래, 인마. 빨리 들어 가!”


칠수는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나 되어서야 관장과 연 실장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관장님! 캡 멋져요! 짱!! 연 실장님!!”


“저, 이씨! 지각쟁이!!”


피로연에선 결혼 주인공만큼이나 칠수가 화재였다. 6개월 동안 남아메리카를 돌아다닌 무용담을 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주민한테 격투기 챔피언이라고 설명하니까 대접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 있지? 무슨 오두막에 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내오고”


사실 이 날 새벽같이 한국에 도착한 칠수는 어디 다녀올 곳이 있었다.


펜던트를 돌려주기 위해서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기연을 만났던 그 쪽방을 찾았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안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계세요? 안 계시나?”


펜던트는 미래에서 넘어온 전적 5승 5패의 D급 파이터 조칠수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안겼다. 상대 공격을 예측하게 하고 승리를 선물했다. 독심술이라는 꼼수 덕에 연승을 쌓았지만, 결국 최종 관문이었던 생자베르는 펜던트 없이도 꺾을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았고, 또 그게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도 알았다. 독심술 없이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칠수는 돌아오자마자 집에 들러 펜던트를 챙겼다.


“영감님, 살아계신 지 돌아가셨는지, 어디 가셨는진 모르겠지만, 그간 정말 고마웠습니다.”


칠수가 펜던트를 구석 협탁 서랍에 펜던트를 넣고 큰 절을 세 번 올렸다.


펜던트라는 선물은 생각해보면 모두 칠수가 얻어낸 거였다. 지하철에서 노인을 때리고 간 장애인을 집요하게 쫓아가 경찰에 넘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착하고 정의감 넘치는 칠수는 그런 불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덕분에 정말 참, 즐거운 5년이었습니다. 이렇게 젊어지기까지 하고, 부모님도 다시 돌아오게 해주시고. 도깨비인지 요정인진 모르겠지만 많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어디 계시건 건강하길 빕니다”


펜던트를 두고 밖으로 나오다 밖에 있던 남자 하나와 부딪힐 뻔했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그런데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묘하게 피어나는 기시감. 똑같이 이곳에서 만난 적 있는 아저씨였다. 면도하고 좀 얼굴이 깔끔해지긴 했지만 분명 그 사람이었다.


“아휴, 저도 죄송합니다. 혹시 빈 병이나 고철 남는 거 없어요? 버릴 가구라거나···.”


“아뇨, 그런 거 없는 거 같은데···. 아, 저 안에 버리고 간 가구 같은 게 있던데. 그런 거 가져가셔도 될 거 같아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남자가 문을 열고 빈집으로 들어갔다.


5년 전만 해도 알코올 중독자 수준으로 보였던 남자가 무슨 계기인지 고철을 주우러 다니며 건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019년의 칠수와 그때의 칠수가 지금처럼 변했듯, 그간 남자에게도 많은 사연이 있던 게 분명했다.


골목 모퉁이까지 걸어 나온 칠수. 대로로 꺾어지려는 순간 생각지 못한 게 떠올랐다.


“아차, 펜던트···.”


뒤를 보니 고철 아저씨가 펜던트가 든 협탁을 손수레에 올리고 저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엑스파이트의 이덕교 선임 기자는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칠수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래서, 혹시 지난 반년 동안 새로운 목표를 구상하고 오셨나요?”


“그럼요. 새로운 도전을 생각했죠”


“어떤 도전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주먹 쓰는 거 빼고 제가 돌아갈 곳은 없는 거 같더라고요”


“종합격투기에 컴백하시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고. 새로운 무대죠”


2012년 12월. 칠수는 한국 입식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임희민 관장이 여는 아마추어 입식 토너먼트에 출전했다.


“아, 씨. 겁나 긴장되네. 관장님. 헤드기어 풀면 안 돼요?”


그러자 임희민이 칠수의 헤드기어를 더욱 꽉 조였다.


“이게 보물 같은 녀석이라고. 너 이거 없으면 1라운드에 KO 당할 수도 있다니까?”


“됐고, 얼른 나가. 시작했어!”


링 중앙에 나가자 심판과 상대 선수가 동시에 칠수의 손을 두드렸다. 전 UFL 챔피언에 대한 존경의 인사였다.


“아, 네. 반갑습니다”


터치 글러브를 하고 코너에 선 뒤 스무 살도 채 안 돼 보이는 상대의 눈을 노려봤다. 겸손했지만 호승심에 가득한, 10년 전의 자기 같은 꼬마였다.


‘덤벼, 어차피 네 주먹은 모두 내가 읽고 있다고’


링 주위를 돌던 칠수는 상대의 생각을 읽은 뒤 전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경기가 진행 돼도 생각은커녕 눈빛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


“야, 뭐해! 정신 차려!!”


잽 두 방과 스트레이트 한 방을 맞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되는 칠수였다.


칠수는 이제 챔피언도, 독심술을 가진 능력자도 아니었다.


평범한 능력을 갖춘, 이제 처음 입식 무대에 오른 도전자일 뿐이다.


날아오는 하이킥을 고개 숙여 피한 칠수가 양어깨와 고개를 360도로 돌렸다. 그리곤 주먹을 머리 앞으로 치켜들고 체육관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입식 파이터 조칠수의 새로운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그간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훗날 돌아올지도 모르는 조칠수의 입식파이터 인생도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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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2 20.03.02 428 8 8쪽
77 부적을 찢다 20.02.28 329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3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1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4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5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30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1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5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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