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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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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20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26 16:30
조회
500
추천
8
글자
8쪽

천재 DJ켄

DUMMY

DJ켄의 별명은 ‘천재’였다.


무엇이건 배우기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완성의 경지까지 올리는 선수다.


대표적인 건 그의 주짓수다.


DJ켄은 주짓수를 시작한 지 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블랙 벨트를 받았다.


주짓수 블랙 벨트란 태권도 검은 띠와 같은 게 아니다.


벨트를 매기 위해 보통 10년 이상을 수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2년, 13년 정도가 걸리는 게 바로 주짓수 블랙 벨트다.


그런데 DJ켄이 그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6년에 졸업한 거나 마찬가지네”


심동연의 평가였다.


“그러면 14살이 대학을 가고, 군대도 15살에 가고. 술도 14살에 먹고···.”


이언규가 말했다.


“인마, 니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


정 관장이 꿀밤을 한 대 때렸다.


주짓수만 대단한 게 아니었다. 타격 실력도 그에 못지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주짓떼로라 하더라도 타격가 앞에선 기선을 제압당하고 들어가기 마련이다.


싸움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서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그럴듯한 계획을 갖고 있다. 내 펀치에 한 방 맞기 전까지는’


유명한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주짓수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아무리 유명한 주짓떼로라도 주먹에 한 방 맞는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타이슨의 것과 아주 비슷하다.


그렇게 생각할 때 DJ켄은 걱정할 게 없었다.


타격도 천재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의 타격 실력을 논할 때 먼저 떠오르는 건 J-1 경기다. 몇 년 전 DJ켄은 입식 대회인 J-1에 나섰다.


체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헤비급 경기를 뛰었는데, 거기서 KO를 한 차례 뺏어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키 174cm 정도의 라이트급 파이터가, 30kg 이상 무거운 입식 선수를 펀치로 쓰러트린 것이다.


DJ켄의 벨트 박탈 전 경기는 켄플로 스미스와의 방어전이었다.


역시 타격과 주짓수를 갖춘 뛰어난 파이터였지만, 경기 내내 농락당하다 3라운드 KO로 패했다. 켄플로의 얼굴을 넝마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면도날 펀치’다.


복싱 라이센스도 연습한 지 보름 만에 땄고, 가라데 또한 수준급 실력이다.


“못하는 게 그럼 뭐예요?”


인계석이 물었다.


“레슬링이 약하지. 내가 레슬링으로는 DJ켄 이긴다니까”


이언규가 말했다.


“근데 레슬링으로 아무리 눕혀놔야 소용없어. 주짓수에서 털릴 거야”


경기를 분석하던 칠수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네요. 전략을”


입을 벌리고 있던 정 관장과 눈이 마주쳤다.


“미안하다. 나도 일단은 모르겠어.”


집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DJ켄의 영상만 돌려봤다.


패배라고는 자기 체급보다 높은 곳에서 진 두 번이 전부. 나머지는 모두 신인 때부터 상대를 압도하며 쉽게 승리했다.


DJ켄은 어떤 상대를 힘들어할까.


어떤 파이터가 꺾을 수 있을까.


베란다로 나간 칠수가 보름달을 바라봤다.


유치하지만 달님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달님, 제발 DJ켄을 꺾을 비책을 알려 주세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그럴 꺾을 힌트가 떠올랐다.


그건 칠수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2019년의 DJ켄은 패배를 많이 쌓은 상태였다.


노쇠화도 원인이었지만 많은 파이터가 그의 파훼법을 들고 나왔다.


가장 대표적 경기가 조리 맥도날드와의 대결이었다.


맥도날드는 3라운드 내내 DJ켄을 두들기며 그의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면도날 펀치’ 파이터가 면도날에 당한 경기였다.


물론 맥도날드가 한 체급 위 선수이긴 했지만, 도박사들조차 DJ켄의 승리를 예상했던 경기다.


당시 맥도날드는 ‘거리’로 DJ켄을 상대했다.


다리를 넓게 벌려 상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후, DJ켄보다 긴 팔과 다리로 그를 두드렸다.


DJ켄의 유일한 약점은 레슬링, 넘어뜨리는 게 되지 않기에 상대가 멀리서 폭격을 퍼부으면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다.


DJ켄은 키도 크지 않지만, 키에 비해 팔과 다리도 짧은 편이다.


이 전략을 정 관장에게 말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응, 그거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어.”


“아니, 분명 어제만 해도 모르겠다고···.”


“시끄러. 그리고 거기에 첨가할 양념이 하나 있다”


관장이 만화책 하나를 칠수 앞에 던졌다.


“이건 ‘화이팅 펀치’잖아요?”


“거기에 답이 있었어.”


‘화이팅 펀치’는 아주 유명한 일본 복싱 만화다. 2019년에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재되고 있는 장수 만화다.


관장이 던진 건 18화. 주인공이 ‘저승사자’로 불리는 상대와 신인왕전 결승 경기를 갖는 내용이다.


“그래서 여기 주인공 ‘산보’ 기술을 익히라는 건가요? 가젤 펀치? 뎀프시롤?”


“아냐, 주인공이 아니야”


“그렇다면...?”


“그래, 상대 ‘저승사자’ 기술. 플리커 잽이다”


플리커 잽.


만화 파이팅 펀치에서 주인공의 라이벌 ‘저승사자’가 쓰는 비장의 무기다.


플리커 잽은 사실 7~80년대를 누빈 미들급 복서 ‘히트맨’ 토마스 헌즈가 쓰던 기술이다.


플리커 잽의 특징은 주먹이 머리 쪽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허리쯤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아래에서 주먹이 올라오기에 막는 사람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펀치가 된다.


“칠수 넌 가드 올린 상태에서 펀치 날리잖아”


“그렇죠”


“그래서 양손을 내리고 경기하는 거야”


사실 종합격투기에서 양손을 내리고 경기하는 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양손을 내리면 상대의 테이크다운을 막기에도 쉽다.


“하지만 이번엔 방어를 위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격을 위한 거지. 멀리에 서서 보이지 않는 원거리 폭격을 날리는 거야”


“원거리라면···.”


“그래, 스트레이트, 푸쉬킥, 앞차기, 잽 등 직선 공격을 기본으로 가져갈 거야”


칠수는 타격 연습을 위해 임희민을 찾았다. 한국 타격의 최고 실력자에게 배우기 위해서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 칠수”


“DJ켄이랑 싸워야 하는데요”


“DJ켄??? 발표 났어?”


“아뇨, 발표는 아마 다음 주쯤 날 거예요”


칠수는 임희민에게 DJ켄처럼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나도 걔 알아. 가드를 앞쪽으로 좁게 세우고. 튀어 오르기보단 걸어가듯 스텝을 밟고. 중심은 약간 위쪽에 있는 편이고, 잽 공격 많이 하고”


임희민이 바로 DJ켄의 자세를 따라 했다.


“와···. 완전 똑같아요!!”


칠수가 임희민에게 전략을 설명했다.


“어떤 거 같아요?”


“음···. 일단 한 번 대결해봐야 알 거 같은데. DJ켄 따라 해야 하니까···. 킥은 로킥 정도만 차고 펀치 공격에 집중해야겠네”


칠수가 스탠스를 벌리고 몸을 곧추세운 채 링 위에 섰다. 두 팔은 플리커 잽을 위해 허리 쪽에 뒀다.


“해 봐. 들어와”


하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입식의 한국 최고. 입식 경기만이라면 DJ켄보다도 위에 있는 선수였다.


날아오는 펀치와 킥을 모조리 팔로 막고 피하고 있었다.


“페이크를 써야지. 너 페이크 잘 쓰잖아. 왜 그래?”


“맞다, 페이크”


조리 맥도날드도 다양한 페이크를 통해 DJ켄을 공격했다. 그리고 또 맥도날드가 잘한 건 경기 내내 압박하며 DJ켄을 답답하게 만든 부분이다.


임희민의 말을 들은 칠수가 성큼성큼 앞으로 들어갔다.


“좋아, 그렇게 네 오른발로 내 뒷발을 먹겠다는 태도로 들어오라고”


계속 다가오는 칠수에 임희민이 펀치를 날카롭게 뻗었다.


“넌 가드가 없으니 모두 피해야 해. 그러니까 훅 같이 체중을 많이 싣는 공격은 최대한 줄이라고”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에도 임희민은 답답한 듯 계속 뒤로 밀려나며 돌고 있었다.


대략 1분 2라운드를 뛰고 링에서 내려왔다.


“어때요, 임 관장님?”


칠수가 물었다.


그러자 임희민이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

.

.

.

.

“이거, 제대로 연습하면 무조건 네가 이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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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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