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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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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21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05 18:25
조회
428
추천
6
글자
9쪽

미친개와의 혈전

DUMMY

칠수의 독심술은 동물에게도 효력이 있었다.


<맘에 들지 않아. 저 녀석>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의 첫 번째 메인이벤트인 켈베로스와 조칠수 선수의 대결입니다. 칠수 선수는 여기서 이길 경우 ‘더 자이언트’와 대결하게 되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도고가 앞으로 다가왔다.


<물어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나 ‘먹어치우겠어’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뽀삐야, 뽀삐야, 착하지? 얼룰루, 까꿍!”


칠수가 낮게 엎드린 상태에서 켈베로스를 달래 보았다.


“우리 말로 해결하자, 착하지, 뽀삐야~”


그러나 강아지의 이름은 뽀삐가 아니었다.


<짜증 나.>


그 생각과 동시에 켈베로스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제발. 우리 말로 하자, 뽀삐야~ 아니 켈베로스야~”


<뭐라는 거야!!>


도고가 컹컹거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칠수를 공격할 듯 이빨을 드러냈다.


“칠수 선수가 켈베로스를 달래는 모양인데요. 그렇게 하다가 얼굴이 만신창이로 변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죠”


사회자의 말을 들은 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래는 거론 아무리 봐도 소용이 없는 거 같았다.


켈베로스는 옆걸음을 걷는 칠수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으르렁거리던 개가 낮게 엎드렸다.


개가 조용하게 노려보며 낮게 엎드린다는 건 공격한다는 뜻. 그 뜻을 아는 칠수 또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짜증 나!>


웅크려 있던 켈베로스가 칠수에 달려들었다.


칠수는 간발의 차이로 켈베로스의 발톱을 피했다. 윗도리가 발톱에 스친 듯 팔뚝 쪽이 갑자기 시원했다.


“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


싸움이 시작되자 관중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짜증 나!>


켈베로스가 이번엔 다리 쪽을 노렸다. 칠수는 앞구르기를 하며 미친개를 뛰어넘었다.


“아주 잘 피하고 있는 칠수 선수입니다. 칠수 선수를 위해 모두 박수 부탁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신나게 경기를 즐기는 관중과 달리 칠수는 심장이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공격해야 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동물이라 주저하고 있었다.


공격을 몇 번이나 피하자 켈베로스가 패턴을 바꿨다. 학습 능력이 있는 동물 같았다. 처음엔 직선으로 달려들던 녀석이 점차 페이크를 쓰기 시작했다.


“이리 와! 덤벼 봐!!”


칠수가 소리쳐도 달려들 것처럼 자세만 잡고 덤비질 않던 녀석이 몸을 좌우로 몇 차례 흔들고서야 돌진했다.


“페이크를 쓰는구나 이 녀석!”


나중엔 점프를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두 번, 아니 세 번까지 연속으로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한 이중 점프에 칠수의 종아리가 상처가 생겼다.


“으악!!”


“네, 칠수 선수. 켈베로스의 공격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오오오오오!!”


피에 오히려 열광하는 사람들, 엄청난 판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 분명해 보였다.


“멍멍아,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나 화낸다!”


<재미있다!>


멍멍이는 오히려 칠수와의 싸움을 놀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흥분한 듯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으르렁, 월월!!!”


동물과의 싸움이 힘든 건 특유의 운동신경 때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엎드려 있어서다. 자세가 낮아서 펀치 공격을 먹이기가 힘들다.


두 번이나 다리 쪽을 공격받은 칠수도 공격에 나섰다. 달려드는 녀석을 피하고 몸통에 사커킥을 강하게 먹였다.


“오우!!!”


사람들이 킥 타이밍에 맞춰 함성을 질렀다.


“으르르르르르르!!”


사커킥 한 방 정도로는 끄떡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달려드는 타이밍에 뒤로 넘어지며 업킥을 날렸다.


“깽!!”


배를 걷어차인 켈베로스가 철창 반대편에 날아가 꽂혔다. 뾰족한 철창에 긁힌 듯 온몸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그러자 순간 응원 대상이 바뀌었다.


“켈베로스! 켈베로스!”


관중들이 하나같이 켈베로스를 연호했다.


“네, 칠수 선수가 정보가 없이 경기에 들어섰군요. 켈베로스는 피가 나면 공격력이 두 배 이상 업그레이드되는 야수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켈베로스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달려들었다. 조금 전보다 정말 두 배는 넘는 속도였다.


“이크!!”


간신히 피한 칠수가 로킥을 날렸으나 털끝 하나 스치지도 못했다.


“으르르, 월!!!”


켈베로스의 뒤이은 공격에 팔뚝에도 생채기가 생겼다. 이빨에 스친 듯 도고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싸움이 계속되며 공격을 몇 차례 더 성공했으나 도고의 맷집은 사람 수준이 아니었다. 도고가 끄떡없이 달려드는 반면 칠수의 몸은 점점 벌겋게 물들고 있었다.


“개······. 새끼야. 덤벼, 개새끼야!!”


<재미있다!!>


여전히 싸움을 놀이로 인식하는 도고가 더욱 거세게 칠수를 몰아붙였다. 달려드는 기세에 몰려 날카로운 철창에도 이곳저곳을 긁혔다.


사람이 동물과 싸울 일이 많진 않지만, 그럴 때 가장 효과 있다고 불리는 기술이 있다.


바로 리어네이키드 초크. 사자까지도 잡을 수 있다고 하는 조르기 기술이다.


하지만 그것도 사자처럼 머리가 큰 짐승에게야 가능한 법. 도고처럼 몸이 늘씬하고 머리가 작은 야수에겐 통하지 않는다.


결국, 칠수가 노린 건 도고의 다리다. 다리만 봉쇄하면 경기 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리 와. 덤벼, 야옹아!”


‘야옹이’라는 말을 알아들은 건지 순간 도고의 생각이 바뀌었다.


<죽여버리겠어!>


‘재미있다’가 아니라 ‘죽이겠다’로 말이다. 켈베로스에게 칠수는 이제 단순한 사냥감에 불과했다.


“덤벼!!”


칠수가 온 신경을 집중해 공격 타이밍을 기다렸다.


“월!!!”


그 어느 순간보다 높이 날아오른 켈베로스. 칠수는 몸을 아래로 급격히 낮추었다 뛰어오르며 어퍼컷을 날렸다.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기술 ‘오류겐’처럼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한 방이 적중하긴 했지만 그렇게 몸에 들어가는 스타일의 공격은 큰 효과가 없었다. 도고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격 자세를 취했다.


다리를 공격하려 했으나 저렇게 빠른 짐승에겐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이빨’이었다. 칠수가 조심스레 뒤로 물러서며 바지를 벗었다.


“아, 칠수 선수 무얼 하는 걸까요. 설마?”


벗은 바지를 그대로 한쪽 팔에 두른 후 두껍게 칭칭 감았다. 청바지 재질이라 한 번의 입질 정도는 충분히 막을 거 같았다.


“와라, 와! 덤벼!!”


칠수가 소리치자 기다렸다는 듯 도고가 달려들었다. 도고가 앞으로 내민 칠수의 팔을 제대로 꽂혔다.


“으르르르!!!”


점프하는 힘과 앞으로 내미는 힘이 더해져 도고의 이빨이 청바지에 아주 단단히 걸렸다. 입을 아주 크게 벌린 상태라 물지도 빼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태가 됐다.


“미안해, 멍멍아. 정말 미안해!”


칠수가 발버둥 치는 도고의 왼쪽 앞다리를 잡고 옆쪽으로 강하게 벌렸다.


“깽!!!”


다리가 부러지는 고통에 무는 힘이 줄었으나 청바지에 걸린 이빨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미안하다, 진짜. 널 죽이거나 머리를 때리는 거보단 이게 나을 거 같다”


칠수는 눈을 질끈 감고 다른 쪽 앞 다리도 옆으로 세게 벌렸다.


“끄엉!!!”


그제야 칠수는 청바지를 푸르고 도고를 저만치 집어 던졌다. 도고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듯 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침을 질질 흘렸다.


“그만해! 그만하자, 끝났다!!”


칠수가 사와무라 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조칠수! 조칠수!!”


관중들이 칠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소리쳤다. 사와무라도 흡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와무라! 다음은 네 차례다!”


칠수가 숨을 돌리고 있는데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칠수 선수의 승리로 경기가 끝이 났지만, 이게 시작이죠, 여러분?”


“네에에에!!!”


선생님의 말씀에 대답하는 초등생처럼 관중들이 일제히 사회자의 말을 받았다.


“화끈한 전초전이 끝나고, 다가오는 오늘의 ‘메인 of the 메인이벤트’!! ‘더 자이언트’ 선수의 입장입니다”


순간 경기장의 모든 불이 꺼졌다. 칠수는 입구 쪽을 노려보며 손과 발을 이리저리 돌렸다.


‘쿵!’


갑자기 앞쪽에서 육중한 굉음이 들렸다.


‘쿵!!’


사람이 내는 거로 생각하기엔 너무나 큰 굉음이었다.


“어디냐, 어딨어!!”


칠수가 앞을 노려보며 상대를 찾았지만 좀처럼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서 나와!!”


칠수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사회자가 상황을 정리했다.


“칠수 선수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나 봅니다. 자이언트가 너무 커서 그런 걸까요? 위쪽을 보셔야죠”


그제야 칠수는 자기 앞을 가린 시커먼 물체가 사람의 다리란 걸 깨달았다. 한참이나 고개를 들고서야 코앞에 서 있는 담벼락 같은 괴물을 발견했다.

.

.

.

.

.

“49전 49승. 마흔 아홉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회의 진정한 챔피언. 더 자이언트 선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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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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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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