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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17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09 18:25
조회
398
추천
8
글자
10쪽

새로운 도전

DUMMY

칠수가 1차 방어에 성공하자마자 타 체급과의 통합 타이틀전이 거론됐다.


“부담스러운데요, 1차 방어 만에 통합 타이틀전이라니”


레이나 왓슨은 경기 직후 정 관장과 칠수, 통역인 연 실장을 집무실로 불러 통합 타이틀전에 관해 이야기 했다. 매치메이커인 조 마지오, UFL 해설가인 브루스 터너도 합석했다.


“그러게. 1차 방어 만에 통합 타이틀이라니.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네”


정 관장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레이나 왓슨의 고집은 격투 판에서 알아주는 똥고집.


“그래도 따끈할 때 먹는 빵이 맛있다고 하네요. 칠수는 지금이 전성기라고 합니다”


연 실장이 레이나의 말을 통역했다.


“일단 이야기나 들어볼게요. 통합 타이틀전이 누구와의 경기를 말하는 건가요. 위 체급? 아래 체급?”


“위 체급도 아래 체급도 모두 좋아. 주인공은 칠수 자네야”


상위 체급인 웰터급엔 ‘무결점 파이터’ 피에르 생 자베르가 있었다. 별명 그대로 결점이 없는 파이터다. 주짓수 블랙 벨트에 가라테를 익혔고, 레슬링이 특기인 아이러니한 파이터다.


22전 중 2패가 있는데 1패는 초창기에 당한 서브미션, 두 번째가 럭키 펀치에 의한 것이었다.


아래 체급은 호세 자르도가 버티고 있었다. 브라질 파이터인 호세 자르도는 브라질의 기본 옵션 중 하나인 블랙 벨트를 갖고 있었고, 터질 듯한 타격이 장기다. 생자베르처럼 레슬링이 특기는 아니지만 테이크다운 방어율 100%의 엄청난 선수다. 전적 또한 18승 1패로 흠잡을 데가 없다.


“생자베르랑 자르도···. 둘 다 답이 안 나와요. 정말 힘들 거 같아요”


“그래도 아래 체급이 승산은 높지 않을까?”


칠수는 자르도의 최근 경기를 떠올렸다. 자르도는 상대인 잠브로타를 거의 넝마로 만들어가며 3라운드 내내 두들겨 팼다.


“폭군 자르도라니... 평체는 저랑 비슷한 선수예요...”


한숨을 막을 수 없는 칠수였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둘 다 일정이 돼요?”


정 관장이 물었다.


“둘 다 흥미가 있는 상황이죠. 생자베르는 5월에, 자르도와 싸우면 6월에 해야 해요”


“시간도 승산도 자르도가 낫네···. 어떻게 생각해?”


“뭐, 아무래도 생자베르는 답이 전혀 없는 파이터니까. 그나마 자르도이긴 한데. 걱정되는 게 있어요”


“뭔가요?”


매치메이커 조 마지오가 물었다. UFL의 모든 경기는 이 사람이 기획한다.


“아래 체급과 붙으면 분명 저한테 이런 소리가 나올 거예요. ‘조칠수는 생자베르가 무서워서 아래 체급을 택했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자르도는 선뜻 고르기가 힘들어요”


“이긴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조 마지오가 물었다.


“아뇨······. 승산은 40%라고 봅니다. 경력도 한참 밑이고요”


“그것 보라고. 어차피 자네한테 힘든 도전이야.”


레이나 왓슨이 웃었다.


“사실 자네에게 제안하고 싶은 건 이 한 경기가 아니야. 두 경기라고”


“두 경기요?!”


“위 체급 챔프와 아래 체급 챔프, 둘을 모두 쓰러뜨리는 거지”


“컥!”


충격에 마시던 물을 뱉어 냈다.


“둘 다와 싸우라는 말이군요”


칠수의 눈앞에 별과 새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때 정 관장이 끼어들었다.


“UFL이 바라는 스토리는 뭔가요?”


이번 대답은 링아나운서 브루스 터너가 나섰다. 아나운서이지만 UFL을 대표하는 3인방 중 하나였다.


“우리가 바라는 건 이런 거지. 조칠수가 호세 자르도를 꺾고 그다음 더 큰 도전인 생자베르전에 나서는 거야”


“대답을 오늘 해야 하는 건가요?”


칠수가 물었다.


“우린 미국인이야. 빠를수록 좋다고”


칠수와 정 관장들은 잠시 시간을 내 다른 방에 모였다.


“생자베르랑 싸운다고요?”


“호세 자르도랑 싸워요?”


UFL 계약서를 작성한 인계석과 이언규가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자기 체급의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됐어. 내가 싸우자 한 건 아니야.”


칠수가 어깨를 추켜 세웠다.


“물론 타이틀까지 가려면 여러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곤 하지만···. 꼭대기에 칠수 형이 있으면”


이언규가 머리를 긁었다.


“형을 목표로 훈련하라니. 목표가 안 설 것 같네요”


인계석도 할 말을 잃었다.


“인마, 너흰 칠수가 이길 거라고 보는 거야? 수치상으로만 보면 절대 못 이겨”


정 관장의 분석이었다.


“뭐 단순히 확률적으로만 봐도 2승을 거둘 확률은 25%죠”


연 실장이 말했다.


“그래. 또 내가 다 이기게 되더라도 벨트 세 개를 갖고 있진 못해. 반납해야 한다고. 나 때문에 타이틀 방어전이 꼬일 테고 말이야.”


“암튼 칠수야. 네 의견은 어때?”


칠수가 한참 동안 손톱을 뜯었다.


“손톱 맛있니? 대답 좀 해 봐”


“일단, 인생은 도전이고 재미있을 거 같아요. UFL도 바라는 게 그거고. 그런데 또 조건이 있어요”


“뭔데?”


“여러분 모두가 기대하시는 그것”


“돈?”


“그래요. 일단 협상 계획을 들어보시겠어요?”


개런티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나눈 후 칠수들이 레이나의 집무실로 향했다.


“일단 개런티에 대한 걸 알고 싶네요”


“하하. 관심이 있다는 거군. 이봐, 마지오. 조칠수의 현재 개런티가 얼마지?”


“현재 35만 불이네요. 이번 경기부터 네 경기 동안 같은 액수예요”


“그러면 오늘 경기에선 70만 불을 받았군. 파이트 보너스는 아쉽게 놓쳤고. 그래, 자네가 원하는 액수가 얼마인가?”


패를 먼저 꺼내면 안 된다. 협상가의 전략 중 제일 첫째 줄에 드는 말이다.


“UFL의 제안이 궁금하네요. 먼저 말해주시죠”


눈이 마주친 정 관장이 칠수에게 한쪽 눈을 감았다가 떴다.


“우리 제안은 50만 불이야. 물론 승리 수당도 같은 금액이지”


“50만 불이라....”


칠수가 책상에 대고 계산하는 시늉을 했다.


“어휴, 50만 불?”


정 관장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야, 칠수야. 너무 적은 액수 아냐?”


“그러게요. 너무 적네”


“그쪽은 얼마를 원하는 건가?”


“제가 원하는 금액은 이렇습니다”


칠수가 메모지에 글씨를 썼다.


‘1,000,000$’


“와우, 백만 달러. 그건 헤비급 챔피언 워락 레스너나 받는 금액이라고. 레스너는 워낙에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스타이고 자네는 그렇지 않잖아”


“그 금액을 맞춰주지 못하면 전 그냥 방어전이나 하겠습니다”


“세게 나오네, 젊은 친구”


브루스 터너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좋아, 좋아. 항상 그렇듯 우리에게도 시간을 달라고. 잠시 자리를 비워주겠나?”


응접실로 나간 칠수와 정 관장이 손뼉을 부딪쳤다.


“나이스 전략!”


“두 배 전략이 먹힌 거 같네요”


연 실장이 웃었다.


칠수들이 세운 전략은 무조건 레이나의 액수에서 두 배를 곱하는 방법이었다. 레이나 왓슨이 50만 불을 불렀고, 칠수는 이 금액의 두 배인 100만 불을 불렀다. ‘그 금액이 아니면 못한다’는 메시지 또한 계획 중 하나였다.


“적어도 50만 불보단 올려주겠지”


셋의 토론은 10분 만에 끝났다.


“들어오게. 다시 이야기하지”


다시 메모지가 돌아왔다. 종이엔 숫자 두 개가 적혀 있었다.


‘75 + 125’


“이게 무슨 뜻이죠? 분할납부인가요?”


“알면서 왜 그러나. 우린 승자를 원해. 한 경기만 져도 가치는 팍 떨어지지. 반면 연승을 하는 무패 챔피언은 가치가 올라가. 그래서 제안하겠네. 첫 경기는 75만 불. 거기서 이기면 125만 불이야. 지면 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거지”


“그렇다면 처음에···.”


“호세 자르도와 75만 불. 이기면 생자베르전에서 125만 불일세”


칠수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돌렸다. 모두 세금 포함 20억이 넘는다.


탁자 밑으로 정 관장이 손을 꽉 잡았다. 마음에 든다는 소리였다.


“와우, 자르도에게 지면 아무것도 아닌 거잖아요”


그러자 조 마지오가 말했다.


“그러니 당신은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얼마나 쉬운 스토리인가요?”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하던 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요, 딜”


“딜”


“굿”


자리에 앉은 여섯이 서로 악수를 했다.


체결된 내용은 이렇다.


오는 6월 UFL 107 대회에서 호세 자르도와 페더급 통합 타이틀전을 가진다.


여기서 이기면 그다음 1월 UFL 112 대회에서 생자베르와 싸운다.


첫 경기는 75만 불. 자르도의 개런티는 5만 불 높은 80만 불이다.


두 번째는 125만 불. 생자베르는 150만 불을 받는다.


계약서를 보고 이언규와 인계석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야, 액수 봐. 우린 3만 달러인데 이 형은···.”


“너 정도 전적 땐 얘도 그만큼 받았어, 인마. 너희도 나중에 백만 달러 되는 거야. 알았지?”


“넵!!!”


잠이 안 오던 칠수는 베란다에 앉아 혼자 와인 잔을 기울였다.


“들어가도 되냐?”


정 관장이 노크했다.


“네, 들어오세요”


잔에 와인을 따른 정 관장이 칠수 옆에 섰다.


“달이 참 밝네”


칠수의 잔에 건배했다.


“밝네요. 뭐처럼”


“뭐일까?”


“저와 관장님의 미래? 돈 받으면 지점도 내고 하셔야죠”


“뭐, 가능한 이야기지. 관장은 아마 심동연이 될 테고”


“동연이가 그런 건 잘하죠. 그래서 지금도 집을 지키고 있는 거고”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달이 참 크긴 하다. 미국이라 달도 큰가 봐. 그치?”


“그러게요. 모든 게 다 크네요. 와인 병도 마찬가지고”


“칠수야, 그거 알아?”


관장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뭐요?”


“달이 저렇게 크고 아름다워도, 그냥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일뿐이야. 태양은 여섯 번째로 가깝고”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죠”


“그냥, 네가 갈 길이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거야. 또 알아? 나중에 헤비급 타이틀까지 찰지”


정 관장이 다시 건배를 하고 잔을 비웠다.


“항상 고맙다. 얼른 자라”


침대에 누워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100만이라는 숫자와 자르도, 생자베르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도전이라···. 도전 항상 좋지”

.

.

.

.

.

결국, 그날 칠수는 새벽 네 시가 돼서야 꿈나라에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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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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