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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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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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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52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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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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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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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생자베르 파헤치기

DUMMY

UFL 웰터급 챔피언 피에르 생자베르. 1981년생으로 조칠수보다 5살 많은 베테랑 파이터. 국적은 캐나다. 2011년 현재 전적 23승 2패.


생자베르의 별명은 두 개다. 하나는 세계적으로 불리는 ‘Rush’. 돌풍처럼 몰아치는 그의 초창기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무결점 파이터’다. 타격도 좋고, 주짓수 블랙벨트에 특기는 레슬링이다. 거기에 가라데 출신 무도가로 멘탈까지 탄탄하다.


그의 첫 패배는 2004년 당한 맷 허그스와의 일전에서였다. 당시 생자베르의 스타일은 별명처럼 타격을 앞세워 몰아치는 것. 하지만 불도저 같은 허그스에게 경기 내내 레슬링에서 밀렸고 결국 1라운드 후반 암바를 당하며 패했다.


당시 패배는 생자베르에게 좋은 과제를 남겼고 이후 레슬링과 그래플링을 보강한 그는 2006년, 2007년 두 번의 대결에서 각각 서브미션과 TKO승을 거두며 제대로 설욕했다.


생자베르의 현재 스타일은 안티 팬들의 표현을 빌자면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파이터’다. 초반 거리를 두고 원거리에서 가라데 킥과 펀치를 던지다가, 이후 그의 특기인 ‘타이밍 태클’을 시도하며 상대를 깔아뭉갠다. 거기서 상대를 누르고 때려 으깨버리거나, 아니면 판정을 유리하게 끌고 가 결국 승리한다.


“그러니까 이런 파이터를 어떻게 꺾느냐고 진짜. 호제 자르도나 DJ켄보다 훨씬 어렵다, 야”


정 관장은 생자베르의 영상을 보며 내내 한숨만 쉬었다.


“해결책 내놓는 사람, 이 자리에서 50만 원 지급한다”


하지만 최근 UFL 파이터가 된 이언규나 인계석, 코리아FC 챔피언 심동연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있었다.


답을 알고 있는 건 결국 칠수 뿐이었다. 칠수는 2019년에서 회귀한 미래사람.


“제 생각엔 이런 전략이 어떨까 하는데요”


그리고 칠수는 생자베르가 2013년 고전했던 조니 켄드릭과의 경기를 떠올렸다.


당시 생자베르는 켄드릭을 상대로 5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스플릿(Split)’ 판정승을 거뒀다. UFL은 심판 3명이 결과를 결정하는데, 결과가 2:1이 됐다는 소리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였다.


경기 결과를 두고 당시 많은 사람이 논쟁을 벌였다. ‘켄드릭이 이겼어야 맞는 결과’라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경기가 끝난 후 켄드릭의 얼굴과 생자베르는 비교가 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생자베르가 ‘넝마’에 비유될 정도로 피투성이인 반면, 켄드릭의 얼굴은 눈가에 조그만 상처 외엔 티끌 하나 없었다.


“어떤 전략?”


정 관장이 물었다.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보강한 다음 선 채로 승부를 보는 거죠. 생자베르가 잽과 미들킥으로 거리를 넓히는 스타일이니까, 투박하게 양훅을 휘두르면서 들어가는 거예요”


“음, 이론상은 괜찮은 전략인데. 두 가지 문제가 있네”


“어떤 문제요?”


이언규가 물었다.


“첫째는 맷집이 보장돼야 한다는 거지. 생자베르의 타격은 ‘물’이 아니야. 정확도도 높고 파워도 좋다고. 요즘이야 KO율이 많이 줄었지만, 예전엔 상대를 때려 부숴가면서 승리했으니까. ‘Rush’라는 별명도 그때 생겼고”


“칠수는 그래도 거의 맞지 않는 편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심동연이 이의를 제기했다.


“아냐. 아무리 봐도 생자베르의 타격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게 못 돼. 고구라 타카노리도 훅 위주의 타격이라 빈틈이 많았지. 그나마 빗대볼 만한 게 DJ켄이야. 경기 내내 칠수도 고전했잖아”


“일단 어떻게든 맷집을 길러야겠네요”


“그렇지. 웨이트할 때 목과 어깨 쪽에 좀 신경을 써보자고”


“그럼 두 번째 문제는 뭐죠?”


이번엔 인계석이 물었다.


“당연히 테이크다운 방어지. 생자베르는 자유형식 태클에 능하다고. 칠수가 싸웠던 중 레슬링 좋았던 게 누구지?”


“지지난 경기에서 크레이 메이나드였죠. 걘 미국 레슬링 챔피언 출신이니까”


“그렇지. 메이나드는 선수들의 레슬링 코치니까. 그런데 좀 다른 게 있어. 메이나드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러, 생자베르는 자유형 레슬러라는 점이야”


그레코로만과 자유형은 스타일이 다르다. 그레코로만이 상체 기술만 할 수 있지만 자유형은 온몸을 공격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형은 그레코로만보다 하체 태클이 뛰어나다.


“칠수가 메이나드를 이길 수 있던 게 걔가 그레코로만형이라서야. 거리만 벌리고 싸우니까 넘어갈 일이 없잖아”


“생자베르는 다르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지. 생자베르는 태클로 들어오니까. 거기다가 위험한 게, 그 태클이 무작정 태클이 아니라 ‘타이밍 태클’이라는 부분이야”


타이밍 태클은 다른 태클과는 사뭇 다르다. 선수가 공격하는 틈을 타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이밍 태클 성공률이 높은 건, 공격 시 선수의 중심이 위쪽에도 쏠리기 때문이다. 언제나 선수의 중심은 아래에 있지만, 펀치 공격 시엔 당연히 상체로도 분산된다. 생자베르는 그렇게 중심이 분산되는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다.


“이론상 생자베르와 같은 스타일로 싸워도 되지 않을까요?”


심동연의 지적이었다.


“역시 챔피언이라 보는 눈이 다르네. 맞지. 그렇게 싸워도 되지. 대신 경기는 굉장히 재미없어질 테고 판정까지 갈 거야. 동양인인 칠수가 백인인 생자베르를 판정으로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하긴. 그때 제가 나오키 신야를 거의 일방적으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스플릿 판정이 나왔으니까요”


크라이드 라이트급 그랑프리 4강에서 당시 칠수는 나오키 신야에 거의 ‘클린 히트’를 허용하지 않고도 2대 1로 간신히 이겼다.


“결국, 칠수 형이 말한 스타일대로 해야 하는 건가···.”


“웨이트를 해서 맷집을 올리고, 테이크다운 방어에 좀 더 신경 써야 하겠네요


“그런데 그것만으론 뭔가 아쉬워. 새로운 공격 하나가 추가되면 좋은데···.”


그때 인계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생자베르가 가드가 높은 편이니까 몸통 쪽이 비잖아요. 미들킥 장착하는 건 어때요?


“미들킥···. 미들킥 좋아. 있으면 좋지. 근데 칠수는 몸통 위쪽으로는 별로 익숙하지 않잖아? 좋은 선생님이 있으면 좋은데···.”


“임희민 관장님한테 배우면 되지 않을까요?”


임희민은 한국 입식 경량급의 최강자로 불리는 선수다. 미키 디아즈를 위해 임희민에게 로킥 훈련을 제대로 배운 바 있다.


“좋은데···. 좋은데···. 그래도 생자베르는 임희민 네임 밸류보다 위란 말이지···. 더 큰 뭔가···. 더 센 누군가···.”


그때 컴퓨터를 보고 있던 이언규가 소리쳤다.


“관장님, 관장님. 여기 좀 보세요!”


이언규가 보여준 건 인터넷 뉴스 기사였다.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격투기 선수의 방한 소식이었다.


“레미 본자스키가 온대요. 다음 주에”


“레미 본자스키?!!”


레미 본자스키는 J-1 챔피언 출신의 최고급 격투기 선수다. 모든 기술이 능하지만, 특히 미들킥을 앞세운 다양한 킥 세트가 특기다.


“본자스키... 본자스키는 완전히 J-1의 생자베르잖아. 방어하고 차고, 방어하고 또 차고”


“그러니까 본자스키에게 미들킥을 배울 수만 있다면···.”


“J-1이니까 임희민한테 연락해봐야겠다”


다음 날 낮, 정 관장은 칠수들에게 엄청난 소식을 가져왔다.


“성공했어! 성공했어!”


“뭘요?”


선수들이 물었다.

.

.

.

.

.

“본자스키에게 특훈 받기로 말이야. 임 관장이 다음주에 자기 체육관으로 오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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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부적을 찢다 20.02.28 330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1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4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7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1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9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6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8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1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4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5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4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30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50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4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1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3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5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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