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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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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12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08 18:25
조회
398
추천
8
글자
8쪽

스피닝 엘보

DUMMY

메이나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빈틈도 거의 없고 실수라고는 하지 않았다.


게다가 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특기를 갖고 있었다.


이따금 말도 안 되는 막 펀치를 휘두른다는 점이다.


1라운드 막판에 칠수는 메이나드가의 훅을 피하고 들어가려다 그가 회수하듯 휘두른 막 펀치에 맞고 다운을 당했다.


“야, 괜찮아? 아직 후유증 있어?”


“괜찮아요! 어서 집에 가죠?”


“관장님, 얘 영향 있나 본데요?”


“너 이거 몇 개로 보여”


정 관장이 손가락 두 개를 살살 흔들었다.


“세······. 아니, 두 개요”


“아, 안심 못 하겠네. 최대한 늦게 나가자. 앉아 있다가 주심이 주의시키려고 하면 그때 나가는 거야”


“아니, 괜찮은데”


“시끄러. 내 말 들어”


2라운드 공이 울렸지만, 약속대로 정 관장은 칠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주면서 시간을 끌었다.


“Hey, you guy out”


“OK, OK. 그러니까 이번 라운드는···.”


“Out!”


심판이 두 번째로 명령하고서야 정 관장이 나갔다. 그때도 안 나갔다면 경고가 주어질 수도 있었다.


메이나드의 소위 ‘막 펀치’는 그의 경기에서 보지 못한 기술이었다. 기술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펀치였지만, 독심술을 읽고 상대 공격을 피하는 칠수에겐 정말 치명적이었다.


메이나드의 기본 전략은 ‘때릴 테면 때려라’였다. 양손을 살짝 벌리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타입이다. 맷집이 워낙 강하고 펀치 파워가 있다 보니 가능한 전략이다.


“Hey, boy. C’mon!”


다운을 뺏어낸 메이나드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또 다가왔다.


<펀치 날아오면 카운터다>


물론 그 가운데 카운터를 노리며 기회를 보고 있었다.


칠수가 카운터를 치는 척하다 메이나드의 뒷목을 잡는 데 성공, 니킥을 날리려 했으나 강력한 힘으로 그립을 풀어버렸다. 니킥은 허공을 갈랐다.


‘세다, 힘이 너무 세다.’


로킥으로 데미지를 쌓자니 상체가 위험했다. 메이나드같은 상대는 다리 맷집에도 자신이 있기에 저렇게 걸어오는 것이다.


도망 다니던 칠수가 생각한 건 기본 공격이었다. 잽에 이은 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 연타, 잽 연타 등. 대신 훅과 어퍼컷을 빼고 최단 거리를 빠르게 들어가는 계획이다.


칠수가 날카로운 공격으로 바꾸자 메이나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양손을 벌린 메이나드의 공격은 대부분 훅과 어퍼컷, 속도에 있어 칠수의 펀치를 쫓아올 수 없었다. 잽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공격이지만 스트레이트는 다르다. 메이나드는 ‘강 공격’에만 자신 있는 ‘불리(bully)’ 타입이었다.


칠수의 공격을 팔로 밀고 피하며 방어했지만, 계속 박자를 쪼개 드는 날카로운 공격을 모두 막을 순 없었다. 기본에 충실한 칠수의 공격이 이어지자 어느새 경기 흐름이 뒤바뀌었다.


“좋아. 들어가! 잘하고 있어!!”


하지만 2라운드도 KO는 못 뺐었다. 그렇게 포인트를 가져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짧게 가는 전략 좋았어. 메이나드가 대책을 들고나올 텐데 어떻게 할 거야?”


“가드 올리면 아래가 비겠죠? 이번엔 아래요”


3라운드는 예고한 대로 로킥 전략이었다.


칠수의 직선형 공격에 애를 먹은 메이나드가 가드를 두껍게 올리자, 칠수는 핀포인트 로킥으로 그를 괴롭혔다.


로킥 정확도는 디아즈 전에서 이미 완성한 칠수. 칠수는 두꺼운 허벅지 대신 오금과 종아리, 발목을 오가며 공격했다.


<전략을 또 바꿨군!>


메이나드가 팔을 내리고 하단 방어에 신경 쓰자, 다시 칠수가 잽과 스트레이트 연타를 날렸다.


“FXXX!!”


펀치 몇 방을 두들겨 맞은 메이나드가 관중석까지 들릴 정도로 욕을 뱉었다.


“좋아, 좋아! 저 새끼 화났어! 잘하고 있어!!”


칠수는 정신 못 차리는 메이나드에게 상단과 하단을 잘게 쪼개 던지며 더욱더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위아래 방어에 열중하는 메이나드. 중단은 아주 휑하게 비어 있었다. 빈틈을 찾은 칠수는 골반을 쭉 뻗어 푸쉬 킥을 넣었다.


“헉!”


방심하고 있던 메이나드가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힘주지 않았을 때 맞는 복부 공격은 아주 날카로운 비밀무기와 같다.


“들어가! 좋아!”


하지만 칠수는 순간적인 다운이라는 걸 깨닫고 들어가지 않았다. 메이나드의 눈이 아직 죽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메이나드는 1라운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칠수가 고전했던 그 공격 ‘막 펀치’다.


<맞던가 말던가!>


메이나드의 공격은 유형을 찾을 수 없었다.


잽이 날아오는가 싶다가도 위에서 꿀밤이 쏟아지고, 손바닥이 날아오는 듯하다가 팔꿈치가 위로 솟았다.


이런 공격에 대한 기본 방어법은 별거 없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1라운드 때엔 당황하느라 막는 데 급급했으나, 패턴을 알아차린 칠수는 푸쉬킥으로 적당히 밀어가며 공격을 피했다.


조바심이 난 메이나드가 태클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스프롤로 제대로 방어했다. 그레코로만형 레슬러라 스프롤만 제대로 해도 대부분의 태클을 막을 수 있었다.


경기는 4라운드까지 이어졌다.


3라운드 패턴을 그대로 가져가려 했으나 작은 문제가 생겼다.


칠수의 주먹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칠수는 지난여름 자이언트와의 대결에서 양손 주먹 뼈가 모조리 부서졌다. 회복하는 데에만 3개월이 걸렸다.


훈련이야 쉐도우 위주로 해도 된다고 쳐도 실전은 엄연히 달랐다.


게다가 3라운드 중반 메이나드의 머리를 때린 게 영향이 컸다.


주먹이 아파 공격을 머뭇거리자 메이나드가 다시 적극적으로 나섰다.


푸쉬킥으로 밀고 뒤로 빠져나가며 피했으나 메이나드의 공격은 맹렬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공세는 오히려 타이밍이었다.


칠수와 정 관장이 가장 치밀하게 준비한 히든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칠수야, 해장국 먹자!!”


뜬금없는 말이지만 이건 관장과 칠수가 합을 맞춘 말이다.


스피닝 엘보를 넣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거다.


혹시나 상대측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도 해석할 수 없는 말이었다.


칠수는 뒤로 빠지면서도 중간중간 레프트 잽을 던지며 타이밍을 쟀다. 계속 레프트로 방어하니 메이나드도 오른손 가드에만 신경 쓴 채 들어왔다.


그러다 모퉁이에 갇힌 칠수가 빠져나가는 타이밍이 왔다. 방향을 바꾸며 달아나는 칠수를 메이나드가 질 수 없다는 듯 쫓아왔다.


모두 계산된 동작이었다. 그간 왼손만 던지던 칠수가 오른손-왼손으로 이어지는 투원 변칙 펀치를 날렸다. 움찔하며 오른손을 피한 메이나드가 왼손을 막으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모두 준비된 시나리오다. 이 한순간을 위해 몇 개월을 달렸다.


왼손을 쭉 뻗어 상대 시야를 가린 칠수가 몸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엘보를 날렸다.


‘뻑!!!’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정확히 전달될 만큼 엄청난 소리였다.


스피닝 엘보는 무척 힘든 기술이다.


구사하기도 힘들지만 맞추긴 더 힘들다.


그런데 칠수가 그걸 해냈다.


메이나드의 상태는 볼 것도 없었다.


승리를 확신한 칠수가 철창 위로 뛰어올랐다.



4라운드 3분 55초.


코리안 파이터 조칠수의 UFL 두 번째 승리이자 1차 방어전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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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부적을 찢다 20.02.28 329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75 타이밍 태클 vs 러버 가드 20.02.26 333 7 7쪽
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8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8 8 10쪽
»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8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59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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