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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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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22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30 16:30
조회
443
추천
8
글자
8쪽

옥타곤홀릭

DUMMY

계체 때엔 DJ켄이 선포한 대로였다.


간고등어처럼 잘 졸여진 DJ켄이 주먹을 칠수의 턱밑까지 갖다 댔다.


“I’ll kick your ass, boy!!”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DJ켄이었다.


“OK, sure. I wanna f*** with you”


칠수도 DJ켄의 도발에 준비한 멘트로 받아쳤다.


“빌 로건 라디오 들었던 사람들은 ‘쇼하고 있네’라며 웃고 있겠네”


정 관장의 말이었다.


“어쩔 수 없죠. 저게 다 프로모션의 일환이니까요”


연 실장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찍부터 라스베이거스로 넘어와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잠도 잘 잤고 시차도 사흘 만에 극복했다.


“야, 그거 너희 어머니가 국제 택배로 보내오신 거야. 오늘 밤에 두 포, 내일 아침 두 포 먹어”


정 관장이 칠수의 방에 스티로폼 상자 하나를 갖다 놓았다.


“아니, 지금 이 많은걸···.”


오십 포는 넘어 보이는 한약이 가득했다. 칠수는 이언규와 인계석, 연 실장과 정 관장에게도 열 포씩 나눠줬다.


“떨리냐?”


종아리를 푸는 칠수에게 관장이 물었다.


“아뇨, 하나도 안 떨려요. 그런데······.”


“그런데 뭐?”


“걱정이 좀 돼요”


“뭐가 걱정돼? 다 잘 되고 있는데”


“그러니까요. 다 잘 돼서. 너무 잘 돼서 불안하다는 거죠”


칠수의 불안은 당일이 돼서 터졌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갑작스럽게 복통이 찾아왔다.


“으읔, 배가···. 배가!!”


“인마, 왜 그래?”


“병원 갈 정도인가요??”


연 실장과 정 관장들이 달려왔다.


“아뇨, 그건 아니고···. 화장실···.”


한 시간 동안 화장실을 네 번이나 들락거린 칠수였다.


“쟤는 왜 또 저러냐. 경기 코앞에 두고···.”


“그러게 말이에요···.”


“아, 어제 먹은 뭐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 밤에 뷔페?”


이언규가 말했다.


“뷔페, 뭐?”


“많았잖아요. 연어나 굴 이런 거”


“내가 분명 먹지 말라고 했는데? 바다 음식”


“아니, 그러게 말이에.... 오옷!!”


갑자기 이언규도 배를 부여잡았다.


“넌 또 왜 그래. 연어랑 굴 먹었어?”


“다 먹었······.”


이언규도 화장실로 달려갔다.


“실장님은 안 드셨죠?”


“네, 전 바다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서”


“식사들 좀 적당히 하지, 진짜······. 읍!!!”


갑자기 정 관장마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슈퍼 멀티짐 세 명의 식구가 경기 시작 불과 두 시간 전 화장실을 도합 스무 번이나 들락거렸다.


“으···. 칠수야···. 괜찮니?”


“칠수 형은 어때요?”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칠수를 찾는 식구들이다.


“괜찮아요. 이제 쌀 것도 없다···.”


그새 연 실장이 매실 주스와 바나나 몇 개를 들고 왔다.


“주스 좀 마시고, 바나나도 한 개 드세요. 어떻게 해요, 경기 직전에···?”


벌써 언더카드 경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칠수의 경기는 메인이벤트 7경기 중 네 번째 경기였다. 마지막엔 워락 레스너와 알리스 오퍼렘의 헤비급 타이틀전이다.


메인 두 번째 경기가 끝났을 때 대기실로 UFL 직원이 들어왔다.


“다음다음 경기입니다. 준비하세요”


정 관장이 앉아 있는 칠수를 일으켰다.


“앉아만 있으면 안 돼. 워밍업 하자”


배가 좀 차가웠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어때, 좀 달아올랐어?”


관장이 다가와 배를 만졌다.


“아직 배가 차갑네. 이불 좀 덮고 있···. 으악!!”


경기 직전까지도 이언규와 정 관장은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UFL의 입장 신은 크라이드와는 딴 판이었다. 화려한 기획 영상도, 귀를 때리는 북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관객들의 반응은 일본과 비교되지 않았다.


“조칠수, 사랑해요!!!”


“Hey, man. You fxxx crazy!!!”


한국에서부터 찾아왔다는 팬부터 극성 미국 격투기 마니아까지, 가히 축제 현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먼저 등장해 몸을 풀고 있는데 조명이 꺼졌다.


“와···. 너는 왜 불도 안 꺼 주고”


투덜거리고 있는데 ‘징징’ 울리는 음악 전주가 흘러나왔다.


DJ펜의 등장 음악, 빌스 바클리의 ‘Crazy’였다.


I remember when

I remember, I remember when I lost my mind~


‘Crazy’가 나오자 관중석은 그야말로 ‘미쳐’ 버렸다.


“좋아. 이런 분위기가 나와야 달릴 만하지!”


칠수도 음악에 맞춰 옥타곤 위를 캥거루처럼 뛰어다녔다.


철창 위로 올라온 DJ켄이 칠수와 주먹을 부딪쳤다.


“Good fight, man”


“Yeh, good fight”


선수 소개를 위해 몸을 푸는데 등장하는 심판을 보고 칠수가 깜짝 놀랐다.


“왜 쟤가?!”


다름 아닌 UFL의 유일한 흑인 심판 허브 진이었다. 뛰어난 심판이었지만 결정적인 오심을 몇 번 저지른 적이 있다.


허브 진과 인사를 나누고 몸을 푸는데 선수 소개 시간의 주인공, 링 아나운서 브루스 버터가 들어왔다.


“Iiiiiiiiiiiiiiiiit’s Time!!!!!”


브루스 버터의 트레이드마크가 울려 퍼지고 나서야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미국 격투기, 아니 세계 격투기의 중심 UFL의 한복판이라는 걸 말이다.


“You ready?”


허브 진의 손가락이 선수와 위원들을 가리켰다. 선수도 위원도 역사적 경기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OK, fight!!”


경기 신호와 함께 두 선수는 옥타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Dj켄이 특유의 타격자세로 다가왔고, 칠수는 몇 개월 동안 준비한 넓은 스탠스의 자세를 잡았다.


<싸우겠다는 건가?>


DJ켄이 칠수의 자세를 보자마자 크게 놀랐다. 그의 생각대로 칠수의 자세는 치고 빠지기보다는 한 판 제대로 붙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초반 연달아 쏟아진 DJ켄의 로킥을 칠수가 모두 정강이로 받아냈다.


<너무 멀어!>


가뜩이나 거리가 짧은 DJ켄인데, 키 큰 칠수가 그렇게 하고 있자 좀처럼 들어오지를 못했다.


“칠수야, 준비한 거 해 봐! 왜 주먹을 안 뻗어??”


그제야 칠수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경기 시작 30초가 지난 다음까지도 아무 공격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확실히 긴장도 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경기 모드로 돌아온 칠수가 두 팔을 허리춤으로 내렸다. 역시 오랫동안 준비한 타격 자세였다. 플리커잽을 위한 예비 동작이었다.


<여러 가지 준비했군.>


좌우로 페이크를 쓰며 다가오려는 DJ켄이 칠수의 날카로운 잽에 살짝 중심을 잃었다. 허리에서부터 뻗어 나간 긴 잽이 DJ캔의 턱 끝을 스쳤다.


“와우!!!!!!!”


처음 선보이는 칠수의 폼에 관객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플리커잽이구나!!!>


하지만 역시 DJ켄은 천재였다.


플리커잽이 주 무기라는 걸 알자 자기 역시 오른팔을 배 쪽으로 내밀며 같은 자세를 취했다. 공격만 했지 경험해본 적은 별로 없는 칠수였다. 칠수가 양손을 내민 반면 DJ켄은 왼손 가드를 높이 올리고 한 손만 흔들었다.


“야, 조심해! 쟤도 플리커잽 쓴다!!!”


그러나 DJ켄의 공격은 거리가 짧았다. 통통 튀듯 움직여 방향 전환은 자유로웠으나 깊고 묵직하게 날아오는 칠수의 것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그러다 칠수의 전진 타이밍과 DJ켄의 타이밍이 순간적으로 일치했다. 상대가 가까워지자 둘은 서로의 몸을 부여잡으며 클린치 파이팅을 시도했다.


그때였다.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

.

.

.

.

DJ켄의 허리를 잡은 손이 기름이라도 바른 듯 미끄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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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9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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