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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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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616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29 16:30
조회
459
추천
9
글자
7쪽

DJ에 반하다

DUMMY

DJ켄과의 첫 대면은 계체 사흘 전 이뤄졌다.


황당하게도 무대는 ‘토크쇼’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긴 싫었지만 일단 당분간은 UFL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토크쇼의 진행자는 UFL 리포터이자 MMA 칼럼니스트, 방송인으로 유명한 빌 로건.


“안녕하세요, UFL 토크 박스 시청자 여러분들. 오늘은 여러분이 깜짝 놀랄만한 두 선수를 초대했어요. 오는 주말 UFL 100에서 격돌하는 라이트급의 두 멋있는 선수들 DJ켄과 조칠수입니다. 칠수 선수는 미모의 통역 분까지 모시고 왔네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DJ켄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대표 파이터 조칠수입니다”


“통역을 맡게 된 연상연 실장입니다”


“실장님, 빠른 통역 부탁합니다. 칠수 선수. 라스베이거스가 마음에 드시나요?”


“오우, 아주 좋은 동네입니다. 어딜 가도 도박을 할 수 있다니. 한국이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에요”


“실력은 좀 어떤가요. 돈을 좀 버셨나요?”


“저는 다 잃었지만 얼마 전 이쪽의 연 실장님이 블랙잭으로 500달러를 벌었습니다”


“오우, 미인분께서 도박 실력까지 아름다우셨군요. DJ켄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알다시피 하와이에서 계속 보냈죠. 훈련하고 가족과 생활하고 또 훈련하고.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됐어요”


“상대가 칠수 선수로 결정됐다는 걸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음, 일단 칠수 선수는 내 상대고 분노를 터뜨려야 할 대상인데. 일단 내일모레 계체에선 엄청나게 화난 표정을 지을 거니까 이해해줘요, 칠수 선수”


DJ켄이 칠수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알다시피 이 바닥이 원래 이래야 표가 잘 팔리는 법이니까. 사실은 칠수 선수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존경하고 있고요. UFL에 오기 전에 이미 모든 경기를 챙겨봤죠”


“그래서 DJ. 소감이 어땠느냐고요”


“오우, 소감? 소감······. 사실은 기분 좋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존경하는 사부가 있는데, 그 사부를 물리쳐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 수 있는 그런. 결정됐을 때 그런 기분이었어요”


“참 바람직한 기분이네요. 칠수 선수는 어땠나요?”


“DJ가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저를 생각하는 정도의 10배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내가 세계 최강 파이터와 겨루게 될 수준이 됐구나 하고 말이죠.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뭐, 나흘 후면 둘 중 하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두 선수 차례대로 상대의 강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DJ켄은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칠수 선수는 바로 심장입니다”


“오우, 심장. 심장이라고 한 이유가 뭔가요?”


“전 칠수 선수의 수십 개의 라운드를 보면서 이런 장면을 한 번도 못 봤어요. ‘오우,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표정이요. 칠수 선수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는 모르지만, 아마 코치가 말하는 모든 걸 들은 자리에서 소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타격이나 그래플링, 레슬링은 어때요”


“모두 수준급입니다. 물론 그래플링은 갈색 띠 정도라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갈색 띠는 항상 위험한 띠에요. 컨디션에 따라 블랙 벨트도 잡을 수 있습니다. 카운터 기술도 훌륭하고 앞 차기, 콤비네이션, 자로 잰 듯 정확한 로킥 등. 타격도 괜찮아요”


“칠수 선수도 말해보시죠”


“그냥 이렇게 설명하면 될 거 같아요. DJ켄은 보통인 부분조차 없다고 말이죠. 왜 게임을 보면, ‘파워 90 스피드 90 체력 80’ 이런 식으로 표현하잖아요? 제 생각에 DJ켄 캐릭터는 ‘90’ 이하인 수치가 아무것도 없을 거 같아요. 게임을 하고 돈을 건다면 항상 조종해보고 싶은 캐릭터죠”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UFL 게임에서 DJ의 체력은 82입니다. 칠수 선수도 곧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한다고 들었는데요. 자신의 전체 수치(overall)가 몇이라고 보시나요?”


“DJ켄은 몇이죠?”


“DJ켄은 88입니다. 크라이드의 세계 최강자 알렉세이노프가 92고요. 칠수 선수가 꺾은 고구라 타카노리는 86이죠”


“그러면 전 83 정도로 하겠습니다”


“아니, 고구라를 꺾었는데도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칠수 선수네요. 다음은 영상을 보고 대답을 하는 시간입니다. 먼저 칠수 선수의 영상입니다”


모니터엔 교쿠라 ‘마하’ 하야토와의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1라운드에 하야토를 빰클린치 니킥으로 KO시켰다.


“오우, 저도 이 경기 봤어요. 엄청난 니킥이었죠”


DJ켄이 감탄했다.


“저때를 설명해보시죠. 칠수 선수”


“사실 저희 팀은 타격, 그래플링 모든 면에서 제가 뒤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바로 저 빰클린치 니킥 전략이었죠. 일단 키 하나는 제가 크니까 가능했어요”


“계획한 순서, 계획한 전략이었나요?”


“사실은 2라운드쯤에 선보일 예정이었습니다. 저 기술은 보이는 순간 대비를 할 게 분명했으니까요. 한창 뒤엉켰을 때 기습으로 보여주려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달라붙을 수 있었죠”


“DJ켄에게 묻겠습니다. DJ켄이라면 저런 상황에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저건 하야토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달라붙은 상황이더라도 선수라면 뒷목을 줘선 안 돼요. 만약 고개를 숙여야 한다면 확실하게 숙이고 테이크다운을 노려야겠죠. 클린치에서 니킥은 기본적인 전략이에요”


“그럼 당신이라면 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2라운드와 3라운드를 가져가 판정으로 이길 거예요. 오우, 칠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DJ켄의 영상입니다”


경기는 2년 전 DJ켄이 라이트급 챔피언벨트를 획득하던 순간이었다. 상대를 파운딩으로 쓰러뜨린 DJ켄이 공중제비를 돈 후 상대의 상처를 손으로 문지른 후 그걸 혀로 핥았다.


“스탑, 여깁니다. 제가 이야기하려던 게 이것입니다. DJ켄의 아주 유명한 승리 세리모니인데요. 혀로 상대의 피를 핥는 거요. 칠수 선수는 이걸 어떻게 보시나요?”


“멋있다고 봅니다. 영어로 하면 ‘cool’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약간 잔인할 수 있는 이 행동을 이해한다는 뜻인가요?”


“만일 한국 대회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면 물론 난리가 났을 겁니다.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니까요. 하지만 이곳은 미국이고 미국 대회입니다. 피는 몸에 아주 좋죠. 헤모글로빈도 있고 철분도 있으니까요. 혹시 배가 고파서 먹는 건가요, DJ켄?”


“칠수 선수, 너무 쿨하네요. 이래서 내가 좋아해”


호텔로 돌아간 칠수는 한참이나 턱을 괴고 천장을 바라봤다.


“쟤 왜 저런데?”


정 관장이 물었다.


“관장님은 못 보셔서 모르겠지만, 칠수 선수가 완전 DJ켄에게 빠져버린 거 같아요”


통역을 맡은 연 실장이 말했다.


“아니, 상대를 좋아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칠수의 정신은 돌아올 생각을 못 했다.


“DJ켄···. 멋있어, 사인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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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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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8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3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9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3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 DJ에 반하다 20.01.29 460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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