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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589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1.28 16:32
조회
491
추천
8
글자
11쪽

완벽한 준비

DUMMY

코리아맨팀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레슬링 기반 종합격투기 체육관이다.


차동진과 김창렬, 두 관장 하에 국내외에 배출한 챔피언만 해도 이미 다섯 손가락을 넘는다.


오래된 팀이기에 부침도 심했으나, 2010년엔 양재동 쪽에 새롭게 리뉴얼을 하고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근데 여기 맞아요, 진짜?”


칠수가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맞아, 인마. 근데 이상하긴 하네”


분명 이름은 ‘코리아맨팀’이었는데, 앞에서 안내지를 나눠주는 도우미의 멘트가 어째 심상치 않았다.


“안녕하세요. 코리아맨 헬스장! 권투, 다이어트, 태보, 요가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헬스장. 헬스도 배우고 격투기도 배우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한 달 단돈 3만 원에 느껴보세요!”


입구로 들어가려는 정 관장과 칠수를 도우미가 붙잡았다.


“헬스장 가시는 건가요? 이 전단지 가져가시면 한 달 이용 후 현금 2만 원을 리워드해 드려요!”


지하로 내려가는 둘의 손엔 얼결에 받은 전단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이쪽 관장님들과는 다 이야기된 거죠?”


유리문 안쪽을 들여다보니 여느 헬스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카운터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고, 안쪽엔 회원의 개인 트레이닝을 봐주는 트레이너들이 있었다.


“응···. 이야기됐는데, 가만있자···. 어, 저기 계시네. 김창렬 관장님!!”


입구로 들어선 정 관장이 안쪽에 서 있는 덩치에게 손을 흔들었다. 회원의 운동 자세를 봐주던 남자가 웃음기를 띤 얼굴로 다가왔다.


“야~ 이게 누구야. 정복남이! 서운하네, 이제야 놀러 오고”


“아유, 관장님. 오려고 했는데 저도 체육관 때문에 바쁘고 해놔서요. 칠수야, 인사드려. 김창렬 관장님이셔”


“안녕하십니까. 조칠수입니다”


“아유, 우리 크라이드 챔피언 조칠수 선수! 아, 이젠 UFL 소속인가?”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 내 체육관이다 생각하고 여기 있는 동안 편하게 훈련하라고”


“관장님, 그런데 옥타곤은 어느 쪽에 있나요?”


칠수들이 온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옥타곤을 이용해보기 위해서다.


“아, 그래. 옥타곤 쓰러 왔다고 했지? 저 끝으로 가면 보일 거야”


생각보다 꽤 깊은 헬스장의 가장 안쪽을 가리켰다. 보이는 건 헬스 기구뿐이었다.


“어디···. 요?”


정 관장이 물었다.


“가 봐. 가 보면 알아”


끝쪽으로 다가가자 왼쪽으로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보이는 헬스장 면적의 3분의 2 수준의 크기에 큰 철창 하나가 있었다.


“우와!!! 엄청나네요. 관장님, 이거 크기가 어느 정도예요?”


“이거 UFL 옥타곤의 80% 크기야”


“엄청난데요, 진짜?”


칠수가 후드를 벗고 바로 철창으로 들어갔다.


“우와 이거 올라타도 안 무너지겠네”


“올라가도 돼. 똑같은 재질이니까”


정 관장이 김창렬 관장에게 물었다.


“저 근데 쟤 스파링이라도 해야 하는데, 어쩌죠? 선수들 없다면서요”


“음···. 어쩐다, 어쩐다···. 나라도 올라갈까?”


“네? 김 관장님이요?”


‘근육 돼지’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김 관장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그래플러였다. 띠는 특별하지 않지만, 실력만큼은 주짓수 블랙벨트 이상이라는 소리가 있다.


“타격까진 못하지만, 잽치고 테이크다운하고 이런 거 방어는 괜찮을 거야”


“그래, 뭐······. 나랑 하는 건 지겨울 테니까. 칠수 괜찮니?”


“저야 좋죠. 영광입니다”


그러자 김 관장이 글러브만 낀 채 철창으로 들어섰다.


“헤드기어 괜찮으세요?”


정 관장이 물었다.


“어차피 안 때릴 거잖아. 괜찮아. 나도 안 때려”


올라선 김 관장이 바로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자, 도망가 보세요~”


관장이 여유롭게 앞으로 다가왔다.


칠수가 잽을 이리저리 내밀며 페이크를 거는데 갑자기 김 관장이 성큼 다가오며 무릎을 노렸다.


“앗!”


재빨리 뒤로 점프했으나 뒤에는 딱딱하고 차가운 철창이 가로막고 있었다.


“한 번 더 간다~!!”


이번에 김 관장이 발목을 쓸어담듯 미끄러져 다가왔다.


링에서 하듯 옆쪽으로 피했으나 옥타곤이 몸에 부딪혔다. 링의 경우 코너만 아니라면 좌우로 마음껏 피할 수 있는데 옥타곤은 모퉁이마다 각이 져 있어 생각 없이 움직이다 철창에 부딪히곤 한다.


“어우, 씨. 적응 안 되네!”


다가오던 김 관장이 갑자기 등을 대고 벌러덩 누웠다.


“드루와, 드루와 봐”


잠시 고민하던 칠수가 김 관장의 위로 올라탔다.


“어유, 압박이 장난이 아닙니다”


밑에 누운 김 관장이 반장 난으로 엄살을 피웠다. 이리저리 밀어도 칠수가 움직이지 않자, 두 팔로 칠수의 허리를 감았다.


“크억! 흡!”


세게 잡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양쪽 옆구리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안 조였는데?”


그리고 김 관장이 연출한 건 말도 안 되는 자세였다. 칠수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브리지를 해버린 것이다.


“비행기 타는 거 같아요!!”


생전 처음 느끼는 상위 포지션에서의 브리지 자세였다.


“이렇게 하고 나선”


관장이 몸을 그대로 돌려 위를 덮쳤다.


“요렇게 부침개 부치듯 뒤집으면 끝!”


잠깐 몸을 섞었지만 김 관장의 그래플링은 듣던 대로 엄청났다.


“와···. 달리 레슬링 명문이 아니네요. 엄청나요”


“와, 너도 라이트급인데 압박감이 만만치 않았어.”


가만히 살펴보니 코리아맨팀의 옥타곤이 정팔각형이 아니었다.


“관장님, 이거 모양이 왜 이렇게 비뚤어요?”


칠수가 물었다.


“어, 그거? 한쪽은 UFL 사이즈랑 아예 같아. 대신 그쪽은 면이 세 개만 있지. 나머지 면은 우리 체육관 크기에 맞게 좀 줄인 거고. 팔각형 아니야. 칠각형이라고 봐야 해”


그날부터 칠수는 회원들을 가끔 보고 청소해주는 조건으로 평일 오전 철창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김 관장과 차동진 관장에게 옥타곤 이용을 위한 팁도 배우고 훈련도 했다.


“옥타곤은 링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수염이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는 차 관장의 말이었다.


“링에선 링 줄을 이용해 반동할 수도 있고, 코너에 몰리면 ‘스탑 돈 무브’ 신호가 나오지만, UFL에선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냥 구석에 구겨져도 계속 진행이 되지”


특히 차 관장에게 집중적으로 배운 건 옥타곤 상황에서의 탈출법이다.


“자, 뒤로 몰렸으면 굳이 힘을 줄 필요 없어. 철창을 등에 대고 편하게 누우면 돼. 그렇지 그런 식으로”


“일어날 때도 양발을 바닥과 철창에 동시에 디디면서 일어나야 한다고. 링보단 일어나기가 훨씬 쉬울 거야”


옥타곤을 위한 반칙 기술도 배웠다.


“테이크다운 당할 거 같을 때 슬며시 한 손가락을 걸어 버려. 그 정도는 심판도 뭐라 못 해”


2월부터는 DJ켄 대비를 위한 새 파트너가 추가됐다. 코리안맨팀 권민철 선수였다. 입식 강자 출신으로 인계석과 명승부 끝에 무승부를 한 적이 있다.


“제가 바로 DJ켄과 사이즈가 아주 똑같은 적절한 선수입니다”


칠수가 다가가서 보니 그야말로 딱 맞는 키였다.


“170cm 정도 되는 건가요?”


“정확히 169cm죠”


칠수는 권민철을 대상으로 DJ켄 대비 맞춤 전략을 풀어보았다. 넓게 벌린 스탠스에 전진 스텝, 그리고 원거리에서 퍼붓는 킥과 펀치가 메인이다.


“어우, 답답해. 어우, 답답해”


또 허리 쪽에서 날아오는 플리커 잽도 신무기 중 하나였다.


“펀치가 안 보이네요”


그러면서도 하나하나 모두 흘려내고 있는 권민철이었다.


“이렇게 확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권민철이 칠수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허리 쪽에 있던 칠수의 주먹이 짧게 뿜어져 나왔다.


“다 대비돼 있죠. 숏 어퍼로”


칠수의 오른손이 권민석의 볼에 살짝 다가왔다.


그래플링 훈련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톰 크랭클은 초크 탈출법 훈련에 집중했다.


“DJ켄은 아주 다양한 위치에서 초크를 걸 수 있지. 다스 초크, 풋 초크, 리어네이키드. 모두 탈출할 줄 알아야 한다고”


톰 크랭클은 정말 기기묘묘한 자세에서 다양하게 초크를 하며 계속해서 탭을 받아냈다.


“탭을 치면 안 돼. 탈출해야지”


물론 훈련을 할 때마다 그의 딸 마샤가 알짱거리며 방해했다.


“커피가 고프다.”


“케이크가 먹고 시프다”


“마샤,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얼쩡거리는 거야. 알바 가야 하지 않니?”


크랭클 사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곧 갈 거예요!”


아빠에게 눈을 흘긴 마샤가 탈의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3월이 되자 슈퍼멀티짐의 철창도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링의 4분의 1 부분이 철창으로 된 기묘한 형태였다.


철창 연습을 하며 의도치 않게 또 다른 기술을 장착했다. 슈퍼맨 펀치였다.


원래 슈퍼맨 펀치는 발을 뒤로 차며 그 반동을 활용해 좀 더 먼 거리를 때리는 공격. 그런데 철창을 이용할 경우 발만의 반동이 아니라 몸 전체를 던질 수 있다.


“물론 경기 내내 네가 압박해야 하는 스토리지만, 밀릴 때 한 번 써보라고”


라스베이거스 출국은 5월 말에 이뤄졌다. 거의 20일 넘는 시간을 UFL 공식 짐에서 훈련하게 됐다.


공식 짐의 코치 그리핀 포레스트가 DJ 켄과 비슷한 스타일의 훈련 파트너를 데려왔다.


“저게 UFL과 똑같은 사이즈의 옥타곤이야. 저기서 해보라고”


상대는 금발 머리의 탄력 있어 보이는 흑인 파이터. 역시나 권민철처럼 키와 체격이 DJ켄과 비슷했다.


“hey, man. Go ahead! I’m DJ ken”


찰리라는 이름의 상대가 주먹을 앞으로 올리며 통통 튀었다.


그러자 칠수는 6개월간 갈고 닦은 특유의 스탠스로 응했다. 넓게 벌린 발로 상대의 발을 먹고 원거리 펀치와 킥으로 압박했다.


“Oh, man. OH. no!”


불과 한 체급 낮은 선수였지만 칠수의 계속되는 압박과 공격에 쩔쩔 땀만 흘려대고 있었다.


“I’m in!”


구경하던 그리핀이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했던 거 그대로 해보래요. 느껴보고 싶다고”


그리핀의 말을 연 실장이 번역했다.


10cm나 큰 거인이었지만, 일단 칠수는 하던 대로 스텝을 밟았다. 넓은 스탠스로 그리핀의 앞발을 먹어가며 천천히 다가갔다. 끊임없이 주먹과 발을 원거리에서 던졌다.


“Oh, shit! shit!”


1분 정도 칠수와 몸을 섞은 그리핀이 헤드기어를 벗었다.


“What is his feeling?”


연 실장이 물었다.


그러자 그리핀이 대답했다.

.

.

.

.

.

“칠수 will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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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능구렁이 20.02.27 320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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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안갯속의 생자베르 20.02.25 316 7 7쪽
73 폭풍전야 20.02.24 310 9 8쪽
72 베스트 컨디션 20.02.21 338 7 8쪽
71 마치다를 복사하다 20.02.20 325 6 7쪽
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7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0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0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3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49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4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8 7 8쪽
63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0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8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8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2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29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28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48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8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2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0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3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59 9 7쪽
» 완벽한 준비 20.01.28 492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4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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