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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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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12.09 16:12
최근연재일 :
2020.03.02 09:17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51,734
추천수 :
781
글자수 :
304,802

작성
20.02.10 18:25
조회
390
추천
7
글자
8쪽

폭군 호세 자르도

DUMMY

페더급 챔피언 호세 자르도의 별명은 ‘폭군’이다.


광폭한 그의 파이팅 스타일을 여실히 드러내는 별명이다.


자르도의 키는 174cm 정도로 페더급에서도 큰 편은 아니다. 2010년대 이후 페더급 선수들의 키는 평균 175cm 이상으로 훌쩍 올라갔다.


하지만 작은 키를 상쇄하는 파워와 기술을 갖고 있었다.


자르도는 인상에서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날카로운 눈매에 짧게 깎은 머리, 그리고 입 옆쪽으로 길게 난 상처는 그의 난폭함을 더 가중한다. 흉터 제거 수술로 없앨 수 있지만 자르도는 그 상처를 그대로 갖고 있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서’가 그 이유였다.


칠수는 그간 수많은 훈련으로 여러 가지 무기를 장착했다. 카운터 앞차기, 러버 가드, 고고플라타, 스피닝 엘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익히기 잘했다고 생각되는 건 핀포인트 로킥이었다. cm 단위로 쪼개 상대를 공격하는 로킥은 종합격투기의 기본기 중 하나. 덕분에 기본기가 아주 충실해진 셈이다.


“그런데 자르도는 특기가 로킥이야”


정 관장이 선수 분석 회의에서 처음으로 꺼낸 얘기다.


“자르도는 너처럼 핀포인트로 로킥을 할 수 있는 데다가 파워도 세. 얘 경기 보면 후반 라운드에서 상대가 항상 제대로 걷질 못해”


이런 특이한 특기는 그의 유년 시절 이력 때문이다. 자르도는 10대 시절부터 킥복싱을 배워 수많은 상대의 다리를 소위 ‘아작’ 냈다.


“로킥은 기본기야. 또 무서운 건 자르도의 펀치 연타지”


자르도는 모든 공격 옵션을 갖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무섭다 할 수 있는 건 정 관장의 말대로 펀치 연타다. 평소엔 로킥을 앞세워 거리를 두지만, 기세를 잡았다 싶으면 무섭게 몰아쳐 상대를 끝장낸다.


“거기다 그래플링도 강하다니까. 사람들이 얘를 그라운드로 데려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알아요. 결국, 그래플링은 포기해야겠죠”


보면 볼수록 한숨이 나오는 상대였다. 거기다 테이크다운 방어도 100%였다.


“꼭 그때 기분 같네요. DJ켄이랑 싸울 때요”


“왜?”


“그때도 답이 없어 보였으니까요”


정 관장이 애꿎은 프로젝트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그치? 비슷하지?”


“동연이 너라면 어떻게 상대할 거 같아?”


칠수가 또 다른 무패 챔피언 심동연에게 물었다. 심동연은 최근 코리아FC 미들급 타이틀전 3차 방어에 성공했다.


“글쎄. 그냥 거리 두고 포인트 싸움이 답인 거 같아. 그런데 그것도 뾰족한 수는 아니다.”


“형, 저라면 무조건 테이크다운 들어갑니다. 들어가서 파운딩으로 그냥!”


이언규가 말했다.


“들어가면 그냥 목 따일 거야···.”


정 관장이 다른 파일을 클릭했다.


“그래서 자르도가 고전했던 경기를 찾아보자고. 한 번은 유일한 패배. 또 한 번은 고전한 경기”


자르도의 유일한 패배는 3년 전 기록한 서브미션 패배였다. 루이스 라제베도에게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패했다.


“물론 이건 참고만 하는 거야. 네가 이렇게 할 순 없겠지”


라제베도는 자르도보다도 특화된 그래플러. 계속되는 자르도의 압박을 셀프 가드로 끌어들이고, 뒤로 돌아가 목을 따는 데 성공했다.


“관장님, 넘어가요...”


블랙벨트끼리의 주짓수 대결은 볼 이유도 없었다.


“두 번째건 요르단 압둘마힘이랑 싸운 경기야. 판정 논란도 있었지”


요르단 압둘마힘은 경기 내내 변칙적인 공격으로 자르도를 상대했다. 자르도가 가드를 세우고 우직하게 들어오는 반면 압둘마힘은 옥타곤을 제 방처럼 오가며 하단, 중단, 상단, 그래플링, 서브미션 시도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압둘마힘은 자르도의 공간으로 들어가질 않네요”


심동연의 분석이었다.


“그렇지. 보면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 멀어져 있어. 그래서 1라운드 내내 자르도가 굉장히 답답해하지”


“저렇게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선수는 누구나 짜증 날 거 같네요”


인계석이 평가했다.


3라운드 초반엔 다운까지 뺏었다. 촐싹거리며 뛰어다니던 압둘마힘이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더니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켰다.


“물론 이걸 극복하고 라운드 후반엔 자르도도 다운을 뺏었지. 압둘마힘은 맷집이 좋은 선수는 아냐”


경기 후 판정단 중 하나는 “알도의 공격성이 돋보였다”며 그에게 점수를 준 이유를 밝혔다. 왔다 갔다 하는 선수보단 끝까지 들어가는 선수에게 가점을 준 것이다.



“그래서···. 저도 저렇게 뛰어다니라고요?”


그렇게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논의했지만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힌트를 얻은 건 일반인인 연 실장의 말이었다.


“기자회견 영상을 쭉 보는데, 자르도가 약간 ‘욱’하는 경향이 있네요?”


“그래?”


“네, 상대 선수가 살짝 놀리니까 표정이 변했어요”


“뭐 욱해도 상관없지. 지질 않으니까. 화가 나면 화가 난 만큼 그냥 두드려 패면 되잖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자르도에게 심리전을 거는 건 어때요?”


“심리전?”


정 관장이 물었다.


“네, 언론이나 SNS를 통해 다각도에서 자르도의 심리를 살살 긁는 거죠. 그러면 자르도도 경기 중 흥분하게 될 테고. 냉정한 칠수 선수가 이길 수 있겠죠”


“경기 외적인 거네?”


연 실장의 심리전은 전략으로 채택됐다. 일단 친한 이덕교 기자를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발하시겠다?”


“그렇지, 이 기자. 지금 인터뷰 하는 거 경기 때까지 세 번 정도에 나눠서 내보내자고”


“좋습니다. 첫 번째 제목은 뭐로 할까요?”


“저런 거 어때요? 자르도는 DJ켄보다 쉬운 상대”


연 실장의 말에 이 기자가 무릎을 턱 하고 쳤다.


“너무 좋아요. 정말 화내겠네요, 자르도가”


“그런데 이 기사를 자르도가 볼까요?”


칠수가 물었다.


“100만 불이 오고 가는 중요한 경기인데, 당연히 코치진들이 체크하고 있을 겁니다”


훈련 시작 후 칠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들에겐 자르도를 도발하려 한다는 계획을 똑똑히 전했다.


“자극적인 제목 저희 편집장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대부분 기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쯤, 자르도의 반응이 나타났다.


“형, 관장님! 자르도가 칠수 형 기사 봤나 봐요!”


이언규가 관장과 칠수를 끌고 가 모니터 앞에 세웠다.


“이 부분이에요, 보세요”


**************************


Q) 조칠수 선수가 DJ켄과 당신을 비교했는데 알고 있나?


- 물론이다. 내가 DJ켄보다 쉬운 상대라고 했다. 그래, DJ켄은 대단한 파이터다. 하지만 그는 타이틀이 없다. 조칠수에게 패했지. 경기 외적으로도 모범적이지 못한 선수고. 그런데 난 챔피언이다. 구설수도 적다. 항상 훈련만 하고 상대를 부수려 한다. 몸에 로션을 바른다거나 트래시토킹을 한다거나 그런 일도 없다. 그런데 내가 DJ켄보다 못하다고? 경기에서 똑똑히 보여줄 거다.


Q) 다른 인터뷰도 있다. 자기 그래플링 실력이 당신보다 좋다고 말했다.


- 이건 나뿐 아니라 모든 주짓떼로들을 헐뜯은 말이다. 주짓수 블랙벨트는 아무나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9년에 걸려 힘겹게 얻었다. 내가 알기로 칠수 선수는 기껏해야 4년 정도 수련한 거로 알고 있다. 그 시기엔 천재 DJ켄도 갈색 띠였다. 그런데 날 서브미션으로 꺾겠다고? 허풍도 정도가 있어야 사람들이 믿는 법이다.


**************************


“어떤 거 같아요?”


이언규가 물었다.


“이 새끼 빡쳤네?”


정 관장이 말했다.


“맞아요, 빡쳤어. 전략이 통하는 거 같은데요?”


칠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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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부적을 찢다 20.02.28 332 7 7쪽
76 능구렁이 20.02.27 321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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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새 기술의 장착 20.02.19 339 7 8쪽
69 명불허전, 플라잉 더치맨 20.02.18 331 7 7쪽
68 생자베르 파헤치기 20.02.17 351 7 8쪽
67 부산 MT 20.02.14 364 8 8쪽
66 도발의 결과 20.02.13 350 8 7쪽
65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20.02.12 365 7 7쪽
64 파란 눈의 영양사 20.02.11 369 7 8쪽
» 폭군 호세 자르도 20.02.10 391 7 8쪽
62 새로운 도전 20.02.09 399 8 10쪽
61 스피닝 엘보 20.02.08 399 8 8쪽
60 UFL 체육관 20.02.07 445 7 10쪽
59 다윗과 골리앗 20.02.06 431 6 8쪽
58 미친개와의 혈전 +2 20.02.05 430 6 9쪽
57 죽이기 위해 태어난 파이터 +2 20.02.04 450 7 7쪽
56 겹경사, 그리고 +2 20.02.03 449 8 7쪽
55 이게 바로 농락이다 20.02.02 459 8 8쪽
54 두 수를 내다보다 20.02.01 454 8 8쪽
53 DJ켄의 본 모습 20.01.31 451 8 7쪽
52 옥타곤홀릭 20.01.30 444 8 8쪽
51 DJ에 반하다 20.01.29 462 9 7쪽
50 완벽한 준비 20.01.28 493 8 11쪽
49 특급 호텔 기자회견 20.01.27 475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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