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무림기

22-19 최루탄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8월 들어 궁요는 복귀를 했다. 애초에 그가 10호로부터 입은 상처는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라, 며칠간의 정양만으로 그는 복귀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싸움은 웃기는 싸움이었다.

원거리전이 특기인 궁요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근접전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암살이 특기인 10호는 갑자기 난입한 궁요에 의해 면전에서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아무튼 그렇게 궁요는 승리했는데, 그 후에 다시 감시업무에 복귀를 했다가 경찰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링 챠우를 보고 도와준 것이었다.

그는 먼 거리에서 저격을 하여 경찰들을 쓰러트린 후, 단지 손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그들의 시체를 소각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손을 더 튕겨 링 챠우를 기절시킨 후, 내공마저 약간 불어넣어주어 그가 입은 상처를 회복시켰다.

화경에 이른 궁요의 내공은 가히 엄청난 경지에 이르러, 그가 약간의 내공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입은 사람은 어지간하면 회복할 수 있었다.

궁요는 링 챠우를 회복시켜준 후 다시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다시 한 번 달려가는 것을 보고 궁요는 추적을 했다.

그렇게 모인 곳이 다음 시위장소인 것을 알고 궁요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허!!! 그렇게나 두들겨 맞고서도 다시 한 번 시위에 참가하려는 것인가!!! 정말로 강인한 자로군!!!!!!’

궁요가 생각하는 강인한 자는 무력이 강한 자 뿐만이 아니라, 정신이 강한 자이다.

제 아무리 무력이 강한 자라도 올바른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무력은 단순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궁요의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무력은 보잘 것 없는 일반인이지만 저렇게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시위에 참가하는 링 챠우는 정말로 강한 자였다.

무력만 강한 쓰레기들보다 링 챠우 같은 자가 백번 낫겠지. 궁요는 링 챠우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곳도 곧 홍콩 경찰의 마수가 찾아왔다.

누군가가 외쳤다.

“경찰이다!!! 모두 피해!!!”

우당탕탕탕탕!!!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일어났다. 시위대는 다시 또 경찰을 피해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들은 홍콩 경찰에 대항할 무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폭력도 불사하는 강경파들은 시위대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었다.

오히려 평화적인 시위만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그런 강경파 시위대들을 거의 프락치들로 보았다. 내부의 적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평화주의적인 시위대들은 그렇게 이야기했다.

“티벳과 신강 위구르 자치구를 보라!!! 티벳은 계속 평화주의적인 저항을 고수한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아직 막대한 지지를 받고 있다!!! 허나 위구르 자치구는 어떤가?!? 자폭을 비롯한 각종 테러행위마저 주저하지 않는 까닭에 전 세계로부터 지지가 떠나가 버렸다!!! 애초에 저런 강대한 중국으로부터 세계의 지원이 없이 단독으로 독립을 실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세계의 지지가 필요해!!!”

강경파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 그래서 티벳이 독립을 했나!!! 지금도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태다!!! 우리들을 해방할 수 있는 건 오직 폭력!! 폭력일 뿐이다!!! 더 많은 폭력과 저항, 반대만이 우리를 해방하게 해!!!”

그러면 온건파들은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의 경우를 봐라!!! 한국은 과거 군부의 독재를 국민들의 저항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거기에 심각한 폭력사태가 있었는가?!? 아니다!!! 오로지 그들은 피를 흘리며 독재에 대항을 했다!!! 애초에 민주주의란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홍콩 경찰과 공안을 피 흘리게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피를 흘리고 숭고히 잠드는 것이다!!! 그러면 남은 이들은 편안하게 홍콩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겠지!!!”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한다는 것이냐!!! 그리고 애초에 중국이 아무리 피를 많이 보아도 눈 하나 깜박할 것 같나!!! 그럴 것 같았으면 진작에 신강 위구르 자치구나 티벳, 내몽골, 장족 자치구 등 소수민족 자치구 등은 독립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투쟁을 해야지!!! 애초에 독립이 쉬울 줄 알았나!!! 애초부터 우리는 그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건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피, 더 많은 폭력만이 우리를 해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는 거저 오는 게 아냐!!!”

이렇게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이 있었다. 한편 궁요는 시위 장소에 들이닥치는 경찰들을 보다가, 허공에 활을 당기는 자세를 하며 목표를 겨눴다. 그리고 손을 놓았다.

슉! 콱!!!

경찰 한명이 쓰러져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야!!!”

“몰라!!! 한 명은 남아서 구급차 부르고, 다른 이들은 모두 시위대를 쫓아가!!!”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누군가 지시했으나, 그 다음 바로 그 자도 쓰러져버렸다.

콱!!!

“크억!!!”

“제길! 공격이다!!!”

“모두들 기둥 뒤에 숨어!!!”

경찰들은 일제히 기둥 뒤에 숨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쓰러진 동료 둘을 끌고 기둥 뒤로 데려가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러나 궁요는 웃었다.

‘가소롭기도 하지······. 기둥은 쓸모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마.’

쐑!!!

다시 한 번 기로 된 화살을 발사하자, 다른 경찰이 또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우당탕!!!

“제길!!! 아무래도 적은 한 놈이 아닌 것 같다!!! 모두 후퇴해라!!! 그리고 증원을 불러라!!!”

‘안 좋군······.’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 역시 예민한 궁요는 그 이야길 모두 들었다.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이럼 어쩔 수 없지······.’

궁요는 마저 화살을 쏘아 남은 세 명의 경찰들을 모두 쓰러트려버렸다.

쿠당탕탕탕탕!!!

방금 전 궁요가 한 것은 격공장의 응용으로, 본래 격공장은 허공을 넘어서 장법을 적중시키는 기술이다.

또는 장애물이나 갑옷 등의 보호를 받고 있을 때 그 장애물을 파괴하지 않고 그대로 물 흐르듯이 타서 넘어간 뒤 목표로 한 상대만을 적중시키는 기술인데, 궁요는 그런 수법을 통해 기로 된 화살을 발사해 기둥을 통과하고, 그 뒤에 있는 경찰만을 적중시킨 것이었다.

‘뭐, 그것 말고도 다른 방법들도 있긴 하지만······.’

궁요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령 궁요와 같은 경우 기로 된 화살을 쏘든 실체가 있는 화살을 쏘든 발사한 화살의 궤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말하자면 이기어궁. 또는 어궁술이다.

물론 당화처럼 수백, 수천 개의 철침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달아 발사한 여러 개의 화살을 동시에 조종할 정도는 되었다.

그런 궁요에게 일개 경찰들 몇 명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 순식간에 경찰들은 쓰러져버렸다. 궁요는 생각을 했다.

‘본래는 이런 식으로 경찰을 죽이면 홍콩 경찰의 경계가 더욱 올라가 시위대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런 짓을 안 해도 홍콩 경찰이 시민들을 탄압하는 것은 똑같은 사실인 것이고.’

궁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친중파인 캐리 람이 정권을 잡고 있는 현행 홍콩 행정부의 상황에서는, 그들의 지시를 받는 홍콩 경찰은 시민들을 탄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저항하는 자가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지.’

궁요는 도망치는 링 챠우 및 다른 시위대들을 보다가 고층 빌딩에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추락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 궁요는 바람을 타고 어기비행술을 시전해 다음 건물로 몸을 날렸다.

쉬익!!!

높은 고층빌딩들이 밀집한 홍콩 시내는 현재 강한 빌딩풍이 불고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막강한 수준의 경지에 오른 궁요의 무공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아도 어기비행술을 통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있었다.

그렇게 궁요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며 마치 매와 같은 눈으로 홍콩 시내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보였다. 경찰들을 피해서 도망치는 시위대, 그 뒤를 쫓는 경찰들.

홍콩의 자유를 탄압하는 중국 및 그들의 하수인들에 대항해 투쟁하는 홍콩 시민들로 인해, 홍콩은 지금 난리통에 있었다.

각종 파업과 시위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뒤숭숭한 정국에 시민들은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단지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하여 시위대로 몰려 곤봉으로 두들겨 맞고 범죄조직으로 보이는 자들이 차로 시민들을 치고 지나가고 폭죽을 발사해대니 절대 안심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무차별 칼부림 사건 및 각종 테러까지. 홍콩 시민들은 불안한 상태였다.

궁요는 하늘을 날며 생각을 했다.

‘과연 홍콩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푸른 하늘과는 달리, 홍콩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했다.

8월 11일이 되어 중국은 SNS를 통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시위에 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전을 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중국 내에선 인터넷만 키면 오늘은 시진핑이 무슨 말을 했는지,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체 무슨 업적을 이루었는지 뭐 이런 내용이 강제적으로 어지간한 사이트에는 다 뜨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한편 이날 홍콩 경찰은 지하철 역 내에서 최루탄을 발사했다.

콜록!!! 콜록콜록콜록!!!

시민들이 기침을 하며 대피를 했다. 홍콩 경찰은 역 내로 잠입한 시위대들을 검거하기 위해 발사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위대를 붙잡기 위해 출구를 단 하나만 열어놓고 최루탄을 발사해대자 시민들은 곧 호흡곤란에 빠졌다.

연기로 인해 앞조차 잘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시민들은 가까스로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홍콩 경찰이었다.

“모두 무릎 꿇어!!! 모두 다 신분증을 꺼내고 얌전히 조사에 응해라!!! 그렇지 않으면 시위대로 간주할 것이다!!!”

경찰의 엄포에 시민들은 최루탄으로 인해 눈물콧물을 흘리며 조사에 응했다.

단순히 시위대가 역으로 도망쳤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역에 있던 사람들은 이런 조치를 당해야만했다. 8월 12일,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를 하며 크게 문구를 붙여놓았다.

‘최루탄의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전날 홍콩 경찰이 지하철역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것에 대한 항의표시였다.

사실 지하철 역 뿐만이 아니라 홍콩 곳곳에서 최루탄이 터져대고 있었다.

그렇게 터진 최루탄이 고작 두 달 동안 2천발이 넘었다. 홍콩 곳곳에서 매캐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민들은 연기가 올라올 때마다 그곳을 피해 돌아갔다.

홍콩은 흰 연기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