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 암울한 작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실종된 서점 직원 등이 잡혀간 곳은 중국에서도 가장 보안이 지독한 곳들 중 하나다.”
“대체 어디지???”
“진성 교도소.”
“으음······.”
원륭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했다. 진성 교도소(친청감옥. 秦城监狱). 북경 외곽에 건설된 이 교도소는, 본래 죄를 저지른 공산당 고위층이 수감되는 정치범수용소이다.
그 보안은 중국 모든 기관을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에 이르며, 그와 더불어 복지시설도 일반 교도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진흑창이 계속해서 말을 했다.
“진성 교도소······. 지금까지 그곳을 탈출한 자는 아무도 없다고 하지. 뭐, 물론······. 그곳에 잡힌 이들이 대부분 정치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범죄자들 중에서도 강한 신체를 지닌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탈옥은 불가능했을 거야. 더군다나 보안 수준은 최상이니까 말이야······.”
“즉 그렇다는 건 들어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다는 말이지. 심지어 잡힌 다섯 명을 구해서 말이야.”
“음······.”
원륭은 다시 한 번 신음을 했다.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니다.
‘나 혼자서도 빠져나오기 힘든 상황인데 다섯 명을 데리고 나온다라 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천만홍이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하오???”
“아니. 그건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잡혀간 서점 직원 등은 구하고 싶지만, 그들을 구하는 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아니니까 말이야.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중국 공산당 타도지······. 그렇지 않나???”
“그렇소. 그게 최우선 목표지.”
“음······.”
둘의 대화에 진흑창과 당화도 신음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도 잡혀간 서점 직원 등을 구하는 걸 도와주고는 싶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전력을 나누었다가 본진인 지하 경기장이 털리면 그들의 전력은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게 되겠지. 당화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군, 원륭. 도와주고는 싶지만 우리들의 사정상······.”
“그래, 알고는 있다. 다름 아닌 너희들과 20년을 넘게 보낸 나인데 모를 리가 있나. 지하 경기장의 사정은 훤히 알고 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지······.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10여 명의 화경 무림인만이 파천황을 당해낼 수 있다. 지금 우리 쪽방촌 무림인이 여덟 명, 마침 지금 홍콩에 남아있는 화경의 무림인도 여덟 명이군. 여기서 전력을 더 나눌 순 없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열여섯 명이 모두 다 힘을 합친다면 파천황을 상대로도 해볼 만하겠지마는, 놈이 혼자 나오진 않겠지. 혹은 몸을 피하거나. 파천황은 그런 놈이다. 강하다고 해서 오만하지 않아. 놈은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 우리와는 다르지······.”
“······.”
원륭의 그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그렇다. 파천황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쪽방촌 무림인이든, 홍콩의 무림인이든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적다.
홍콩의 무림인들은 본거지인 지하 경기장을 비우고 함부로 행동에 나설 수 없으며, 쪽방촌 무림인들 역시 그동안 당한 게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
천안문 사태에서 죽다 살아난 기억이 그들 뇌리 속에 강하게 새겨져 있었다.
제 아무리 화경의 무림인이라고 해도 그건 공포다. 자신과 동급의 무림인 열 명이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적을 상대를 한다는 것은.
파천황은 공포요, 신이요, 절망이다. 이 세상 최후의 절망이겠지. 원륭은 말을 이었다.
“뭐 좋아. 애초부터 너희들에게 그런 것까지 협력을 바랄 예정은 아니었다. 정보만 얻을 생각이었지. 정보만 얻는다면 곧바로 갈 생각이었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돌아가기로 하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그럼 잘 있도록.”
“!!!”
천만홍이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이대로 그냥 돌아갈 생각이오???”
“왜? 연회라도 하기를 원했나?”
“아니 그건 아니지마는······. 그래도 우리를 찾아왔다면 뭔가 화해를 하거나 좀 더 회포를 풀 줄만 알았소.”
“무림인들끼리 무슨······. 살아있으면 됐지. 살아있으면 회포는 언제든지 풀 수가 있다. 자, 그럼 난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도록. 비상연락망은 살아있겠지???”
“그건 그렇긴 한데!! 정말 갈 거요, 원륭?!? 그거 아시오?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파천황에게도 부담이 될 거요! 그런데 만약에 당신들이 죽거나 다친다하면! 중원 무림 전체에 손실이 가오! 당신들 쪽방촌 무림인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파천황과 공안 무림맹 세력을 억제할 힘이 되는 것이오! 그 중요성을 알기나 하시오?!?”
“알기는 알지. 하지만······.”
“하지만 뭐요??”
“쓰지 않는 검은 소용이 없어. 그건 너희도 알겠지???”
“!!”
“!!!!!!”
천만홍 등이 모두 움찔하는 가운데, 원륭은 사라져갔다.
스르륵!!!
온데 간데 자취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 같았다. 허깨비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천만홍이 혀를 찼다.
“허······. 은잠술이 더 뛰어나졌군······. 예전에도 그리 쉽게 알아챌 순 없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허깨비 같아······. 내가 꿈이라도 꾸는 건가???”
“그래······. 저 정도의 은잠술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파천황이라도 그리 쉽게 알아챌 수 있을지 의문이로군. 안 그런가, 당화???”
“음······.”
이어진 진흑창의 말에 당화가 생각을 했다. 그러다 그녀는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사천당문도 은잠술이라면 한 가닥 한다. 하지만 저 녀석의 은잠술은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 어쩌면 혈귀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군······.”
“음······.”
진흑창과 천만홍이 신음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여전히 우리의 적은 아닌 것 같네. 한때 우리와 의견이 반해서 뛰쳐나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중국 정부에 투쟁하고 있는 것 같군. 안 그런가, 모두들???”
“음······.”
천만홍의 말에 진흑창이 답했다.
“그래. 그는 항상 변함없었지······.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그의 행보는 변함없었어. 다만 그의 무뚝뚝한 성격과 태도가 가끔 오해를 불렀지. 하지만 그는 늘 한길만 걸었네. 다른 사람들이 보면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의 길은 항상 중국 정부에 투쟁하는 길이었었어······. 그에겐 그만의 방식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린 그를 존중해야만 하겠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응???”
“쪽방촌 무림인들이 살아 돌아왔다면 과연 그 무공이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해지는군. 그들은 모두 다 쟁쟁한 무림인들이 아닌가. 전 마교 교주에, 개방 방주, 제갈세가의 마지막 생존자, 소림사의 마지막 계승자도 있고 다른 이들도 모두 경력이 화려한 자들이지. 후후. 한번 붙어보고만 싶구만······. 후후! 후하하하하하!!!”
“미친 녀석······.”
“네놈 머릿속에는 싸움밖에 없구나······.”
천만홍과 당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흑창의 머릿속에는 싸움밖에 없었다.
가령 행동을 함께하지는 않지만 같은 4대 그룹의 총수인 일화가 솔직히 말해 무공보다는 이제 사업이라든지 어떤 금전적 가치에만 더욱 집중하는 것과 달리, 진흑창은 총수가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아니, 그룹도 부하나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뒷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흑창의 그룹은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모두 물심양면으로 그를 밀어주기 때문이다.
무공이라는 존재에 미친 진흑창이라는 한 남자에 반한 이들······. 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흑창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평생을 다해도 극치에 다다를까 말까한 무공이라는 영역에 몸을 던진 진흑창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흠모하고만 있다. 그리고 그 남자가 어디까지 가는지 모두들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에너지가 진흑창에게 더욱 힘을 주었다. 총수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뜨거운 자들.
그것이 바로 진흑창의 세력이다. 당화가 입을 열었다.
“휴······. 솔직히 말해서 화경의 경지에 이르고 무공이 엄청나게 정체를 했지. 그나마 원륭이라는 좋은 자극제가 와서 상당히 도움이 되었지마는, 그러지 않았다면 매너리즘에 빠졌을 게야. 오히려 퇴보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란 녀석은 아직까지 그렇게 호승심을 불태우다니. 솔직히 매우 부럽군. 그게 어쩌면 무림인으로서의 너의 가장 큰 저력일지도 모르지······.”
당화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녀는 만천화우라는 지상최고의 절기 중 하나를 손에 넣은 희대의 기재였지만, 그 이후에는 딱히 발전이 없었다.
그건 만천화우가 너무나도 익히기 어려운 초식이지만, 또한 너무나도 강력한 초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천화우는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이자 또한 동시에 그녀의 무공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벽이 되어있었다.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그녀는 성장할 수가 있겠지.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진흑창의 절기인 회선무류창이나, 원륭의 절기인 혈사마장이나 혈사마검을 사용하지 않고 그 둘에게 싸우라 한다면 전력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그 정도로 절기의 위력은 크다. 평생을 걸쳐 쌓은 모든 무학이 거기에 다 담겨있는데, 그걸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화경의 경지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얻은 모든 깨달음을 버리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해야만 했다.
화경이 기존 무학을 극한으로 갈고닦은 무학의 집대성이라면, 현경은 기존 무학의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의 무학이다. 그래서 신화경이라고도 불리는 거겠지.
새로운 화경의 경지라는 뜻에서 말이다. 천만홍은 씁쓸한 듯 말을 이었다.
“후······. 하지만 원륭과 그의 동료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들이 목표로 삼는 진성 교도소는 보통 장소가 아니야. 그 위험성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겠지······. 감옥 경비들 역시 무공이 보통 수준이 아니라고 알고 있고, 만약에 파천황이라도 있다면······. 상상하기도 싫군······.”
“······.”
그 말에 진흑창과 당화 역시 몸서리를 쳤다. 세계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감옥 중 하나인 진성 교도소에 파천황까지 있다라. 그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당화가 입을 열었다.
“제 아무리 원륭과 쪽방촌 무림인이라도 만약에 그러하다면 진성 교도소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겠지. 아무렴, 진룡이 그 정도로 멍청해지진 않았을 거야. 아마도······.”
그러나 당화의 예상은 틀렸다. 원륭이 돌아간 이후 진룡을 비롯한 쪽방촌 무림인들은 그 즉시 진성 교도소로 향했다. 납치된 홍콩의 서점 직원 등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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