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 사막신공
인왕역사. 사찰이나 불탑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불법을 지키는 수문신장(守門神將)으로, 부처를 지키며 옆에서 이를 모시는 자들이기도 했다.
인왕역사는 보통 갑옷을 입은 모습에서부터 얇은 천을 걸친 모습 등 다양하지만, 소형승의 모습은 누가 봐도 강력한 힘을 지닌 인왕역사 그 자체였다.
그의 온 몸엔 투지가 깃들어있고, 하단전에 가득한 내공은 그의 의지를 실현하는데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소형승은 카라부란이 날아온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흠칫했다. 사휘령과 하홍휘가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아까 마교 오대천왕의 일원들인 투르군 토툰야즈와 하사인 무함마드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꼴이라니. 그 옆에선 원륭과 마교 교주 압둘라힘 쿠르단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둘의 검이 서로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둘의 몸에서 순식간에 피가 튀고 수도 없이 생채기가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둘은 개의치 않았다.
이 정도의 작은 상처로 상대의 빈틈을 잡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
그래서 둘은 상대방의 공격을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상대의 사방을 노리지마는, 그 눈은 절대 상대방의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무릇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 공격이 어디로 향할지 대충 짐작이 가는 법.
초일류의 고수를 상대할 때는 그 상대의 손이 아니라, 눈이 향하는 곳을 보아야 한다. 뭐 그것도 무조건 그런 것만은 아니지마는.
아무튼 쿠르단과 원륭이 치열하게 대결을 펼치고, 투르군과 하사인은 하홍휘와 사휘령을 쓰러트린 뒤였다. 아마 방금의 그 카라부란은 두 놈 중 하나가 날려 왔겠지.
소형승은 이를 갈았다.
‘큭!! 고작 좌우호법도 아닌 오대천왕 중 한 놈의 카라부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하구나!! 아, 아니, 저놈이?!’
소형승은 깜짝 놀랐다. 하사인 무함마드가 쓰러진 하홍휘의 목에 검을 날리고 있었다.
놈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현재 이 마교놈들은 어제 자신들의 동료가 네 명이나 쪽방촌 무림인들에게 당해 매우 분노한 상태였다. 그로 인한 보복.
자신들이 당한 수모를 그대로 되갚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하사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하홍휘의 목이 떨어지려는 찰나, 무언가가 번쩍였다.
소형승의 장법이 어느새 하사인의 복부를 강타하고 있었다.
“파(破)!!!”
쾅!!!
“으아아아아악!!!”
쿵!!
하사인이 날아가 모래구덩이에 처박혔다.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무림인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검도 놓친 채였다. 하사인은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하지만 억지로 일어선 탓인지 기혈이 뒤틀려 입가에서 피를 뿜어댔다.
푸슉!!
“크아아아아악!!”
쿵!!
하사인이 다시 쓰러졌다.
“하사인!!! 으아아아아아!!”
쐐에에에에엑!!
투르군 토툰야즈가 검을 날려댔다. 그러나 소형승은 피하지도 않고 가볍게 검을 잡았다.
그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투르군의 검을 꽉 잡고 있었다. 투르군은 자신의 검을 빼기 위해 신음을 했다. 그러나 검은 빠지지 않았다.
‘아, 안 빠져?!’
투르군이 경악하고 있을 때, 소형승의 왼손이 움직였다. 소형승이 나직하게 말했다.
“금강권(金剛拳).”
콰직!!
“으아아아아악!!”
쿵!!
투르군 역시 날아가 쓰러졌다. 투르군은 검은 놓치지 않았지만 일어서지도 못하고 부들거렸다.
‘이, 이런! 무슨 위력이!! 뭐 이런 권법이 다 있단 말이냐!!’
금강권은 금강불괴로 가는 전 단계로, 이론상 금강불괴와 같았다.
금강불괴가 온 몸의 내력을 극대화하여 창과 칼 등 온갖 무기 및 수단에 해악을 입지 않는 도검불침의 몸이 된다면, 금강권은 그 주먹만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소형승은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막대한 내공을 가지고 역대 소림 승려들이 익힌 거의 대부분의 무공의 비급을 다 아는 상태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공마다 필요로 하는 자질들이 있었고, 아무리 전반적인 무공에 대한 자질이 좋아도 적성이나 호흡이 또한 필요했다. 소형승과 금강불괴의 궁합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천성이 불같은 사람이라 불의 기운을 가진 무공이 잘 어울렸는데, 문제는 소림 무공 중 그런 무공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금강불괴도 빨리 익히지 못하고 그저 금강권에 머무르는 것.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의 금강권은 치명적이다······.
본래 그 자신이 익힌 내공, 거기에 소림 마지막 방장이던 목령이 전해준 내공, 마지막으로 소림 육승 중 하나인 금령이 전해준 내공에 의해 그의 내공은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현존하는 수많은 무림인 중에서도 소형승만큼 내공이 강한 자는 그리 많지 않겠지.
이 정도의 내공은 강호육이나 파천황, 혹은 혈귀인 원륭이나 불사왕이나 비빌 수 있는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거리가 먼 상황.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무림인들은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소형승의 내공은 일반적인 화경 무림인의 내공을 무려 세 배나 웃돌고 있다. 무려 세 배.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
그런 내공으로 내뿜은 권격이니 절대 무사할 리가 없었다.
비록 불완전하다지만 금강불괴의 이치를 담은 무공, 금강권을 통해 막대한 위력의 권격이 투르군에게 가해졌다. 투르군은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은 거부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벌벌 나고, 온 몸에서 오한이 치솟아 오른다. 이 정도의 권격이라니.
화경에 이른 무림인 투르군 토툰야즈마저도 공포에 질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야말로 일격필살. 투르군이 죽지 않은 것은 그도 역시 명색이 화경의 무림인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화경의 경지에 이르지 않은 자들이 이 주먹을 맞았다면 단번에 복부가 터져 격살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
현재 쿠르단과 원륭은 싸우고 있었고, 이스칸다얼과 투르군, 하사인은 소형승에 의해 무력화되었다.
하홍휘와 사휘령은 쓰러져 있었으며 진룡과 상인관, 제갈의, 불사왕은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상태였다. 그때 진룡이 말했다.
“소형승!! 자네가 쓰러트린 자는 어디로 갔나?!”
“누구 말입니까!”
“그 이스칸다얼인가 뭔가 하는 우호법 말일세!!”
“?!”
진룡의 외침에 주위를 돌아다보던 소형승은 경악했다. 분명 초죽음을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스칸다얼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때 소형승의 발밑에서 검이 치솟아 올랐다.
“사막의 모래검(沙漠沙劍)!!!”
촤악!!!
“!!”
소형승은 순간 흠칫하며 발을 굴렀다. 그는 튀어나오는 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걸 밟고 몸을 띄어 올렸다. 그는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튀어나오는 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금강권!!!”
쾅!!!
사방으로 모래먼지가 튀었다. 주변 무림인들은 그걸 피하며 모래먼지로부터 눈을 가렸다.
곧이어 먼지가 걷히고 두 사람이 드러났다. 소형승과 바로 이스칸다얼이었다.
“이미 끝난 줄만 알았는데······. 내가 너무 안이했나??”
“그래,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방심했을 것이다. 우리의 사막신공(沙漠神功)을 모른다면 말이다!!!”
푸슈슈슈슈슉!!
이스칸다얼이 발끝으로 모래를 문질러 다시 한 번 모래먼지를 일으켰다.
그런데 소형승은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뭔가 이상하군······. 단순히 발끝으로 모래를 문질러냈다기엔 모래먼지가 너무 많이 나. 아니 그보다······. 기척을 감지할 수가 없다?!’
소형승은 경악했다. 현재 화경의 극치에 다른 소형승은 주변 모든 물체를 매우 면밀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현재 그의 사방 몇 미터 구간은 그야말로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감시되고 있었다.
절정에 이른 무림인들은 주변에 기막을 쳐 그곳을 통과하는 모든 물체를 감지한다.
상대의 검, 상대의 공격, 상대의 신체마저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마는 그렇게 수 미터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기막을 펼쳐 레이더처럼 감지할 수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소형승은 긴장한 채 주변 사물에 온갖 주의를 기울였다. 기로 주변 사물을 감지할 수 없다면 무림인들의 감지능력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름이 없어진다.
그야말로 육안과 어떤 감각으로만 상대의 공격을 파악해야했는데, 그때 그의 뒤에서 검이 날아왔다. 소형승은 옆으로 돌며 그 검을 피하고 순식간에 타격을 넣었다.
퍼버버버퍼벅!!
“큭!!”
모래먼지 속에서 이스칸다얼의 신음이 들려왔다. 여세를 놓치지 않고 소형승이 돌진했으나, 이내 모래먼지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형승은 분노에 차 외쳤다.
“큭!! 허탕만 쳤군!! 네놈들은 허깨비냐?! 아님 유령이냐!! 싸우기를 실로 비겁하게도 싸워대는구나!!”
“흐흐, 맘대로 생각을 해라······. 진정한 무림인은 승리를 위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법······. 우리와 사천당문이 뭐가 다르지?? 어둠 속에 숨어 암기를 날리고 독을 쓰든, 모래먼지 속에 숨어 검을 날리든 뭐가 다르다는 말이냐?? 여기에 죽으면 너희들이 잘못하는 것이다······. 무림에 사도(邪道)는 없단 말이다!!”
“큭, 그게 사도다!!”
써걱!!
이스칸다얼의 신월도가 자신의 뺨을 얕게 스치고 지나가자 소형승은 신음했다.
방금 그 공격도 무려 불시에 날아온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소형승의 눈앞에 나타난 모래바람 속에서 검이 찔러 날아왔다.
본래라 하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일격이었지마는, 소형승은 실로 기적 같은 감각과 반사 신경으로 이를 피한 것이었다. 물론 뺨에 상처가 남고 말았지마는 이 정도는 별로 별 것도 아니다.
골이 쪼개지는 것보단 이게 더 나으니까는. 소형승이 고전하고 있을 때, 진룡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옆에 있던 이들에게 물었다.
“어찌 생각하나? 저 무공??”
“음······. 완벽할 정도로 환경에 숨어들어가 있구만······. 실로 골치 아픈 무공일세······. 현실적으로 저 정도로 주변 환경에 완벽하게 숨어들어갈 수 있는 무공은 드물지······. 마교놈들, 실로 악독한 무공을 개발해냈구만······.”
상인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판단한 대로 현재 이 이스칸다얼이 사용하고 있는 무공, 이른바 사막신공이라는 것은 절대 보통 무공이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그 위력이 카라부란보다 떨어져 보이지마는, 실제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모래먼지 속에 숨어 이스칸다얼은 전혀 그 형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그 기운마저도. 강호에서 이 정도로 완벽한 기척차단 무공이 또 있었을까.
굳이 꼽자면 살문의 암살공이나 그보다는 못하지만 당문 등의 살수용 무공 등이 있었을 것이다.
암살공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이런 기척차단 무공에 대항하기 편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에 살수의 무공을 배운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명교, 개방, 제갈세가, 혈귀의 독문무공인 혈사마공, 하오문, 사씨세가, 소림무공을 배운자들 뿐이었는데, 그들 무공 대부분은 정파의 공명정대한 무공이라 이런 편법적인 무공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단 하나만 빼고. 이스칸다얼의 검이 다시 한 번 소형승을 노릴 때, 누군가가 움직였다.
바로 불사왕이었다.
퍽!!
“크악!!!”
우당탕탕탕탕!!
모래먼지 속에 숨어 소형승을 노리던 이스칸다얼이 쓰러졌다.
한편 그를 주먹으로 쳐내 날려버린 불사왕은 순식간에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 검붉은 박쥐날개 같은 기운이 어렸다. 그리고 손에선 혈사마검이 거무튀튀한 빛을 내며 이스칸다얼의 목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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