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고문
“그럼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뚝. 파천황이 웃음을 그쳤다.
“보시라이를 연행하러 가야겠지.”
“지금···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보시라이와 휘하 병력들은 모두 무력화 돼있다는데, 굳이 직접 가지 않으셔도 괜찮은 것 아닙니까?? 현지 공안병력들만 보내도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 직접 얼굴을 보고 싶어서 말이야······.”
오싹!!
마룡은 소름이 돋았다. 그러자 파천황은 문득 고개를 저어 얘기한 것이다.
“아니,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걸세. 중국은 인민들의 권리가 ‘존중’되는 나라이지 않나?? 비록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일단 법정에 세워 심판을 해야겠지, 하하. 다만 어찌됐든 공안인 이상 조사는 해야 할 테니······. 이런 이런, 공안국 수장이라는 역할은 참으로 귀찮은 직함이야, 하아······.”
말을 마치더니 파천황은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럼 자넨 이곳 현장의 뒷수습을 맡게. 미국 놈들이 뭐라 그러면 ‘내정간섭’이라는 한마디면 조용해 질 거야. 내정간섭. 참으로 좋은 말이지 않나? 하하하!!!”
쐐애액!!!
파천황은 순식간에 어기비행술을 시전해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은 너무도 빨라 가까이에 있던 마룡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 미국이 영사관 쪽에서 관찰을 하고 있었더라도 카메라를 돌려 녹화해놓지 않았다면 절대 확인이 불가능할 것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파천황을 쫓는 건 불가능하니까.
게다가 아까 파천황이 공안 무림맹 요원 100명을 몰살할 때도, 한빙신공의 영향으로 인해 순식간에 주변에 안개가 들어차 영사관 쪽에서는 미처 확인도 할 수가 없었다.
그들도 주변을 포위한 공안 병력에 긴장하며 본국에 연락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안개가 나타나더니 안개가 걷힌 후엔 100여 명에 달하는 공안 무림맹 요원들이 몰살된 후였던 것이다.
총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어떤 수단을 썼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00여 명의 정예 요원들이 몰살당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후에 영사관 측으로부터 그 소식을 전달받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왕리쥔이었던 것이다. 그만이 오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쐐애액!
타닥!!
하늘에서 파천황이 내려와 착지했다. 사천 성도 시에서 중경 시까지는 불과 4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그 정도 거리면 사실상 이웃사촌이나 마찬가지다.
먼 곳은 수천 km나 떨어져 있으니까. 파천황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내려왔다. 파천황이 돌아보니 그것은 쿠사나기였다.
탁!!
“헉, 헉!! 먼저 와 있었구려!! 최대한 속도를 높여서 온 것인데!!”
“늦었군. 뭘 하다 이리 늦었나.”
파천황은 마룡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쿠사나기도 정색을 하고 말했다.
“시체표본들을 처리하다 늦었소.”
“시체표본??”
“그렇소. 그놈들, 한두 마리가 아니오. 공장 지하에 수백 구 이상은 넘게 파묻혀 있었소. 그런 걸 싸질러 놓고 뒷수습도 안하다니 빅터 놈······.”
빠직, 쿠사나기가 이를 갈았다. 쿠사나기는 정녕 그럴 만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다 온 것이다.
시체인형들은 원륭 일행도 상대하기 벅차 나름 적당히 상대하다 아세톤 탱크의 폭발을 이용해 공장 부지에 매몰시키는 것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쓰러트릴 것을 전제로 싸웠더라면, 원륭 일행도 더 빨리 쓰러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원륭 일행은 보시라이를 잡는다는 더 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시체인형들을 상대하다가 빠진 것이다.
게다가 수는 더 많지만, 원륭 일행 쪽은 아무도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가져오지 않아 모든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평소 맨손을 사용하는 원륭이나 헐크G, 진흑창은 상관이 없었지만, 나머지 이들은 죄다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나머지 이들 중 당화는 시체인형들이 이미 죽어 점혈이 통하지 않는 자들이었기에 곤란을 겪었고, 다른 이들도 강기를 사용하면 결국 쓰러트릴 순 있었겠지만 만약 그때 많은 공력을 소비했더라면 보시라이와 500명의 공안들에게 당해 결국 쓰러졌을 것이다.
아님 쓰러트렸더라도 시간이 모자라 뒤늦게 날아온 파천황과 쿠사나기에게 당하고 말았겠지.
결국 이러쿵저러쿵해도 원륭 일행의 판단은 맞아 떨어져, 그들은 파천황이 날아오기 이전에 보시라이를 쓰러트리고 정보를 얻은 뒤 유유히 사라질 수가 있었던 것이다.
파천황은 수갑에 구속된 채로 쓰러져 있는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에게로 다가갔다.
“죽었나?? 아니, 살았겠군. 죽은 자를 다시 수갑에 채울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현장에 있던 공안 중 하나가 급히 입을 열었다.
“예, 맞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보시라이 당서기는 이미 쓰러진 뒤였고, 부인인 구카이라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갑을 채운 건 누구지??”
“저희입니다. 보시라이 당서기가 반란을 꾀했다는 정보가 들어와, 일단 구속해놓았습니다.”
“잘했네.”
파천황이 그렇게 말하자 공안의 얼굴이 밝아졌다. 중경시 당서기 쯤 되면 일개 공안 무림맹 요원 하나 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하고도 남는 위치다. 사회적으로 말살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공안도 비록 첩보가 들어왔다곤 하지만 당서기인 보시라이를 구속해놓는데 대해 매우 거리낌이 있었다.
만약 이것이 단순한 권력투쟁이고, 후에 보시라이가 풀려난다면 그가 애꿎은 분노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그게 중국이다. 사람 본성이고.
“어이, 일어나. 일어나!!”
짝!!
파천황은 보시라이의 싸대기를 치며 깨워댔다. 그리고 구카이라이도 한 대 발로 차자 그들은 신음을 하며 일어났던 것이다.
“끄으응······.”
“정말 팔자도 좋군. 반역을 일으키려 했던 역도들이. 그리 낮잠이 잘도 오는가??”
빈정거리는 태도로 파천황이 물었다. 그러자 두 남녀의 얼굴은 흙빛이 된 것이다.
“파천황 부부장······. 결국 여기까지 왔군······.”
“뭘, 언젠가는 만나게 될 사이였다. 그렇지 않나?? 네가 차기 주석 자리를 노리는 도박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야. 하지만 이미 진 것 같군. 하하! 하하하하하하!!!!!!”
파천황이 크게 웃었다. 그러자 보시라이가 이를 간 것이다.
뿌득!!
“좋을 대로 비웃어라. 나는 할 만큼 했다. 남자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다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
“과연 그럴까?? 넌, 그저 실패자 중 하나일 뿐이야, 보시라이! 하하, 하하하하하하!!!!!! 어차피 차기 주석은 시진핑이나 리커창 중의 하나가 되겠지!! 결국 넌 총리도 되지 못한 실패자! 어중이떠중이란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100년 이상을 살아 파천황은 어지간한 일들엔 무감각했다. 그런 그를 웃게 만드는 일들이 있었으니, 바로 남의 실패를 맛보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파천황은, 타인의 행복보다는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며 그를 즐기게 되었다.
너무 오래 살아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100년도 전에도 뒤틀려 있던 심성이 지금은 더욱 뒤틀려 버린 것이다.
뒤에서 쿠사나기가 그걸 바라보며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배배 꼬인 놈! 쯧!!’
그러나 그것을 절대 입 밖에 낼 수는 없다. 그 순간 쿠사나기는 사형이니까. 곧장 즉결처분되겠지. 아무튼 파천황은 한참 웃더니, 보시라이의 턱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보시라이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으나 절대 저항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시라이의 심맥을 살피던 파천황은 뜻밖의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단전이 파괴당했군, 호오······.”
“!!, !!!”
그 말에 쿠사나기가 움찔했다. 그리고 보시라이도 더욱 불편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쿠사나기가 다가와 물었다.
“단전이 파괴되었단 말이오??”
“한번 진맥해보겠나??.”
“······.”
쿠사나기는 역시 파천황과 마찬가지로 보시라이의 손목에 손가락을 얹고 진맥을 해보았다.
그리고 과연 단전이 파괴돼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정말······. 정말로 터트려 버렸군!! 이것도 너와 싸운 자들의 짓인가!!”
“······.”
보시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쿠사나기는 뺨을 치며 호통 친 것이다.
“대답해!!”
그리고 슬쩍 옆을 보았으나, 파천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천황이 이걸 정상적인 심문 행위로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쿠사나기는 더욱 열을 홀려 심문에 박차를 가했다.
“너와 네 부인, 공안 무림맹 500명을 쓰러트린 자들은 누구지??”
“······.”
보시라이가 말이 없자 쿠사나기는 즉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골착근에 들어갔다.
뼈를 부수고 근육을 찢는 고문의 최고 수준의 기법. 이 고통을 당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마치 관절기와 같이, 일단 한번 제대로 들어가면 절대 풀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보시라이는 지금 내공을 잃어 전혀 손 쓸 방도가 없었다. 결국 보시라이는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말하, 말하겠네!! 그러니 얼른 이 수법을 풀게나!!”
“싫은데??”
“!!”
콰직. 쿠사나기가 내공을 주입해 보시라이의 날개 뼈를 부쉈다. 그러자 보시라이는 신음한 것이다.
“으아악!!!”
날개 뼈는 한번 다치면 잘 낫기도 쉽지가 않고,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부위 중 하나다.
그렇게 쿠사나기가 다음 뼈를 부수려 하자, 그때 파천황이 제지했다.
“그만해, 쿠사나기.”
“하지만!!”
“이제 말을 알아들을 준비가 되었겠지. 그렇지 않나, 보시라이??”
“······.”
보시라이는 말없이 미친 듯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러자 쿠사나기는 결국 심문에 들어간 것이다.
“방금 보았겠지만, 난 매우 성격이 더럽다. 뭘, 네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향정신성물질을 퍼 먹인 다음, 정신이 헤롱헤롱해졌을 때를 노려 섭혼술을 걸어 모든 정보를 다 빼내겠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 보라구.”
“······.”
그 말에 보시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무공을 잃었지만, 그도 얼마 전까진 무림인이었고 중국 정부의 고문 수법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걸리기만 하면, 그 누구라 해도 모든 정보를 다 빼먹는 기술을 중국 정부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의지는 약하고, 고문 기술과 고통은 무궁무진하다.
뭘,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인간의 정신과 의지를 파괴하는 것쯤은······.
이제야 정보를 캐낼 준비가 된 것 같자, 쿠사나기는 물었다.
“먼저 물어보지. 성도 시에 있는 미 영사관은 왜 포위한 거지??”
“큭큭, 너희도 결국 그 자들과 같군······.”
“그 자들??”
“그래. 나를 쓰러트린 자들 말이다······.”
“그 자들도 같은 걸 너에게 물었나??”
“그래. 결국 너희들이 알 수 있는 건 그 자들도 모두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거 어쩌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 비밀들에 대해서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조금 전 그 쓴맛을 보고서도 아직 보시라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만했다. 보시라이는 이미 끝난 것이다. 국제법으로 존중받는 타국의 영사관을 포위하여 망명을 희망하는 자를 내놓으라고 소리쳤으며, 이로 인해 자칫 국제적 분쟁이 일어날 뻔했다.
중국 정부든, 미국 정부든 보시라이를 가만 놔둘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보시라이의 온갖 부정과 부패들이 이미 쑨더창과 왕리쥔 등의 입을 통해 폭로되었기에 사실 보시라이는 이미 끈 떨어진 갓이었다. 권력을 잃은 정치가다. 그때 파천황이 나섰다.
“결국······. 방금 전 네 고문이 별 거 아니었나보군······. 무공을 잃은 자인데 이렇게 건방진 태도를 유지하는 걸 보면 말이야······. 쿠사나기, 지금부터 진정한 고문을 보여주겠다. 진정한 고문이란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파천황이 양손 검지를 세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관자놀이에 양 손가락들을 박아 넣은 것이다.
콰직!!
“아악!!”
“아아아아아악!!!!!!”
처절하기 짝이 없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공포에 떤 채 다른 공안 무림맹 요원들과 쿠사나기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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