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무림기

16-11 폭주

그러나 그것은 허초였다. 보시라이는 기절한 척 팔을 축 늘어트리더니 순식간에 팔꿈치로 원륭의 늑골을 가격한 것이다.

우직!!

“커억!!”

갈비뼈가 순식간에 와장창 박살나는 고통에, 원륭은 참지 못하고 조르기를 풀었다.

갈비뼈가 박살나 내장을 찌르는 고통은 인간이 쉽게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쉽게 부서지는 갈비뼈인데 화경에 이른 무림인이 정통으로 가격했으니······.

원륭의 조르기가 풀어지는 틈을 타서, 보시라이는 일어나더니 그 순간에도 뒤를 돌며 3연타를 가격했다.

퍼퍽퍽!!

‘정중선 3연타!!’

순간 이를 지켜본 공안 특수부대와 원륭의 동료들은 경악했다.

정중선은 신체의 앞뒷면의 중앙을 수직으로 가르는 선으로, 이 선 안에 수많은 급소가 집중되어 있다.

방금 전까지 극도의 조르기로 인해 실신직전까지 갔던 보시라이인데, 그런 혼미한 상태에서도 풀려나는 순간 바로 원륭의 미간, 인중, 턱을 가격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만 있었으면 눈 찌르기까지 가할 기세였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겠지······.

눈 찌르기는 상당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로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손가락만 부서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현기증으로 차마 눈 찌르기까지는 할 수 없었으나, 비교적 정확하게 정중선 3연타를 성공시킨 후 보시라이는 물러났다.

그렇게 한숨 돌리더니, 보시라이는 더러워진 양복 자켓을 벗어던졌다.

찌이익!!

보시라이는 숫제 양복 자켓을 찢어버렸다. 지금 자신의 양복 자켓은 원륭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느라 피와 먼지로 더러워져 버렸고, 벗는 것보다 찢는 게 더욱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더러워진 양복 자켓을 어디 한 구석으로 던져버린 후, 보시라이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성큼 성큼 다가왔다.

척.

“역시 중국 정부에 20년 넘게 대항해온 놈들이라 그런지 한 가닥 하는군. 과연 파천황의 공안 무림맹이 쉽게 잡지 못한 이유를 알겠어. 하지만 이걸 어쩌나?? 파천황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한 수 하거든!!!”

쾅!!

“크억!!”

보시라이는 다가와 원륭의 배를 차서 날려보낸 후 신음하는 원륭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본래 이 공안들은 파천황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여기에 네놈이 걸렸군······. 아무리 파천황이라도 해도 일류 무림인 500명은 쉽게 상대하지 못할 테지. 거기에 나까지 있고 말이야.”

“······공안 무림맹은 파천황의 직속부대가 아닌가?? 왜 공안도 아닌 당서기의 말을 따르는 거지??”

“그게 내 인덕이라고 해야겠지.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국 역시 지방정부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쾅!!

다시 한 번 보시라이가 배를 걷어차자, 원륭은 신음했다. 대체 이 자식의 비밀은 뭘까??

같은 화경의 무림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완력이었다.

아무리 보시라이가 자기보다 몇 살 어리다고는 하지만 불과 3살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똑같이 환골탈태를 거친 무림인이라면 별 차이가 나지 않을 텐데??

거기다 20년 정도 폐관수련에 들어갔다지만 전체적인 실전경험은 자신이 앞설 터였다.

‘생각해내라······. 생각해내라······.’

분명히 거기에 돌파구가 있을 터였다. 그러다 문득 원륭은 헐크G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헐크G는 입을 열어 말한 것이다.

“원륭······. 조심해라······. 이놈들 단순히 마환단만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이놈들 심지어 성장호르몬까지 사용하고 있어!!”

“뭐라고?!”

쿠웅!!

원륭은 충격에 빠졌다. 설마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성장호르몬. 흔히 성장에 관여를 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고 이 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는 체질이라면 외부에서 투입을 하여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핑에 사용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것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보시라이는 다가오며 말했다.

“아무리 중국 전역에서 뽑은 정예중의 정예라지만, 이들 신체 조건은 과연 대단하지 않나?? 최하가 키 180cm, 최대 2m를 넘는다. 거한들이지. 하지만 그들 신체조건이 과연 자연스러운 조건일까?? 노!! 중국 공안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성장호르몬과 각종 도핑을 이용해서 특수부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걸 시도하고 있었다. 마환단을 사용해서 없는 내공마저 만드는데 일개 보디빌더들도 하는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으냐??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원륭이 시청 안에서 보시라이와 싸우고 있는 동안, 헐크G 등 동료들이 공안 무림맹 특수부대에게 당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숫적 열세가 너무나도 엄청났기 때문도 있지만, 이들은 마환단과 각종 도핑으로 이중으로 강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거 무림으로 치면 사파의 비열한 술수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정파가 명예와 명분을 중요시 여긴다면, 사파는 초실전적인 실리를 추구한다. 이기기만 하면 무슨 수를 써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독과 암기를 써도 허용되고, 무슨 수를 써도 비난하지 않는다.

이긴 게 정의, 이긴 자가 정의. 진 자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말을 꺼낼 수가 없다.

그 정도로 패배한 자와 승리한 자의 차이는 크다. 사파는 보통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각종 하층민 출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안 무림맹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공안 중에서도 정예이고,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이다.

그런데 아무리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공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짓을 하다니······.

원륭은 순간 분노해서 외친 것이다.

“이놈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아무리 그래도 무림인이 마환단에 이어 이젠 약물에까지 손을 댄단 말인가!!”

“무얼!! 옛날부터 흔히 영약이라 불렸던 물건들의 실체가 바로 그것이다!! 그 당시에는 약재들의 성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분 분석이 끝난 요즘에서는 약재들은 그저 마환단과 약물의 재료일 뿐이지!!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슨 수단이든 쓴다!! 그게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고 차기 주석이 될 바로 이 나다!!”

“우와아!!!”

보시라이의 외침에 따라 공안 특수부대들이 소리 질렀다.

아무리 당서기인 보시라이가 지시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말해서 모든 공안들의 지휘권은 공안국,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중앙당에 있다.

이들도 그런 것을 모르고 보시라이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말하자면, 반역인 것이다.

공안이라고 해도 160만 명에 달하는 이상 모든 파벌들이 다 파천황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원륭은 이번에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차기 주석후보인 보시라이의 입발림에 넘어가 뭔가 대가를 받기로 하고 그를 따르고 있는 모양인데, 원륭은 깨달았다.

이놈들은 모두 살려둬서는 안될 놈들이라고. 가능하면 직접적인 대적들인 파천황이나 공산당 고위층을 제외하고는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알았다. 이놈들도 부역자라는 것을.

똑같은 범죄자들이다. 하긴 공안이 하는 짓을 알면 쉽게 공안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딱히 공안 무림맹이 아니더라도 공안들은 중국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며, 중국의 손과 발이 되어 인민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데에 일조를 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인민해방군 이상의 해악들이다. 인민해방군은 일단 군대이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군대에 의한 시민들의 탄압이 일어나면 전 세계에서 들고 일어나고 중국의 주가는 땅에 떨어지겠지.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발을 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자주 하는 짓이 무장 경찰, 즉 공안을 통한 진압이다.

그렇게 위구르 자치구를 탄압하고, 티벳 자치구를 탄압하고, 노동자와 시민들의 시위를 탄압하고 법륜공 수련자들을 탄압한다. 드디어 원륭은 결심한 것이다.

“네놈들은 여기서 단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단 한명도. 탓하려면 편히 먹고 살기 위해 공안이 되어 공산당에 부역하는 것을 선택한 네놈들의 선택을 탓해라.”

말을 마치고 원륭은 자신의 심장에 오른손을 박아 넣었다.

콰직!!

“아니?!?”

그 모습엔 보시라이 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랐다. 심지어 동료들도 처음 보는 원륭의 괴상망측한 행동에 대경실색한 것이다. 그런데 원륭의 기색이 이상해졌다.

두 눈이 붉어지고, 온 몸으로 김이 솟아오른다. 핏빛 기운들이 일렁이며, 주변으로 뜨거운 기운들이 용솟음쳤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진흑창은 다급하게 외친 것이다.

“피해라!! 폭주 상태다!!!”

콰앙!!!

원륭이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아니, 날아갔다고 생각한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보시라이는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이형환위?? 아니, 이건!!’

쾅!!

“크아악!!!”

보시라이는 갑자기 옆에서 강타하는 충격에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신음했다.

경지에 오른 무림인들에게 눈을 감는다는 것은 금지된 사항이다. 잠깐 눈을 감는 그 짧은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땀이 눈 안에 들어가서 잠깐 감았더니 그로 인해 승부가 난다든가, 나뭇잎이 스쳐지나가며 시야를 가린 순간 패배하는 일은 정말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참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충격이 느껴져 도저히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러나 다가온 원륭은 보시라이의 옆구리를 차버림과 동시에 날아가는 보시라이를 쫓아가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그리고 아까 자기가 당한 것처럼 보시라이의 위에 올라타 몇 번이고 주먹을 강타했다.

쾅! 쾅!!!

“큭! 크아악!!!”

보시라이는 미처 저항하지도 못한 채 꿈틀거리며 신음했다. 원륭이 두 손을 깍지 낀 채 모아 내려치자, 그 순간 보시라이의 코가 함몰됐다.

그러자 멍하니 보고 있던 공안 특수부대 요원들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 달려든 것이다.

“저걸 막아!!”

“서기님이 쓰러지겠다!!”

보시라이는 차기 주석후보로서 그들에게 막대한 영광을 약속한 상태였다.

보시라이가 주석이 되기만 하면 그들은 주석의 친위대가 되어 파천황의 공안 무림맹 본대를 제치고 가장 엘리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민에 대한 평등을 외치는 것과 달리 공산주의 사회 역시 신분사회고, 남을 짓누르지 않으면 자신이 짓눌릴 수 있는 건 자본주의 사회 이상이라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는 어찌보면 공산주의 사회에서 더욱 강하다.

절대 강하면 강하지 약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 약속된 지위와 명예, 신분에 대한 욕망으로 공안 특수부대원들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원륭은 붉게 변한 눈으로 주변을 째릿, 노려보더니 분노하며 외쳤다.

“혈사폭풍!!!(血死暴風)”

“크악!!”

“으아악!!!”

쾅!!

원륭의 주변으로 일어난 강기 폭풍에 수십 명의 공안들이 달려들다 일제히 폭사했다.

그들의 시체는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다른 공안들이 다가가 살펴보니 입고 있던 장비와 신체들이 모두 걸레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이런 지독한······!!”

“모두 저 괴물을 막아라!! 여기서 살려둬서는 안 된다!!”

“으아아아아아!!!!!!”

공안 특수부대 요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도 미친 듯이 달려 무공을 시전 했다.

경공을 이용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뒤 육합권과 오형권, 심지어 삼단봉을 꺼내들고 봉법까지 시전한다. 그러나 원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내려친 삼단봉이 부서졌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생각하고 10성의 공력을 쏟아 부었는데, 자신이 내려친 삼단봉이 오히려 부서지자 공안 특수부대 요원은 경악했다.

그러나 삼단봉 정도로는 원륭을 사로잡을 수 없다. 원륭은 혈귀다. 태곳적부터 내려온 괴물의 후예이다.

현재 폭주한 원륭의 몸을 저지하는 것은 가뜩이나 내구성이 떨어지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삼단봉 정도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일반인이었다면 벌써 두개골이 부서지고 뇌수가 흩날릴 정도의 공격이었으나, 원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째릿, 하고 그 요원을 노려보더니 내려치고 있던 보시라이를 남겨두고 요원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목을 물어 피를 빨기 시작한 것이다.

콰직!!

순식간에 요원의 몸이 말라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