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강림
웨에에에에엥!!!
요란한 사이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공안이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한 공안들은 이리저리 살펴댔다.
“이거 정말 지독한데······.”
“폭발사고인가??”
“혹시 모르니 폭발물 대책반이랑 소방차도 불러!!”
중국에서는 공안이 일반적인 국가의 경찰보다 훨씬 다양한 업무를 소환한다. 따라서 그 수도 무척 많다. 전체인원은 무려 160만 명······. 어지간한 국가의 경찰 수를 월등히 초월한다.
한국 경찰의 수가 12만 명 정도인데, 인구수를 고려하면 중국의 공안 수는 오히려 적은 것일지도······.
아무튼 군이나 다른 특수반들의 도착 전에, 경찰들이 먼저 도착해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공안들은 공장 주변에 띠를 둘러 출입금지 표시를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살폈다.
“생존자가 있을까?”
“애초에 밤늦은 시간이라 사람 자체가 아예 없지 않을까??”
“하지만 공장 관리직이나 경비 정도는 남아있었을지도······.”
그들은 무너진 공장 잔해들을 들추며 혹시라도 깔린 자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때 누군가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봐!! 이쪽에 불탄 사람 팔이 있어!!”
“뭐라고?!”
“어디, 어디?!?”
주변을 수색하던 공안들은 대경실색하여 그 자리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무너진 잔해들을 들추며 콘크리트 벽에 깔린 사람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좀 더!! 좀 더 힘을 내봐!!”
“이미 젖 먹던 힘까지 내고 있단 말이다!!!”
공안들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간신히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들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까스로 밑에 깔린 사람을 끄집어냈다. 아니······. 사람??
“뭐야, 이거. 시체표본이잖아??”
“사람 팔인줄만 알았군······.”
공안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들이 꺼낸 것은 불에 탄 시체표본으로, 벽에 깔리고 불에 타서인지 여기저기 그을리고 찌그러져 있었다.
체내에 들어간 플라스틱 수지들이 열기로 인해 녹고 흘러내려 온 전신이 엉망이 돼있었는데, 한밤중에 이런 것을 보니 온 몸이 섬뜩해졌다. 그때였다.
흉측하기 짝이 없는 시체표본의 동공이 데굴, 하고 움직이더니 앞에 있던 공안과 마주쳤다.
그리고 곧바로 시체표본은 일어나 그 공안을 물어뜯었다.
“아악!!!!!!”
목덜미를 물어뜯긴 공안은 발악했지만, 얼마못가 힘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경동맥을 제대로 물어 뜯겨 사망해버린 것이다.
“뭐, 뭐야, 이거!!!”
“쏴! 쏴라, 쏴라!!!”
탕! 탕!!!
잠시 얼어붙어 있었지만 공안들은 순식간에 총을 들고 대응사격에 나섰다.
이들이 쏘는 총은 QSZ-92, 일명 92식 권총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종래의 59식이나 77식 권총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 성능은 그리 나쁘지가 않지만 그래봤자 기껏 권총, 이런 걸로는 맹수보다 강한 시체표본들을 저지할 수 없다. 화염으로 온 전신이 그을려진 시체표본은 무시무시했다.
심지어 한 마리가 기어 나오자 연이어 그 구멍에서 수십 마리가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재수 없게도 하필 방금 이 공안들이 들쳐 올린 잔해들은 아까 원륭이 무너트린 바로 그 구멍 자리였다.
구멍을 통해 탈출하는 원륭 일행을 시체표본들은 뒤 쫒아왔고, 아세톤 용액들이 폭발하는 순간 공장이 무너지며 시체표본들은 깔렸지만 의외로 화염으로부터는 멀쩡했던 것이다.
폭발의 중심부에서 시체표본들은 약간 떨어져 있었고, 몇몇 개체들은 녹아버렸지만 다른 나머지들은 등만 그을리거나 전신이 그을려도 가동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다만 콘크리트 잔해에 깔리면서 사람으로 따지면 기절을 해버렸고, 그로인해 그것들이 내뿜던 마기들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원륭 등이 시체표본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 이유였다.
가동을 하면 그 순간 기척이 느껴지고, 그 전에는 단순한 시체인형, 표본이다.
이것들은 실제 정체불명의 영이 빙의해있는 상태라, 단순한 시체인형들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목적을 갖고 있고, 적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빅터 박사의 사악한 계략에 의해 이것들은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바로 창조자인 빅터 박사의 명에 따라 적대자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박사는 괴물의 통제에 실패했지만, 빅터 박사는 완벽하게 그가 생각하던 괴물을 창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들은 알 수 없었지만, 공안들은 지금 자신들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들을 깨달았다. 이들도 공안으로서 오래 일한 자들이라 온갖 일들을 다 겪어보았다.
중국에는 사건사고도 많고 범죄자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은 기본이다.
과거 무림시절부터 이어지던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는 사상, 그리고 품에 칼 한 자루 씩은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이 현대에도 범죄자들의 기본 소양이었는데, 그것들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런 시체표본들에 비하면 칼 한 자루 들고 설쳐대는 범죄자들은 귀여울 정도였다.
“다시 생각하니 선녀같군!!!”
탕! 탕!! 공안들은 미친 듯이 총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도 곧 금방이었다.
애초부터 이런 사태를 상정하지 않았기에 무장도 빈약하기 짝이 없고, 예비탄창도 가져오지 않았다.
총알이 남아있을 때는 그나마 집중사격으로 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시체표본들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었지만, 그 총알도 다 떨어지자 더 이상 견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었다.
공안들은 곧 일제히 공격당하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처절하기 짝이 없는 비명들이 울려 퍼졌다. 시체인형들은 희생자의 목을 물어뜯고 두 눈을 파먹어버렸다. 배를 뜯어 장기들을 꺼내버리고, 팔을 잡아 그 힘으로 뜯어버린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괴력과 내구성이었는데, 곧 현장에 출동한 10여 명의 공안들은 일제히 무력화가 되었다.
덜덜덜덜덜덜. 동료들이 잡아 뜯기고 있는 것을 목격한 한 공안은 그야말로 넋이 나가버렸다. 그의 하반신에서는 오줌이 질질 흐르고 있고 그는 이미 주저앉은 채였다.
‘이런 현실이!! 이런 현실이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이냐!!’
저주받은 시체인형에 비하면 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한 공안들도 너무나도 무력했다.
곧이어 다른 희생자를 찾던 시체인형들은 마지막 남은 공안을 발견했다.
수십 마리의 시체인형들이 일제히 다가왔다. 그러나 공포로 넋이 나간 공안은 그걸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눈은 뜨여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었고, 공포로 넋이 나간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곧 마지막 공안이 먹히려고 할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쿵!!
내려온 자는 기나긴 푸른색 머리를 휘날리고 있었다. 어딘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푸른색 도포를 휘날리고 있었고, 그가 나타나자 갑자기 주변이 싸늘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입을 열어 말했다.
“그만해라, 저주받은 망자들아. 너희가 할 일은 끝났다. 이제 그만 시체인형으로 돌아가라.”
“캬오!!!”
그러나 시체인형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것들이 말을 듣는 유일한 주인은 바로 빅터 박사였다.
빅터 박사는 철저하게 인형들을 제작해놓았다. 그 명령권에 범접할 수는 없다.
지금 나타난 자가 바로 고금제일의 강자중의 하나라는 파천황이라고 해도.
“캬오오오오오!!!!!!”
시체인형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새롭게 나타난 낯선 자의 모습에 잠시 기척을 파악하는 듯 했지만, 곧이어 별거 없다는 생각들을 했는지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곧이어 그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대빙하시대.”
“!!”
“!!!”
“!!!!!!”
쩌억!!! 시체들은 이날 처음으로 경악을 느꼈다. 그런 감정들은 원륭 일행들을 상대하면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희생양들이 구멍을 파고 도망을 갔을 때도, 아세톤 탱크가 폭발해 대폭발이 일어났어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인형이다. 인형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시체인형들은 오직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고, 명령이 없거나 가동불가능해지면 그저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빅터 박사의 ‘근처에 있는 생명체들을 모조리 추적, 말살해라.’라는 명령을 지킬 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 가득 찬 뇌리에 어느 순간 공포라는 것이 들었던 것이다.
오오, 이미 시체가 된 자들에게도 느껴지는 공포라니.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파천황의 대빙하시대가 발동되자 주변 수 미터가 순식간에 얼어버렸던 것이다.
아니, 수십 미터?? 처음엔 미약했던 얼음꽃이, 어느 순간 활짝 피어 개화해버렸다.
파천황의 손아귀에서 떠난 눈송이가 개화하는 순간, 주변 수십 미터가 일제히 얼어버렸다.
그리고 시체표본들도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쩌적!!
“······.”
“······.”
“·········.”
시체표본들은 말이 없었다. 아니, 애초부터 말은 없었겠지. 하지만 기존에 ‘캬오오!!’라든지, ‘캬악’같은 정체불명의 소리라도 내던 것이 이젠 완전히 사라졌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 시체표본들은 지금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으니까.
뼛속까지 얼어붙어서 체내에 가득한 플라스틱 수지들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불쾌한 소음들이 났다.
끼긱! 끼기긱!!! 끼기기기기긱!!!
플라스틱 막대를 억지로라도 굽히는 듯한 소리였다.
본래 플라스틱 수지로 인해 딱딱하게 굳어 있어야 할 시체표본들은 어째서인지 지금까지 매우 유연하게 움직였지만, 파천황의 대빙하시대로 인해 굳어버렸고 그걸 억지로 움직이려다 보니 불쾌하기짝이 없는 소리가 났던 것이었다.
끼긱!! 뚜두두두두둑!!!
개중에는 가동범위와 얼어붙은 관절들을 무시하고 억지로 움직이려다 제 몸이 부서지는 개체들도 존재했다. 파천황은 태연하게 말을 했다.
“쿠나사기. 남은 건 네가 정리하도록.”
“······당신 혼자 가능한 것 아니오??”
“그렇기는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자네도 하는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님, 나 하나에게만 모두 떠맡길 셈은 아니겠지??”
“······칼날이 상할 것만 같은데······.”
“자네 칼날은 고작 플라스틱 수지에 무뎌질 정도로 약하다는 말인가??”
“······.”
더 이상 쿠사나기라 불린 남자는 반박하지 못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쿠사나기는 허리에 찬 검 중 하나를 뽑아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가 허리춤에 찬 검은 무려 네 자루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든 검은 바로 원륭의 옛날 검이었던 낙일검이었던 것이다.
이 검은 과거 일본군이 만주에 깐 철로를 제련하여 만든 것으로, 열차들이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계속해서 그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오래된 철로는 그야말로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대장장이들이 최고로 뽑는 무기 소재가 바로 오래된 철로이며, 수도 없이 지나간 열차들에 의해 단련된 철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현철이니 만년한철 같은 것이 최고의 무기 소재라는 말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금에 와서는 단순히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재료 중에는 오래된 철로만한 것이 없다.
지금은 해체된 만주 철로를 통해 일본군의 몰락을 바라며 만들어진 바로 이 낙일검.
그런 명검이 어째서인지 쿠사나기의 손에 들려있었다. 쿠사나기는 검을 들고 몇 번 휘둘러보더니, 갑자기 들고 강렬하게 외쳤다.
“검풍일섬!!!”
쐐애애애애액!!!
순식간에 칼바람이 일어났다. 사방에 일어난 칼바람은 꼼짝하지 못하는 얼어붙은 시체표본들을 도륙해, 사지육신들을 절단해버렸다. 써걱. 온 사방에 얼어붙은 팔다리들이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머리통들마저 데굴데굴 굴러 사방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척.
쿠사나기는 검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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