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우루무치의 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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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걱!!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사휘령과 진룡이 다가왔다.
“결국 끝냈나?”
“예. 죽여서 해방해줬습니다. 이 녀석, 잔류고아더군요. 언제까지나 열등감과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일생이 그리 행복할 리는 없겠죠. 목과 몸을 분리해 그 번뇌에서 영원히 해방해주었습니다.”
“자넨 참으로 망설임이 없구만······.”
“뭐 그런 셈이죠. 망설이면 죽는다. 그것이 바로 저의 생각입니다.”
“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네······.”
끄덕끄덕.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댔다. 원륭은 쓰러진 쿠사나기의 허리춤에서, 검들을 풀어냈다. 그리고 그는 각각 한 자루의 검을 두 사람에게 건넸다.
척.
“받으시죠. 진룡 대협의 검인 천하마룡검. 그리고 사휘령 대협의 검인 가문의 보검입니다. 사마의의 검이라 했던가요?”
“그래. 그것 이외에 딱히 이름은 없네. 굳이 붙이자면 중달검(仲達劍)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이름은 딱히 적절치 않아 보이는군. 내 선인들이 그저 아무런 이름도 없이 가문의 보검이라고 부른 이유가 있겠지.”
“······.”
원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는 확실히 실질적으로 삼국전쟁의 승자가 되어 진나라를 건국하는데 매우 큰 기틀을 닦았지만, 그런 진나라가 순식간에 망해버렸기에 사마의의 공적도 빛이 바래는 감이 있었다.
분명 그 나라를 망친 건 사마의가 아니지마는 불과 50년도 채 가지 못하고 서진이 망하고, 후에 사마의의 후손들은 동진으로 피난을 가는데 성공해 그 곳에서 다시 귀족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거의 극소수였다.
그리고 동진 역시 고작 100여 년 좀 넘게 가지밖에 못했고, 그 이후로 사마의의 후손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아주 극소수만 남은 희귀 성씨.
13억 중국 인구수 중에서 불과 3만 명도 되지가 않는다. 그러니 몰락한 황가의 혈족이라고 보아야겠지.
현대에 와서는 조상들의 배경 따위야 별로 상관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마 씨가 딱히 성세를 이루고 있는 가문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런 가문의 검도 그저 이름 없는 보검으로 불리었겠지.
사휘령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오늘부터 이 검을 무명검(無名劍)이라고 부르겠네.”
“무명검 말입니까??”
“그렇네. 이름이란 본디 그 힘을 내포하고 있네. 이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실제로 언령은 있지. 말의 힘 말이네. 그렇다면 이름 없는 사씨 세가의 검 따위가 아니라, 똑같이 이름이 없어도 적어도 무명검 정도로는 불러줘도 되지 않겠나? 오늘부터 내 무공 역시 무명검법이라 부르겠네.”
“하지만······. 무명검에 무명검법이라니 그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만약 이름에 힘이 있다면 무명검이라 붙이는 것은 더욱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 대협은 그 검과 무공이 일개 이름 없는 존재로 남기를 희망합니까?”
“바로 그렇네. 나는 딱히 욕심이 없네.”
“!!!, !!”
“이름과 권세를 얻어서 무얼 하겠나. 중요한 것은 오직 중국 공산당의 타도일 뿐인 걸. 사마 씨의 시대는 이미 갔네. 그런 건 이미 1700 여 년 전에 끝나버렸지. 잃어버린 영광을 갈구해서 무얼 하겠나? 나에겐 전혀 그런 욕심이 없네. 남은 건 그저 복수뿐!!!”
화르르르르륵!!
사휘령의 눈에 분노의 불꽃이 번졌다. 원륭이 그때 말했다.
“잠깐, 그러면 사휘령(司揮令)이 아니라 본래는 사마휘령(司馬揮令)??”
“그렇네. 그것이 본래의 나의 이름이지. 지금까지 말하지 않아서 미안했네.”
“아닙니다. 사정이 있었던 거지요. 더군다나 가문의 내력이니까 말입니다.”
“아닐세. 자네들에게는 말을 해도 상관은 없었겠지. 하지만 별로 말할 이유도 없었네. 몰락한 황가의 자손이라고 해봤자 뭔가 으스대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할 말도 아니었겠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역시 말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고 생각을 하네. 딱히 말하지 않아서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죠.”
“그건 그렇고 무명검이라······.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 보는군······.”
묵직. 사휘령은 손에 잡히는 무명검의 무게를 기분 좋게 느꼈다.
무명검. 본래는 사마의의 검. 사마의가 지휘를 할 때 썼다고 하는 이 검은 길이는 적당하지만 검신이 꽤나 얇고 매우 날카로워 찌르기를 할 때 매우 적당한 검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강도가 약하진 않았고, 지금까지 무려 칼날에 이 하나 나간 적이 없었다. 아마 어마어마한 강도의 금속으로 만들었겠지.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위나라 신하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큰 직위인 태위까지 올라간 그이니, 당시 그가 사용했던 검이라면 정말로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재료를 엄선해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전장에서 실제 칼을 맞대고 싸우는 무인이 아니라 해도 총사령관의 무장에 하자는 용납되지 않았겠지. 사휘령은 눈부신 햇살에 비치는 검을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사실 비교적 가벼운 검이었지만, 현재 내공을 쓸 수 없는 사휘령에게는 오랜만에 드는 애검이 은근히도 무겁게 느껴만 졌다.
“언제 보아도 아름답구만······. 이 검을 도로 찾는데 무려 25년이 걸렸네, 25년이. 그 전에는 전혀 행방조차 알지 못했지. 고맙네, 원륭. 다 자네 덕분일세.”
스르릉. 사휘령이 검을 검집에 꽂고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그러자 원륭이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사 대협. 저희가 같이 싸운 날들이 얼마입니까. 다 잊으셨습니까? 둘이서 주은래와 인민해방군을 상대로 대치를 하고, 다 같이 파천황과 공안 무림맹에 맞서 싸운 날들을 말입니다.”
“어찌 잊겠나? 자네는 처음 무공도 전혀 모르고 내공 한 줌도 없는 그저 애송이에 불과했네. 그 당시에는 그저 모택동과 중국 정부의 만행에 의해 피해를 입어 분노한 혈기 넘치는 청년일 뿐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닐세. 자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우리 쪽방촌 무림인들의 가장 큰 전력일세. 무력으로 보나, 정신적으로 보나 말일세. 이제는 다들 자네를 믿고 기댈 수 있겠지.”
“별 거 아닙니다, 사 대협. 제가 여러분들께 신세를 진 것이 무려 50년이 다 되어 가지요. 그 중 25년은 만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이제는 되었습니다. 제가 다 치우겠습니다. 중국 정부도, 파천황도, 공안 무림맹도 말입니다!!!”
콰오오!!!
원륭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뻗어나갔다. 사휘령은 그걸 보고 만족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자네의 그 기운을 보니 망설임이란 게 전혀 사라지는군! 내 좋네!! 자네와 함께라면 그 어디까지든 갈 수 있겠지! 우리를 이끌어주게! 언제까지나 같이 싸워주게!”
“이를 말이겠습니까. 언제까지나 같이 싸우지요. 언제까지나. 아, 사실 중국 정부가 망하는 바로 그 날까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진룡도 옆에서 싱긋 웃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이들의 투쟁은 언제나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중국 정부와 공안 무림맹, 파천황, 인민해방군 등 사람들을 억압해대는 압제의 원흉들을 대상으로 싸울 뿐이었다.
만약 그들이 사라진다면, 당장 투쟁하지 않아도 좋다. 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그들 중 그 누구라도 파천황의 자리를 대신할 만한 나름의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원륭이 말했다.
“그럼 사 대협. 아니, 사마 대협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나는 그저 사휘령일 뿐일세. 사마 씨는 이미 명운이 끝났지. 이제 와서 사마 씨를 되살리거나 어떤 부흥할 생각은 없네. 내 머릿속에는 그저 파천황과 중국 정부를 타도할 생각뿐일세. 지금까지와 같이 불러만 주게. 나는 자네가 아는 바로 그 사휘령이니까.”
“좋습니다. 저도 똑같은 그저 원륭이니까요. 장원륭.”
턱.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 그리고 싱긋 웃던 사휘령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내 검도 찾았으니 이제 가서 공안 무림맹 놈들을 도륙하겠네. 공안의 개 따위, 얼른 치워버려야겠지!!!”
그리고 사휘령은 쏜살같이 달려가 검을 휘둘러댔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마자, 순식간에 수 명의 사람이 쓰러져버렸다.
“크악!”
“컥!”
“크아악!!!”
쿵!!
공안 무림맹 요원들은 쓰러져 버렸다. 그 정도로 검을 든 사휘령의 실력은 무시무시했다.
원륭이야 검과 권, 장을 골고루 익혔지마는 사휘령은 검을 중점적으로 익혔다.
그 역시 권과 장 등은 쓸 수가 있었지마는 그는 현재 내공의 충돌현상으로 인해 내공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권과 장을 써도 그건 그저 평범한 주먹과 손바닥 치기일 뿐이다.
나름 위력은 있지만 내공을 실어 쓰는 데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그 정도로 내공의 위력은 컸다.
사실 내공을 쓰지 않아도 프로 격투기 선수 이상의 파괴력과 충격량을 만들 수 있었지마는, 지금 주변에 있는 수 백 명의 공안 무림맹 요원을 내공도 없이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원륭이라도 무리다. 그나마 혈귀는 피를 내공과 같이 사용할 수 있어서 낫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는 사휘령 등에게는 무리겠지. 하지만 그에겐 검이 있다.
검. 만병지왕이라 불리는 무기. 그것은 그저 과언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훈련이 부족한 급히 모은 병사들이나, 아님 숙련된 병사라 해도 군대에서는 대부분 창이 가장 위력이 높다. 방진을 짜고 공격을 하거나 받으면 보병의 천적인 기병이라고 해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도리어 압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대일에서는 다르다. 숙련된 무림인이라면 검이 훨씬 더 휴대에도 편리하고, 사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창은 들고 다니기 불편한 편이고, 좁은 곳이나 실내에서는 제 위력을 전부 발휘할 수가 없어 검이 훨씬 더 높은 범용성을 보였다. 괜히 만병지왕이 아니지.
둔기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내공과 검술로 보충이 가능하고, 창에 비해 사정거리가 떨어지지만 검기를 통해 보완이 가능하고, 그 적당한 사정거리와 무게감, 그리고 공격속도는 검을 만병지왕이라고 불리게 해주는 무기였다.
그 이름에 오점은 없다. 검은 명백하게 만병지왕이었다. 물론 창이나 다른 무기를 든다고 해서 무림인들 사이에 우열이 갈린다는 것은 아니지마는, 중요한 것은 바로 사휘령이 검의 명수란 사실이었다.
비록 내공을 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휘령의 검술은 죽지 않았다.
그는 사씨 세가 검술, 이제는 무명검법이라 불리는 검술로 적들을 도륙해댔다.
그가 명실공히 무림인이 된지도 이미 80년이 지났다. 인생을 다 보면 무려 100년이 넘지.
무려 수십 년이 넘게 연마한 검술. 그 검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름답게 가다듬어진 무공. 그것은 이미 살육의 영역을 떠나서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있었다.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 검술은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에는 철저히 낭비가 없다. 1700 여년에 걸쳐서, 사휘령의 무명검법은 가다듬어져 있었다.
본래 군에서 전해지던 제식 검술을, 사마 씨의 혈족이 가다듬어 무공의 영역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따라서 그 검술은 철저하게 상대의 목을 베는 것만을 상정하고 있으며, 일부 정파 검술이 일부러 매우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넣은 초식이나, 어떤 쓸데없는 낭비가 없었다.
매우 초실전적이다. 그런 무공을 지니고 사휘령은 검을 휘둘러댔다.
그의 내공은 아직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는 그 상태로도 공안 무림맹 요원들을 모두 도륙해나갔다.
제 아무리 내공이 넘친다 해도 그것은 그저 마환단으로 만든 가짜 내공에 불과할 뿐······.
진짜 깨달음은 아니다. 본디 내공이란 본인이 무수한 인내와 인고의 시간을 통해 얻고 깨달아야 하는 법······. 그 내공은 무림인의 깨달음과 비례를 한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없는 가짜 내공. 사휘령은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디 덤벼봐라, 이 가짜 놈들아!! 네놈들의 내공은 한 줌 의미도 없는 보잘 것 없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겠다!! 무고한 시민을 억압할 때는 그걸로도 충분했었겠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맛보아라, 진짜 무림인의 힘을! 그리고 깨달아라! 남을 탄압할 때는 깨닫지 못했던 진짜 공포를 말이다!!!”
캉!!!
사휘령은 어떤 공안 무림맹 요원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러댔다. 그 요원은 나름 한 가닥 했는지 순간 검으로 사휘령의 검을 막아버렸지마는, 사휘령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변초와 허초로 상대방을 농락해버린 뒤, 검마저도 쳐내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써걱!!!
“크악!!!”
쿵!!
공안 무림맹 요원이 쓰러져 버렸다. 사휘령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잘 가거라, 공안 무림맹의 개여. 다음 생애에는 좀 더 의미 있는 생을 살도록 노력하거라! 자, 와라! 공안 무림맹의 개들아! 내 오늘 네놈들을 심판하리라!!”
“와아아아아아!!!”
그 말에 분노한 공안 무림맹 요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사휘령은 마치 검귀와 같이 그들을 모두 도륙해버렸던 것이다. 그 모습이 거의 장판파의 장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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