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새로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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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단, 나는 네가 한 일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한번 해보자는 것인가??”
“······.”
원륭은 아무 말 없이 쿠르단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쿠르단이 말했다.
“밉든 곱든 우리 일은 이다음에 처리해야 되겠지.”
“그럼 어디 저것부터 처리해볼까!!!”
탕!!!
원륭과 쿠르단이 동시에 땅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쪽방촌 무림인들과 마교인들 역시 땅을 박찼다. 그들은 파천황의 사방을 포위해 동시에 공격할 생각이었다.
콰콰콰콰콰쾅!!!
사방에서 장력과 검기가 몰아닥쳤다. 쪽방촌 무림인들은 장력이나 권법을 위주로 쓰지만,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마교인들은 대부분 검을 주로 써왔다.
특히 그들의 절기 카라부란은 신강 땅의 미친 돌풍을 검기로 재현한 것이라, 매우 그 위력이 높았다.
비록 이곳은 신강 위구르 자치구 같은 환경은 아니라 그 정도의 위력은 나오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매우 강력한 공격이었다.
곧 사방에서 덮치는 매우 강력한 공격에, 파천황은 피를 토했다.
“커흑!! 커허어어어억!!!”
공격을 퍼붓는 자들 중에는 세 총수들도 있었다. 즉 파천황은 쪽방촌 무림인들과 홍콩 무림인,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마교인들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강한 무림인이라 해도 화경의 무림인 열 명의 공격을 받고 버틸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 와중에도 이렇게까지 오래 쪽방촌 무림인들과 화경의 무림인들을 상대로 버틴 파천황이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허나 이곳 홍콩 땅에 쪽방촌 무림인들이 나타나는 것, 그리고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마교인들마저 자기 구역을 버리고 나타나는 것은 정말로 예상할 수 없던 사건이었다.
파천황이 피를 토하며 말했다.
“쿠르단!!! 네놈들이 설마 신강 땅을 버리고 올 줄이야!!! 내가 없는 이 기회를 틈타 신강 땅을 장악할 거라 생각했거늘!!!”
“어차피 네가 쓰러지지 않는 한 신강 땅의 지배는 아무 의미가 없거든. 반대로 너만 쓰러진다면 신강 땅이든 어디든 모든 곳은 자유가 된다. 너의 지배로부터 말이야!!!”
쾅!!!
쿠르단이 날린 검기를 막고, 파천황이 비틀거렸다. 제 아무리 잘 막고 있다곤 하지만 그로서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니, 한계를 돌파했다.
상식적으로 총 스물 한 명의 화경 무림인들을 상대하고도 멀쩡할 수가 없다. 제 아무리 파천황이 현경의 무림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원륭, 진룡, 제갈의, 상인관, 불사왕, 소형승, 사휘령, 하홍휘, 당화, 진흑창, 천만홍, 태사향, 헐크G, 악무양, 궁요, 일지흔, 압둘라힘 쿠르단, 이스칸다얼 아이하이티, 투르군 토툰야즈, 하사인 무함마드, 오르혼 카간.
그들 중에는 이미 죽은 자들도 있고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자들도 있었지마는 그렇다고는 해도 그들의 투쟁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 최선을 다했고 그들은 차륜전을 통해 나름 파천황을 몰아붙였다.
아니,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살문의 원혼. 그것들을 한 생명체로 봐야하는지는 조금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그것들 역시 파천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데 성공을 했다.
사실,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파천황은 아까 살문의 원혼의 기습을 당해 심장이 뚫렸다.
희대의 신공인 한빙신공을 통해 순간 심장의 구멍을 막고 치유하는데 성공해 완전히 파열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번 입은 타격이 전혀 사라지지는 않았다.
파천황은 지금 가까스로 그런 타격을 감추며 필사적으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허나 여태까지 입은 타격이 너무나 강해, 그도 이미 죽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곧!!!’
이에 대항하는 자들도 이미 알아차렸다. 파천황의 공격이 아까보다 약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반격을 가하곤 있었지마는,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지고 위력도 약화돼있다.
‘조금만 더하면 곧 오랜 숙원을 풀어낼 수가 있다!!! 우리들의 숙원을!!!’
쪽방촌 무림인들의 눈이 충혈되었다. 특히나 진룡이나 불사왕, 상인관과 제갈의, 그리고 지금은 홍콩 무림인이 된 당화와 같은 경우는 120년에 걸쳐 복수에 성공할 판이었다.
그런 상황이 되니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절로 손엔 힘이 들어가고, 눈이 충혈되고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친 대업이 완수된다는 생각에, 절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진룡이 검을 빼 들었다. 마교인들의 신물, 천하마룡검. 현 마교의 교주인 압둘라힘 쿠르단을 비롯해 다른 이들은 그런 검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진룡이 어떤 감정으로 파천황을 상대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교를 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여 그들의 진룡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지 않지만, 사실 모든 원인은 따지고 보면 그런 파천황에게 있다.
다만 진룡과 당시 마교인들이 파천황에게 패배했기에 모든 것이 뒤틀어진 것이다.
‘진룡, 너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지만 파천황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가라, 가서 파천황의 숨통을 끊어라!!! 그것 정도는 그냥 양보해주지!!!’
그런 쿠르단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룡은 검을 들고 돌진하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숨이 순간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뭔가가 일어났다. 하늘에서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내리꽂혔다. 모두는 순간 파천황의 힘이 약해져 햇빛이 다시 비춘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명백하게 자연적인 태양빛 이상의 열기가 지면에 내리 꽂히고 있었다.
쾅!!!
“크아아아아악!!!”
파직!!!
하사인 무함마드가 불탔다. 하사인 무함마드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투쟁을 이뤄낸 인물이었다.
그는 심지어 지난 번 원륭과 쪽방촌 무림인들의 십만대산 공격에서도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당시 원륭은 단신으로 오대 천왕 중 세 명인 디무라티 샤무와 메니다 무자히드, 그리고 아라파트 지하드를 죽여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화경의 무림인인 하사인 무함마드를 단번에 죽여 버리는 불꽃에, 모두가 행동을 멈췄다.
곧 하늘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그는 바로 강호육이었다. 거대한 몸집에 천신 같은 위용.
원륭이 순간 참지 못하고 바로 따져버렸다.
“넌 뭐냐, 이 자식!!! 왜 하필 이 순간에 나타나서 대체 뭐하자는 것이지!!!”
원륭은 사실 강호육의 목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 파천황이 강호육의 열양진경을 손에 넣어 음양혼돈공을 복원하려고 하듯, 강호육 역시 파천황의 한빙신공을 되찾아 음양혼돈공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때 강호육이 말했다.
“뭐하다니, 파천황을 지켜주러 왔건만??”
“?!”
원륭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심지어 그건 파천황도 마찬가지였다.
파천황이 상처를 감싸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와, 그리고 또한 증오가 깃들어있었다.
“나를 지켜주러 왔다고??”
“그렇다. 보기 딱하구만, 파천황······. 네놈이 나의 영원한 숙적인 그 자가 맞다는 말인가?? 마치 딴 사람 같군······. 추하다, 파천황!!! 얌전히 뒤로 물러나서 나의 보호를 받아라!!!”
쾅!!!
“크아아아아악!!!”
쿵!!!
강호육의 주먹에, 파천황이 뒤로 나가 떨어져버렸다. 본래 두 사람의 실력은 정말로 막상막하라 절대 승부를 낼 수가 없었다.
과거 수많은 대결에서 그래서 둘의 싸움은 결판나지 않았고, 둘은 그때마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 다시 무공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었다. 헌데 이런 꼴이라니······.
파천황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네놈이 스무 명이 넘는 화경 무림인들을 상대해봐라!!! 네놈 역시 아마도!!!”
“버티지를 못하였겠지.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 알면서도 왜?!?”
“하지만 아마 나라면 애초에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나타난다고 해도 적들이 늘어난 상태면 즉시 도망쳤겠지. 결국 네 실수가 아닌가, 파천황???”
“!!!”
파천황이 움찔했다. 그러나 곧 그의 온 몸에 분노가 서렸다. 악물은 이에서는 어마어마한 불쾌한 소음이 나고, 그것은 파천황이 분노를 가다듬지 못하고 발산한다는 증거였다.
꼭 쥔 주먹을 비롯해 경직된 각종 근육이 파천황이 얼마나 화가 났는질 알려주고 있었다.
파천황은 돌진하며 말했다.
“강호유우욱!!!!!!”
다시 한 번 강호육이 주먹을 날렸다. 이에 맞고 파천황은 그저 쓰러지는 수밖에 없었다.
쾅!!!
“컥!!!!!!”
“아쉽군. 그리고 안타깝기만 하군. 설마하니 120년을 넘게 이어온 우리들의 투쟁이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형태로 끝나다니 말이야.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일이야······. 허나 이것도 무림의 흔한 일이라 할까???”
때로는 정말 강한 고수가 어처구니없게 죽는 일도 흔했다. 독이나 산공독, 무형의 독, 아님 암살이나 기습에 당하는 형태다.
개중엔 미인계에 당한다든지, 아니면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를 부주의하게 건드린다든지 합공을 받아 쓰러진다든지 여러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설마 자신보다 약한 여럿의 합공을 받아 진이 빠지고, 그 틈을 틈탄 라이벌의 손에 의해 죽게 생길 줄이야······. 파천황의 손이 덜덜 떨렸다.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파천황이 분노만으로 사람들을 죽일 줄 알았다면 여기 있는 자들은 전부 죽어 나자빠졌겠지. 그 정도의 분노였다. 분노의 아우라가 넘실 흐르고 있었다.
파천황은 외쳤다.
“강호육!!! 그러고도 네놈이 현경의 무림인이냐!!! 아니, 그 전에 무림인이냐!!! 네놈 같은 놈을 무림인이라고 내가!!!”
“맘대로 지껄여대라. 나 역시 할아버님의 말은 무시할 수가 없었거든······. 할아버님은 지쳐계신다. 그 분은 살날이 머지 않으셨고, 그 이전에 네가 훔쳐간 한빙신공이 가문에 돌아오는 걸 원하신다. 어쩌면 내가 음양혼돈공을 완성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도둑맞은 한빙신공을 되찾는 거다!!! 네놈이 120년 전에 훔쳐간 것을 말이다!!!”
쾅!!!
“커억!!!”
강호육이 발로 걷어차자 파천황은 신음을 내며 맥없이 나동그라졌다. 아마도 더 이상 그에겐 저항할 힘이 없는 모양이었다. 강호육은 말했다.
“이놈은 이미 정리된 것 같고, 다음 놈들을 노려야겠군······. 네놈들도 정리대상이다. 특히 쪽방촌 무림인, 그리고 장원륭 네놈은 더. 우린 예전에 네놈들에게 제의를 한 적이 있지. 우리 밑으로 들어오라고 말이야······. 어떠냐? 그 제안은 아직 유효하기만 하다. 파천황이 제거되고 너희들마저 우리 편에 들어온다면 앞으로 대만을 막을 자는 없겠지. 그리고 정통한 중국인 대만은 음양혼돈공과 강력한 무인들을 통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개소리. 그러니까 너희 대만 놈들이 안 되는 것이다. 너희도 결국은 중국인 중의 하나야. 다만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이지, 너희 역시 세계를 너희 색으로 물들일 욕망에 가득 차 있지······. 호랑이가 떠난 산은 여우가 지배하는 법······. 중국이라는 가장 큰 암적인 존재가 사라진다면 너흰 똑같은 짓을 할 거야. 과거 장개석의 대만이 공포의 통치로 대만 국민들을 억압했듯이 말이야······.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로 적용되겠지. 음양혼돈공을 통해 전 세계인들을 압제의 도가니로 빠트리려는 너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덤벼라, 강호육. 좋다, 우리가 상대해주지. 여기서 너는 물론이고 대만에 있는 네 조부, 강순의 숨통도 끊겠다. 너희가 파천황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모든 압제당하는 자들의 편이다!!! 만약 압제한다면 너희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10년이 지나든, 20년이 지나든, 비록 여기서 쓰러트리지 못한다 해도 영원토록 투쟁하겠다!!! 그게 바로 우리들의 사명인 것이다!!! 하아아아아압!!!”
쾅!!!
원륭의 몸에서 투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에 반응하듯 다른 이들도 투기를 내뿜어댔다.
쾅, 쾅, 쾅!!!
쪽방촌 무림인, 그리고 홍콩 무림인들과 신강 위구르 마교인들도 모두 동참을 했다.
그들은 바로 강호육을 새로운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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