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 의문의 구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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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승은 과거 쪽방촌 무림인들 중에서도 원륭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무림인이었다.
그러니 원륭이 소형승에게 가지는 감정은 더욱 각별했다. 원륭은 소형승에게 천천히 말했다.
“소 대협······.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설마 살아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륭······.”
소형승 역시 미처 뭐라 말하지 못했다. 그 옆에서 하홍휘가 말했다.
“동생······.”
“누님······.”
순간 원륭은 정말 울컥할 뻔했다. 그러나 수십 년 무공을 배운 인내심과 근성으로 겨우 참을 뿐이었다.
중국 공산당에 대항하다 가족을 잃은 원륭에게 진룡이 자비심 넘치는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면, 소형승은 아버지고 하홍휘는 어머니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때론 어머니 같으면서도 때론 누나 같은 자상함으로 원륭을 보살폈다.
한편 소형승과 자주 아웅다웅했지만 옆집 형과 같은 따스함으로 원륭을 살펴준 사휘령.
원륭은 사휘령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사 대협, 평안하십니까.”
“덕분에, 하하.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저도 그때 생각이 납니다. 사 대협, 저와 사 대협 단둘이 자금성에서 주은래와 맞닥뜨렸던 상황 기억하십니까??”
“하하, 기억하고말고. 그땐 나도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었지. 이제와 자네와 그때 이야기를 하니 정말 정감이 새롭구만. 이제 와서 이렇게 자네와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줄을 그 누가 알겠는가, 하하!!”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이 크게 웃었다.
“1966년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모택동은 낡고 구태의연한 관습, 문화재 등을 모두 박살내라고 지시했고, 이에 충실한 개돼지들인 홍위병들은 바로 자금성으로 달려갔죠. 자금성은 그 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문화유산인데다 거기에 중국 각지의 보물들을 모은 박물관마저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 장개석이 국공내전에서 패퇴하여 대만으로 떠날 때 당시 중국에 있던 최고 좋은 보물들을 모조리 긁어갈 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유물들은 대거 중국에 남겨두고 떠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도 가치가 상당했지······. 홍위병들이 바로 달려간 것은 당연했네.”
“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간 홍위병들이 마주한 것은 바로 당시 총리였던 주은래였죠. 제아무리 미친 홍위병이라도 주은래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인민해방군을 동원하여 총부리를 겨누고 만약 달려든다면 홍위병이라도 바로 쏘아버릴 기세를 하고 있으니 미처 덤비지를 못했죠. 사실 주은래도 모택동 앞에선 벌벌 기는 자인데 그래도 그런 인식조차는 있었다고나 할까요, 하하!!”
“으음······. 만약 세상이 평화로웠거나 그가 주석직에 앉았다면 중국은 나아가야할 올바른 길에 올랐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는 능력이 있었으면서도 모택동에게 부역하는 겁쟁이에 불과했기에 그 한계를 넘지 못 했네······. 그나마 문화대혁명 당시 자금성과 그곳 박물관을 지킨 것이 그의 양심이라고 봐야겠지.”
“그렇겠지요. 결국 그 곳에 있던 수많은 인민해방군을 도저히 전부 다 처치할 자신이 없어 순순히 돌아오기는 했지마는, 뭐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거기서 덤벼들었다면 주은래는 죽였더라도 저희도 죽었었겠죠. 그러면 아마 지금 오늘과 같은 날은 절대 오지를 않았을 겁니다.”
“음······. 당시에는 정말 분하게 생각했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니 과연 맞는 말일세. 역시 사ᄅᆞᆷ 일은 알 수가 없군······.”
“뭐, 주은래야 아무리 총리라고 해봤자 사실상 모택동의 꼭두각시가 아닙니까?? 저희가 쳐야할 놈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그런 허수아비 부역자 하나 죽이자고 저희 목숨만 버려봤자 아까울 뿐이지요. 주은래가 죽어도 그 자릴 대신할 자들은 많았으니 말입니다.”
“음, 맞는 말일세······.”
사휘령이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왔다. 원륭 역시 손을 맞잡으며 그와 교감을 나눴다.
본래 전통적인 중국의 인사는 포권이지만 이제는 악수 역시 대중적인 인사방식이 되어있었다. 이젠 포권을 쓰는 경우가 거의 드물고.
‘이런 것도 세상의 변화이겠지······.’
원륭은 뭔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때 불사왕이 끼어들었다.
“흥, 그때 주은래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질 않아!! 그깟 인민해방군 따위 순식간에 쓸어버리고 주은래 역시 잡거나 죽였으면 되는 것을!!”
“불사왕, 당신 또 시작이군······. 내가 그때 당시도 이미 말했지 않소. 그런 꼭두각시는 죽여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그리고 그가 자금성을 지키는 등 제정신 박힌 짓을 그나마 공산당 애들 중에서는 하는 편이라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수습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소. 그가 당시 총리가 아니었다면 더욱 문화대혁명의 혼란은 가중되었겠지······. 만약 임표와 같은 자들이 총리였다면 말이오.”
“흥!! 반란 일으키려다 실패하고 비행기로 토끼다 죽은 놈 얘길 하면 뭐해!!”
“그리고 불사왕, 인민해방군을 무슨 엿으로 보는 모양인데 그런 논리면 우린 천안문 사태 때 왜 인민해방군의 전차 포격에 당한 거요?? 고도로 발달한 무기는 무공을 능가하오.”
“그 반대도 가능하지.”
“하지만 아직 우린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소. 그렇게 되려면 최소 강호육이나 파천황의 경지엔 이르러야겠지. 군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경지, 현경의 경지 말이오.”
“으음······.”
“인민해방군을 너무 무시하지 마시오. 총만을 들고 싸운다면 회선강기로 얼마든지 튕겨낼 수 있지만 놈들은 전차에 전투기에 항모에 잠수함에 구축함에 수도 없이 많은 전력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우린 가능하면 그놈들을 배제하고 공안 무림맹의 호위를 뚫어 부패하고 사악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만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겠소?? 그 점 염두에 두길 바라오.”
“······.”
불사왕은 과연 할 말이 없는지 빤-히 원륭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소형승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자네 입심이 더욱 늘었군.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못 본 사이에 더욱 더 는 것 같은데.”
“뭐, 그냥 상대의 논리를 되돌려 주는 것뿐이지요. 마치 태극권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이건 말로 시전하는 태극권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건 그렇고 소 대협, 얘길 듣다 말았는데 그 전차의 포격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으신 거죠?? 그리고, 저는 또 어떻게 살아남은 겁니까······.”
“으음······.”
소형승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악!!!”
쿵!!
쪽방촌 무림인들이 하나하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막강한 파천황의 무공은 물론이고, 그의 무공에 화경의 경지에 오른 쪽방촌 무림인들은 힘을 모아 간신히 견디고는 있었으나, 곧 쓰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천황의 조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민해방군 전차부대에 지시해 지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원륭 일행을 쏘아버렸다.
“정말 쏘란 말입니까?? 정말?? 일반 시민을요?!”
“네 눈엔 저게 일반 시민으로 보이나!! 저 놈들은 막강한 무공으로 무장한 사악한 사파의 거두들이다!! 얼른 전차의 포격으로 놈들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려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네가 죽고 싶은가??”
“!!”
전차에 타고 있던 이들은 파천황이 내뿜는 한기에 움찔했다. 말을 따르지 않으면 그들이 먼저 죽게 생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눈을 질끈 감고 포탄을 발사했다.
콰아앙!!
먼저 불사왕이 죽어 사라졌다. 제일 앞에 나선 불사왕은 포탄이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고, 어째서인지 분명히 유효타격범위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쪽방촌 무림인들은 단지 충격을 받아 쓰러진 채였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때 파천황이 두 번째 포격을 지시했다.
쾅!!!
착탄의 중심에 폭연이 솟아올랐다. 땅이 뒤흔들리고 사방에 충격이 전해졌다.
파천황은 만족하며 포격한 곳을 가서 살폈다.
“좋아, 흔적도 남지 않았군······. 아니, 뭐야?!”
순간 파천황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 사방엔 쪽방촌 무림인들이 사용하던 진룡의 검, 원륭의 검, 사휘령의 검 등 그들의 무기만이 널려 있었다.
급박한 사태에 그들이 무기마저 놓친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수십 년을 넘게 살아온 초절정의 무림인 파천황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그는 떨어진 무기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곧 땅바닥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신법의 자취들을 눈치 챘다. 파천황이 분개하며 외쳤다.
“크아아아아아!! 이 개 같은 자식들!! 감히 나를 속여!! 설마 착탄의 순간에 그 충격과 솟아오르는 폭연을 이용해 감히 나를 속이고 도망갔다는 말이냐!! 이 개자식들이!!! 이 개자식들이이!!!!!!”
콰오오오오오!!!!!!
파천황의 몸에서 용과 같은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모습에 주변에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던 인민해방군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쿵!!
“아, 아니 저게 뭐야?! 대체 왜 마른하늘에 용이?!”
“하늘의 노여움이다!! 우리가 죄 없는 시민들을 학살해 하늘이 노하신 거야!!”
중국은 미신을 믿는 자들이 많고, 그 당시에는 더욱 많았다.
게다가 그들 역시 스스로 죄 없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학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다만 위에서 시키니 할 수 없이 죽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할 뿐이었다.
그렇게 인민해방군이 벌벌 떨고 있는 동안, 파천황은 순식간에 어기비행술을 통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콰아아아아아!!
“어디냐!! 대체 어디로 숨은 것이냐 이 떨거지들아!!”
분노한 파천황의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파천황이 이렇게 극대노하는 것은 그야말로 드문 일이었다.
그는 언제나 쪽방촌 무림인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도리어 자신이 꾀한 전차의 포격을 이용해 도망쳤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했다.
파천황은 지면을 스치듯 낮게 날며 신법의 자취를 추적했다.
땅바닥에 찍힌 미세한 흔적을 보고 파천황은 웃으며 말했다.
“후후, 곧 따라가는군!! 기다려라, 이 열등한 생물들아!!”
콰아아아아아!!
스스로를 좀 더 우월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며 파천황이 날아갔다. 곧이어 그는 도망자들을 발견했다. 그는 웃었다.
“찾았다!!”
쐐애애애애액!!
파천황은 어기비행술에 쓰던 내공을 끊고 급강하했다. 그것은 비행이 아니라 추락이었지마는, 그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는 낙법도 취하지 않고 도망자들을 가로질러 그 앞에 착지했다.
콰앙!!!
“?!”
“?!?”
“?!?!?!”
도망자들은 당황한 듯 움찔하며 파천황을 쳐다보았다. 그들을 파천황은 비웃으며 살폈다.
“후후, 니들이 도망가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나의 추적 아래선 도망갈 수 없다. 자아, 얌전히, 어엇?!?”
쿵!!
이번엔 파천황이 놀랐다. 아니, 그가 받은 충격은 방금 전 쫓기던 자들이 받은 충격 이상이었다. 훨씬 더 이상.
급하게 쫓느라 도망자들이 남긴 신법이 무엇인지, 그들의 생김새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미친 듯이 날아왔는데, 그가 쫓은 이들은 그로서도 절대 쉽사리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소림 육승······.”
뿌득. 파천황은 이를 갈았다.
소림 육승. 과거 소림 칠승이라 불리며 소림 역사상 최고의 고수라 인정받았던 자들로, 모두가 화경 중에서도 최상급의 경지에 들어서 있었다.
각자의 경지는 현경 그 직전에 다다라 있었고, 그 거만한 파천황조차도 절대 가볍게 보지 못하는 고수들이었다. 파천황이 상대한 생애 최고의 적들. 그들이 바로 소림 육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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