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3 18:2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19,999
추천수 :
4,630
글자수 :
364,205

작성
24.06.06 18:20
조회
3,108
추천
53
글자
13쪽

제35화

DUMMY

백천이 선천무관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자시(子時)가 훌쩍 넘어 있었다.


백천은 숙소로 돌아오기 무섭게 바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백천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뜻밖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저기··· 백천, 일어났는가?”


어딘지 조심스러운 그 음성은 꽤 낯이 익었다.


‘어라? 이 목소리는?’


부스스 눈을 뜬 백천은 방문 앞에서 들려온 그 낯익은 음성에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뜻밖에도 문사풍의 중년인, 이장로 나승이 서 있었다.


‘장로원에 구금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나?’


백천은 하루만에 고초를 제법 겪었는지 초췌해진 낯의 이장로 나승을 보곤 의아하여 ‘인물 정보’를 살펴보았다.


나승의 ‘인물정보’를 살펴보자 소속에는 ‘선천무관’ 하나만 쓰여 있었고, 인물 개요에도 사혈교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풀려났나 보구만! 한데 무림맹 사람이 벌써 왔다고?'


호북성의 무림맹 지부는 성내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의창에 있었다.


의창은 선천무관에서 적어도 달포는 가야 할 거리였기에 하루 만에 거기까지 갔다가 무림맹 사람을 데리고 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무슨 곡절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건 뭐 나중에 알아보면 되는 것이고... 한데 그럼 사혈교 놈도 아니면서 순전히 잘 보이려고 그동안 그 자식들에게 그렇게 비굴하게 군 거야?’


백천은 나승이 단상에서 소주상과 사마장천에게 하던 행동을 떠올리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어쩐 일이십니까?”


자연히 되묻는 백천의 어투에는 퉁명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이장로 나승은 그런 백천의 대꾸가 거슬렸지만, 어제 문파대회의 우승을 차지한데다 초절정 경지로 밝혀진 삼장로와 오장로의 공동전인으로 밝혀졌기에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이거 내가 자네의 단잠을 깨웠나 보구만. 미안하게 됐네 그려.


관주께서 찾으셔서 왔다네. 관주전(館主殿)으로 데리고 오라 하시네.


내 밖에서 기다릴 터이니 준비되거든 바로 가시게나.”


백천은 하루만에 태도가 돌변하여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청하는 나승의 말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역시 이래서 사람은 출세하고 볼일이구나 싶었다.


‘크흠! 이거 나쁘지 않은데? 한데 관주가 왜 하필 관주전으로 나를 부른 거지?’


백천은 의아했지만 관주가 자신을 위협할 초절정 이상의 고수도 아니었고, 삼장로와 오장로라는 든든한 뒷배를 뒀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에 백천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는 뒷짐 지며 말했다.


“크흐음! 거, 그래도 관주전에 가려면 목욕재계도 하고 좀 씻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씻고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거기서 좀 기다리고 계세요.”


‘저, 저 건방진 녀석이···’


나승은 백천의 태도에 관자놀이 쪽의 핏줄이 곤두섰지만 만면에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준비하시게나.”


백천은 중앙 우물의 물을 떠와 세수를 하고, 몸을 닦고 온갖 부산을 떨더니 반 각이 지나서야 겨우 마무리하곤 기다리던 나승에게 와서 말했다.


“아, 너무 서둘렀나. 뭐 이정도로 마무리하지요. 이제 가시죠.”


나승은 속으로 욕이 치밀고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부르르 떨렸지만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백천을 추켜세웠다.


“허허··· 그리 꾸미니 신수가 아주 헌앙하구만. 그야말로 청년 고수의 풍모라 할 수 있겠네!”


아닌 게 아니라 깨끗한 흰색 무복으로 갈아입고, 말끔하게 세안하고 정돈한 백천의 모습은 선천무관의 미남자로 소문난 소전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제법 준수했다.


백천은 그 말에 우쭐한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뭐, 제가 또 한 인물하지요. 시간이 없으니 입에 발린 말은 그만 하시고, 어서 서둘러 가시지요.”


‘제 놈이 준비한다고 느려 빼놓고는!’


귀찮다는 듯 그리 대꾸하는 백천의 태도에 나승은 열이 뻗치고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마지못해 웃음 지으며 앞장섰다.


“그, 그러지. 어서 가시게.”


앞서 걷는 나승의 얼굴은 어느 새 홍당무처럼 벌게져 있었고, 얼른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는지 앞서 걷는 걸음은 속보(速步)를 하듯 빨라졌다.


* * *


선천무관의 관주전은 내원에서도 가장 심처에 자리했다.


장로전과 내약당을 지나 몇 개의 건물을 지난 후에야 너른 정원으로 둘러 쌓인 관주전이 나타났다.


조용하고 고아한 분위기의 관주전에 들어서자 관주 임백상이 허허 웃음 지으며 마중 나왔다.


“왔는가? 이장로께선 이만 가보시지요.”


“예, 관주.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승은 관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치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양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리나케 사라졌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승의 낯은 전날 장로전에 구금되어 고초를 겪었던 것보다도 더 초췌해져 보였다.


백천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고소해 하다 관주 임백상이 쳐다보고 있자, 표정을 바꾸며 인사했다.


“관주님, 찾으셨다구요?”


임백상은 백천에게 다탁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앉게나.”


백천은 무슨 용무인지 물으려다가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관주에게 그리 묻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예”하고 꾹 눌러 참으며 의자에 앉았다.


백천은 의자에 앉기 무섭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를 왜 찾으셨습니까?”


“허허··· 어제 있었던 문파대회 우승자인 자네를 치하하려고 불렀다네.


어젠 참 대단했네 그려.


어린 나이에 벌써 절정의 완숙한 경지에 이른 것도 모자라 두 분 노장로님들의 공동전인이었다니··· 내 지금껏 오십여년을 사는 동안 어제처럼 놀란 날이 없었다네!”


백천은 속으로 어이가 없고 ‘그 말 하려고 꼭두새벽부터 나를 불러댄거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물러가봐도 될까요?”


“허허··· 자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구만. 앉아보게. 내 긴히 할 말이 더 있으니···”


“예? 긴히··· 할 말이요?”


백천은 어쩐지 뒷골이 땡기고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임백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내 적전제자(嫡傳弟子)가 될 생각 없는가?”


“예, 예?”


생각지도 못한 그 갑작스러운 말에 백천은 그렇게 반문하면서도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뭐야? 갑자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적전제자라니?’


임백상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음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니 그리 당황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네.


내 적전제자 즉··· 본 선천무관의 장문제자(掌門弟子)가 되어 달라는 말일세! 어떤가?”


백천은 단순히 관주의 제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장문제자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장문제자라는 것은 결국 문파의 장문인, 즉 선천무관에서는 관주의 다음 대를 이을 후대(後代)를 의미했다.


‘아이쒸, 나보고 이런 촌구석 쪼렙 인급 무관의 관장이나 하라고? 장난해?’


백천은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며 화가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웃음 지으며 완곡히 거절하였다.


“하하··· 말씀은 감사하지만 강호에도 엄연히 법도가 있거늘 어찌 제자된 도리로 스승을 둘이나 둘 수가 있겠습니까? 제게는 이미 사부가 한 분 계셔서···”


백천은 그렇게 완곡히 거절하려 했지만, 이어진 임백상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허허··· 자네 사부 양호와는 이미 얘기를 다 나눴다네. 자신을 넘어선 제자를 실력이 부족한 본인이 계속 더 품기보다는 제자의 성장을 위해서 놔주겠다고 하더구나.”


“예, 예?”


‘아이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사부가 설마 나를 관주에게 팔아먹을 줄이야···!’


백천이 갓난아기로 환생한 후, 진심으로 가장 믿고 의지했던 것은 바로 사부 양호였다.


그런데 그런 양호가 자신을 관주에게 보내겠다고 했다는 말에 어쩐지 배신감이 들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사부 양호의 성정을 알기에 그가 어떤 마음으로 말했을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서운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애써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는 낯으로 얼른 다른 핑계를 생각해내어 말했다.


“흠흠! 그리고 정식 사승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를 공동전인으로 정하시고 매일 지도편달을 해주신 삼장로와 오장로 두 분 어르신이 계셔서···”


백천은 그렇게 둘러대면서 속으로 '매일 감시니 보호니 한다고 붙어 있었으니, 이 말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지!'라며 스스로 합리화였다.


임백상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웃음 지으며 대꾸했다.


“두 분께도 이미 내 허락을 받았느니라. 두 분께 말씀 드렸더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시더구나.


'선천각'을 부활시키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거라시며 말이다.”


“예, 예에?”


백천은 그 말에 표정이 있는 대로 구겨지고 말았다.


‘아이쒸, 이 노인네들까지! 그 놈의 선천각... 선천각... 타령은! 와··· 미치겠네!’


백천은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꼼짝없이 이 시골 무관의 장문제자를 맡게 될 상황에 처하자 등줄기로 식은땀마저 흘렀다.


본래 무림세계에서는 인급에서 지급, 지급에서 천급으로 계속해서 문파를 옮기면서 그 문파의 비급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국룰이었다.


따라서 이번 지급 문파대회만 마무리되면 지급 문파로 옮겨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제안을 받게 되니 백천으로서는 뒷골이 땡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천의 반응에 임백상은 오히려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허허··· 장문제자를 마다하는 저런 아이가 있었다니!


그야말로 세속적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신체의 수련과 구도(求道)에만 전념하는 실로 도가(道家)의 참된 인재가 아니겠나!’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자리를 저리 거절하는 태도를 보고는 임백상은 역시 두 분의 노장로께서 사람은 제대로 보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군. 그 얘기를 먼저 꺼내야겠구만!’


이에 임백상은 본래 백천에게 장문제자를 맡기려고 했던 연유이자 백천이 마다하지 못할 얘기를 꺼내기로 하였다.


“장문제자가 되면··· 개파조사께서 남기신 비록과 유산이 있는 비동(秘洞)에 들어갈 수 있다네.”


그 말에 거절할 말을 떠올리느라 고민하던 백천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 개파조사의 비록과 유산이요?"


생사경을 넘어 등선에 이르렀던 개파조사의 비록과 유산이 아직 선천무관에 남아 있었다니!


그것은 로그아웃을 위해 생사경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백천에게 있어서 그 어떤 보물보다도 귀중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네. 기실 장문제자는 오십년전 개파조사가 실종된 이래로 계속 공석이었다네.


반드시 자신의 진전과 유지를 이은 제자만이 장문제자가 될 수 있다는 개파조사가 남긴 유언 때문이었지.


나 또한 장문제자는 아니었다네. 한데 드디어 오십 년 만에 개파조사의 진전을 이은 자네가 나타난 것일세.


그러니 자네 말고 또 누가 장문제자가 될 수 있겠는가?


어떤가? 수락하겠는가?”


백천은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생사경에 오르는 데 있어 이미 그 경지에 오른 자의 비록을 보는 것은 너무도 큰 기연이 아닐 수 없었다.


잠깐 이 선천무관에 발이 묶인다 해도 충분히 감수할 만한 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이지요. 스승님! 자자! 제자의 절을 받으시지요. 구배지례를 해야 되지 않습니까?”


백천은 마음이 정해지자 언제 거절했냐는 듯 금세 태세 전환하여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구배지례를 올릴 자세를 취했다.


임백상은 이에 기꺼워하며 백천을 일으켜 세우곤 말했다.


“허허··· 아무리 시골 인급 무관이라도 장문제자를 임명하는데 그리 번갯불에 콩 볶듯이 할 수 있겠느냐?


임명식을 진행해야지. 지금 바로 이대제자와 삼대제자를 모두 소집하여 임명식을 진행하자꾸나.”


“예? 임명식이요? 뭐... 예에! 좋습니다, 스승님! 암요! 암요!”


백천은 순간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진천자의 비록을 볼 생각에 꾹 눌러 참으며 웃는 낯으로 '예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 in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작품 제목이 '만렙 in 무림'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24.06.18 146 0 -
공지 후원 감사 인사 드립니다. 24.05.19 185 0 -
공지 연재 시간(매일 18시 20분) 안내 및 인사 +1 24.05.09 4,434 0 -
62 제62화 NEW +4 13시간 전 364 18 14쪽
61 제61화 +3 24.07.02 654 20 13쪽
60 제60화 +3 24.07.01 714 27 14쪽
59 제59화 +4 24.06.30 819 27 12쪽
58 제58화 +5 24.06.29 917 31 13쪽
57 제57화 +3 24.06.28 957 33 12쪽
56 제56화 +7 24.06.27 1,031 35 15쪽
55 제55화 +2 24.06.26 1,042 35 13쪽
54 제54화 +5 24.06.25 1,092 35 12쪽
53 제53화 +4 24.06.24 1,197 40 13쪽
52 제52화 +6 24.06.23 1,239 43 14쪽
51 제51화 +5 24.06.22 1,297 45 12쪽
50 제50화 +6 24.06.21 1,313 49 12쪽
49 제49화 +4 24.06.20 1,331 42 14쪽
48 제48화 +5 24.06.19 1,413 43 13쪽
47 제47화 +5 24.06.18 1,522 49 12쪽
46 제46화 +6 24.06.17 1,976 46 12쪽
45 제45화 +6 24.06.16 2,169 52 15쪽
44 제44화 +7 24.06.15 2,183 55 14쪽
43 제43화 +4 24.06.14 2,329 46 13쪽
42 제42화 +3 24.06.13 2,488 48 14쪽
41 제41화 +5 24.06.12 2,551 49 12쪽
40 제40화 +5 24.06.11 2,687 51 13쪽
39 제39화 +3 24.06.10 2,794 50 13쪽
38 제38화 +7 24.06.09 2,847 58 12쪽
37 제37화 +4 24.06.08 2,941 53 14쪽
36 제36화 +4 24.06.07 3,009 5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