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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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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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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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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제43화

DUMMY

그날 저녁이 되었다.


백천은 자신의 전각으로 사부 양호와 사형제들 그리고 삼장로와 오장로까지 초대하여 축하 자리를 마련하였다.


관주 임백상이 특별히 신경 써서 보낸 여러 명의 숙수들이 마련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식탁 가득 차려지자 제법 그럴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평소에 쉽게 보기 힘든 꿩과 노루, 토끼 등을 구운 요리에서 경장육사나 소채, 튀긴 요리 등이 수북이 놓여 코끝을 자극하였다.


동천을 비롯한 백천의 사형제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에 침이 고여 소리쳤다.


“와··· 백천, 너 진짜 성공했다?”


“너 이제 매일 이런 거 먹고 사는 거야?”


연신 군침을 삼키며 부러워하는 사형제들의 말에 백천은 너스레를 떨며 거들먹거리곤 말했다.


“그러엄, 이 형님이 이제 장문제자 아니겠냐? 많이들 먹어!”


사부 양호는 그런 백천이 대견하여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천아, 다시 한번 축하한다. 네가 장문제자가 되다니··· 이 사부는 네가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헤헤... 그럼요. 아무렴 누구 제자인데요!"


백천이 그렇게 너스레를 떠는데 이를 듣고 있던 삼장로가 불쑥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은 어찌할 셈이냐?"


백천은 이에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혹시 한번 살펴보셨습니까?"


이에 삼장로는 침중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물론이다. 내 이미 오장로와 함께 그 녀석들을 멀리서 하나 하나 몰래 살펴보고 왔지.


아직 녀석들 중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은 없더구나.”


곁에 앉은 오장로도 그들을 떠올리자 기분이 상했는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뜻 모를 대화에 양호가 백천에게 물었다.


“그 녀석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사부님, 이걸 한번 보세요.”


백천은 식탁 위 빈 곳에 품속에서 ‘사혈인명부-호북지부’를 꺼내어 올려 놓았다.


양호는 그 제목을 읽어 내리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 이것은? 설마 호북성에 있는 사혈교도들의 인명부란 말이냐?”


“예, 사부! 그리고 여기를 한번 보세요.”


백천은 사혈인명부 중 어느 한 부분을 펼쳐 보이며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선천무관 파견인’이라 쓰여 있었고, 그 아래 다섯 개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니! 설마 본문에도 사혈교도가 있었단 말이냐? 대체 어떤 자들이···!? 아, 아니?”


사부 양호는 깜짝 놀라 그 아래 쓰인 이름들을 읽어 내리다 한 곳을 바라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크게 뜨여지며 흔들렸다.


사부 양호의 눈은 그 중 하나의 이름에 시선이 못박혀 있었다.


백천은 그런 양호의 반응에 그 이름을 넌지시 읽고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그 이름과 양호의 표정을 몇 번이나 번갈아 봤다.


‘얼래? 저 표정은 거의 실연 당한 표정이신데? 그녀와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셨던 건가? 이거··· 재밌어지는데?’


백천이 사부 양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재밌어하고 있는데, 곁에서 동천이 갑자기 뭔가를 보고 소리 쳤다.


“어어? 얘, 얘는 우리랑 같은 삼대··· 읍읍!”


공량이 동천의 입을 급히 손으로 막으며 어둠에 깔린 전각의 담벼락과 밤하늘을 경계하며 닥달하듯 말했다.


“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모르냐?”


그제서야 동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량의 손을 자신의 입에서 떼어 냈다.


하지만 공량과 순우창도 놀란 마음은 똑같았다.


그들 또한 사부 양호처럼 낯익은 몇 개의 이름을 보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삼장로는 그런 양호와 백천의 사형제들을 잠시 보다가 백천을 향해 불쑥 물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셈이냐? 그러다 놈들이 달아나기라도 하면?”


백천은 이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태연히 말했다.


“그리 긴 시간 동안 선천무관에 잠입해 있었는데, 갑자기 달아날라구요? 일단 기다려 보시죠. 곧 소식이 올 거에요.”


“소식이라니···?”


삼장로가 백천의 뜻 모를 말에 그렇게 반문을 할 때였다.


백천이 반가운 표정으로 전각의 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저기 오네요. 기다리던 소식이!”


중인들이 그 말에 깜짝 놀라 대문 쪽을 바라보니 마치 어둠속에서 솟아나듯 한 인영이 불쑥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어르신, 다녀왔습니다.”


백천을 보며 포권을 취해 보이는 그 인영은 놀랍게도 만리신투였다.


만리신투는 장포 여기저기에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것이 먼 길을 달려온 모양이었다.


이에 삼장로와 오장로는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만리신투가 나타나는 순간까지 자신들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들보다도 이미 몇 호흡이나 전에 백천이 이미 알고 반응하였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백천의 경지가 자신들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였다는 것이었다.


숨기고 있는 실력이 초절정에 이르렀을 거라 짐작하곤 있었지만 설마 초절정의 중엽을 넘어선 자신들보다 더 높은 경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둘은 그 순간 퍼뜩 스치는 생각에 서로를 바라보며 경악했다.


‘설마 백천이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로 벌써 초절정의 완숙한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그들의 경악 어린 시선 속에서 만리신투가 백천을 향해 입을 열고 있었다.


“이틀간 빠르게 이동하던 성소봉은 의도현에 있는 한 객잔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습니다.


이후에 하루 동안 더 지켜보며 살펴봤는데, 아무래도 거기가 사혈교의 안가(安家)인 것 같았습니다.”


백천은 그 말에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의도현이라··· 하필 무림대회가 열리는 곳이네요?”


만리신투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혈교도로 미뤄지는 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는데, 그들이 말하길···”


잠시 뜸을 들이던 만리신투가 더욱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월 초파일 의도현 대회 멸세거행(滅世擧行)’이라 말했습니다.”


백천은 깜짝 놀랐다.


사월 초파일이라면 의도현 지급 무림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멸세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니, 그 날 사혈교도들이 뭔가 세상을 뒤흔들 만한 일을 벌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의도현에서 일을 벌일 거라긴 했지만, 여기도 누군가 지키긴 해야겠죠?”


백천의 물음에 삼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간자들이 암약하기에 그보다 시의적절한 일이 없겠지!


내가 여기 남겠다. 오장로와 양호가 백천을 따라가주게!”


“예에? 오장로님을요?”


백천은 그 말에 펄쩍 뛰며 일어섰다.


자신들이 가르친 제자들이 문파대회에 나갈 경우, 인솔자로서 그 사부들이 함께 가기에 사부 양호가 가는 것은 이해가 됐지만 오장로도 함께 간다니, 백천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렸다.


‘팔년 동안 매일 감시 당했는데 그 꼴을 문파대회 기간에도 또 당하라고?’


백천은 손사레를 치며 얼른 단호히 말했다.


“아뇨! 됐습니다. 오장로님도 여기를 지켜주세요. 사부님과 제 사형제들과 다녀 올게요!”


하지만 오장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백천을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심히 짧게 대꾸했다.


“강호초출! 애송이!”


“예에? 아니 저를 뭘로 보시고!”


백천이 이에 발끈하려는데, 사부 양호가 오장로에게 포권을 취하며 감사 인사를 올렸다.


“노강호이신 오장로께서 함께 가주신다면 그보다 든든할 일이 또 있겠습니까! 천아, 그러지 말고 어서 감사의 인사를 올리거라!”


백천은 사부 양호가 그리 말하자, 마지못해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말했다.


“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혈교와 문파대회에 대한 일까지 정해지자, 백천의 장문제자 축하 자리가 비로소 제대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밤이 깊어지도록 먹고 마시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 * *


지이잉!


깊은 밤, 잠에 들었던 백천은 돌연 주변 공기가 차갑게 변하며 백회혈이 찌르르 울리는 듯한 묘한 감각에 벌떡 일어났다.


드르렁! 푸우···!


옆방에서 들리는 자신의 사형제들의 코고는 소리가 깊은 밤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백천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청룡검을 든 채 마당으로 나섰다.


어둑한 밤하늘에 고적하게 뜬 초승달과 그 사이를 날아가는 부엉이 울음 소리만이 적막한 밤하늘을 깨우고 있었다.


지이잉!-


백천이 전각의 담벼락 너머 어둠 속 내원을 둘러보는데 다시금 백회혈의 선천지기가 요동쳤다.


“으음···”


백천은 선천건곤기공을 수련하며, 상단전의 기감이 발달함에 따라 가끔씩 어떤 예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백천은 어둠에 휩싸인 내원 저편으로부터 뭔지 모를 불안감과 경계감이 들었다.


“한번 살펴봐야 되나?”


백천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후’하고 크게 숨을 내뱉고는 다시금 내실로 돌아섰다.


“아무렴 그래도 선천무관 제일 심처인 내원인데 별일이 있겠어? 거기다 철면호리인지도 와 있는데··· 잠이나 자자! 하암!”


백천은 크게 하품을 하고는 다시금 내실로 들어가 청룡검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 날, 백천은 밤사이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밤사이 누군가 소전과 사마장천, 사마웅을 데리고 사라졌다구요?”


백천은 이른 아침부터 들려온 관주 임백상의 호출에 관주전을 찾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렇단다. 허··· 설마 내원의 심처에서 무림맹의 순찰대원을 죽이고 그들을 탈옥시키는 자가 있을 줄이야···


두 대원 모두 절정의 완숙기에 접어든 고수였는데, 불과 단 한 수에 모두 죽임을 당했단다.


게다가 옥사의 철창을 잘라낸 수법은··· 철면호리의 말로는 강기(罡氣)에 의한 단면으로 보인다는 구나···”


이에 백천은 깜짝 놀랐다.


“예에? 그렇다면 흉수는 최소 화경 경지라는 거잖아요?”


“그렇단다. 허! 어찌하여 갑자기 우리 선천무관에 이런 변고가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모르겠구나···”


관주 임백상의 얼굴은 지난 며칠 사이에 경위서를 작성한데다 밤사이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몇 년은 늙은 듯 보였다.


백천은 그런 임백상을 위로한 후 일별하고 나와 곧장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


사건은 죄를 지은 제자들을 가두는 곳인 백계뇌옥(百戒牢獄)에서 일어난 터였다.


백계뇌옥에 이르자 몇 명의 무림맹 대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철창 앞에서 뭔가를 살피고 있는 철면호리 탁음도 보였다.


탁음은 쭈그려 앉은 채, 소전 등이 갇혀 있던 뇌옥의 잘린 철창의 단면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다가오는 백천을 보고 불쑥 말했다.


“혹시 최혼강기(催魂罡氣)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백천은 보자마자 다짜고짜 묻는 그 말에 어리둥절 했지만, 맞장구를 쳐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처음 듣네요.”


탁음은 계속해서 철창의 잘린 단면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운남에서 악명을 떨치던 흑치골이란 마두가 사용하던 성명절기이지요.


흑치골은 최혼천살(催魂千殺)이란 별호로 불릴 만큼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였습니다.


이 흑치골이 사용한 절기가 최혼강기였는데, 이것의 특징이 바로···”


폴짝! 터억!


탁음은 바닥에서 팔딱거리며 뛰던 작은 개구리 한 마리를 주먹으로 잡더니, 뒷다리를 잡아서 잘린 철창의 단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치이이익-


철창의 단면에 닿기 무섭게 개구리는 타버리듯 검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바짝 썩어 목내이(木乃伊)처럼 변해버리는 것이었다.


놀란 백천의 귓가로 탁음의 말이 이어졌다.


“최혼사기(催魂邪氣)가 하루 동안 남아 미물이며 초목이며 무엇이 닿든 썩고 병들게 한다는 것이지요.”


탁음은 손바닥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이어서 백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흑치골이 이십년 전, 무림맹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다 결국 한 단체에 투신하였지요. 그곳이 어디인지 아시겠습니까?”


백천은 눈앞의 탁음이란 자는 상당히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제법 흥미로웠고 마침 자신도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던 단체에 대한 내용인 듯했기에 백천은 맞장구를 쳐주며 대꾸했다.


“혹시··· 그곳이 사혈교입니까?”


탁음은 그 말에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과연 백소협은 대화하기가 편한 상대시군요. 맞습니다!


그가 바로 사혈교의 십이존자 중 한 명이자 화경의 고수인 제 칠존자(七尊者) 흑치골입니다."


잠시 말을 끊더니 탁음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가 간밤에 이곳에 다녀간 모양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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