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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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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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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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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47화

DUMMY

장강을 오가는 범선(帆船)은 승객 수십 여명은 족히 실어 나를 수 있을 만큼 컸다.


배의 선수(船首)에는 두 명의 중년 남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장강의 상류인 중경에서부터 이 배를 타고 장강삼협(長江三峽)을 지나 왔는지 연신 지나온 풍광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뜻밖에도 무림인들이었는데 모두 초절정의 무인들로서 놀랍게도 화경에 근접하였는지, 이름이 청색이 아니라 보라색에 가까운 남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백천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한차례 눈 여겨 본 후, 승선 중인 천진방 무리를 다시금 바라봤다.


아홉 명의 천진방 사람들과 이두마차, 다섯 마리의 말이 실리자 순식간에 선상의 절반이 채워져 승객들이 탈 자리는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뱃사공은 어림잡아도 서른 명은 탈 수 있는 자리를 무거운 일곱 마리 말과 마차로 인해 고작 아홉 명이서 차지한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그들이 그만큼의 뱃삯을 치뤘기에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른 승객들의 승선을 받았다.


백천 일행 아홉 명과 네 명의 젊은 남녀, 두 명의 죽립을 쓴 노인과 사내 아이 하나가 더 타자 이제 선상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게 되었다.


이에 뱃사공이 승객들의 셈을 모두 치른 후, 막 닻을 올리려는 때였다.


“어어! 거기 기다리시오!”


누군가 대로변을 가로질러 나루터로 부리나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남루하다 못해 비루하기까지 해 보이는 넝마와 같은 옷을 걸친 봉두난발의 중년 거지였다.


스스스슷!


그 거지는 좁은 보폭으로 마치 술에 취한 듯 갈지 자로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멀었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져 어느 덧 뱃전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선수에 앉은 중년 사내가 그 모습을 보고 단정하게 기른 턱수염을 매만지며 감탄했다.


“허! 경지에 이른 취팔선보(醉八仙步)로구나! 이거 오늘 참 운이 좋군! 장경삼협을 지나와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개방의 절기를 견식 할 기회를 얻다니 말이오.”


그러자 옆에 앉은 중년 미부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으며 말했다.


“호호! 그러게 말이에요, 상공! 삼결개(三結丐)인 것을 보니 그 유명한 이곳 의창의 분타주 추풍개(追風丐)인 모양이네요!”


백천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그들의 식견에 깜짝 놀랐다.


취팔선보야 워낙 유명한 개방의 절기라 해도 달려오는 거지의 허리에 두른 매듭의 개수를 새어 그의 정체까지 짐작하는 것이 강호 경험이 풍부한 이들 같았다.


하지만 백천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금세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앞에 새롭게 올라탄 거지, 추풍개를 쳐다보았다.


어느 새 백천의 눈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뱃삯 여기 있소! 휴··· 간신히 탔구만!”


추풍개는 바지춤을 뒤져 꼬질꼬질한 동전 오십 문을 꺼내서 뱃사공에 건네며 부산을 떨더니,


이윽고 선상을 둘러보다 누군가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갔다.


추풍개가 반갑게 뛰어간 곳에는 죽립을 쓴 노인과 사내 아이가 보였다.


이제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 아이는 추풍개를 보더니 반가움과 동시에 긴장이 풀리는 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추풍개는 급히 달려가 그 사내 아이를 일으키며 말했다.


“군아, 괜찮느냐? 놈들을 따돌리느라 이 삼촌이 늦었구나.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삼촌··· 흑흑···”


그 사내 아이는 추풍개를 보자, 울음을 터트렸다.


백천은 추풍개가 그 사내 아이를 달래주는 광경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거의 그대론데 과연···’


백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천진방 무리 중 혁련휘가 적삼 중년인들을 대동하고 추풍개에게 다가와 물었다.


“혹 개방의 추풍개 대협이 아니십니까?”


이에 추풍개가 혁련휘와 그 뒤편에 세워진 이두마차를 흘깃하여 보더니 말했다.


“맞소이다. 이제 보니 천진방의 소방주시로군요! 이거 소문이 자자한 청년 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추풍개가 포권을 취해 보이며 말하자, 혁련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마주 포권을 취했다.


“하하하! 별 말씀을요. 당치 않습니다. 천진방의 혁련휘가 추풍개 의창 분타주께 인사 올립니다!”


혁련휘는 추풍개와 잠시 몇 마디 인사를 나누더니 물었다.


“한데 의창 분타주께서 어쩐 일로 의도현으로 가는 배에 타신 겝니까?”


혁련휘의 물음에 추풍개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여기 제 조카를 의도현에 있는 친척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여 뱃길로 가는 길입니다.”


그는 그 말과 함께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혹··· 소방주께서 그 일을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혁련휘는 그 말에 의아하여 물었다.


“분타주의 조카를 데려다 주는 일에 제가 도움 드릴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 말에 추풍개는 심란한 표정으로 자초지종을 얘기하였다.


“실은 며칠 전에 제 누이의 집에 악적들이 들이닥쳐서 제 조카만 겨우 목숨을 건졌지 뭡니까!


제가 뒤늦게 당도하여 조카라도 구해 냈지만 그 악적들이 쫓고 있어 이 한 손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서요.”


혁련휘는 그 말에 추풍개가 도움을 청할 정도의 악적들이라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그가 고민하고 있자, 추풍개는 선상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개방의 추풍개요! 방금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제 조카가 악적들에게 쫓기고 있어 여러 강호의 영웅들께도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혹 도와주실 분들이 계십니까? 이 추풍개의 이름을 걸고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드리겠소이다.”


그의 말에 선상의 승객들이 서로 쳐다보며 얘기를 나눴지만 다들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데 그때였다.


“사해가 동도라 하지 않소이까. 이 신모 비록 보잘 것 없으나 한 손 거들도록 하겠소이다!”


“호호! 저도요.”


그들은 다름 아닌 선수에 앉아 있던 중년 남녀였다.


추풍개는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그들이 가진 기도가 심상치 않아 보여 주시하고 있었기에,


이에 반가워하면서도 그들이 누군지 몰라 자세히 살펴보다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니? 혹 강서 포양호 인근에서 위명이 자자한 비룡대협(飛龍大俠) 신무외 대협이 아니십니까?


그 옆은 부인이신 강서일미(江西一美) 두옥향 선자시고요!”


추풍개는 중년 사내의 소매에 새겨진 연꽃 모양의 파란색 수실을 보고 단박에 그가 신무외 임을 알아봤다.


금슬이 좋은 그들 부부는 그의 부인인 두옥향이 남편인 신무외의 겉옷 소매에 항상 그 수실을 달아주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이것이 비룡대협 신무외의 상징과도 같게 되었다.


비룡대협 신무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맞소이다. 본인이 바로 신무외요. 어려움에 처한 이를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소!


우리 부부도 의도현까지 가는 길이니 우리가 분타주의 어려움을 응당 돕도록 하겠소!”


이에 추풍개의 표정이 활짝 펴지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룡대협 신무외 부부는 화경에 근접한 고수들로 포양호 인근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데다,


의협심이 대단하여 어려움에 처한 자를 절대 그냥 두고 가지 않는 이들로 유명하였기 때문이었다.


“두 분께 감사 드립니다. 이 추풍개, 두 분의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소이다.”


추풍개가 감동하여 그렇게 말하는데, 뒤에서 혁련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혁련휘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비룡대협 부부에 혁련휘 등 천진방의 고수들까지 힘을 보탠다고 하자, 선상의 나머지 사람들인 네 명의 젊은 남녀들도 앞다퉈 돕겠다 나섰다.


그들은 약관 정도 되어 보이는 이남이녀의 젊은 청년들로 모두 이제 일류의 완숙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는데, 모두 차림새가 단정하고 용모가 수려한 것이 명가의 자재들 같았다.


그들은 차례로 자신들을 소개하였는데, 모두 인근의 인급 세력의 사람들로 좌측부터 쌍검문(雙劍門)의 이양륜, 철기방(鐵器幇)의 방곤, 소월문(小月門)의 조설하, 낙일파(落日派)의 심약빙이라 했다.


그들 모두 젊고 혈기가 넘치는 나이였기에 악적들을 상대할 생각에 눈이 초롱초롱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표정들이었다.


그들에게 감사 인사한 추풍개는 마지막으로 백천 일행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영웅들께서도 이 추풍개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백천은 옆에 선 오장로와 양호를 한번 바라본 후,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백천의 대답에 추풍개는 기뻐하며 물었다.


“한데 영웅들께서는 어디서 오셨는지요?”


“선천무관에서 왔습니다. 저는 장문제자인 백천이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추풍개의 얼굴에 잠시 실망감이 스쳐갔다.


선천무관은 인근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곳으로 절정 정도가 최고수였고, 인급 중에서도 말석을 겨우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일행 중 절정이 몇 명 있어 보이고, 그 중 작달막한 노인은 제법 기도가 범상치 않아 보였지만 선천무관에서 온 인물이라면 그 실력이야 뻔할 것이었다.


추풍개의 표정에서 그 속내를 읽은 선천무관 일행들의 표정 또한 굳어졌다.


하지만 추풍개는 금세 노련하게 표정을 바꾸고는 사과하며 말했다.


“근자에 귀 파의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되어 제가 잠시 실례했습니다. 도움에 감사 드립니다. 이 추풍개, 반드시 이 은혜 잊지 않겠소이다.”


추풍개가 그렇게 사과하였지만, 그가 다시금 자리로 돌아간 후에도 선천무관 일행들의 표정은 굳어진 채 한동안 풀릴 줄을 몰랐다.


하지만 백천은 예외였다.


백천은 그러거나 말거나 잔뜩 기대 어린 표정으로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 순간 백천의 뇌리로 기다리던 시스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딩!


<시스템 알림 : 인급 임무. ‘추풍개의 의뢰’를 승락하였습니다. 추풍개의 의뢰를 받아 의도현 석보채(石寶寨)의 안가(安家)까지 소채주를 무사히 데려다 주세요. 보상 – 경험치 150만, 개방의 보은패 획득>


백천은 속으로 환호했다.


‘이거지! 내용은 달라졌어도 임무 조건과 보상은 그대로였구나!’


백천이 기다린 것은 다름 아닌 이 인급 임무의 발동이었다.


이 인급 임무는 장강을 오가는 배에 올라 개방의 거지와 죽립을 쓴 어린 소년을 동시에 만나게 되면 조건이 만족되어 발동되는 임무였다.


환생 전에 수행했을 때에는 추풍개가 아닌 다른 거지였고, 의뢰 내용도 달랐지만 다행히 임무 조건과 보상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백천은 속으로 그렇게 기뻐하다가 문득 임무 내용을 읽고 의아하였다.


‘석보채의 안가? 소채주? 뭐지? 그럼 저 꼬맹이가 석보채라는 곳의 소채주라는 거야?’


백천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데, 드디어 배가 출발하여 장강을 따라 운항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백천은 눈앞에 펼쳐진 장강 물길 사이의 기암괴석과 협곡들을 바라보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잠깐 석보채? 장강십팔채 중 하나잖아? 그럼 혹시 습격했다는 그 악적이라는 것들도?’


백천은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배가 운항한지 한 시진 정도가 지났을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돌연 두 척의 선박이 앞을 가로막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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