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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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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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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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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205

작성
24.06.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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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2쪽

제46화

DUMMY

양광은 따사롭고 구릉을 넘자 나타난 장강의 물살은 금빛으로 물든 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구릉을 넘는 순간, 눈앞에 대해(大海)처럼 거대하게 펼쳐진 장강이 모습을 드러내자 중인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이게 장강이구나!”


탄성을 지른 이는 동천이었다.


그는 갓난아기 때부터 형문산 깊은 곳에 자리한 선천무관 안에서만 자랐기에 지척에 있음에도 산 아래 흐르는 장강을 태어나 처음 본 터였다.


이에 연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탄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백천은 팔년 전 만리신투로부터 잠영신법을 얻은 후부터 밤마다 형문산 일대를 제 집처럼 돌아다녔기에 장강 또한 수없이 많이 봐온 바 있었다.


하지만 한낮의 장강을 본 것은 지난 캐릭터를 플레이하던 당시 이후, 실로 오랜만이었기에 속으로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부동심을 얻은 후, 왠만한 일로는 놀라는 일이 없게 되어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백천 또한 그 풍광을 보자니 마음만은 들뜨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봄이 찾아와 분홍빛 복사꽃이 흩날리는 바다와 같은 장강의 정취는 마치 산과 바다에 동시에 있는 듯한 독특한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이에 동천은 물론 공량과 순우창도 고개를 쉴 새 없이 돌리며 감탄하고 있는데, 곁에서 걷던 천소소가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호호! 양호, 넌 제자들에게 여태껏 장강 구경 한번 시켜주지 않은 거니?”


그 말에 양호는 허허 웃음 지었다.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데려와 보여줬어야 하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네.”


양호의 말에 천소소는 손사레를 치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농담한 건데, 뭘 또 그렇게까지 말하고 그러니?”


양호는 그녀가 고운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자, 순간 움찔하며 굳어지다 이내 허허 웃음 지었다.


천소소는 양호에서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백천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한데 우리 장문제자께서는 전혀 놀라시지 않는 눈치시네요? 언제 장강에 와본 적이라도 있으신가봐요?”


그녀의 물음에 백천은 가만히 그녀를 마주봤다.


그 순간 천소소는 백천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대단한 기세가 담긴 것도 아니었으나 고요한 가운데 깊어 그 눈을 마주보고 있자면 마치 자신의 속내를 모두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천소소는 흠칫 놀라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이 원래 이렇게 눈빛이 깊었나? 혹시 두 달 동안 수련을 한 게 아니라 도를 닦다 오기라도 한 거 아냐?’


천소소 또한 이대제자로 강호행을 하던 당시, 먼 발치에서 이름난 도사들이나 승려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꼭 그들의 눈빛을 대하는 듯 했다.


천소소는 태생적으로 그런 부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 백천의 눈빛을 대하자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때 백천이 그녀를 향해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놀란 나머지 그저 굳어졌을 따름입니다.”


“그, 그렇죠? 그럴 거 같았어요.”


천소소는 백천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렇게 얼른 대답하고는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앞으로 멀찍이 걸어갔다.


백천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차례 눈빛을 빛내다 이내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곁에 걷던 만리신투가 오장로를 보며 말했다.


“의도현까지는 예서 백 오십 리 길이라 적어도 대회 전날에는 도착하려면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침 저 아래 번성한 나루터가 있으니, 그곳에서 배편을 구해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오장로에게 묻고 있으나, 실제로는 곁에서 걷고 있는 백천을 향해 묻는 말이었다.


백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장로가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앞장 서라!”


* * *


반 각 여를 더 걸어 장강 변에 이르자, 넓은 강변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어, 길가에는 작은 객점에서 간단한 소면이나 만두 따위를 팔고 있었고 그 앞에 몇몇의 행인들이 앉거나 서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동천과 순우창의 눈이 커지며, 연신 입맛을 다셨다.


이에 양호가 너털웃음과 함께 오장로와 천소소를 보며 말했다.


“아이들이 시장한 듯 한데, 예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가는 것이 어떠십니까?”


오장로는 이러한 객점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지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는 천소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갈혜를 보니 그녀 또한 그리 내키지 않아 하는 눈치였기에 양호는 백천과 다른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분들은 생각이 없으신 듯 하니 우리끼리 간단하게 만두 몇개만 사서 가면서 먹자꾸나.


공량아, 가서 만두 열 개만 사오거라.”


“예, 사부님!”


양호에게서 전낭을 받아 든 공량은 객점으로 가 주인장에게 만두를 주문하였다.


“만두 열 개만 주세요.”


주인장은 무심히 대꾸했다.


“만두 하나당 동전 두 문이요. 총 이십 문 주시구려.”


공량은 양호가 준 전낭을 열어 동전 이십 문을 꺼내어 셈을 치뤘다.


“여깄습니다.”


그러자 객점 주인이 동전을 세어 보더니, 이윽고 김이 풀풀 나는 솥에서 만두 열 개를 꺼내어 면포에 싸서 건넸다.


“맛있게 드시우!”


면포에 가득 싸인 만두를 건네받은 공량은 종종 걸음으로 사부와 사형제들을 향해 건너오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썩 비켜라!”


저편에서 누군가의 웅혼한 공력이 실린 고성이 들려오더니, 그 뒤를 굉음과 말 울음소리가 뒤따랐다.


히이이잉! 두두두두!


공량이 놀라 바라보니, 다섯의 인마(人馬)가 앞서 보이고, 그 뒤에 온통 화려한 은색 주렴이 달린 붉은 색 이두마차(二頭馬車)가 빠른 속력으로 뒤따라오고 있었다.


“어어···!”


공량은 깜짝 놀라 은연중에 보법을 펼쳐 뒤로 다급히 물러났다.


그러자 마치 뒤에서 누가 줄로 잡아당긴 듯 공량의 몸이 순식간에 뒤로 이 장을 격하고 미끌어지듯 물러났다.


두두두두-


그 순간 다섯 인마와 이두마차가 잠시 전 공량이 있던 자리를 요란한 굉음과 함께 밟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공량이 있던 자리는 바닥이 움푹 패이고 흙먼지가 흩날렸다.


공량은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저, 저런 무례한 자들을 봤나? 사람이 오가는 길에서 저렇게 빨리 달리다니!”


공량이 화를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만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데 만리신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것은 천진방의 이두마차로군요. 형문산 일대에서 은색 주렴이 달린 붉은색 이두마차를 끄는 것은 오직 천진방 뿐이지요.


아무래도 소방주인 혁련휘가 타고 있을 것 같군요.”


이에 백천은 그 ‘천진방’이란 말에 눈살을 찌푸리다 문득 의아하여 물었다.


"고작 일개 방파일 뿐인데 무림의 거대 세가들이나 타는 마차를 탄다는 말입니까?"


만리신투는 그런 물음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마차를 타는 것은 강호에 이름난 천급의 팔대세가(八代世家)나 삼천궁(三天宮) 정도나 되어야 가능할진데,


몇 년 전부터 천급 세력을 넘보는 천진방이 두 대의 마차를 구매하여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백천은 거기까지 듣다 문득 다시금 의아하여 물었다.


“한데 어떻게 소방주가 타고 있을 것을 아셨습니까?”


그러자 만리신투가 멀어져가는 이두마차의 두 마리 말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진방에는 마차가 두 대가 있는데 모두 은색 주렴이 달린 붉은색 마차입니다.


그 중 한 대는 방주인 혁련광이 타는 사두마차이고, 다른 한 대가 바로 소방주가 타는 이두마차입니다.


그러니 저 이두마차에는 분명 소방주인 혁련휘가 타고 있지 않겠습니까?”


백천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져가는 이두마차와 그 앞의 다섯 인마를 자세히 쳐다봤다.


앞서 가는 다섯 인마에는 머리 위에 하늘색으로 이름이 쓰여진 절정 경지의 무인들이 타 있었고,


이두마차에는 절정 경지의 마부가 끄는 마차 안에 두 명의 초절정 고수와 한 명의 절정 무인이 타고 있었다.


그 중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절정의 무인의 머리 위에 ‘혁련휘, 레벨 157’이라 쓰여 있었다.


백천이 그렇게 멀어져가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제갈혜가 만리신투를 향해 불쑥 물었다.


“혁련휘는 어떤 인물인가요?”


방년의 여성이 젊은 남성에 대해 묻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무심히 그렇게 묻는 것이었다.


이에 만리신투는 잠시 이채를 띄다 답했다.


“천진방 역사상 최고의 기재로 불린답니다. 고작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벌써 절정의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니 말입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호북성에서 제일 가는 기재라는 호북칠룡(湖北七龍) 중 하나에 올려 놓으며, 그가 다음 대 천진방 최고 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지요.”


만리신투의 말을 듣자, 제갈혜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지더니 다시금 표정을 풀며 만리신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 뒤로 나루터까지 가는 동안 한마디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다른 사람들 또한 천진방의 화려한 이두마차를 보자 문득 인급 말석에 불과한 선천무관의 현실이 떠올라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나루터까지 향하였다.


공량에게서 건네받은 만두를 씹는 백천 일행의 우걱거리는 소리만이 그러한 적막 속에 울려 퍼질 따름이었다.


반 각 여를 더 걸어가자 나루터가 나오고 그 주위에 번화한 성시가 보였다.


배편을 구하고자 나루터로 향하는데, 나루터 옆 공터에 낯익은 이두마차가 보였다.


바로 조금 전 노상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갔던 천진방의 이두마차였다.


그 이두마차를 보자 공량은 아까 당했던 모욕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노려봤다.


그때 이두마차에서 누군가 주렴을 걷으며, 내려섰다.


한 명의 화려한 복색의 청년과 두 명의 적삼 중년인들이었다.


그들은 턱을 치켜든 채, 오만한 표정으로 이두마차에서 내리다 돌연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공량의 시선을 느끼고 돌아봤다.


이에 공량은 흠칫 놀랐다.


분한 마음에 이두마차를 노려봤으나, 설마 그 속에서 천진방 사람들이 내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공량은 본래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었기에 혹시나 그들이 자신이 노려본 것을 가지고 딴죽을 걸까 마음이 불안해졌다.


한데 그때였다.


백천이 돌연 슬쩍 앞으로 나서서 공량의 신형을 가리곤, 등만 보인 채 먼 산을 바라보듯 딴청을 부렸다.


그러자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백천을 바라보던 화려한 복색의 청년, 혁련휘는 잘못 봤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금 신형을 돌려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백천은 그제서야 배에 오르는 혁련휘를 바라보며 신형을 돌려 세웠다.


배에 올라 있는 천진방의 무인들 중 누군가를 향해 백천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 무인은 좀 전에 이두마차에서 혁련휘와 함께 내린 적삼 중년인 중 하나였다.


백천은 그 인물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을 어디선가 봤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종리후로부터 획득한 ‘사혈인명부-호북지부’란 서책에서였다.


백천은 속으로 가만히 '인물 정보'를 외쳤다.


그러자 그의 머리 위에 청색 글씨로 ‘교일지, 레벨 285’라 쓰여 있는 이름 위에 ‘인물 정보’가 주르륵 나타났다.


그곳에는 소속에 '천진방, 사혈교’라 적혀 있었고, 개요에 '십팔 사령'이라 적혀 있었다.


교일지를 바라보는 백천의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처럼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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