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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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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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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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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12쪽

제50화

DUMMY

“소방주!”


혁련휘의 뒤에서 지켜보던 천진방의 두 명의 공봉, 교일지와 엄패는 깜짝 놀라 뛰어왔다.


혁련휘의 상세를 살펴보니, 철선을 쥐고 있던 우수의 네 손가락이 철선과 함께 그대로 사선으로 잘려 나가 엄지 손가락만 겨우 남아 있었다.


잘린 부위에선 연신 시뻘건 피가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다.


교일지는 수하들을 시켜 천으로 동여매어 가까스로 지혈시킨 후, 잘린 손가락과 철선을 수습케 하였다.


피를 너무 흘렸는지 몽롱한 표정이 된 혁련휘는 충격에 연신 ‘육룡 삼봉’이란 말만 되뇌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네 손가락을 잃은 것 보다도 무인으로서의 마음이 꺾인 것이 더 큰 상처로 남은 듯 보였다.


‘어쩌면 소방주는 이 일로 인해 이전의 무위를 회복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구나!’


교일지와 엄패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부와 천진방의 무인들에 안겨 이두마차에 태워지는 혁련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이윽고 신형을 돌려세웠다.


눈앞에 선 백천을 바라보는 교일지와 엄패의 눈에서는 눈빛 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할 정도의 살기가 강렬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놈! 감히 천진방의 소방주를 저 꼴로 만들고도 살아 남기를 바라느냐?”


서슬 퍼런 단극을 쥔 엄패의 외침에 백천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무심히 대꾸했다.


“그래도 불쌍해서 손가락 네 개로 끝내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손가락이 아니라 목을 자를 걸 그랬네요.”


“이, 이놈이···!”


엄패는 백천의 비아냥에 화를 내려는데, 뒤에서 교일지가 다가와 눈짓하며 말했다.


“더 시간 끌 거 없네. 소방주의 상세가 위중하니, 어서 끝내 버리세!”


“좋네!”


엄패와 교일지는 그렇게 눈빛을 교환한 후, 백천을 둘러싸고 앞뒤로 서서 각기 단극과 청강 장검을 들어 겨눴다.


백천은 처음으로 초절정의 고수와 그것도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을 하자, 긴장감과 희열이 동시에 느껴졌다.


먼저 움직인 것은 교일지였다.


“타핫!”


파라라랏!


교일지는 기합성과 함께 검을 마치 풍차를 돌리듯 크게 휘돌리며 정신없이 찌르고 베어왔다.


이는 그가 천진방의 공봉에 오르게 해준 성명절기로서 회풍검법(廻風劍法)이라는 것이었다.


회전력을 이용하여 변화와 위력을 배가시키는 검술이었는데, 그가 젊은 시절 한창 산동성의 제남 땅에서 활동하던 당시 이 회풍검법 하나만으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검에 실린 변화가 어찌나 신기막측한지 계속 바라보자면 눈이 핑핑 돌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러한 검의 정신없는 움직임만 신경쓰다 교일지의 검에 고혼이 된 자가 수십이 넘었다.


하지만 백천은 그러한 검의 현란한 움직임에 현혹되어 쫓기 보다 안력을 돋워 그 중심이 되는 교일지의 우수의 움직임을 살폈다.


마치 팽이를 돌리 듯 정신없이 움직이던 엄지와 검지가 돌연 멈추며 앞으로 향하였다.


그 순간 백천 또한 눈빛을 빛냈다.


쉬쉬쉭!


회풍검격이 회전력을 머금은 채 빛살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백천은 스윽 옆으로 살짝 비켜서는 동작만으로 그것을 손쉽게 피해내는 것이었다.


그 동작은 언뜻 보기에 간단해 보였는데,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미끌어지듯 이동하여 마치 산보를 나온 듯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 이 놈이!”


교일지는 그 한 수에 담긴 현기를 읽고, 백천이 생각보다도 만만치 않은 상대란 걸 깨달았다.


교일지 또한 좀 전에 낭패를 당하기는 하였으나, 혁련휘와 마찬가지로 백천이 수련한 독특한 뇌전력의 도움일 것이라 경시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한 수를 보자,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풍차 같은 검격을 떨쳐냈다.


파라라랏!


이번에도 백천은 기다렸다는 듯 교일지의 우수를 살피며 순식간에 검격을 벗어났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 피해낸 검영 사이에서 갑자기 엄패의 단극이 빛살처럼 쏘아지며 백천의 미간을 노리고 찔러왔다.


쒜에에엑!


어느 새 단극에는 선명한 선을 이룬 검사가 줄기줄기 어려 있었다.


이는 엄패를 천진방의 공봉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준 극창십결(極槍十訣)이라는 절기였다.


교일지의 회풍검격을 피하기 무섭게 검격을 뚫고 나타난 이 창격은 실로 상대의 호흡을 빼앗는 절묘한 한 수라 할만했다.


백천 또한 그 공격에 의표를 찔려 단순히 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수기(手氣)를 잔뜩 머금은 우수를 들어 올렸다.


스스스!


백천은 미간을 노린 단극의 창촉을 목을 살짝 옆으로 꺾는 동작으로 피해내곤, 창촉의 옆면을 우수로 강하게 쳐냈다.


터어엉!


그러자 거대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숨돌릴 틈도 없이 교일지의 검격이 다시금 달려 들었고, 뒤이어 튕겨나간 단극을 회수한 엄패의 연환 공격이 연이어 이어졌다.


순식간에 백천의 주위 오장 정도가 검영과 단극의 그림자로 가득 채워졌다.


그 속에 흐릿하게 언뜻언뜻 보이는 백천은 그 경기의 그림자 속에 갇혀 핏물이 되어 녹아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부욱! 서걱!


백천의 어깨며 허벅지, 양 소매 부근이 검격과 창격에 스치며 천조각이 찢겨 나갔다.


하지만 백천은 그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어떤 것은 피하고, 어떤 것은 우수와 각법으로 쳐내며 그들의 공격에 하나하나 집중했다.


기이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격과 단극의 그림자가 짙어졌지만 백천의 움직임 또한 더욱 더 여유롭고 현묘하게 변해가는 것이었다.


처음엔 두 발자국 내딛어 피하던 것이 얼마 후에는 한 발자국, 또 얼마 후에는 반 발자국만 디뎌도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의복이 찢겨져 나가거나 스치지도 않게 되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점은 백천이 아직까지도 왼손에 들린 청룡검을 뽑아 들지 않은 채, 오로지 권각술로만 상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순식간에 수십 합이 흘렀다.


교일지와 엄패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땀을 비오듯 줄줄 흘려내고 있었고, 이제는 검과 단극을 든 팔마저 후들거리고 있었다.


반면 백천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더 이상 그들을 보지 않고 자신의 우수와 전신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한 동작, 한 동작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터엉!


또 다시 회심의 창격이 튕겨지자 답답함에 짜증이 솟구친 엄패가 멈춰 서서 백천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질렀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네 놈이 지금 우리랑 장난하는 것이냐?”


그 말에 백천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직이 말했다.


“그리 생각했다면 미안하오. 얼마 전에 익힌 무공이라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몇 가지 시험을 좀 해보느라 말이오.”


엄패는 이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뭐? 시험? 그럼 지금까지 네 놈이 우리와 무슨 연습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백천은 그 말에 대꾸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무언의 긍정으로 생각한 엄패는 잡아먹을 듯 백천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백천은 조금 전 엄패와 교일지를 통해 새로 익힌 천부신공의 위력을 시험해 본 터였다.


백천은 지난 두 달 간 심상 수련을 통해 심의육합권과 오행보, 태을신법을 합일한 천부신공을 익히고, 쾌섬검공의 마지막 초식을 완성하였으나 실제로 상대에게 시험할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한데 초절정의 두 고수와 대결을 하게 되자, 먼저 그 중 천부신공의 위력을 점검해 본 것이었다.


과연 지상급의 공법 답게 천부신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백천이 강기(罡氣) 무공을 사용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만약 그랬다면 처음 몇 초식만에 그들은 수강에 찢겨 나가 육편 조각이 되고 말았을 것이었다.


‘이 정도면 됐어. 그럼 이번에는 쾌섬검공을 확인해 볼까?’


백천은 이번에는 청룡검을 검집에서 뽑아냈다.


치이잉!


청아한 용음이 흘러나오며, 장내에 푸른빛을 뿌렸다.


엄패와 교일지는 권각술만 사용하는데도 무시무시했던 백천이 이제는 청룡검까지 뽑아 들자, 슬그머니 마음 속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귓가로 백천의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럼 연습은 이쯤 해두고! 이제 제대로 어울려 봅시다!”


그 말에 교일지는 백천이 두려운 중에도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난 것이지?’


어떻게 선천무관과 같은 작은 시골의 인급 무관에서 그러한 기재가 날 수 있단 말인가?


교일지는 그런 의문을 도저히 지울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교일지는 문득 ‘선천무관’과 ‘백천’이란 이름이 무척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얼마 전 삼문혈맹 때, 성소봉에게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십팔 사령! 선천무관에 백천이란 어린 놈이 하나 있소.


겉으로는 이제 절정 초입 정도나 되어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심계나 본신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소.


혈수당주와 본인이 함께 갔음에도 그 어린 놈 하나 때문에 실패하고 물러나야 했소.


그리고 그 날, 나와 헤어진 혈수당주가 실종되었소. 어떻소? 시기가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소?


아무래도 본인은 그 어린 녀석이 모르긴 몰라도 얼마간이라도 혈수당주, 종리후의 실종에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오.]


교일지는 성소봉의 그 말이 떠오르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설마 네 녀석이 종리후를 어떻게 하기라도 한 것이냐?”


백천은 돌연한 그 말에 속으로 뜨끔한 생각이 들면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그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요? 본 문에서 한 차례 그를 마주한 적이 있으나 그 뿐이었소.


그 뒤로 그를 한번도 본 적이 없거늘 갑자기 그의 죽음을 왜 내게 묻는 것이오?”


백천의 그러한 대꾸에도 교일지는 자신의 경험 상 십중팔구 종리후의 실종에 백천이 관계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저 놈이 나를 보고 단번에 사혈교도냐고 의심하지 않았나?


마치 내 신분을 아는 것처럼!


설마 놈이 종리후를 죽이고 그가 가지고 있던 사혈인명부를 습득한 것이라면?’


거기까지 생각하자 교일지는 모든 상황의 아귀가 빈틈없이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큰일이 아닌가?


놈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면 교의 계획은 그야말로 끝장이 나고 말 것이다.


이 놈을 반드시 여기서 죽여야 한다!’


교일지의 눈에 짙은 살기가 어렸다.


그는 이와 동시에 누군가에게 급히 전음을 보냈다.


뒤이어 그 누군가가 서서히 신형을 움직였다.


“흐흐흐흐”


갑자기 어디선가 광소가 먼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윽!”


우우우우웅!


중인들은 귀청을 때리는 그 괴이한 웃음소리에 귀가 울리고 고막이 터질 듯 하여,


적아를 불문하고 모두 싸움을 멈추고 귀를 막고 주위를 둘러봤다.


소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것 같더니, 옆에서 들려왔고, 또 하늘 위에서 들려왔다.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한 소리를 내는 듯 했다.


누군가 퍼뜩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중인들 사이에서 경악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 육합전성(六合傳聲)!”


육합전성은 그 소리 만으로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음공(音功)에 속하는 절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육합전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경지에 올라서야만 가능했기에 그 자체만으로 강호에서는 상징적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흐흐흐흐”


또 다시 광소가 들려왔다.


이번에도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왔으나, 중인들은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에 동시에 그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경악하여 눈을 크게 뜬 채 모두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둥둥! 저벅저벅···!


놀랍게도 작은 체구의 흑의 장포인이 저편에 있는 뱃전에서 그대로 몸을 날려 허공에 뜬 채, 하늘을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 허공답보(虛空踏步)! 화경의 고수···!”


그랬다. 육합전성과 허공답보 이 두가지의 절기는 바로 화경을 넘어선 고수의 상징과도 같았다.


놀라 굳어진 중인들 사이에 나타난 흑의 장포인, 최혼천살 흑치골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흐흐흐. 쥐새끼가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네 놈이 그때 그 쥐새끼렸다?”


흑치골의 섬뜩한 붉은 눈은 청룡검을 든 채, 담담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천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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