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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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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3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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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205

작성
24.06.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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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제38화

DUMMY

비동으로 들어선 순간 백천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비동의 광경은 실로 경악스럽게도 자신이 살던 현대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던 것이다.


각종 가구며 집기며, 자신이 살던 고도로 발달된 시대보다는 좀 더 예전에 유행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중국의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림세계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백천이 나무로 된 가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진천자가 직접 만든 것인지 어딘지 투박함이 묻어 나 있었지만 갑자기 무림세계 속을 빠져 나와 현실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진천자는 자신만의 공간인 이 비동을 통해 고향에 대한 향수를 해갈했던 모양이었다.


다만, 오십 년이 흐른 탓인지 가구며, 집기며 모두 먼지가 가득 쌓여 있어서 코가 시큰거릴 정도였다.


백천이 나무로 된 침상으로 가, 먼지를 쓸어내고 걸터앉고 보니 옆에 하나의 먼지로 하얗게 뒤덮인 서책이 보였다.


백천은 그것이 관주 임백상이 말한 개파조사의 비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천은 등선에 오른 생사경의 고수였던 진천자의 비록을 볼 생각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감과 함께 동시에 긴장감도 들었다.


"후우우..."


백천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여 긴장을 푼 후, 먼지를 툭툭 털어낸 후 서책을 들어 첫 장을 펼쳤다.


첫 장에는 가운데 몇 개의 글귀만 쓰여 있었다.


그 글귀를 가만히 읽어 내리던 백천은 의아한 표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천인국(天人國) 512년에 태어난 진천이다. ]


'천인국? 그런 나라가 있었나?'


백천은 현실 세계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런 나라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자신도 모르는 오지의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다시금 다음 장을 넘겼다.


하지만 다음 장의 글귀를 읽는 순간 백천은 너무도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곳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 그 날, 나는 언제나처럼 무림세계를 플레이 하고 있었다.


곧 900레벨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다른 랭커들과 함께 공동 '임무'를 수행하려는 중이었다.


한데 그때 시스템 알림음과 함께 갑자기 하늘에 커다란 글씨로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그 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무림세계 전체 알림 : 무림세계 최초의 1,000 레벨이 탄생하였습니다. 유저명 : 차현우, 별호 : 독선(獨仙)>


나는 놀람과 동시에 의아했다.


차현우란 이름도, 독선이란 별호도 무림세계 속에서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십대 랭커 중 한명인 이 진천이 모르는 자가 1,000 레벨을 달성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환석'이 봇짐 속에 나타난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나는 그때 그 '귀환석'을 사용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귀환석'을 사용해 버렸고, 스무 살의 청년의 모습이 되어 이 무림세계 속에 갇히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육십 오년 전의 일이다.]


'뭐야? 진천자도 십대 랭커였다고? 그런데 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설마...?'


백천은 생각을 이어가다 갑자기 떠오른 무서운 사실에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진천자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이었던 거야? 그가 플레이한 무림세계도 마찬가지고?'


백천은 자신이 알던 세계관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그 무서운 사실에 경악했다.


백천은 머리가 멍해져 한동안 넋이 나간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정신을 차린 것은 한참이나 지난 뒤였다.


백천은 애써 복잡한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후, 진천자의 비록을 다시금 읽어 내려갔다.


이어진 진천자의 비록에는 진천자가 ‘귀환석’을 사용해 스무 살의 1레벨로 환생하여 게임에 갇힌 뒤, 어떻게 성장하고 선천각을 세웠는지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었다.


진천자 또한 그야말로 무림세계의 국룰이라 할 수 있는 성장 방법을 따른 듯 보였다.


바로 처음 환생한 형문산 인근의 인급 무관인 오행무관에서 시작하여 호북성의 지급 무관인 천수각 그리고 천급 무관인 호북성 균현의 무당파에 입문하여 화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진천자가 그렇게 성장하여 화경의 경지에 오르는 데는 불과 오년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무당파에 입문하여 화경에 오른 후에는 성장이 정체되어 그 뒤로 십년 간을 수행하였지만 현경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했다.


여기까지 읽자 백천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진천자도 깨달음이 없이는 경지를 승급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백천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비록을 읽어갔다.


역시나 백천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진천자 또한 임무와 격투장을 통해 700레벨을 넘기고, 하단전의 공력 또한 8갑자를 넘겼지만 현경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공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이 부족한 탓임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고 했다.


처음에 진천자는 이전에 무림세계를 플레이하던 때처럼 레벨 업을 통해 현경을 극복하고자 천하를 돌아다니며,


임무를 찾아 수행하고 격투장을 통해 성장하는 것에 몰두하였으나 모두 허사였다고 했다.


화경 이후에 수행 가능한 지급 이상의 임무들이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천하를 뒤져봐도 나타나지 않아 수행할 수 없었고,


하루에 한번씩 가능한 격투장을 이용한 전투도 어느 순간이 되자 더 이상 이길 상대를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게임의 스킬을 사용하여 전투하는 자신의 전투 방식으로 무공을 제대로 익혀 그 운용도와 임기응변이 뛰어난 진짜 무림세계의 무인들을 상대하여 이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초절정까지는 어찌어찌 이길 수 있었으나, 화경부터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다른 유저라도 있다면 그들에게 도전하여 승리할 수 있었겠지만, 진천자는 이곳에서 단 한명의 다른 유저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깨달은 진천자는 단순히 게임을 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무인으로서 무도를 추구하기 위해 무당파를 나와 형문산에 선천각을 세우고,


그곳에서 무공의 기초와 선법에 대해 오십년간 정진하였다고 했다.


진천자는 선천각을 세운 지 십년이 되었을 때, 비로소 화경 고수로서의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삼십년이 흘렀을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현경에 올랐으며,


오십년이 흐른 구십 세가 되던 해에 현경의 끝자락에 이르렀음을 깨닫고 이 비록을 남기고 천산산맥으로 향한다고 써 있었다.


천산산맥이란 글귀에 백천은 또 한번 혼세천마가 떠올랐다.


“다른 유저도 없이 혼자서 마지막으로 천산산맥으로 향한 거라면 내가 깼던 ‘천급 임무. 혼세천마와 암흑마련’을 깨러 간 게 틀림없겠지!”


백천은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혼자서 싱글 플레이로 그 정도의 막대한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 깰만한 임무는 무림세계를 통틀어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천자는 아마도 그 임무를 깨는 데 성공했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등선에 실패했을 것이니 말이다.


백천은 비록을 통해 자신이 해온 수련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스무 살의 청년이 아닌 갓난아기로 환생했기에 걸음마부터 게임이 아닌 실제처럼 익혀야 했고, 무공 또한 스킬이 아닌 실제 공법대로 수련해 왔었다.


그것이 틀리지 않았음은 자기와 동일한 길을 걸어가 생사경에 오른 진천자가 비록을 통해 얘기하고 있었다.


백천은 이에 마음 속으로 안도감이 듦과 함께,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백천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 한 장을 더 넘기자 비록의 마지막 장이 나타났다.


마지막 장에는 후인에 대한 당부가 담겨 있었다.


[이 비동에 들어왔다면 후인은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을 익혔을 것이다.


선천건곤기공의 5성에 이른 지금 나는 신안(神眼)이 열려 천기(天氣)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천둔검법이 3성에 이르러 사기(邪氣)와 마기(魔氣)를 베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천기를 읽어 하늘을 보니 구름 위에 천외천의 선경이 보이고,


선천건곤기공으로 천둔검법을 펼치면 구름이 금방 손에 닿을 것 같음이라


작금에 이르러 깨달은 바,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은 선경의 공법이 분명할지니


후인은 반드시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의 수련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백천은 비록에 담긴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의 공능에 깜짝 놀랐다.


“5성에 이른 것만으로 신안이 열려 천기를 읽을 수 있고, 3성에 이른 것으로 사기와 마기를 베어냈다고? 그 두 공법이 선경의 공법 같고? 이거 참··· 개파조사나 되시는 분이 후인한테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실 테고··· 거 참···”


백천은 등선했다는 진천자가 남긴 말이었지만 그 허무맹랑한 말에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이 익힐수록 그렇게 효용이 뛰어나다는 것이었으니, 진전이 느려도 믿고 꾸준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천이 다시 비록을 읽어 내리자 마지막 장의 문구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는 하단전의 후천지기와 상단전의 선천지기만을 극한으로 단련하였으나,


중단전을 개방하지 못하여 마음의 단련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하단전과 중단전, 상단전을 고르게 발전시켜 정기신을 합일하여야 비로서 진정한 상승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후인은 반드시 중단전을 수련할 수 있는 내공심법을 얻어 상중하단전을 조화롭게 단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비록은 끝이 나 있었다.


백천은 비록의 마지막 부분을 읽자, 자신이 얻었던 기연들이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천자가 익힌 선천건곤기공과 천둔검법을 익힌 것은 물론이고,


최초의 환생자 특전으로 천중급 무극천무지체를 지녀 누구보다 빠르게 무공을 익히고, 하단전 공력의 다섯 배의 위력을 낼 수 있으며,


진천자가 강조한 중단전을 수련할 수 있는 내공심법을 튜토리얼 6단계 보상으로 얻을 기회가 눈앞에 놓여 있는데다,


얼마 전에 중단전을 활용한 천하급의 대력만겁결까지도 이미 얻은 터였다.


백천은 생사경에 올랐던 진천자도 얻지 못했던 수많은 기연을 자신이 더 얻었다는 그 사실에 전신으로 전율이 흘렀다.


백천은 이에 신이 나서 홀로 기쁨을 만끽하며, 비동을 뛰어다녔다.


잠시간이 흐른 후 백천은 다시 침상으로 돌아와 비록을 덮은 후, 비동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비록 외에 유산이 또 있다고 하셨는데··· 어딨으려나···”


백천은 방 구석구석을 뒤져 보다가 이윽고 서랍장 안에 있는 작은 목함을 발견하였다.


“옳지! 여깄겠구나!”


목함은 어깨 정도 너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였는데, 오십 년이 지나서인지 역시 여기에도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백천은 먼지를 쓸어낸 후,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목함을 열었다.


끼익!


경첩의 비명 소리와 함께 목함이 열렸다.


목함 속에는 하나의 양피지 조각과 옥병이 들어 있었다.


백천은 그 중 양피지 조각을 들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그것은 불과 어제 봤던 어떤 양피지 조각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백천의 뇌리로 시스템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딩!


<시스템 알림 : 혈마총 장보도 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3/7)>


놀랍게도 그 양피지 조각은 얼마 전 종리후의 소지품과 소가장의 비고에서 발견한 혈마총 장보도 조각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걸 진천자가 가지고 있던 거지? 사혈교는 진천자가 등선한 후 나타난 세력이었잖아. 그들이 갖고 있던 걸 왜 진천자가···?”


백천은 그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머리 속이 하얗게 된 채,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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