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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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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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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619

작성
22.02.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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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102화

DUMMY

강태수를 발견한 박정필은 아주 반가운 얼굴로 강태수에게 다가왔다. 강태수 역시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태수 자네를 내가 여기서 다 보는군!”


강태수가 기억하는 박정필은 강태수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강태수와 박정필은 동향이었다. 두 남자는 뜨거운 악수에 더불어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정필 자네, 무사했군!”


강태수는 근래 들어 제일 밝은 표정으로 박정필에게 인사했다. 박정필이 웃으며 강태수의 등을 두드렸다.


툭, 툭.


“하하, 그래. 무사했지. 나는 자네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말인가?”


강태수가 반문하자 박정필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자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냈던 이후에도 나는 쭉 본부 정보국에 있었거든. 연합군과 국군 사이에서 작전을 통역하고 전달하는 일도 맡았지. 나는 시간도, 활동에서도 상대적으로 제약을 덜 받았기 때문에 동기생들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었는데, 태수 자네에게 연락하는 건 힘들더군. 하지만 작전 통역을 맡은 덕분에 나 혼자만이라도 태수 자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있었어.”


강태수는 여전히 박정필이 이야기하던 ‘꿈’을 기억했다.


‘친구들, 자네들은 어떤가? 자네들도 꿈이 있을 것 아니야. 이 피 끓는 청춘을 나라에 바치는 이유이자, 꿈!’


그리고 강태수는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참이었다. 박정필이 여전히 반가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태수 자네가 활약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찌나 신이 나던지. 나는 자네가 정말 해낼 줄 알았어. 태수 자네는 정말 천성이 군인 같았거든.”


강태수는 박정필의 이야기에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나 곧 이어진 박정필의 말에는 그 웃음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자네, 형제가 있던데? 왜 그동안은 이야기하지 않았어?”


전쟁 중 강태수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연합군과 국군 사이의 작전을 통역해 줄 만한 인재로 뽑혔었다. 하지만 전투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그 일은 강태수 대신 박정필이 맡은 바 있었다.

박정필은 그때 강태수에 대해 더욱 알게 되었다. 같은 육군사관학교의 동기생, 그것도 수석과 차석이라는 관계 대신에 인간 강태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박정필은 강태수가 더욱 궁금해졌다. 박정필과 강태수는 졸업할 때까지 함께 붙어 다녔다. 원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던 강태수였기에 전부 새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이 같은 박정필의 상황과 마음을 모르는 강태수는 혼란스러웠지만, 강태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 형님께서 내가 군인이 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거든.”

“음, 그런 사연이 있었군. 하지만 지금은 아주 자랑스러우시겠는데?”


강태수는 박정필이 자신의 어깨 위에 자리한 무궁화를 보고 한 말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강태수 역시 박정필의 어깨 위에 자리한 무궁화를 확인했다.


“태수의 동생도 형이 정말 자랑스럽겠어.”


강태수의 평온한 표정이 순간 흔들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알아챌 수 없을 만큼의 미세한 균열이었지만, 정보를 다루는 정보장교였던 박정필은 기민하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강태수의 우려와는 다른 것이었다.


“아, 이런 말이 실례인가? 혹시 전쟁 중에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내가 사과하도록 하지. 자네를 만난 게 너무 반가워서 그만.”


강태수는 그제야 표정을 수습할 수 있었다. 강태수가 습관처럼 눈썹 끝을 문질렀다.


‘아, 전쟁 중에 철수가 죽었다고 생각한 거군. 하지만 정말 그뿐인가?’


날카로운 눈빛을 감춘 강태수가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 괜찮아. 정필 자네가 우려하는 일은 없었어.”


강태수의 대답에 그제야 박정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군. 혹시라도 실수한 걸까 봐 걱정했거든.”


강태수는 박정필이 곧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있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잖아. 내 주변만 해도 안타까운 사연들이 너무 많아. 고향에 대해 들었을 때는 정말······ 후우, 아무튼 태수에게는 그런 비극이 비껴갔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이걸 다행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박정필의 얼굴에 순간 착잡함이 흘렀다. 강태수는 오랜만에 만난 박정필의 얼굴에서 지난 세월을 잠시 엿보았다. 강태수와 마찬가지로 소령이 되었으니 지난 몇 년을 지독하게도 치열하게 살았을 터였다. 시간을 확인한 박정필이 다시 웃으며 강태수의 팔을 두드렸다.


“그래, 태수 자네 결혼은 했나? 참고로 나는 했어.”

“정필 자네,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거군.”

“하하, 아니라고는 못 하겠는데. 태수라면 여자들이 줄을 섰을 게 분명한데,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강태수의 대답에 박정필의 눈이 한 차례 커졌다.


“미국? 이런, 태수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군. 자네의 그 눈빛이 여전해서 좋아. 여전히 총기 넘치는 눈빛 말이야.”

“자네도 여전하군. 시답잖은 말을 하는 걸 보니까 말이야.”

“앞으로 얼굴 볼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그럼 잘 부탁하지, 친구.”

“그래, 나도 잘 부탁하지.”


두 남자는 그렇게 웃으며 헤어졌다. 강태수는 그 후에 다시 만난 박정필에게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원한다면 박정필을 만나기 전에 조사해 볼 수는 있었으나, 강태수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을 무시해서 좋을 건 없으니.’


강태수의 직감은 남들보다도 뛰어난 편이었다. 괜히 스스로의 감을 믿지 않았다가는 크든, 작든 화를 입었다.


챙.


강태수는 박정필과 술잔을 부딪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박정필이 강태수를 불러낸 곳은 강태수의 생각보다도 조촐한 술집이었다. 하지만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와 따뜻한 음식만큼은 강태수도 마음에 들었다.


“정필 자네를 이렇게 다시 만나니 좋군.”


강태수는 고민 끝에 그가 지금 느끼는 감상을 털어놓았다. 사소한 이야기였음에도 속내를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강태수의 말을 들은 박정필이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태수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오늘을 내가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겠어! 그래, 오늘이 며칠이야! 이거 잊을 수가 없겠는걸!”

“자네는 뭘 또 그렇게.”

“하하, 태수! 동기들 사이에서 태수를 어떻게 불렀는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바늘이 뭐야. 태수는 총을 맞아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다는 게 우리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어!”


강태수가 민망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동기들 사이에서 육군본부에 배정된 인원은 많지 않았다. 당연히 늘 최전방에 있던 강태수는 동기들과 긴밀하게 접촉할 수 없었다. 통신은 쉽게 끊어졌고, 목숨은 끊어지지 않게 만들었어야 했다.

강태수는 졸업한 후에 동기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과 같았다. 그런 강태수에게 박정필은 그간 육사 8기 동기들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핵심만 짚어 이야기해 주었다.


“하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그래, 선후 그놈이 어찌나 겁이 많던지. 요즘은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총을 빼 든다니까. 하하.”


강태수는 오랜만에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나는 전쟁 후반부 일 년 동안 3사단 2연대의 수색중대장으로 참전한 것을 제외하면 계속 정보장교로 복무했어. 정보라는 게 어찌나 방대하던지. 머리가 터져 버리는 줄 알았지.”


강태수는 잠시 벤자민을 떠올렸다. 벤자민이 다루는 정보들을 생각해 보면 박정필의 말이 이해가 갔다. 강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혼은 어쩌다가 하게 됐어?”


강태수는 담담하게 물었으나, 박정필의 얼굴에는 금세 웃음이 피었다.


“아내가 전쟁 중 대구로 피난 왔다가 말라리아에 걸리는 일이 있었어. 나는 그때 이미 아내에게 호감이 있는 상태였지. 내가 의사를 부르고, 간호하고. 그러다 아내도 나를 마음에 들어한 거지.”

“중매 결혼이 아니란 말이야?”


강태수는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강태수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이 박정필이 크게 웃었다.


“그래, 무려 연애 결혼이지.”

“늦었지만 결혼 축하하네.”

“늦기는 늦었지만, 태수의 축하를 받게 돼서 기쁘군. 태수는 미국에서 어떻게 지냈어?”

“여러 가지를 공부했지. 전술을 익히고, 기술들을 익히고. 이걸 쓰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열심히 배우고 있더군.”

“태수 말이 맞아. 하지만 우리는 늘 대비해야 하지.”


두 남자는 한참 동안 잔을 기울였다.


탁.


술기운이 오른 박정필이 한 번에 입안으로 털어 넣은 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내가 이 이야기를 했던가? 우리 처삼촌도 군인이시라고 말이야.”


*


강인수는 방금 전해 받은 소식을 듣고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렸다.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결국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말이지.“


차일피일 미뤄진 결과는 역시나 예상한 대로였다.


”거절을 오래도 하는군.“


강인수가 주먹을 쥐자 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 형편없이 구겨졌다. 강인수는 한숨을 내쉬면서 책상에 서류를 내려두었다. 선명히 적힌 빨간 글씨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공장 허가 신청 불허不許]


10 퍼센트에서 30 퍼센트를 수입 시멘트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시멘트는 건설 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수입 시멘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공사 원가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였다.


‘공사 원가를 좀 낮출 수는 없습니까?’

‘시멘트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아예 시멘트공장을 지어 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 ’형제‘가 직접 만들어 쓰는 겁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 그럼 우선 광산을 알아보겠습니다.’

‘예, 바로 진행 부탁드립니다.’


따라서 강인수는 광산을 사서 정부에 공장신청서를 내고 기다리던 참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장님, 아무래도 시멘트공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하아, 이유가 뭡니까?’


강인수의 물음에 간부들은 저마다 눈치를 봤다. 정지석이 화가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시멘트 업체들이 신규 공장 건설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로비를 통해서 말입니다.’


강인수 역시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던 일이었다. 이미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없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결말은 좋지 않았다. 강인수는 턱 끝까지 치미는 갈등에 입이 마르는 것만 같았다.


”포기해야 하는 건가.“


강인수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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