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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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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619

작성
22.01.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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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85화

DUMMY

“휴전! 휴전이요!”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멈췄다!”

“만세! 만세!”


휴전이 공표되던 순간, 눈물과 함께 환희하는 시민들 속에서 강인수는 시간을 돌아보았다.

포로 석방 이후에 미국은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위협했다. 하지만 이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특사로 ‘로버트슨’을 보내 이승만을 달래는 쪽을 선택했다.


”좋아요. 우리 대한민국은 앞으로 있을 내년 54년의 제네바 정치회담에서도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협상에서 휴전과 유엔군의 귀국, 소련과 중공의 위협 등에 대해 토의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더불어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과 장기적인 경제원조를 약속했고, 한미 양국은 90일이 경과 한다고 해도 성과가 없는 경우 정치회담에서 탈퇴하기로 했으며, 한국군의 확장업무 수행과 정치회담 개최 전에 한미고위회담 개최 등을 약속했다.

미국과 진행한 이러한 논의와 휴전에 앞서 1952년 10월 8일까지 1년간 200회의 회합과 345시간의 시일을 소비한 휴전회담은 제안 단계에서 휴전 성립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1952년 10월 14일 제7차 유엔총회에 한국 휴전 문제가 16번째 의제로 채택되었으나, 1953년 4월 14일 10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4월 15일 0시 30분에 유엔정치위원회에서 브라질 대표가 정식으로 결의안을 올렸다.


‘한국의 휴전 협상은, 유엔총회에 상정하지 않고 전쟁이 일어난 현지인 판문점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결의안을 정식으로 제출합니다.’

‘이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이어서 1953년 4월 11일에 상이포로교환협정이 조인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1953년 3·1절을 계기로 휴전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5월 말까지 연 7,000회에 달할 만큼 전국에 퍼질 정도였다.


‘미국은 우리의 입장을 무시하지 마라!’

‘송환을 원치 않는 포로들을 중립국관리위원회로 이관시킨 것을 취소하라!’

‘휴전에 대한 모든 과정을 한국과 협의하라!’


이처럼 반대운동의 주요 원인은 미국이 포로 문제에 대해 공산군 측에게 일대 양보하여 석방이라는 대한민국의 입장을 외면하고 송환을 원하지 않는 포로들을 중립국관리위원회에 이관시킨 것과 중립국 가운데 공산국가와 인도가 한국에 파병된다는 것 송환 제안을 함에 있어 한국과 일체 협의가 없었다는 문제 등이 있었다.

강태수는 휴전이 되기 전, 전투가 멈춘 동안 서울에 머무르며 종종 부산에 들러 강인수를 찾아가 이렇듯 휴전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일러 주었다.


‘아무래도 이번이 제가 휴전 전에 마지막으로 부산에 들르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형님. 다시 뵈었을 때는 전쟁이 공식적으로 멈춰 있겠군요.’

‘휴전? 정말 휴전이 되는 것이냐, 태수야? 그렇다면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서는 휴전이 될 거라고 떠들던데, 사람들은 전쟁을 멈추면 안 된다고 시위를 한다고 하고.’

‘우선은 포로와 통일 문제 때문입니다.’

‘포로? 왜? 그들을 다 죽인다고 하는 것이냐? 그런 것이야?’


강인수는 그 말에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강철수가 김의준으로서 강인수의 눈앞에서 잡혀갔던 날로부터 해가 바뀌며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 후로 동생의 소식은 전과 같이 다시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철수의 소식은 역시 아직인 것이고?’


강태수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서 강철수가 노덕철에게 잡혀가고 며칠이 지나 상황이 잠잠해진 후, 강인수는 길원상을 통해 강태수에게 연락했다.


[태수야, 부산에 좀 와라.]


부산에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인수에게서 부산에 오라는 내용만 적힌 편지를 받은 강태수는 걱정과 함께 다시 부산에 들렀다. 하지만 강인수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생각보다도 더 놀라운 것이었다.


‘철수? 정말 철수였단 말입니까?’

‘그래, 분명히 철수였다. 경찰들은 김의준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어. 철수가 내가 있을 때 찾아왔었다면···. 그래서 내가 경찰들보다 먼저 마주쳤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안타까워하는 강인수를 보자 강태수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강태수는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다행인 일일지도 모릅니다. 철수는 수배 중이었습니다. 만약 철수가 나타난 게 아니라, 형님과 형수님이 철수를 숨겨 주고 있던 것을 경찰들이 발견하는 상황이었다면 더욱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형님이 여태 일구었던 모든 게 다시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강인수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강태수가 괴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 그래도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철수가 살아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니까요.’

‘너까지 위험해져서는 안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리하겠습니다.’


강태수는 강인수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다시 은밀하게 강철수를 찾았다. 그러나 노덕철에 대해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동생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강태수는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을 보았다. 제일 먼저 포로수용소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던 동생이었다.


‘어서 달리라니까!’


누군가의 외침에 동생은 절뚝이며 달렸고, 강태수는 그런 동생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


신문에는 하나같이 휴전 이야기로 가득했다. 신문 속 이야기들과 같이 사람들은 만나면 휴전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정말 전쟁이 끝난 거겠지?“

”에이그, 이 양반아. 휴전의 ‘휴’가 무슨 뜻이야. 잠깐 쉰다는 뜻이잖어. 이러다가 또 전쟁이 날 수도 있는 거지.“

”왜 또 그렇게 불길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래도 지금은 일단 전쟁이 멈췄으니까, 그건 다행인 셈이지. 자, 술이나 마시자고.“


남자가 보던 신문에는 공산군 측 대표는 김일성, 남일, 펑더화이였으며 연합군 측은 사령관 클라크와 유엔군 수석대표직 해리슨이었다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분단선이었던 38선이 결국 또 휴전선이 되는구만.“

”어차피 다들 그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잖아.“

”그런데 이 사령원은 무슨 말이요?“


막걸리를 내오던 여인이 신문의 제목을 가리켰다.


[펑더화이 사령원과 김일성···]


”아, 이거. 요 밑에 보니까 중공군들이 사령관을 뜻하는 호칭이라고 하던데.“


중국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참전했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제국주의에 시달리는 조선인민들을 가엾이 여겨 스스로 지원한 자원병’이란 의도로 파병하였다. 또한 중국 인민지원군에는 계급이 없었으므로 펑더화이 역시 '중국 인민지원군 원수'가 아닌 직책명인 '사령원'의 이름으로서 서명했다.


휙.


남자가 보고 있던 신문을 한쪽으로 치우고 막걸리가 가득 담긴 작은 사발을 집어 들었다.


”자, 자! 이럴 게 아니고! 건배!“


챙!


사발에서 넘친 막걸리가 사람들의 손등으로 쏟아졌다.


*


강철수가 가까스로 도착한 마을에도 휴전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나누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쁨이었다. 무너진 집을 등지고 오열하는 이들에게서도 삶이 느껴졌다.


”아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를 죽인 이 전쟁이 드디어 멈췄다.“


전쟁은 멈추었으나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삼 년의 시간은 이십 년을 함께 산 아들을 빼앗아갔으며,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아내를 잃게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내 아이를 두고 눈을 감아야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아야만 했다.

이곳저곳에서 짐승 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폭격을 맞아 집 대부분이 사라진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얼마 없었으나 그들은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고 있었다.

강철수는 이 마을을 알고 있었다. 전쟁이 막 시작되던 때에 그가 직접 왔던 마을이었다. 강철수는 위의 명령에 따라 마을의 남자들을 징집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강철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삼 년 전의 강철수는 누구보다도 총기 넘쳤고, 많지 않은 나이가 가려질 만큼의 위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강철수는 그렇지 않았다. 피난민들과 다름없이 피골이 상접했다. 광주 수용소를 탈출해 한참을 방황한 강철수는 도착한 마을을 확인하자마자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고문으로 다친 다리는 강철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송장에 가까운 모습으로 산을 넘어 나타난 강철수를 안타까워했다.


”이것 좀 들어요.“


마을 사람들은 풀을 쑤어 만든 죽을 나눠 주었고, 강철수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오늘 강철수에게 죽을 가져다준 사람은 강철수와 또래로 보이는 여자였다.


”보니까 한참을 굶은 것 같은데, 그러다가 큰일 나요. 죽고 싶다면 말리지야 않겠지만, 전쟁도 끝난 마당에 살아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

”사람들은 당장 언제 전쟁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떠들어요. 그때는 정말 남은 사람 없이 다 죽을 거라고 떠들어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여자는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보는 강철수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강철수의 눈빛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강철수는 여자의 눈이 지나치게 맑다고 생각했다.


”만약 걱정만 하다가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나는 아쉬울 것 같거든요. 지금 이 시간을 즐기지 못한 게.“


여자는 억지로 강철수의 손에 그릇을 쥐여 주었다.


”그러니까 후회는 오늘까지만 해요. 그리고, 이 죽을 먹고 나면 우리 마을을 떠나 줘요.“

”!“


놀란 강철수가 여자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여자는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뜻인가?’


강철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낡은 그릇에 담긴 죽은 아주 묽었다. 아주 묽어서, 강철수가 몸을 움직이면 그 반동에 죽의 표면이 찰랑거릴 정도였다.

강철수는 해가 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찰랑이는 파동을 바라보았다. 강철수가 떨리는 손으로 그릇을 쥐었다.


‘독이 있더라도, 그건 결국 내가 탄 것이다.’


식도로 넘어가는 감각에 희열하는 몸과 결국 살아남은, 살아남는 스스로가 역겨웠다. 지독한 허기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강철수는 죽지 않았다. 그는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자국을 남기며 걸어갔다.

새벽이 되어 여자는 강철수가 떠난 자리를 찾았다. 강철수가 있던 자리에는 빈 그릇만 존재했다. 여자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서 있었다. 여자의 시선이 강철수가 걸어가며 만든 흔적을 뒤쫓았다.

해가 뜨며 그릇 안에 빛이 고였다.


*


임시수도였던 부산을 정리하고 다시 수도인 서울로 돌아오기 위한 작업이 하나씩 이어졌다. 사람들은 폐허가 된 서울을 복구하는 데에 열을 쏟았다.

부산에서 기반을 잡은 강인수 역시 서울로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강태수는 곧 떠날 벤자민을 마중하러 부산에 와 있었다. 짐을 싸던 벤자민이 망설이는 기색 끝에 입을 열었다.


“태수, 나와 함께 미국에 가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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