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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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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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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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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8,619

작성
22.02.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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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99화

DUMMY

“강 사장님! 우리 ‘형제건설’이 당당하게 이 대한민국의 6대 건설사가 되었습니다!”

“다들 축하합시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사무실에 가득했다. 강인수의 얼굴에도 웃음이 만개해 있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우는 이를 놀렸으며, 누군가는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아이고, 우리 최 과장 또 우네!”

“울보라니까, 정말.”

“하하, 사내가 그리 울음보가 커서 어찌 살려 그래?”

“흐흑, 어떻게 눈물이 안 납니꺼? 그리고예, 눈물은 참으면 다 화가 되는 법입니더.”


강인수는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는 쪽이었다. 기쁜 분위기과 달리 강인수의 미소는 어딘가 무거운 느낌이었다. 최 과장이라 불린 사내가 울먹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흐흑, 그간 얼마나 힘들었습니꺼. 다들 우리를 볼 때마다 안 된다는 말만 늘어놓고, 무모하다고, 실패할 거라고 손가락질만 했는데······.“


강인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강인수는 축배가 담긴 잔을 들고 있었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찰랑거리는 표면이 부드럽게 일렁였다.


“최 과장 말이 맞습니다. 다들 우리 ‘형제’를 향해 무모하다고만 했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누가 무모한 것입니까?”


강인수의 미소에는 힘이 있었다. 부드러웠으나 약하지 않았고, 온화했으나 강해 보였다. 강인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실패할까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를 온몸으로 맞게 됩니다. 나는 이것이 더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도하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것은 오직 보장된 실패뿐이니 말입니다.”


수십의 눈이 강인수를 바라보았다. 강인수는 그 눈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을 발견했다. 하나하나 눈을 마주친 후에야 강인수가 높이 잔을 쳐들었다.


“형제들을 위하여!”

“형제들을 위하여-!”


높이 뻗은 손등을 타고 차가운 술이 흘러내렸다. 전혀 찝찝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강인수는 그제야 조금 더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


새벽의 한강은 밤과는 조금 다른 색이었다. 강인수는 깊은 물 속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낙동강의 물도, 이 한강의 물도 결국은 물이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듣는 말이 다른 것은 이치인 것인지, 인간의 이기인 것인지.’


강인수는 몇 번이고 되새겼던 말을 떠올렸다.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봐요, 강 사장. 패기로 할 수 있는 쉬운 공사가 아닙니다. 무려 한강이란 말입니다. 이 나라의 젖줄이자, 이 나라를 관통하는 상징과도 같은 한강.‘


“패기가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두려움을 이길 수만 있다면 강인수는 그게 무엇이든 휘두를 참이었다. 공포를 패기라는 이름으로 누르고, 패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망토를 언제든지 어깨에 올릴 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비겁한 것 아닌가-!”


강인수는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쳤다. 커다란 화가 가슴속에서 넘실거렸다. 이것이 화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강인수는 이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 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낙동강과 달리 한강의 물살은 잔잔했다. 강인수는 한참 그 물을 바라보았다.

호재 속에서도 악재는 있는 법이었고, 악재 속에서도 호재는 있는 법이었다. 강인수는 이것을 간과하여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후우.”


강인수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참았다. 참은 뒤 내뱉고, 다시 들이쉰 숨은 평소보다도 더 간절했다. 강인수는 이 감각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적당한 긴장이라는 게 쉽지가 않군.”


여유는 사람을 평화롭게 했으나, 지속되는 여유는 결국 언젠가 강인수를 나태하게 만들 터였다. 기회는 언제나 구름 속에 숨겨진 태양처럼 주변을 맴돌았으니,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회의 절반은 잡는 것이었다.

여전히 빚은 적지 않았으나 신용을 얻었고, 그 신용은 언제나 강인수를 떠받쳐 주는 기반이 될 터였다.


[준-공 한강대교 복구!]


강인수의 눈앞에서 천막이 나부꼈다. 강인수는 얼마 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다리를 걸었다. 강인수 그가 지은 다리였다. 맑은 하늘에 나부끼는 천막을 보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 다리를 완공하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적어도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강 인도교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아무도 모르게 구겨져 있었던 강인수의 자신감은 복구되었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견뎌야 했던 기간이 적지 않았다. 강인수는 지금의 성공이 성냥으로 쌓아 올린 탑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흘러가는 상황을 보니 강인수의 마음에도 다시 파도가 일었다. 강인수가 거칠게 고개를 털었다.


‘지금 자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우리 ’형제‘의 기반을 확실히 다져야 하는 때다. 성냥 탑이 아니라, 그 누가 온몸으로 부딪친다면 그 상대의 뼈를 부러뜨릴 공고한 탑을 위해서.’


고령교를 복구는 강인수에게 엄청난 경험으로 돌아왔다.


‘한강 인도교도 마찬가지겠지.’


한강 인도교 복구 공사로 인해 ‘형제건설’은 국가와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형제건설’은 그에 따른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강인수의 현재는 누가 됐든지 간에 자만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강인수는 지금 이때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 한편에서는 마음 놓고 좋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상황이 오히려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이 나라의 6대 건설사.’


대한민국의 6대 건설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강인수가 꿈꾸던 성공에 가까웠으나, 강인수는 이 자리에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대한민국 1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굴지의 1위. 그것이 내 목표다. 이름을 남기는 김에 더욱 크게 남기는 것이 좋을 테니.’


강인수는 또 한 번 자신이 넘어야 하는 산이 된 한강 인도교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


그 후로도 강인수는 수많은 전후 복구 사업을 맡게 되었다. 다시 겨울이 되어 정신없이 바쁜 와중, 강인수는 편지 하나를 전해 받았다. 오랜만에 도착한 강태수의 편지였다.


[형님, 늦게 편지 드리게 되어 죄송할 뿐입니다. 이제 슬슬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준비 중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배운 것들이 부디 형님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번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형님께서 한강대교를 복구했다는 이야기에는 한동안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강인수는 사무실에 혼자 남고 나서야 강태수의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쉴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강인수에게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지만, 강인수는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 ’형제건설‘을 더 도약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장님, 오히려 사장님께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신다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걱정은 고맙습니다.’


강인수의 시간과 맞바꾼 자산은 점점 더 쌓였다.


[형님,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저 역시 도착할 것 같습니다.]


강인수는 편지를 받은 날부터 강태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동생이 무탈하다는 소식은 억지로 눌러 온 강인수의 감정마저 들뜨게 만들었다. 강태수의 귀국은 끼니를 챙길 시간조차 없이 바쁘던 강인수의 숨을 돌리게 했다.


“형님!”


멋들어진 장교복을 차려입은 강태수는 강인수가 기억하는 것보다도 조금 더 어른스러운 얼굴이었다.

강태수가 강인수를 찾아온 곳은 쪽방이 아닌, 강태수가 직접 가꾸었던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얼마 전, 강인수는 강태수가 돌아오기 전 집을 되찾겠다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참이었다.


‘이 집을 다시 사러 오겠다던 말을 지켰군요.’

‘사내가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는 누군지 몰랐는데, 이 집에 들어와 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형제건설‘의 사장님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런 약속까지 지킬 정도라면, 세상에서 못 지킬 일은 없겠군요.’

‘하하,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강인수가 이 집을 팔았을 때 부탁한 것은 단 하나였다. 마당을 해치지 않는 것. 그렇게만 해 주면 이 집을 다시 사러 오는 날에는 웃돈을 훨씬 더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

그리고 강인수는 기어코 그 약속을 지키고야 말았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마당에서 강인수는 강태수와 열렬한 포옹을 나누었다. 강인수는 울컥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강인수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떨려 왔다.


“금방 온다더니. 이게 어떻게 금방이냐. 오 년이 어떻게 금방이야.”

“정말 금방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오래 걸렸습니다. 그동안 건강히 지내셨습니까?”


형제는 거실에 마주 앉아 몇 번씩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아픈 데는 없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형제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괜찮다는 말들로 서로를 안심시켰다.


“미국은 어땠느냐? 네가 그중에서도 제일 잘났으리라고는 생각한다만, 그래도 말이다.”


강인수는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동생을 보고 나서야 그제야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형님 말씀대로였습니다. 잘난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저 역시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더군요. 하하.”

“그럼 그렇지. 네가 어디서 빠질 인물은 아니지 않느냐.”


강인수는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실없는 농담에도 돌아오는 강태수의 대꾸가 강인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형님, 정말이지 많이 변했습니다. 집을 찾아오다가 몇 번이고 길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강태수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강인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강인수가 처음 부산에서 서울에 왔을 때와 지금은 아주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오 년은 강산의 절반을 바꾸어 놓고도 남았다. 강태수는 대한민국에 돌아와 서울을 거니는 내내 감탄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조국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년이었다.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은 아무 일도 없었던 세상 같았다.


“태수 네가 가고 나서부터, 나는 복구 사업에만 매달렸다. 벤자민의 덕을 적지 않게 봤어. 부산에서 미군 기지를 지었던 것도 그렇고.”


강인수는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짤막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태수야.”


강인수는 강태수의 손을 붙잡았다. 강태수에게 강철수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미리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강인수는 그동안 편지에 강철수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적지 않았었다. 강인수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강태수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철수는 이제 철수로 살아가기로 했다.”


강인수는 순식간에 바뀌는 강태수의 눈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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