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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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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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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8,619

작성
22.02.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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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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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89화

DUMMY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잘 당황하지 않는 강태수였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강인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길원상의 뒤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갑자기 몰려든 인파에 동네 사람들이 문밖으로 나와 상황을 구경할 정도였다.


”강 사장님, 강 사장님 오늘 서울 가시는 겁니꺼?“

”지도, 지도 데려가 주이소.“

”강 사장님이 서울공장의 기, 기술자들을 구한담서요.“

”우리도 데려가 주시오. 늦게라도 좋소.“

”지금이 아니라도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무슨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외쳐 댔다. 그 모습에 강인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두 손을 들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술자들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닙니다.“


강인수의 말에 사람들이 그제야 진정하고 강인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강인수가 오늘 당장 떠난다는 소문이 돌아 다급하게 온 것이었다. 사람들의 고성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강인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신 제가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인수는 잠시 후에 공장 앞에서 지금 당장 서울에 보내 이득이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나누겠다고 이야기했다. 강인수가 몰래 눈짓했다.

강인수의 말에 사람들이 우르르 다시 공장 앞으로 몰려갔다.


”이것 참. 번거롭게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태수야.“

”괜찮습니다. 저 모습들을 보니 형님의 서울 생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호탕하게 웃은 강인수가 강태수를 끌어안았다. 강태수도 그런 강인수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형제는 웃으며 뜨겁게 인사했다.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인사였다. 강인수가 강태수의 등을 토닥였다.


”금방 또 보자꾸나. 서울에서도, 춘천에서도 몸조심하고.“

”예, 형님. 형님도 조심하십시오. 형님이 서울에 오시는 때에 맞춰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말과 함께 강태수가 차에 올랐다. 강태수는 서울에 머물러 며칠 동안 일을 마무리한 후 춘천으로 향했다.


”강 대위!“

”중대장님!“


김웅배 대대장부터 백도후와 육탄돌격대원들을 비롯해 강태수를 반기는 이들이 가득했다. 지속된 전투로 엉망이었으나 괜찮을 것도 같았다. 사지를 함께 한 이들을 보자 강태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강태수는 춘천과 인근의 지역들까지 사망자 추산 보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한국인 여덟 명 중 한 명이 죽었던 전쟁이었다. 더불어 사망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민간인이었다.


‘북한의 민간인 사망자들 중 9할이 미군 전투기의 폭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대한민국의 민간인 사망자들 중 9할이 대한민국 내부의 학살에 의한 것······.’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확실히 이제 바람이 쌀쌀하군.’


1953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부산에 있던 정부는 완전히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너무도 컸으며, 그만큼 처참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양면성을 가지듯이 한국전쟁 역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서울의 이승만 정권이 그러했다.


‘이대로라면 무리 없겠어. 모두 나 이승만이 예상했던 대로야.’


한국전쟁은 이승만 스스로가 예상했던 대로 위기의 정권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대한민국은 너무 힘이 없었어.’


대한민국은 광복 직후와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신생 국가였으나 전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약속받게 되었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거대한 규모였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까?“


죽지 않은 자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승만 정권은 원조 경제를 통해 더욱이 정권을 다지고자 했다.


”원조 물품들은 전부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식량과 생필품 등을 정부가 모두 독점해 공급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원조 경제 체제에서 국민의 생존권을 손에 쥐고자 했다. 강태수는 그 모습이 화가 났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전쟁이 만들어 낸 반응이었다.


”후우, 답답한 일이군.“


강인수가 서울로 오기 직전, 강태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오랜만에 벤자민을 찾아갔다. 오래간만에 만난 벤자민은 그 허를 찔렀다.


”이제 우리 미국이 약속한 원조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어. 그런데 이제 사업을 하더라도, 원료를 값싸게 배급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부에 잘 보여야 하게 되었지.“


벤자민의 말에 강태수는 쓴웃음으로 동의했다.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벤자민이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강태수가 입을 열었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가?“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부가 독점을 해지하지 않는 이상은 그럴 거야.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벤자민의 말뜻은 자신의 국적을 이용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강태수는 내키지 않았다. 강태수의 표정을 확인한 벤자민이 강태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벤자민이 턱 끝으로 자신의 집무실에 걸린 세계지도를 가리켰다.


”태수, 나는 무언가를 하다가 막혔을 때면 저 지도를 봐.“


강태수가 벤자민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강태수는 세계지도 속의 대한민국을 뚫어져라보았다. 벤자민도 자신의 나라, 미국을 응시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람은 지도를 보면 자신의 나라를 찾게 돼 있어. 그리고 한 번에 찾게 된다면 기분이 정말 좋지. 태수도 그렇지 않아? 방금도 바로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았잖아.“

”한 번에 찾을 수는 없었지만, 벤자민의 말이 맞아. 바로 나의 나라부터 찾게 되는군.“

”그렇지? 나는 그때마다 애국이라는 게 별로 거창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애국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야.“


강태수는 짐짓 벤자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강태수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 조금만 인내하라는 뜻이군.“

”맞아, 태수. 지금은 국민들에게는 그게 최선일지도 몰라. 전쟁은 모든 것을 불안하게 만드니까.“


강태수는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이전부터 조성되었던 반공 사상은 전쟁을 통해 국가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반공 의식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이승만의 지지가 올라갔다.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승만의 독재는 역설적으로 당위성을 얻어 갔다.


‘정권을 어떻게 바꾼단 말이에요? 무서워 죽겠는데.’

‘괜히 빈틈을 보였다가 다시 저 적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라고?’


이승만 정권의 독재는 9월 28일 서울 수복 이후부터 시동을 건 참이었다. 대중들은 전쟁의 혼란과 혼돈 속에서 심리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고, 대통령의 이러한 전시 독재는 그에 알맞았다.


‘대통령님이야 말로 국민의 진정한 지도자시지.’


국민들은 대통령을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서울을 버리고 떠난 비겁자가 아닌, 국민이 의존할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국가의 원수를 비겁자라 비방한다면, 그것은 아무런 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도 있었다.


‘충성!’


또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규모와 역량이 크게 확대된 군대의 충성심 강화 역시 대통령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이승만은 전쟁 중, 대중과 군부가 자신에게 지지를 쏟은 것을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했다.

강태수는 세계지도 속의 한반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제는 정말 저 땅의 절반이군.’


강태수는 작년의 일을 떠올렸다.

이승만은 대중과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사건은 1952년 5월에 시작되어 7월에 끝난 부산정치파동과 발췌개헌안 통과였다.

이승만은 부산에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다수의 야당 국회의원을 구금하거나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회의장에 소집 및 감금하여 자기를 대통령에 재선시킬 수 있는 헌법개정, 즉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을 관철시켰다.


‘이승만 대통령님의 재선이요!’


신문과 호외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1952년 8월, 이승만은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그는 휴전休戰 이후에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집권을 연장시키기 위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조치들을 계속 동원하면서 독재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 같은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는 한국전쟁 기간의 전시 독재의 연장선상이었다.

강태수는 불안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지지하고, 군부는 대통령의 지휘 아래에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벤자민은 꾸준히 강태수에게 가능한 선에서 정보를 공유했다.


‘다를 바 없지 않나?’


김일성은 전쟁으로 인해 유일 체제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벤자민은 북한에서 올해인 1953년부터 원수의 칭호가 수여되었다고 했다. 그에 따라 김일성은 장군에서 원수가 되었다. 또한 김일성은 전쟁의 책임이라는 구실로 내부의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남로당 세력들은 한국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숙청당했다. 그렇다면 형님이 들었다는 철수의 말 역시 타당하다. 김인국이 죽었다면, 제거당했다면 철수의 마음 역시 돌아갔을 수도 있어. 그러니 철수가 부산에 나타날 수 있었던 거겠지.’


김일성은 한국전쟁의 책임을 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 출신들에게 모두 떠넘겼다.


[전쟁을 하면 20만 당원이 봉기한다고 말한 박헌영은 당을 기만했다. 남로당 출신들은 당의 단합을 파괴하고, 파벌을 만들고 있는 종파쟁이들과 다름없다.]


강태수는 벤자민에게 건네받은 신문을 떠올렸다. 북한 신문에서는 남로당 출신들은 대부분 사형과 징역에 처했다는 말을 전했다.


‘철수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몇 년 동안 동생의 생사를 걱정했다. 언제고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를 걱정이었다. 하지만 강태수는 동생이 살아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동생을 마주친다면 김의준으로 살았던 시간은 모두 잊고, 강철수로 새롭게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동생을 마주치기만 한다면.

강태수는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전란에 무너진 마을들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도왔다. 바삐 시간을 보내자 강인수가 최민영과 부쩍 큰 강연우를 데리고 서울에 왔다.


”이곳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형님.“


강태수가 가족을 데리고 간 곳은 종로의 한 양옥이었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빈집인 적산가옥을 전쟁 전에 사 두었던 이들에게, 전쟁 이후 정부가 불하 하겠다는 결정이 났기 때문이었다. 강태수는 벤자민이 사 두었던 적산가옥을 넘겨받았다.

집은 가족이 모두 모여 살아도 될 정도로 넓었다. 부산에서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강인수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내 생각은 이러한데, 태수 네 생각은 어떠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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