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연재수 :
191 회
조회수 :
334,035
추천수 :
6,818
글자수 :
988,619

작성
22.01.31 09:20
조회
1,292
추천
29
글자
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84화

DUMMY

이승만의 말에 여러 국회의원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니, 반공 포로들을 석방하시다니요! 그건 절-대 안 될 일입니다!”

“애써 잡은 빨갱이들을 풀어 버리면 나라에 큰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은 줄다리기처럼 팽팽히 대립했다. 중국과 소련, 북한은 만약 포로 개개인에게 송환국의 선택권을 준다면 많은 포로들이 공산주의를 버리고 남한이라는 상대편으로 전향해 버릴 상황을 우려했고 이를 막기 위해 일괄적으로 포로를 송환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반면 연합군 측에서는 개개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자유 송환을 주장하였다. 연합군 병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영국 등은 자국 포로 중 공산주의 측으로 전향할 포로들의 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더불어 공산 포로에게 선택권을 줘 자본주의 진영으로 전향하는 인원을 늘리고, 자신들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임을 선전하는 것으로 공산주의 진영에게 정치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요! 현재 포로들 중에는 원래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지 않소!”

“하지만 그 말은 역설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자들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닙니까!”

“이보시오! 미국에서도 포로들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제자리를 맴돌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언쟁에 이승만이 피로하다는 듯 미간을 문질렀다.


“거참, 다들 그만들 좀 하세요. 교양 없게시리 이게 다들 뭐 하는 짓이란 말입니까.”


이승만의 말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장내를 한 번 둘러보며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이승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


“1953년 6월 18일 자정에, 우리 대한민국 육군 헌병사령부 주도로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군에 의한 반공 포로 석방을 강행하겠습니다.”


회의는 그대로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6월 18일이 되었다. 이승만의 선언처럼 그날 자정, 어둠 속에서 대한민국 육군 헌병사령부가 움직였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으로 넘어간 다른 부대와는 달리, 육군 헌병사령부는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 존재했다.


“지금 포로들의 수용과 감시는 연합군 측에서 맡고 있다. 이들 연합군의 의무는 포로들을 수용소에 얌전히 가둬 두는 것이고, 우리의 헌병사령부의 의무는 이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공포로 석방은 UN군과 사전 동의가 없는 대한민국 정부 측의 일방적인 석방 행위였다. 그에 따라 사전에 몰래 언질을 받은 반공 포로들이 일제히 포로수용소를 탈출해 이를 대놓고 돕는 한국군과 한국 경찰, 그리고 이에 협조하는 민간인들의 보호를 받아 도망치는 모습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서 달려라!”

“이쪽! 이쪽으로!”


강철수의 눈앞에 탈출구가 보였다. 한국군과 한국 경찰이 미리 전기 철조망에 뚫어 준 탈출구였다. 그때 근처에 미군 하나가 나타났다. 강철수는 반사적으로 엎드려 몸을 숨겼다.


“What happened?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퍽!


“윽!”

“어서 달리라니까!”


그때 나타난 한국군 하나가 강철수의 앞에서 그 미군을 무력으로 제압했다. 철조망 앞에서 한 노파가 앞치마를 흔들며 손짓했다. 강철수는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모두 모아 내달렸다.


타다다!


달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비슷한 상황이었다. 미군이 탈출을 막으면 다시 국군과 경찰이 미군을 막았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 미8군 사령부는 미군 방송을 송출했다.


[탈출한 포로들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돌아와라! 이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 불복종한다면 사살하겠다!]


그에 지지 않고 서울중앙방송국의 방송도 이어졌다.


[외국 기관의 말을 듣지 말고, 국군과 경찰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서둘러 수용소를 탈출하기 바랍니다. 다시 알립니다. 외국 기관의 말을 듣지 말고, 국군과 경찰의 명령에 따라···.]


덕분에 아군인 국군과 연합군의 방송끼리 서로 싸우는 다소 모순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음 날인 6월 19일 아침, 이승만은 반공 포로 석방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나는 내 신분의 권한으로서 반공포로를 석방하도록 명령하였다. 나는 이 조치를 단행함에 있어서 유엔 및 관계 당국과 전혀 협의 없이 진행하였다.”


이승만의 담화문은 각종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중복적으로 보고되었다.


“제네바 협정과 인권 원칙에 의거하여 반공 6.25전쟁 포로들은 일찍부터 석방됐어야 했다. 이 반공 포로 석방의 문제를 놓고 나와 대화한 유엔 회원국의 주요 인사들은 모두 공감하면서 원칙에 동의했다. 하지만 국제 정세의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는 이들을 너무 오랫동안 부당하게 잡아 두었다.”

“더군다나 유엔이 공산주의자들과 이 복잡한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 이 마당에 반공 포로의 문제는 우리 적들에게는 만족스럽고, 우리 국민에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파멸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결론적으로 나는 고유의 권한에 따라 1953년 6월 18일에 반공 한국인 포로의 석방을 지시했다. 내가 이 조치를 유엔사령부나 여타 다른 기관과의 완전한 협의 없이 단행한 이유는 이것이 너무나 타당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각 지방과 경찰의 관료에게는 석방된 포로들을 최대한 보살피라고 지시해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국민과 우리의 친구들이 이에 대해 계속 협력해줄 것을 믿으며 또한 불필요한 오해가 전혀 없기를 희망한다.”


6월 18일부터 약 5일 동안 포로수용소에 35,400명의 반공 포로 중 강철수를 포함한 약 26,900여 명이 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탈출 도중에 연합군의 사격으로 인해 61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을 입었다. 나머지 8,200여 명은 석방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연합군의 진압 등으로 인해 수용소에 잔류하게 되었다.

석방된 반공 포로들은 민간인으로 위장해 전국에 골고루 퍼졌다.


“이승만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건 우리 미국에 대한 배신입니다.”


이 석방 사건으로 인해 연합군 측, 특히 미국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미국 정부 안에서는 이승만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6.25전쟁에 파병 규모 2위로 참전한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반공 포로들을 석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면도를 하다 얼굴을 베기까지 했다. 윈스턴 처칠은 분노하며 이승만을 '배신자'라고 칭했다. 그는 이승만을 구속하거나 대통령직에서 쫓아내야만 한다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처칠 수상의 요구는 어떻게 보면 합당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한국 군부가 이승만을 상당히 지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과 같은 이때 이승만을 암살해 제거한다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결론을 냅시다.”

“어떻게 말입니까?”

“이승만 그가 진정한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이승만이 반공 포로들을 석방한 행동이 단지 우리 미국이라는 동맹국에 대한 의지 표출이었을 뿐이었다는 쪽이 좋겠습니다.”

”일리가 있군요. 그럼 이 에버레디 계획Everready plan은 이대로 폐기하도록 합시다.“

”아쉽군요. 장면이나 백선엽도 이승만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할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승만을 지금 제거하는 일은 여러모로 위험합니다.“


그렇게 이승만을 제거하기로 했던 에버레디 계획Everready plan은 논의 끝에 취소되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는 이승만의 행동을 '대재앙'이라 표현하며 비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승만의 행동은 한마디로 대재앙이다.]


*


”아이젠하워 정권의 대선 공약은 정권을 즉각적으로 중지하겠다는 것이었어. 따라서 아이젠하워 정권은 내용보다는 휴전 자체라는 결과물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지.“


강태수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백도후가 물끄러미 강태수를 바라보았다. 강태수와 육탄돌격대는 반공 포로 석방 작전에 차출되었다.


‘언뜻 본 것뿐이었지만 분명히 철수가 맞았어.’


그가 자신의 동생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하지만 강태수의 동요는 겉으로 티 나지 않았다. 강태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공산군들의 물리적 피해는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 앞으로도 공산군 측은 휴전 회담을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며 실리를 챙길 거야. 뿐만 아니라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을 찾아내어 송환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

”대통령은 이대로 휴전을 하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것은 둘째 문제로 쳤을 때도,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분단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휴전은 말 그대로 전쟁을 쉬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전쟁이었으나 이 전쟁의 성격은 세계 전쟁이었다. 전쟁이 치러진 삼 년 내내 외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 또한 휴전을 막을 수 없고, 어떻게든 이루어질 대세임은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전쟁은 1950년 가을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하였고 그들이 휴전을 결심한 이상 전쟁이 더 이상 확전될 가능성도 전무해. 우리나라에 있어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휴전 이후의 안전이다, 백 상사.“


이승만은 미국에게 휴전 이후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계속하던 상태였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따라서 정부는 차라리 전선에서 소규모 교전으로 전쟁을 지속시키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포로 석방은 하나의 수단이었다. 포로 석방을 통해서 그 전 단계인 포로 송환, 그것도 국군포로들의 송환이 담보되지도 않은 타결 내용과 휴전 협상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책상을 채운 신문을 보며 강태수는 마지막으로 리지웨이 사령관과 악수를 나누던 때를 떠올렸다.


‘나의 나라에서 만나게 되는 날을 고대하지, 강 대위.’


작년인 1952년 4월 28일,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연합군의 일본 점령을 해제하고 일본을 서방 자유 진영에 편입시킴으로써 리지웨이는 GHQ 최고사령관 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952년 5월, 리지웨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에 오르게 된 아이젠하워의 뒤를 이어 북대서양 조약기구 최고사령관 직에 올랐다. 그에 따라 한국전쟁을 지휘하는 미8군 및 유엔군사령관 자리는 제임스 밴 플리트 중장이 이어받게 된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신임은 다르지 않았다. 강태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통해 본인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이 멈춘다면···.’


강태수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게 7월 27일,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3년 1개월, 즉 1,029일 동안 지속되던 전쟁이 휴전에 접어든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격동의 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3 격동의 시대 시즌1 - 102화 +1 22.02.10 1,154 28 11쪽
102 격동의 시대 시즌1 - 101화 +3 22.02.09 1,150 29 11쪽
101 격동의 시대 시즌1 - 100화 +3 22.02.09 1,082 28 11쪽
100 격동의 시대 시즌1 - 99화 +2 22.02.09 1,142 30 11쪽
99 격동의 시대 시즌1 - 98화 +1 22.02.08 1,110 32 11쪽
98 격동의 시대 시즌1 - 97화 22.02.08 1,113 26 11쪽
97 격동의 시대 시즌1 - 96화 22.02.07 1,122 30 11쪽
96 격동의 시대 시즌1 - 95화 +3 22.02.07 1,163 30 11쪽
95 격동의 시대 시즌1 - 94화 +4 22.02.06 1,145 29 11쪽
94 격동의 시대 시즌1 - 93화 22.02.06 1,177 29 11쪽
93 격동의 시대 시즌1 - 92화 22.02.05 1,159 30 11쪽
92 격동의 시대 시즌1 - 91화 +1 22.02.05 1,211 28 11쪽
91 격동의 시대 시즌1 - 90화 +2 22.02.04 1,171 32 11쪽
90 격동의 시대 시즌1 - 89화 +1 22.02.04 1,203 26 11쪽
89 격동의 시대 시즌1 - 88화 +1 22.02.03 1,190 28 11쪽
88 격동의 시대 시즌1 - 87화 +1 22.02.03 1,237 25 11쪽
87 격동의 시대 시즌1 - 86화 +1 22.02.03 1,133 22 11쪽
86 격동의 시대 시즌1 - 85화 +1 22.01.31 1,325 32 11쪽
» 격동의 시대 시즌1 - 84화 22.01.31 1,293 29 11쪽
84 격동의 시대 시즌1 - 83화 +1 22.01.30 1,254 29 11쪽
83 격동의 시대 시즌1 - 82화 +2 22.01.30 1,284 27 12쪽
82 격동의 시대 시즌1 - 81화 +1 22.01.29 1,265 33 11쪽
81 격동의 시대 시즌1 - 80화 +6 22.01.29 1,344 27 11쪽
80 격동의 시대 시즌1 - 79화 +1 22.01.28 1,293 29 11쪽
79 격동의 시대 시즌1 - 78화 +2 22.01.28 1,299 30 12쪽
78 격동의 시대 시즌1 - 77화 +1 22.01.27 1,326 25 11쪽
77 격동의 시대 시즌1 - 76화 22.01.27 1,251 21 11쪽
76 격동의 시대 시즌1 - 75화 +1 22.01.25 1,471 33 11쪽
75 격동의 시대 시즌1 - 74화 +2 22.01.25 1,453 29 12쪽
74 격동의 시대 시즌1 - 73화 +6 22.01.24 1,464 3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