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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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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619

작성
22.02.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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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98화

DUMMY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한강 인도교 공사를 따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강인수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이었다. 고령교 공사부터 시작해 단 몇 년 동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다.

쪽방에서 끌어안고 잠든 최민영과 강연우를 볼 때는 죄책감에 괴로웠다. 동생들에게 날아오는 편지에 답장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강인수는 집을 판 뒤에 강태수와 강철수에게 집이 아니라 회사로 편지를 부치라는 답장밖에 하지 못했다.


“이건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사장님.”

“그 말 말고는 대체할 말이 없군요.”


이어지는 정지석의 말을 들으며 강인수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강인수가 인지하기도 전에 흐른 눈물은 그간 강인수가 극심히 느끼던 감정들을 대변했다.

눈물은 반짝이며 강인수의 미소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강인수의 얼굴에 그 어느 때보다 환한 기쁨이 묻어났다.


'다시는 없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어떻게 해서든 성공시킨다.'


“얼른 다른 사람들을 불러 옵시다.”

“예, 사장님.”


강인수는 즉시 사람들을 불러 소식을 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했다. 손등에 묻은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참이었다. 하지만 강인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여러분, 지난번에 우리 ‘형제건설’이 한강 인도교 복구 공사에 응찰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강인수와 정지석이 불러 모은 사람들은 고령교 공사 이후에도 남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강인수의 사람 됨됨이를 믿고 남은 사람들이었다. 강인수는 늘 강인수 자신보다도 자신을 믿어 준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우리가 그 공사를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꺼?”

“살다 보니 이런 경사가 다 있네!”


사람들이 모두 환호했다. 그만큼 1957년 9월 현재, 강인수의 ‘형제건설’이 맡은 한강인도교 복구 공사는 대한민국 최대의 단일 공사였다.

강인수는 착실히 공사에 필요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중에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 또한 있었다.


“이번에 한강 인도교 복구 공사를 맡은 ‘형제건설’의 강인수입니다.”

“그래요, 강 사장님. 이번 공사가 얼마나 중요한 공사인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 어떤 문제도 없이 완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제일 튼튼한 다리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 패기는 정말 박수 쳐 줄만 하군요. 낙동강의 고령교 복구 공사를 맡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도 그게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해냈다는 것 또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맞출 수 있겠지요?”


강인수가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강인수는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기한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시간을 더욱 단축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말입니까? 이봐요, 강 사장. 패기로 할 수 있는 쉬운 공사가 아닙니다. 무려 한강이란 말입니다. 이 나라의 젖줄이자, 이 나라를 관통하는 상징과도 같은 한강.”


창밖을 삿대질까지 해 가며 이야기하는 정부 관계자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하는 착잡함이 드러났다. 어찌 되었든 강인수가 복구해야 하는 한강 인도교는 적들에게 망가진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 사실은 치부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정부 관료들이 끊어 낸 다리였으며, 그 어떤 공지도 없이 폭파된 만큼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강인수는 이 이야기를 전하며 분노하던 강태수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래서 이 공사를 따내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불가능할 줄만 알았던 일들이 점차 실체가 되어 강인수를 이루었다. 이번 공사를 성공시킨다면 동생에게 형이 이만큼 성공했노라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 터였다.



‘도박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당당해야 한다.’


그리고 강인수의 생각처럼 그 당당함은 꽤 효과가 있었다.


“열 달 안에 완공시키겠습니다.”


강인수의 당당한 대답에 인상을 쓰고 있던 남자가 흠칫 놀랐다. 강인수는 그대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모든 것을 확신할 때나 나오는 웃음이었다.


“크흠,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번 공사에 윗분들께서 거시는 기대도 큽니다.”

“예, 오래 기다리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은근히 압박을 주는 정부 관계자에게 호언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수는 그동안 철저히 준비했다. 장비를 증강하고, 기술자들을 끌어 모았다.

강인수는 곧바로 공사에 착수했다.


"읏차!"

"이 이음새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이봐, 김 씨. 이쪽에 한 번 와 봐.”

“금방 가지. 어, 강 사장님. 오늘도 나오셨습니까?”

“예, 무슨 문제는 없습니까?”

“문제는요. 일이 너무 잘돼서 문제기는 합니다, 하하.”

“하하, 너무 듣기 좋은 이야깁니다. 잘 부탁합니다.”


인부가 땀을 닦으며 웃었다. 인부들은 서로 도우며 차질 없이 다리를 다시 세우고 있었다.


‘인부의 말대로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더 빨리 완성시킬 수도 있겠어. 내가 열 달 안에 다리를 복구하겠노라 호언장담했으니, 위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


강인수는 마찬가지로 직접 현장에 나가 인부들과 합을 맞춰 공사를 진행했다. 새벽같이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어느새 공사는 막바지에 달했다. 마무리만 남은 작업 과정을 보고 돌아온 날, 강인수는 오랜만에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

“그래, 연우야. 맛있게 많이 먹어라. 당신도 어서 들어요.”

“여보, 당신도 얼른 드세요.”


여전히 쪽방이었지만, 가족은 단란했다. 가족들은 강인수가 사 온 고기를 나눠 먹으며 함께 웃었다.

식사가 끝난 뒤, 강인수는 눈으로 묻는 최민영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눈으로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정말 땀을 흘린 보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해요.”


최민영은 그제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강인수의 말처럼 한강 인도교는 쾌속으로 복구되었다.


"사장님, 이제 정말 완공이 눈앞입니다."


정지석의 말에 강인수는 아득해 보이는 인도교의 끝을 바라보았다. 전부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강인수는 축배를 들 수 있었다.


“완공입니다, 사장님. 우리 ‘형제’가 완성했습니다!”

“으아아!”


인부들이 다 함께 만세를 하며 기뻐했다. 작업장의 분위기는 그만큼 좋았다. 강인수도 소리를 지르며 하늘 높이 팔을 들었다.


“만세! 만세!”


‘다시 두 달이구나. 고령교는 두 달을 늦었을지언정, 이 한강다리는 두 달을 앞당겼다. 내가 해냈어.’


'형제건설'은 단 8개월 만에 한강 인도교를 복구했다. 강인수가 장담했던 열 달보다 두 달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인부들에게 거나하게 술을 사고 현장의 사무실로 돌아온 강인수에게 정지석이 떨리는 손으로 장부를 내밀었다.


"사장님, 이걸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조금 더 마시지, 왜 벌써 들어오셨습니까.”

“손이 떨려서 잔을 들 수가 있어야지요.”


장부를 확인한 강인수의 손 역시 떨려 왔다. 공사비는 총 12억 환이었으며, 강인수는 한강 인도교 공사로 인해 무려 9,200만 환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었다.

강인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차오르는 환희는 숨길 수가 없는 영역이었다.


*


다음 날 아침, 강인수는 숙취로 피곤해 보일지언정 표정만은 밝은 '형제건설'의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나와 부산에서부터 함께한 이들도, 내가 새로 둥지를 튼 이 서울에서 새로 만난 이들도 전부 고맙습니다.”


강인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자 보인 얼굴들은 전부 강인수의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인부들은 강인수에게 따스하게 웃어 보였다.


“이 공사를 처음 맡았을 때, 나는 정부 관계자와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열 달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짓겠노라 이야기했습니다.”

“!”


강인수의 근처에 있던 정지석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놀라 강인수를 바라보았다.

강인수는 끝부터 끝까지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부담을 주고 싶지도,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다리를 짓는 데 일 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일 말입니다.”


한강의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이토록 평화롭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강인수는 맑은 하늘 아래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우리 ‘형제건설’은 해냈습니다. 일 년도 아니고, 열 달도 아니고, 단 팔 개월 만에 해냈습니다. 모두 여러분 덕입니다.”


강인수는 한강 인도교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부들과 기술자들의 마음을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장비를 보강하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장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세간이 우리에게 실패했다고 떠들던 고령교 공사는 오늘의 우리 '형제건설'을 만들었습니다. 자금이 부족할지언정 맡은 공사는 끝까지 해내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으니 말입니다.”


강인수의 눈빛에 회한이 지나갔다. 하지만 강인수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단단해졌다.


“이것이 내가 몇 번이고 이야기하던 신용입니다. 사업은 망하더라도 다시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가진 신용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기반이 깨지는 일입니다."


간부들을 비롯한 기술자들과 인부들까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형제건설'의 성공을 자신들의 성공인 것처럼 기뻐했다. 강인수는 ‘형제건설’이 강인수만의 회사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것은 강인수의 바람대로 이뤄지는 중이었다.


"우리 '형제'는 앞으로도 더 도약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도약할 ‘형제’는 여러분들의 형제가 될 것입니다."


*


1950년 6월 28일, 한국전쟁 때 파괴된 한강 인도교는 7년 10개월 만에 복구되었다.


"오늘 이 한강 인도교가 예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욱 반공의식을 가져야 하고······."


강인수는 복구 준공식에서 제일 앞자리에 앉아 이승만 대통령의 경축사를 들었다. 이어서 이승만은 공사 담당자들을 치하했다.


”나는 이 다리를 따른 시간에 우리에게 돌려보내준 ‘형제건설’에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짝, 짝.


곧이어 이어진 사람들의 커다란 박수 소리에 강인수는 귀가 얼얼한 것만 같았다.

이어서 대통령과 원 경제 조정관, 각계 인사들과 외국의 여러 인사들이 함께 한강 인도교를 거닐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교를 함께 걷는 모습은 화합의 장처럼 보였다. 강인수 역시 그 자리에 함께였다.


“하하.”


강인수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려야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형제건설’은 한강 인도교 공사로 인해 단숨에 대한민국 6대 건설사의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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