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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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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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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흑봉(黑蠭) (4)

DUMMY

◆ ◆ ◆


갑자기 죽어버린 시체로부터 물러난 이심도는 커다란 나무 위 그늘진 부분에 몸을 숨겼다.

아예 시체가 있는 방향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정말 뛰어난 고수라면 누군가 자신을 보는 즉시 알아채고 추격해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눈을 돌렸다가 시선을 추격해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아예 관심을 끄고 몸을 숨겼다가, 지금까지처럼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편이 나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예 도백연혼강령의 연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외부로 시선을 돌릴수록 적에게 발각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내부로 시선을 돌려, 외부로 감각이 뻗어나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외부에서 찾기 어렵게 만들 생각이었다.


특히 다른 무공과는 달리 도백연혼강령으로 연마되는 기운은 대부분의 인간은 인식할 수 없는 기운이기에 그 기운이 외부로 흘러 나가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자신같이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영력을 다룰 수 있는 자라면 자신이 아무리 숨어봤자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으니, 그 경우는 아예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심도는 육체를 가사 상태에 빠뜨리고, 혼백을 강제로 육체에 가둬버리는 폐관(閉關)결을 운용하였다.

목표는 3일. 특별한 성취가 있지 않는 이상은 처음에 정해진 기간 동안에는 아예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육체를 배제하기 때문에 영적능력을 향상시키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안성맞춤이었다.

도백연혼강령의 성취가 올라가면 유체이탈이나 원영신을 형성해서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이심도의 성취는 고작해야 2성 정도라 육체를 벗어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렇게 육체를 가사상태에 빠뜨린 채로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한지 3일이 지났다.

육체가 없으니 감각이 없고, 감각이 없으니 시간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심도는 폐관결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놀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건만 몸 상태는 아주 엉망이었다.

3일간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좋을 수가 없었다.


“끄응···”


한 자세로 오래 있다보니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고,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서 몸에 기운이 없었다.

확실히 현재 수준에서 펼칠만한 비술은 아니었다.

한계의 한계에 도달하여,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나 쓸만한 수였다.


이심도는 너무 안일하게 비술을 펼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본래의 기억이 분명했다면, 이런 부작용조차도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심도의 기억외에는 오로지 도백연혼강령의 구결과 수련법에 대한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이런 종류의 부작용에 대한 기억까지는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이심도는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서, 몸을 깨우기 시작했다.

3일간의 가사상태로 몸 상태가 너무도 엉망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움직였다간 극심한 손상이 생길 수도 있을터였다.

한참동안 몸을 풀고, 조금이나마 물과 음식을 섭취한 이심도는 그제서야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특별히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심도는 마지막으로 발견했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 외에 별달리 생각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시체를 회수해간 모양인지 시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근처를 서성이며 흔적을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심도 본인이 추종술을 익힌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3일이란 시간이 자연스럽게 흔적을 지워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이심도는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구냐?!”


인기척을 느낀 즉시 이심도는 그쪽 방향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적의 수준이 그리 대단치 않은 덕분에 급작스럽게 펼친, 그야말로 반사적인 공격이었음에도 적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이심도는 단숨에 적의 목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심도에게 목이 잡힌 자는 젊은 남자였다.

무공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고, 술법을 연마한 흔적조차 희미했다.

즉, 말단 중에 말단이란 의미였다.


“컥···컥···”


“누구냐고 물었다!”


“목··· 목을···”


남자의 애원에 이심도는 목을 쥔 손에 힘을 살짝 뺐다.

그때서야 비로소 남자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저는 근처에서 약초를 줍는···”


“그만! 이 근처를 추적하던 자들 중 하나임을 이미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 곧장 목을 부러뜨릴 것이다. 그러니··· 생각 잘하고 말하는 것이 좋을거다.”


이심도는 그렇게 말하며, 음신통령공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의 그림자들이 기괴하게 움직이면서, 공포스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귀야행을 펼칠 때나 나타났던 광경이었다.

3일간의 육체폐관으로 음신통령공에 상당한 성취가 있었던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귀야행을 펼치며 움직였을때만 가능했던 귀영과 귀곡성을 제자리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으으으으···.”


덕분에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게 온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과 귀에는 귀신이 이심도의 주변으로 움직인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극도로 민감해진 이심도의 감각은 어디선가 오줌냄새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결국 극도의 공포에 소변을 지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고 생각한 이심도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는 누구냐?”


극도의 공포로 심리적인 탈진 상태에 이른 남자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정도의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심도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으으··· 나는··· 사사천문 소속···”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근처를 수색···”


“다른 자들은 부근에 있나?”


“모두··· 철수···”


“?!”


예상밖의 답에 이심도는 순간적으로 질문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철수했다니...

적어도 이심도 자신을 발견할 때까지는 추격을 멈추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이 틀렸단 말인가?

이심도의 신분을 이용할 거란 추정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심도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레 철수한 이유가 뭐지?”


“본단에··· 대적이··· 등장···”


이심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추정컨데 이심도의 신분으로 무언가 일을 벌이려 하였으나, 사사천문의 본단에 대적이라 할만한 자가 나타나서 사사천문을 공격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이심도의 신분으로 하려했던 일들을 진행하는 것이 엉망이 되었고, 그래서 추격에 나섰던 인원까지 그 대적을 상대하기 위해 본단으로 돌아간 듯 했다.

대적의 정체에 대해서는 남자도 몰랐다.

그저 대적이 와서 인원들이 대항하기 위해서 돌아갔다는 것 밖에 몰랐다.


그런 것을 보니 남자가 아는 것이 너무나 적었다.

여기 남겨둔 것조차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모양이었다.

이심도는 한참동안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남자가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공포에 심령이 구속당한 상태라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하지도 못했다.

결국 더 이상 질문에 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이심도는 그의 목을 부러트렸다.


이심도는 감정이 불편해짐을 느꼈다.

아마도 저항할 수 없는 상대를 죽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기억속의 이심도라면 당연히 그를 살려뒀으리라.


그러나 자신은 아니었다.

자신의 얼굴을 이미 본 상태였고, 그것은 곧 이심도가 살아있다는 것을 적에게 알려주는 것이 되는 셈이었다.

남자가 이심도의 얼굴을 구별 못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에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자 불편한 감정은 조금씩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후··· 스스로의 기억에 변명을 해야하는 처지라니···”


이심도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의 처지가 조금 황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이런 일은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다.


처음 이심도의 기억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이심도라는 인물이 본래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심도의 기억을 되뇌이는 동안,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곧 이심도의 성격이 본래의 성격과 상극이란 것을 의미했다.

결국 늑대가 양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 기억이 없다한들 파탄이 안 날수가 없었다.


어찌됐든 가능하면 이심도와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계속해서 이런 파탄이 생기면 도백연혼강령이 자신을 망가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백연혼강령의 시작은 자기자신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그 시작을 이심도라는 인물을 자신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러므로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는 동안, 자신은 언제까지나 이심도여야만 했다.

설령 본래의 기억을 되찾는다해도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따라서 이심도의 기억에 반하는 행동은 도백연혼강령을 붕괴시키는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방금의 살인은 절대 피할 수 없는 행위였다.


“잠깐, 더 이상 추격 인원이 없다는 것은··· 이 곳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라는 말인가?”


죽은 남자는 지위가 대단히 낮은 자였다.

그가 아는 정보는 그야말로 표면적인 정보가 다였다.

아니, 낮은 지위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위험한 숲에 홀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죽은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뒷배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니 아는 것이 많지도 않고, 알아도 일부만 알 수 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죽은 남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함정일 가능성은 없나?”


적어도 죽은 남자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그가 애초에 잘못된 정보를 주기 위해 선택된 미끼일 가능성이 존재했다.


잠시 고민하던 이심도는 일단 탈출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고선 이곳을 벗어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이심도의 유일한 가족인 집사.

그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켜야만 했다.

이심도가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심도의 신분을 위장하려는 자들이 굳이 그 먼 곳의 집사를 건드릴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해서 집사의 안전을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고, 함정이 아니란 가정하에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를 아주 좋은 기회.

그렇기에 이심도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선추댓도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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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5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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