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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85,998
추천수 :
1,521
글자수 :
305,543

작성
20.07.24 15:41
조회
393
추천
12
글자
7쪽

62. 기억(記憶) (4)

DUMMY

주저하는 용진성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용진성은 크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동의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요. 저는 상단주님을 믿습니다. 어떤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으실꺼라고.”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말을 마치는 순간, 용진성의 어조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평안상단이라는 거대상단을 일궈낸 사람, 그런 상단주의 정신력이 부정적인 내면 따위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좋습니다. 그럼 한번 모험을 해보도록 하죠. 다들 방 밖에서 저나 상단주가 나올 때까지 호위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술법을 펼치는 동안은 무방비한 상황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이심도의 말이 끝난 후,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논의한 일행들은 이심도와 상단주만을 방 안에 둔 채로 밖으로 나갔다.


“후, 우리 둘 모두 일생일대의 모험을 걸어봐야 하는 상황이군요. 부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전한 자신을 유지하고 있길 바랍니다.”


이심도는 불안한 마음을, 상단주에게 말을 함으로써 달랬다.

그만큼 이 술법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스스로의 인격을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었기에.


물론 이심도가 상단주를 걱정해서 불안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쌍심경면이란 술법이 사장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그리고 이심도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최악의 단점.

그것은 바로 이 술법이 대상자만이 아니라, 술사조차도 스스로를 마주보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 술법을 펼침으로써 술사인 이심도조차도 같은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이심도가 불안해하는 원인이었다.

만약 언젠가 꼭 펼쳐야 하는 술법이 아니라면,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도 이 술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언급하지 않았을 터.

그만큼이나 스스로의 인격이 바뀐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이심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심도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천천히 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온전한 정신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


술법이 펼쳐진 순간, 이심도의 정신은 아까 전까지 있었던 방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깨어났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다른 공간이 섞여있는 기괴한 곳이었다..

이심도는 그것이 자신의 내면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스스로의 기억에 공백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전혀 다른 공간이 섞여 있는 듯한 모습은 다른 자들의 혼백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후자가 바로 도백연혼강령의 수련자가 쌍심경면을 익혀야 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靈)이 빠졌다곤 하나,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인격에 미치는 영향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그러므로 혼백을 흡수해서 기억이 아닌 영력으로 치환한다 할지라도, 본래의 인격에 조금씩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이심도는 그러한 공간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결국 이 술법은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잔여 인격들을 어떠한 방식으로는 흡수하기 위한 것.

각각의 인격들 역시도 흡수당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칠 것이었다.

또 다른 자신이라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만은 분명했기에.


이 기괴한 공간 속에서 이심도는 다양한 형태의 인격의 조각들을 마주했다.

대부분이 제대로 된 형태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그마한 조각들이었다.

이심도가 흡수한 혼백들이 영향을 끼친 인격이 형상화된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조각들은 이심도가 근처로 다가가자 도망치기 바빴다.

그러나 제대로 속도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미약했기에 이심도와 접촉하는 순간, 허무할 정도로 쉽게 흡수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조각들을 하나씩 흡수해 갈수록 공간 역시도 조금씩 모습을 바꾸었다.

가운데 있었던 구멍난 공간과 보다 어울리게.

그리고 구멍 역시도 조금씩이지만 메워져 갔다.

분산된 인격과 정신이 하나의 통일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한참을 조그마한 조각들을 흡수하고 있다 보니 이심도는 조금 다른 공간에 접어들게 되었다.

검은 그림자로 전체가 채색된 공간, 제법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구나. [나]”


그리고 그 공간에서 검은색으로 물든 흑봉의 모습으로 [이심도]가 말을 걸어왔다.


“....”


이심도는 예상치 못한 만남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이 부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놀랐나?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행동방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또 다른 인격이 생길 수 밖에 없지.”


“결국 흑봉으로 살고 있는 [나]라는 말이군.”


“그래, 심지어 이제 와서는 흑봉으로 산 시간과 기억이 더 선명할 지경이지. 과연 시간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이심도라는 이름조차도 진짜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오랜 기간 행동한다면, 과연 누가 진짜 자신일까?

검은 [이심도]는 그것에 대해 질문해온 것이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흑봉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그 전에는 이심도라는 이름으로. 진짜의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지.”


이심도는 그의 말에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설령 다른 인격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은 곧, 스스로가 무의식에 묻어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심도로 살아가기로 했다. 흑봉으로 살아가는 지금조차도 그 과정에 불과하다. 나는 흑봉으로 힘을 키워서 이심도로 돌아갈 것이다. 설령 본래의 기억을 되찾는다 해도, 나는 이심도이다.”


이심도는 강한 어조로 자신을 정의했다.

처음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고자 했을 때, 정의했던 이심도라는 자아.

그 자아야말로 지금의 자신이었다.

설령 과거의 기억을 찾는다해도, 그리고 미래에 어떤 [가면]을 쓰고 산다해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영혼을 연마하기 위해 정의한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영혼에 맹세한 것.

어떤 상황이 닥친다해도 그것만은 바꿀 수 없었다.


“후후. 그런가··· [나] 또한 이심도로 돌아가기 위한 [가면]이라는 것이군··· 좋다. 그림자라는 것은 본디 태양이 필요한 것이 순리. 그림자로 태어난 [나] 역시도 순리에 따르도록 하지.”


검은 [이심도]는 이심도의 마음이 확고해지자, 웃으면서 스스로 흡수되어 왔다.

애당초 흑봉이라는 인물로 변신한 이후로, 음살문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터라, 울타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강한 인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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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6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7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6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3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7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70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1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6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3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4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8 9 7쪽
»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8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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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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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5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2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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