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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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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0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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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5,543

작성
20.08.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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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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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8쪽

64. 기억(記憶) (6)

DUMMY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의 말이나 사상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지금처럼 또 한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심도는 지금 상황이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도주하긴 했으나, 여전히 의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보다 마음을 굳건히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했다.

적은 분명 방금전보다 강할 것이 분명했기에.


“···.”


이심도는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도백연혼강령은 현재 시점에서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거기다 이미 검은 부러졌으니, 청죽검을 펼칠 수도 없었다.

결국 믿을 것은 음신통령공을 위주로 한 음살문의 무공 뿐이었다.


“하하.”


이심도의 입에서 문득 건조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심도라는 이름으로 싸우고 있건만,

상대는 이심도의 진산절학으로

자신은 음살문의 절학으로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냉정하게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푸른 [이심도]의 성격으로는 복수할 가망성이 높지 않았다.

분명 푸른 [이심도]는 영웅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인격을 가진 자였지만, 정도만 걸어서는 천사문이라는 거대한 세력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그것만이 복수를 하고, 이씨 가문을 제건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이심도는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전력으로 음신통령공과 청죽무애신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두 가지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은 음인문이라는 강적과의 싸움에서 이미 충분히 숙달되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 때보다 경지가 훨씬 높아졌기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고, 섬세한 운용이 가능했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푸른 [이심도]는 이심도의 눈앞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는 결코 기습 같은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심도의 앞에까지 와서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이심도가 전력으로 기운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복수를 맡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고.


“그래. 준비는 끝났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심도는 귀야행을 펼치며 다가가, 귀영권의 일초를 펼쳤다.

이미 이심도의 온몸은 음신통령공의 기운이 감싸고 있었기에 검과 부딪치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푸른 [이심도]는 오로지 청죽검만을 펼쳤다.

죽화장도 쓰지 않고, 오로지 검, 검만을 휘두르면서 이심도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그야말로 검사의 정석.


“본래의 이심도는 검이 주력이 아니었을텐데?”


이심도는 싸우는 도중, 문득 드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사실 본래의 이심도는 다른 사람들 몰래 무공을 수련하느라 죽화장의 성취가 청죽검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검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청죽검은 남들 몰래 펼치기도 어렵고, 수련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렇긴 하지만··· 아실텐데요? 내가 검사를 동경했다는 것을···”


그의 말처럼 본래의 이심도는 검사를 동경했다.

그렇기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검을 꾸준히 연마했던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차라리 죽화장에 몰두하는 것이 나았음에도.


그리고 이심도가 쌓아온 여정 덕에 청죽검의 경지가 높아진 지금, 검을 주력으로 싸우기에 충분했다.

전력을 다하는 이심도의 공세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용법을 익힌다 할지라도, 결국은 순일(純一)을 이길수는 없는 법.”


아니, 밀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푸른 [이심도]가 조금씩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주변 역시도 조금씩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푸른 [이심도]의 마음은 더없이 굳건했고, 그렇기 때문에 검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의 모든 절학을 알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검에만 집중하는 자.

푸른 [이심도]는 검사의 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런 상대를 보며 이심도는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승세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적어도 기의 총량은 이심도 쪽이 압도적이었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이심도는 두배에 달하는 기를 다루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그러니 상대의 말에 현혹되어 하나의 용법만을 펼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이심도는 적의 말과는 반대로 도리어 모든 절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귀영권을 펼치다가 죽화장을 펼쳤다.

흑점흔은 물론 흑영지까지 섞었다.

귀야행에 죽영보를 더했다.

결국, 순수한 하나를 상대로 수많은 절학들로 맞서기로 한 것이다.

이심도는 청죽검을 제외한 모든 절학으로 공세를 이어갔고, 조금이나마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싸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한쪽이 우세하다가 그에 익숙해지면 다시 반대쪽이 우세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만가지 다양한 기술이냐, 순수한 하나냐. 수많은 서적에서 나오는 주제이지.”


그러한 공방 속에서 푸른 [이심도]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팽팽한 상황에서 입을 열었기 때문에 급속도로 수세로 몰리게 되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이러한 것에는 답이 없는 것. 순수한 하나에 집중해서 높은 성과를 거둘 것인지, 아니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인지. 그것은 모두 자신이 어떤 ‘중심’을 세우느냐에 달린 것이지요.”


“···.”


이심도는 상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공세에 집중했다.

상대가 어떤 의도로 입을 열었던지 간에 결국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하니, 만약 모든 것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왜 청죽검은 활용하지 않는 겁니까?”


그러나 방금 전 말마저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의식 중에 청죽검만을 제외하고 절학들을 펼쳤다는 것을 푸른 [이심도]의 말에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족한 하나를 떠올리는 순간, 이심도의 의식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보는 관조의 영역에 도달했던 것이다.


삼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몸은 계속해서 절학들을 펼쳐내는 상황.

그렇기에 도리어 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서로 다른 무공의 초식들이 연결되며 이어졌다.


“컥···.”


그리고 이심도의 정신은 푸른 [이심도]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터져나온 순간에서야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심도의 손가락 두개가 푸른 [이심도]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지막에 결친 초식이 흑점흔인지 흑영지인지, 아니면 청죽검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승리가 영 개운치 못하다는 점이었다.


“쿨럭···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군요.”


“그래, 왜 그랬지?”


이심도는 결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비등한 상황에서 굳이 불리함을 자초하였는가?


“당신도 알겁니다. 내 성격, 본래의 이심도의 성격으로는 결코 저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이심도는 분명 영웅이라고 할만한 자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영웅이 아니니까요. 뭐··· 마지막까지 내가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하하··· 결국은 당신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푸른 [이심도]는 믿어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심도에게 흡수되어 사라져갔다.

그를 흡수함으로써 이심도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누가 더 가능성이 있는지 철저히 저울질한 끝에 이쪽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그렇기에 최후의 순간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스스로 흡수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 반드시 천사문에게 복수하고 이씨가문을 일으켜 세우도록 하지.”


이심도는 다시금 푸른 [이심도]에게,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꼭 목표를 이루고 말겠다고.


작가의말

휴가철이네요.

다들 더위 조심하시고, 코로나 조심하시고.

마지막으로 물난리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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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2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7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6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3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4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7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70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1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2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6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3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4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80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3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8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4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8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3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6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2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5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2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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