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85,970
추천수 :
1,521
글자수 :
305,543

작성
20.01.03 01:08
조회
2,158
추천
37
글자
11쪽

9. 흑봉(黑蠭) (3)

DUMMY

이심도는 조심스럽게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기감을 최대한 일으켜 주위를 살폈지만, 별다른 기척을 느낄 수 없었고,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직감은 지금 강렬한 위험이 부근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력을 얻은 이상, 직감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영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직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예지에 가까워진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렇기에 그의 머리속을 울리는 직감은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신을 뒤지는 순간까지 별다른 위험요소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도 조심스럽게 움직인 덕분에 무엇인지 모를 위험요소를 자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시신을 살펴보니, 목이 부러져 있는 상태였다.

넘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목 뼈가 부서진 것으로 짐작되었다.

소지품 역시도 단검 하나에 은자 두개 정도가 다 였다.

적의 정체를 알 단서도, 그가 왜 죽었는지도 알만한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


도백연혼강령으로 혼백의 잔여 기억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방금 무리해서 혼백을 소화하느라 연속으로 사용하긴 힘든 상황이었다.

영력을 다루는 것은 조심 또 조심해야만 한다.

실제로는 방금 전 혼백을 소화했던 행위조차도 충분히 위험했다.

그런데 추가적인 위험 부담을 안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


이심도는 더 이상 시신을 탐색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주 자세히 살핀다면 더 많은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자신에게 곧장 위협이 닥치지 않는다면 차라리 피해가는 것이 옳을 수도 있었다.

시신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이심도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 ◆ ◆


“독이군요. 그것도 아주 지독한··· 독사에게 물린 모양입니다.”


사사천(邪邪天)의 흑승(黑繩)대주 마염명(馬染明)은 시체를 한참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이심도가 보고 지나갔던 시체 주위로, 다수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그 시체들은 모두 뾰족한 이빨자국이 남아있었고, 이빨자국 주변으로는 살이 괴사한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번 물린 것으로 살이 괴사하고, 단숨에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극독.

그런 극독을 보유한 독사가 이심도가 느낀 직감의 정체였다.

조심스럽게 움직인 이심도와는 달리 추격대는 그런 독사를 자극했고, 독사는 단숨에 추격대를 물어 죽이고는 자리를 옮겼다.

다수의 인간이 주변으로 다가오자 스스로 위험을 느낀 것이리라.


다수의 인원이 사망하자, 추격대를 담당하고 있던 마염명이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대공자인 대공자인 위진천(魏振天)과 함께. 평상시라면 시체를 확인하는 것은 휘하 인원들에게 맡겼을 것이다.

그러나 대공자와 함께하는 이상, 그가 직접 확인해서 보고를 하는 편이 났다고 판단했다.

설령 대공자에게 어떠한 권한도 없다하더라도 말이다.


“흠··· 독사라··· 제법 강력한 놈인 모양이군요. 그런데 저 시체는 목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독에 당해서 쓰러지다가 부러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빨 자국 주위로 이미 살이 썩어들어갈 정도라면···. 물리자마자 사망했거나, 혹은 몸에 극심한 마비현상이 왔을테니까요. 몸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겠지요.”


“음, 무시무시하군요. 무인마저도 단숨에··· 혹··· 적이 독사를 다룰 수 있다면 아주 위협적이겠군요?”


“물론입니다. 저 독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솔직히 말씀드려서 승산이 높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하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도 이 숲에 서식하는 독사한테 물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하긴, 지금처럼 도망쳐다닐리는 없겠죠. 그냥 육안으로 봐도 아주 지독한 독처럼 보이는데··· 지금까지는 전혀 활용하지 않았으니···”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도 상처 주변의 살이 급속도로 썩어갔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알 수 밖에 없는 강렬한 모습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위진천은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서 독을 관찰했다.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보는 듯한 태도였다.


“대주님. 무리가 안된다면, 이 시체들을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이 시체들에게서 추출하더라도 대단히 쓸모가 많을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마염명은 내심으로는 시체를 그냥 버리고 가고 싶었다.

시체를 챙겨가다가 저 독이 피부에 닿는다면 그 사람은 사망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일에 수하들을 희생시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대공자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추격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우선은 적이 독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추격해나갈 생각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부분과는 전혀 다르군요?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항상 최악을 고려해야만 하니까요. 제 짐작은 짐작일 뿐, 다른 이유가 있어서 독사를 쓰지 않은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독사를 다룰 수 있을 확률이 낮지만, 0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적의 전력을 최대로 상정해야 부하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렇군요.”


위진천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마염명이 들은 소문 속 대공자와는 다소간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소문 속 대공자는 매사에 나른하고 무관심하다고 들었건만, 이번 추적에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섰을 뿐더러,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염명이 실제로 대공자를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으레 그렇듯이 소문이 와전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심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 학문만 익혔다고 알려져 있었지요. 이번에 대과에 장원으로 합격해서 감찰사로 파견나왔으니··· 그 성취야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그런자가... 상당한 수준의 무공까지 익히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이죠. 학문을 익히기도 어려운 시간에 무공까지 익힌데다가··· 그 성취를 철저히 비밀로 하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


위진천의 말에 마염명은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야기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심도가 운남 입구에서 실종이 되었습니다. 규환대주(叫喚)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 내렸죠. 결국 두 사람의 시체는 모두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따라와본겁니다. 적이 혹시나 이심도가 아닐까 하고···”


“··· 이심도라는 자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저와 동갑이지요. 이제 20살입니다.”


“그리고 혹··· 운남성 출신입니까?”


“평생 이 근처로 온적이 없을겁니다.”


“그렇다면··· 이심도라는 자의 생사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도주자는 절대 그자일리 없을겁니다.”


확신 어린 말투로 마염명이 말했다.

그런 그의 확신에 위진천은 흥미롭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왜 그렇죠?”


“무공은 천고의 기재가 기연을 얻어 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경험에는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처럼 적을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설령 무공을 익혔다 하더라도요. 게다가 이곳은 운남입니다. 이곳에 평생 살아온 자들조차 숲에 들어오길 망설이는··· 적은 전투에 능하고, 숲에 자주 들어오는 자 일겁니다. 사실··· 적의 정체에 대해 짐작가는 바도 있습니다.”


마지막 말은 조금 망설였지만, 그 외의 대답에서 마염명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지금 적의 대응은 20살짜리 학자는 고사하고, 본인 스스로조차 해낸다고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숲 속에는 온갖 독물과 맹수들이 가득했다.

그러므로 숲 속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수면을 취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적들이 추격해오는데 반격은 물론 시체를 처리하기까지··· 적은 범인은 상상조차 못할 정도의 경험을 쌓은자가 분명했다.


“흐음··· 짐작가는 바가 있다라··· 누구죠?”


“그··· 제 짐작뿐이라···”


“마대주님의 짐작이라면 상당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지휘관은 마대주님이시니··· 저는 그저 의견이라도 듣고자하는 것 뿐이니 너무 신경쓰시지 말구요.”


위진천의 부드러운 말투에 다소 긴장이 풀린 마염명은 본인의 짐작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이 근처에서 유명한 사냥꾼이 한명 있습니다. 왕하염이라고··· 이 숲에서 동물들을 사냥해오는 자라고 하더군요. 얼마전에 마을에 잠깐 들렀다곤 하는데··· 다시 사냥하겠다고 떠났다고 합니다. 늘 이 숲에서 사냥하던 자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군요.”


“흐음··· 사냥꾼이라··· 단순한 사냥꾼이라 하기에는 상흔이 범상치가 않은데···.”


“대공자님 말씀대로입니다. 아마도 살행 경험이 아주 많은 살수일꺼라 짐작이 됩니다. 왕하염은 본래 이 근방 출신이 아니라고 하니, 중원에서 살행을 하다가 이 곳으로 숨어들었다고 하면 충분히 말이 되지요.”


“호오···”


마염명의 짐작을 듣고, 위진천은 왕하염이란 자에 대해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살수따위에게 신경쓰기에는 본인이 해야할일이 너무도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심도의 생사가 아니라면,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리라.


“마대주님. 아시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심도의 흔적이라는 것을 명심해주십시오. 물론 마대주님 짐작대로 지금 추격하는 자가 이심도일 확률이 대단히 적다는 것은 저 역시도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상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심도야말로 우리 대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저 놈을 잡고, 저놈이 이심도가 아니라면, 이심도의 시체라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걸 명심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굉장히 단호하게 말하는 위진천의 태도에, 마염명의 그의 명을 반드시 수행해내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그 역시도 이번 대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공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심도의 생존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지금 수하들을 죽인자는 놓치더라도, 이심도가 죽었다는 것은 반드시 확인해야만 했다.

대계를 진행하는 와중에 이심도가 살아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마대주님을 믿고,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요 며칠 함께 다니면서 설명하느라 귀찮게한 점은 사과드리지요. 그럼. 수고해주십시오.”


위진천은 정중하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의 태도는 더할 나위없이 정중했기에 마염명은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공자의 지위는 너무도 확고했기에 일개 대주에게 저렇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런 태도라니··· 저것이 진심이든, 거짓으로 꾸며진 것이든, 확실한 것은 범인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조조인가··· 유비인가··· 어느 쪽이든 사사천문의 미래는 밝구나.”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선추댓 부탁드립니다.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탈명구세 설정 : 육대기법(六大氣法) 20.03.27 488 0 -
공지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본래 제목 : 사귀구세) 20.02.24 347 0 -
공지 수정사항 공지 20.02.17 801 0 -
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